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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808
추천수 :
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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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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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방인이 되었다(3)

DUMMY

약 2주가 지난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다가 드디어 에이아와 음성 통신이 100% 복구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무척이나 반가웠던 메시지.


[반갑습니다. 이환 함장님.]


“나도 반갑다. 정말 다행이다.”


에이아의 음성이 커뮤니케이터를 통해 들려오자 에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눈빛으로 물었다.


누구냐고.


에네스에게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에이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인명 피해 상황을 상세히 보고해 봐.”


가장 중요한건 사람이었다. 7명의 사상자 발생은 지난 일이라 어쩔 수 없지만 남은 23명 중 5명은 냉동 수면을 중지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현재 5명 이영수, 이혜민, 박경훈, 차도혁, 김민애의 외상이 치명적입니다. 폭발 시 발생된 외부 충격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 냉동 수면으로 인해 생명은 유지하고 있으나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치료할 방법이 없을까?”


[함 내 화물 내역 중 외상 치료 모듈이 있었지만 분실되었거나, 내부 손괴로 인해 정확한 물자 분석이 어렵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시켜서 정리하면 되잖아?”


[안드로이드 투입 시 가능하지만, 그만큼 생명 유지 장치의 복구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생명 유지 장치를 복구하지 못하면 함 내에 어떤 생명체도 탑승할 수 없습니다.]


“생명 유지 장치 복구에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약 2주가량이 예상됩니다.]


“냉동 수면이 그만큼 길어져도 괜찮을까?”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냉동 수면은 치료 과정이 아닙니다. 다만, 2주가량의 시간으로 인해 발생될 피해는 경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이아의 말대로 일단은 생명 유지 장치 복구가 먼저이긴 했다.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에이아, 여기가 대체 어디야?”


[이곳은······.]



***



콰아앙!


또다시 미사일이 양무호함의 옆구리에 틀어박히며 굉음이 터졌다.


미사일의 폭발은 올림푸스 게이트에 영향을 주며 게이트의 워프 에너지 연쇄 반응에 커다란 오류를 일으켰다.


에이아의 음성이 함 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선체에 괴멸적 피해 발생! 카고 A-11블럭 폐쇄, B-11블럭, C-12, D-11부터 15 폐쇄! 생명 유지 장치 반파.]


선내의 통로가 연쇄적으로 폐쇄되고 선체에는 자욱한 연기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게이트 내 비정상적 에너지 축적이 발견됩니다.]


[워프에 돌입합니다. 카운트다운 5······ 4······ 3······ 2.]


양무호함이 폭발을 일으키며 워프 게이트의 중간쯤 지날 때 워프 게이트에서 에너지 폭풍이 발생했다.


[워프 연산 오류 발생! 올림푸스로 부터 긴급 중지 명령! 오류! 워프 취소 불가능합니다.]


에이아의 마지막 경고 음성과 함께 폭발적인 에너지 폭풍에 휘말린 양무호함은 우주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



[······그래서 그때 발생된 워프 게이트의 에너지 폭풍의 영향으로 현 함선은 밀키웨이로부터 약 250만 광년 떨어진 곳으로 워프되었습니다.]


“그럼······ 내 예상대로라면 못 돌아가는 건가?”


[현 함선 내의 남아 있는 핵융합 발전 에너지 비축량으로 약 1만 년가량은 운용 가능하나 함선의 권장 최대 운영 수명은 50년 이내입니다. 또한 본 함이 광속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시간 지연 효과로 인해 함 내는 2.5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지구에서는 250만 년의 시간이 지나게 됩니다.]


“이곳에는 워프······ 게이트도 없군. 하. 하. 하.”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그곳에 간다 해도 인류가 없을 수도 있겠어······.”


광속은 불변하다. 수 백 년 전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진실이고, 광속으로 이동해도 시간 지연 효과로 우주선의 사람의 시간은 늦게 가지만 정작 지구는 시간이 흘러 버린다.


“······.”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못한 상황. 갈 수는 있지만 못 가는 상황.


“에이아, 지구에서는 우리가 장렬하게 대항하다가 전사한 걸로 될까?”


[마지막 올림푸스로부터 긴급 탈출 명령을 받은 것으로 유추하였을 때 지구에서는 본 함이 침몰한 것으로 예상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 군인으로써 전사했으니······. 마지막에 부모님께 자식으로써 못난 효도는 할 수 있었겠어.”


씁쓸하고 서글펐지만, 내가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면 우주 연합에서는 전사자에 대한 대우로 군인 연금 및 위로금이 가족에게 갈 것이 분명했다.


파산하신 부모님······. 그러니까 아버지랑 여동생에게는 마지막 동아줄 같은 희망이 되길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연희야. 못난 아들은 이곳에서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나는 애끓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물었다.


“그러면 셔틀을 보내 줘. 양무호함에 승선하겠다.”


[현재 승하차 게이트 파손 및 보관된 셔틀 모두 파손 혹은 분실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셔틀을 수리하면 되잖아?”


[셔틀의 부품을 현재 수급할 수 없습니다. 분실된 화물을 추적할 수 없으며 내부 카고 섹터도 붕괴되어 함 내 수리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에이아의 말에 마른세수를 했다. 산 넘어 산이다.


“그렇다면 수리 기간은 얼마나 소요 될 것 같아?”


[완전 수리는 약 1년 이상. 탑승 가능한 수준까지의 수리는 최소 3개월 이상 예상됩니다. 이후 셔틀 수리가 가능합니다.]


이곳에서 3개월이나 민폐는 끼치는 건 내키지 않았고, 더군다나 척박한 이곳 문명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사는 것은 무리가 많았다.


잠시간 고민하다가 양무호함에 실려 있던 개척 행성 내에서 사용하게 될 승무원용 하우스 캡슐을 떠올렸다.


“그래! 하우스 캡슐! 혹시 방출 가능한 내역 중에 하우스 캡슐이나 생활하는데 필요한 캡슐이 있어?”


[검색 중······. 승객용 하우스 캡슐 B형, 수영장 에어 캡슐, 메디컬 캡슐, 스킨케어 및 바디케어 캡슐······등 외 동면 중인 18명의 캡슐이 방출 가능합니다. 외 5인은 방출 시 생명 유지 문제가 있어 제외됩니다.]


그리고 보니 현 상황을 그들에게 전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갑자기 날벼락으로 느껴지겠지만 최대한 빨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누구를 깨워야 할까. 아무래도 대표를 깨워야 하지 않을까.


“에이아, 그 학생 부회장······. 누구였지?”


[냉동 수면 중인 인원 중 김수연 생도가 학생 부회장으로 확인됩니다.]


“그녀를 깨워서 보내 줘. 그리고 2명이 살 수 있는 하우스 캡슐하고 식량 세트 방출 가능해?”


지금은 비상시였다. 계속 얻어먹기만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전투 식량 건조 A형 세트 및 일반 승객용 특식 A1, B1 ,D1형이 있습니다.]


“전투 식량 말고 특식으로 3개월 치를 보내 줘.”


원래 받았어야할 개척 행성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보냈다. 제가 잘 먹고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궤도 계산 중······. 앞으로 12시간 후 함장님 반경 30미터 안에 도착합니다.]


에이아의 말을 듣고, 통신을 끊으려다 마지막으로 내 안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비상 탈출 캡슐에서 총 한 정을 확보하긴 했지만 불안했다.


“혹시 대인 무기하고 진지 방어 무기 같은 걸로 방출 가능한 게 있을까?”


[검색 중······. 현재 방출 가능한 개인 대인 무기는 없습니다. 단, 호위용 드론과 진지 방어용 소형 터렛 및 센트리 건은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그걸로 A형 진지 방어 구축하게 몇 개 보내 줘.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겠다.


그나저나, 나 어떻게 이 행성에서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거지?


지구랑 대기 구조가 비슷하니 눈 뜨고 살아 있는 거겠지. 만약, 이곳이 화성처럼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곳이었다면 눈 뜨기 전에 질식사했을 것 같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제야 미소가 보이는군요.]


그 말에 나도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저 혼자보다야, 아는 사람이랑 있는 게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그녀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집 주변으로 천둥 같은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도착한 것 같습니다.”


[집 말인가요?]


“네. 계속 이렇게 민폐 끼치는 것도 죄송하고요. 같이 가시겠습니까?”


에네스도 호응하며 일어섰다. 나는 마음이 급해 허둥지둥거리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곳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한산한 곳이라 다행이지, 사람이 좀 있는 곳이었다면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컨테이너 크기 만한 하우스 캡슐과 새하얀 비상 캡슐이 각각 지상에 1/3쯤 처박혀 있었다.


비상 캡슐에 가까이 다가서 패널을 보니 ‘냉각 중······.’ 표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 하우스 캡슐의 설정을 먼저 하기로 했다.


하우스 캡슐의 외관은 반짝거리는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21세기 초반의 미국식 카라반 같은 모양새다.


가까이 가서 커뮤니케이터로 인증을 마치고, 오픈 명령을 내렸다.


하우스 캡슐 창문 보호 패널이 떨어져 나가고, 캡슐 각각 모서리 기둥에서 기다란 쇠파이프가 모터 소리와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쇠파이프가 1m 정도 되어서 땅에 닿자 균형을 맞추어 지상과 평형을 맞추도록 자동 조절되었다.


뒤로 떨어져서 보니 마치 반짝이는 캠핑 카라반를 두꺼운 쇠기둥으로 바닥에서 살짝 떠받히고 있는 모양새다.


[이게 당신의 집인가요? 조금은 삭막하군요.]


“하하, 원래 개척 행성에서 사용하는 집인데······. 외관을 꾸미게 되면 제조 비용이 올라가니까요.”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집 내부가 보였다.


그제서야 에네스의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아름답군요. 멋져요.]


집을 일단 올렸으니, 이제 학생 부회장을 살펴보러 가야했다.


집에서 나와 비상 캡슐로 향했다.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지구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나도 들뜨게 되었다.


머나먼 곳에서 홀로 미아가 될 뻔 했는데 그래도 같은 고향 사람이 있으니 안도감이 생긴다.


비상 캡슐의 냉각 시스템이 삐─ 삐─ 소리를 내며 입구를 열기 시작했다.


아주 얇은 냉동 수면용 의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에너스의 토가를 빌려서 그녀의 몸 위로 감싸주었다.


잠시 뒤, 그녀의 눈가 주변이 부르르 떨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당······ 신은······ 이환 소위님?”


눈을 뜨자마자 뱉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에 그녀가 잠들기 전에 소개했던 내 계급과 이름을 기억한 모양이다.


“다행입니다. 기억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으음······. 좀 도와주실래요? 힘을 쓰기가 힘들군요.”


“네. 손을 잡으세요.”


캡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아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잠시 뒤, 기운을 차린 그녀가 나와 내 뒤에 서 있던 에네스를 보고는 장난치듯 짓궂게 묻는다.


“이 소위님. 개척 행성에 오자마자 여자친구를 만든 건가요? 어라? 어, 어머? 여기 개척 행성인가요? 왜 스테이션이 아닌 거죠?”


그녀의 말에 침음을 삼켰다. 원래대로라면 일단 개척 행성의 궤도 스테이션에 도킹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산과 집이 아니라, 스테이션 내부가 보여야 했는데 아니니까 그녀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후우······.”


나는 그녀를 하우스 캡슐로 안내하고 나서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구로부터 250만 광년 떨어졌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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