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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789
추천수 :
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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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이방인이 되었다(4)

DUMMY

그녀는 내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말없이 아무 방이나 들어가더니 거의 반나절 동안을 나오지 않았다.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척 행성으로 향하던 학생들은 매우 집안이 부유했던 학생들이었다.


밝은 앞길도 펼쳐져 있었는데, 뜬금없이 생이별을 해야 한다면 누구라도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반나절 후, 눈이 잔뜩 충혈된 채로 거실로 나온 김수연 부회장.


옷은 승객용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모습이다.


“좀 괜찮아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짧은 한숨과 함께 답한다.


“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곳 항성계 지도 좀 다시 보여 주세요.”


나는 그녀의 요청대로 커뮤니케이터에서 지도 앱을 찾아 입체 영상으로 띄웠다.


그리고 그 영상을 잘 살펴보던 그녀는 지도를 계속 축소시키더니 밀키웨이가 보이는 수준까지 줄이며 탄식과 함께 말을 이었다.


“여기에서는 불과 몇 센치인데······. 이게 250만 광년이라니 어처구니없는 거리네요. 믿겨지지도 않고.”


“그렇죠.”


지쳐 보이는 그녀를 살펴보며 식사를 권했다. 누구든 일단 뭘 먹고 나면 기운이 차려지기 마련.


“일단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저녁을 먹을까요?”


“네. 저도 좀 배고프네요.”


에이아가 보내 준 식량 캡슐에서 옮겨다 놓은 특식 3개 중 1개를 김수연의 앞에 올려주었다.


“매너가 좋으시네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충격이 크실 당신을 위해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배려 고마워요.”


“별 말씀을. 저도 이곳에서 눈뜨고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에네스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지요.”


내가 건넨 식판 위에 덮여진 합성수지를 따지 못해 만지작거리는 에네스의 덮개를 따 주며 말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자신의 특식을 보고 반색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실, 에네스와 그다지 오래 지낸 것이 아니라서 다 파악은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에네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수연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을 입에 넣으며 묻는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죠?”


“······.”


그녀의 질문에 순간, 막막한 감정이 떠올랐다. 나도 이곳에서 가까운 마을을 살펴본 것이 다였다.


그들과 섞여서 살려고 하면 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또한, 외형이 비슷하다고 같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유전자 또한 다를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녀에게 ‘계획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나를 바라보며 살짝 기대 어린 눈 빛이 보이고 있었으니까. 급조한 느낌이긴 하지만 일단 단순하게 정리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일단, 양무호함의 수리가 제일 먼저이고. 그 후에 이곳에서 우리가 살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 후에 양무호함에 실린 개척 행성용 콜로니 구축을 적당한 곳에서 실시할 생각이구요.”


“아─!”


그녀는 내 말에 손뼉을 치며 반색했다.


“정말 다행이군요. 막 방금 지어낸 말이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


속으로 뜨끔했지만 내심 아닌 척 시선을 돌렸다. 나를 보며 싱글거리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양무호함에 남아 있는 인원이 저 빼고 22명이라고 하셨죠? 5명은 치료가 필요하고?”


“네. 그렇습니다. 5명은 양무호함의 수리가 완료되는 3개월 이후에 메디컬 캡슐을 찾으면 이곳에 올 수 있을 듯합니다.”


“좋아요. 혹시 1명 더 이곳으로 부를 수 있나요?”


“5명을 제외하고 모두 불러도 되긴 합니다만, 왜 굳이 1명만?”


내 말에 그녀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감으며 말했다.


“17명 중에서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최악의 경우 이환씨가 거짓을 이야기하고 우리들을 볼모로 부모에게 협박한다고 할 수도 있어요.”


“!”


나는 김수연의 말에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하기야, 지금 남아 있는 인원 중에 분명 재벌가에 속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정도 재력이라면 납치, 협박에 의한 갈취 시도가 분명히 생길 수 있는 일.


“전 믿어요. 그리고 보내 주신 지도 데이터로 이미 확신하고 있구요. 그래서 말인데······. 아군으로 적당한 친구가 있거든요.”


그녀가 추천한다면 최소한 악영향은 주지 않을 사람 같았다.


“누굽니까?”


“최아라요.”


“귀여운 이름이군요. 여자입니까?”


“네. 그런데 혹시라도 걔한테 이름 예쁘다고 하지 마세요. 걔한테 이름 콤플렉스 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양무호함과 이곳 행성과의 궤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비상 캡슐이 1개 더 도착했다.


비상캡슐에서 깨어난 그녀는 나와 김수연을 바라보더니 딱 한마디 했다.


“문제가 생겼나보네.”


“빙고! 친구야.”


싱글거리며 답하는 김수연을 바라보며 최아라가 미간을 좁혔다.


“문제의 레벨이 상, 중, 하에서 어떤 건지 미리 얘기해 줄래?”


“최상이랄······ 까?”


그녀의 답에 한숨을 크게 내뱉는 최아라.


캡슐에서 나오는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로 빌린 토가로 덮어 준 후에 손을 잡아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당신은 이환 소위?”


“네. 반갑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인상이 강렬했나. 다들 날 보면 첫 마디가 소위였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최아라에게도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말없이 나와 김수연의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가볍게 혀를 찼다.


의외로 김수연보다는 침착성을 잃지 않는다.


“갑자기 냉동 수면에 들어가라고 할 때, 사고가 터졌구나 느끼긴 했지만 250만 광년을 튕겨져 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그녀는 알 없는 안경테를 고쳐 쓰며 말했다.


안경이 없을 때는 평범했는데 알이 없는 안경인데도 불구하고 안경을 쓴 그녀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가 볼을 붉히며 말한다.


“흠흠. 제 버릇이라서요. 안경을 안 쓰면 집중이 안 되어서······.”


“얘가 좀 엉뚱해도 물리학 박사에요. 물리학뿐만이 아니라 항공 우주 공학, 행정학, 보건학, 교육학, 의학, 기계 공학 박사 그리고 석사를 가진 인재죠.”


“······.”


대단하다. 나는 고작 1개도 못 받았는데 이 사람은 대체 몇 개야.


잠깐, 나이는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이히힛. 아라가 박사 학위 처음 받은 게 12살 때였어요.”


김수연의 말에 세기의 천재라고 칭송하던 뉴스가 떠올랐다. 과거에 스쳐가듯 본 거 같은데 설마 그 사람이란 말인가?


그런 사람이 왜 사관 학교에······?


“호기심이 생겼데요. 얘가 좀 엉뚱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싱글싱글 웃으며 김수연이 대답한다.


“그리고 얘가 성격이 외통수여서 친구 먹는데 힘들었어요. 아마 친구도 저 빼면 나이 많은 다른 교수 사관님이나 박사님들밖에 없을 걸요?”


그녀의 말이 팩트였는지 최아라의 고운 미간이 구겨진다.


“수연아. 입 좀 그만 닥쳐.”


“그래그래.”


싱글싱글 웃으며 답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최아라가 넌더리를 친다.


잠시 뒤, 두 사람이 잠깐 대화를 하더니 나를 향해 동시에 묻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내 눈빛을 보더니 김수연이 말했다.


“이환씨가 부함장이자 우리들의 직속상관이었잖아요. 지금 비상 상황에 빠진 만큼 따를 사람은 이환 소위님밖에 없어요.”


김수연의 말에 최아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름 믿을 만 했지. 테러리스트도 격퇴시키고.”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칭찬은 좋지만 그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게 되는 것이 부담은 되었다.


하지만, 일단 방법은 없고 그녀들이 나를 지지해 주고 있으니 당분간 대장 노릇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선장 없는 배는 침몰하기 마련이니까.


“일단 제 생각은 양무호함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이곳의 정보를 최대한 취득합니다. 이쪽 세계에 우리의 도움이 될 아군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공감하십니까?”


“네.”


그녀들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연다.


“다행스럽게도 지구의 대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가 숨 쉬고 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최대한 이곳 문명사회와는 조금 떨어져서 안정화가 될 때까지는 독자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겠죠. 섣불리 그들과 섞이게 되면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우리는 이곳에 토착화된 미생물에 아직 다 적응한 것도 아니에요. 당분간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최아라의 말에 나는 맞다고 답했다.


“외부의 영향과 우리에게 생길 리스크를 염두에 둔다면 그 기준은 양무호함 수리 비율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즉, 마지막 목표로 양무호함을 이곳 바다에 착륙시키는 순간이 우리의 안전이 확보되는 순간이 되겠죠.”


“네?! 바다에 착륙이라뇨? 수장시킨다구요?”


김수연이 화들짝 놀라 묻는다. 당연하다. 나라도 우주선이 바다에 뜬다고 생각은 못할 테니까.


“양무호함은 바다에 뜰 수 있도록 건조되었습니다.”


“와!”


“대단해요.”


김수연과 최아라가 동시에 탄성을 뱉었다. 사실 나도 몰랐다.


김욱 사관님이 알려주셨기 때문에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에이아에게서 함장 권한을 받고 나서 확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인원들은 양무호함이 어느 정도 수리가 될 3개월 후에 냉동 수면 해제를 할까 합니다만, 여러분 의견은 어떻습니까?”


“전 수면 해제 반대.”


“저도요.”


난 최아라를 향해 물었다.


“왜요?”


“급진적인 인물이 있어요. 게다가, 분위기를 와해시킬 가능성도 높은 인물이죠. 돈과 권력 모두 가진 사람인데······. 이런 곳으로 떨어진 걸 알게 되면······. 아무래도 안정이 된 후에 해제하는 걸 권장합니다.”


“아, 나도 알아. 그 사람.”


김수연도 최아라의 의견을 거들었다.


“누굽니까?”


“최동필요.”


“최동필······. 설마, 아덱스 그룹입니까?”


“네.”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던 공룡 그룹이 있었다. 과거 삼성이 최고 잘 나가던 시절의 브랜드 파워와 권력 그리고 힘도 있는 대기업.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일단,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냉동 수면 해제는 연기하도록 하겠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계속 냉동 수면 상태로 둘 수는 없으니까.”


김수연이 갑자기 손을 들더니 묻는다.


“질문요!”


“뭔가요?”


“저 집에 그 여자. 누군가요? 꽤 친하게 보이던데? 애인?”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답했다. 아무래도 나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설명해야 했으니까.


“이곳은 마법이라는 것이······. 플라이 마법······ 하늘을 날고······ 문명이 마법과 함께······.”


한동안 내 얘기를 빠져들 듯이 듣던 그녀들은 이야기가 끝나자 놀란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어머머! 그러면 해리포터 실화 버전일까?”


“내 생각엔 먼저 그 마법이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 전자기력에 의한 물리적인 힘이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니 측정을 해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김수연의 말에 헛기침을 뱉었다. 해리포터 실화 버전이라니.


“그리고, 그 여자는 믿을 만한가요? 우리 아군인가요? 적인가요?”


최아라로부터 꽤 직설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나는, 최초에 이곳에 불시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날 도와준 것과 그녀에게 강제된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강압적인 병역 의무 같은 걸까요?”


“글쎄요.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선의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걸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해준 것 같지는 않았어요.”


내 말에 최아라가 대답했다.


“최악의 경우, 대인 무기나 반응탄이 있으니 그것으로 물리적인 반격을 하면 돼.”


“미쳤니? 사람한테 반응탄이라니!”


“만약이라는 거야, 만약.”


“그래도.”


나는 잠시 그녀들의 대화를 멈추게 하고 말을 다시 이었다.


“일단, 이곳에 살고 있는 토착민과의 연결점은 당분간 없어야 합니다. 그게 서로에게 안전하지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에네스가 도와준다고 했으니 그녀에게 도움을 좀 받을까 합니다만.”


“어떤 도움이요?”


“양무호함과는 별개로 토착민이 살지 않는 그런 곳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면 그곳에 콜로니를 만들까 합니다.”


“······!”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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