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791
추천수 :
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2.03 19:00
조회
421
추천
2
글자
13쪽

독수리자리 너머(2)

DUMMY

지구 가까이 궤도를 돌며 지구의 최전선을 지키는 궤도 방어 스테이션.


이곳에 오늘 개척 행성을 향해 출발 예정인 군수 화물선 양무호함이 있었다.


총 길이 380미터, 폭 70미터, 깊이 43미터. 만재배수량 553만 톤의 거대한 화물선이 궤도 방어 스테이션 군 전용 정박장에 안착되어 있었다.


무척이나 비교되는 8인용 셔틀을 타고, 정박장에서 내린 나는 양무호함의 거대한 크기에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엄청나군요. 그리고 기쁘고 뿌듯합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거대 초광속 항행 함정이라니.”


내 모습에 사관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나도 양무호함을 보고 감탄을 했었지. 그리고 이건 2급 비밀인데······. 어차피 자네도 우리 부관이 되었으니 알려 주지. 저 함선은 바다에서는 배로도 사용할 수 있네.”


“네? 저게 물 위에 뜬다고요?”


“쉿─!”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었다. 너무 놀라 반사적으로 입이 열린 것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사관님······. 믿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유조선보다 더 큰 함정이 지상으로 착륙하는 것도 기적 같은데······.”


어이가 없어 눈을 껌뻑거리며 양무호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서 볼 법한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었다.


함수(뱃머리)가 파도를 가르기 위해 약간 솟구친 모양 등을 보자면 말이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노려보지만 함미가 제대로 끝까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독수리 눈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그만큼 거대하다는 뜻이다.


함수(艦首)의 꼭대기를 바라보자면 고개를 크게 쳐들어야 끝이 보일 정도다.


게다가 함선의 전체적인 모양새도 미려하게 잘 빠져서 과거에 유명했던 영화 속의 우주선 모양이 머릿속에서 그려지기도 했다.


양무호함은 건조된 지 3년도 안된 최신형 화물 함선이라 아직 비밀리에 감추어진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난 사관 학교 생도일 뿐이니 더 알아낼 수도 없다.


“자, 이동.”


“네.”


사관님을 따라 궤도 스테이션에 승선 신고를 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소로 향했다.



***



“드디어 그분을 위해 우리의 믿음을 보여 드릴 성전이 다가왔도다.”


“라엘후 아키넬라!”


“라엘후 아키넬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기도문을 외친다.


“오늘 이곳에 우리의 염원을 이루어줄 신성한 성물이 있습니다. 성전의 성공을 기원하며, 모두 다 같이 오늘 그분께 이 한 생명을 바칩시다!”


“라엘후 아키넬라!”


“라엘후 아키넬라!”


곧 기도가 끝나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옷을 갈아입고 궤도 스테이션의 각 섹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성전의 성공을 위해······!



***



어렵게 신고를 모두 마치고, 드디어 기대하던 양무호함에 승선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함선인데도 승조원은 고작 8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안드로이드나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관리 제어가 된다.


부함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관님을 함교 앞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관제소에 들러 출항 요청과 선적 물품 확인을 할 테니, 자네는 여객실로 가서 승선 인원 체크를 하고 보고하게.”


“네!”


나는 승선 리스트를 태블릿으로 확인한 후 함교에서 몇 블럭 떨어져 있는 승객 블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환 부관.”


“네.”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사관님이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제 이 함선의 부함장이네. 내가 없으면 자네가 함장이 되는 거지. 그리고 이곳 승조원들은 군무원이지 군인이 아니네. 이제 자네는 본관의 부관이자 양무호함의 부함장이니 자긍심을 가지게.”


“네. 감사합니다. 사관님.”


“이제 함장이네. 하하.”


“아, 시정하겠습니다. 함장님.”


사관님이 작전 명령서를 들고서 흔드는 내용에는 직급에 함장이라 써진 사관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어깨를 두드려 주시는 사관님께 경례를 마친 후 승객실로 향했다.


사관님······. 아니 함장님은 아마도 나를 격려하기 위해 직급을 언급을 하셨을 것이다.


개척 행성으로 향하는 동기들에게 기가 죽지 말라는 뜻이지 않을까. 새삼 함장님의 배려가 고마웠다.


지금 승객실에서 만나게 될 그들은 고작 승객이지만 나는 부함장이니까.


그리고 보니 내 어깨에는 부함장 견장이 달려 있었다.


견장은 밑으로부터 얇은 줄 3개와 작은 별이 번쩍거리는 금실로 새겨져 있다. 이 견장 형태는 계급의 위치에 따라 그 줄의 두께와 위치가 달라진다.


견장을 슬쩍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입술이 올라갔다.


‘내 동기들이 보면 놀랐을 텐데······.’


부함장이 된 내 모습에 놀랄 동기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숨을 내쉬며 잡념을 떨쳐 버리고 다시 걸음을 무겁게 옮겨 갔다. 이제 곧 출발하게 될 텐데. 이런 잡념은 좋지 않다.


생도복을 버리고 임시지만 아시아 우주 연합의 우주 함대 로고가 새겨진 군복을 입고 있으니 그나마 기분이 위로가 되었다.


화물선인데도 불구하고 승객 블럭이 따로 있었다. 그 크기만 해도 민간 항공기보다 더 많은 수준이어서 최대 승객을 8백 명이나 태울 수 있었다.


물론, 군수용에다가 화물선이기 때문에 민수용 승객선의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 시설과 환경은 딱 군대 그 수준이다.


승객실과 가까워지며 점점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 앞에 서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은 긴장이 된 듯하다.


“에이아. 문 열어.”


양무호함을 관제하는 메인 시스템의 이름이 에이아였다.


최초에 함선을 인도 받았던 함장님이 지으신 이름인데 그것이 쭈욱 이어져 오는 것 같다.


승객실의 문이 열리고 내가 들어서자 수다를 떨던 생도들의 눈이 모두 나에게 쏠렸다.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생도는 놀란 눈을 치켜세웠고, 나를 처음 보는 생도들도 내 견장의 계급을 보고 놀라움을 표했다.


“반갑습니다. 오늘 이오타 항성계의 바너드 행성으로 여러분을 모시고 양무호함의 초장거리 워프 운항 임무를 맡은 소위 이환입니다.”


“······”


사람들의 시선에 의문과 의심이 담겼다.


당연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같이 사관 학교에서 생도를 하던 사람이 소위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서 떠들고 있으니까.


“나중에 질문이 있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제 개인 태블릿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제 통신 번호는 여러분이 보시는 전방에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인솔 장교분 계십니까?”


잠시 동안 소란이 일어났지만 내가 무시하고 그냥 이야기를 하자 곧 조용해졌다.


그래도 우수한 인재들만 모인 우주 사관 학교 생도인데 당연하다.


‘휴······. 다행이군. 뭐라고 항의라도 할까 봐 걱정했는데.’


시선을 옮겨서 인솔 장교를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그에게 승객 리스트를 받아야 했다. 신고한 인원대로 탑승을 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개인 정보를 내가 억지로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너 뭐냐?”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나를 향해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계급장은 소위. 명찰에는 ‘조현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사람은 나처럼 단기가 아닌 진짜로 임관을 한 사람이었다. 다만, 눈매가 날카로워 얼굴의 인상이 그다지 유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누구십니까?”


내 말에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내가 묻잖아. 너 뭐냐고. 너 생도 아니야? 사관 학교 생도가 어떻게 소위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서는 건방을 떠는 거지? 네 윗사람 데려와 봐. 물어봐야겠다. 어떻게 생도 따위가······. 기무사에 찌르면 네가 괜찮을까?”


“일단 먼저 승선 인원 확인서부터 주십시오. 그 뒤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먼저 허가를 득한 후에 하여 주십시오.”


“뭐?!”


그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나를 노려보았다.


“너 미쳤어? 감히 생도 따위가 소위인 나에게 그따위 헛소리를 지껄여? 항명인가?”


“전 임무 수행 기간 동안 소위의 지위를 정식으로 득하여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불만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정식으로 항의를 하여 주시면 됩니다.”


“하······!”


그는 내 말에 미친놈 보듯 눈을 부라리며 이를 갈았다.


“이 새끼가 미쳤나!”


그가 나를 향해 주먹을 들어 덤벼들 찰나였다.


─철컥.


옆구리에 채워져 있던, 우주 연합의 위관급 장교에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광학 대인 무기 ‘베레타’가 그의 이마로 향해졌다.


“잊으셨나본데, 전 지금 양무호함의 정식 부함장으로 임무 수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계급의 위치를 떠나 함선 내에서는 함선의 최고 계급자의 명령을 듣는 것이 군 법령입니다.”


나는 베레타의 안정장치를 해제했다.


─달칵.


동시에 그의 목젖이 크게 움직인다. 눈동자 또한 베레타의 총신과 나를 향해 양쪽으로 혼란스럽게 움직여졌다.


“에이아. 지금 내 명령을 어기고 함선 내에서 소란을 일으킨 사람을 향해 총기 사용을 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나?”


[우주연방 군 헌법에 따라, 현 상황을 고려하면 총기 사용을 해도 무방하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지금 함 내 소요를 일으킨 자를 향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승객실에서 에이아의 음성이 들려오고, 총을 꺼내들자마자 어수선해지던 승객실에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가 찾아왔다.


함 내를 모두 총괄, 제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까지 내 편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


잠시 뒤 그가 침음을 삼키며 입을 연다.


“아, 알겠다. 승선 인원을 보내도록 하지.”


“지금은 소위입니다. 조현수 소위님.”


“······알겠소. 이환 소위.”


나는 작게 고개를 숙여 그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할 의도는 없었는데 현재 출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임무 완수 후에 오늘 일에 대해 벌점을 주셔도 항변하지 않겠습니다.”


“······.”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태블릿에서 알람 소리가 울려서 보니 승객 인원에 대한 내역이 등록된 것이 보였다.


내가 태블릿을 보는 사이 어디선가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조현수 소위가 벌떡 일어나 ‘누구야!’ 하고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승객실 밖으로 뛰쳐나가듯 움직였다.


“소위님 10분 안에 돌아오셔야 합니다. 곧 본 함은 출항을 하게 됩니다.”


“알았······. 알겠소! 3분 내로 돌아오지.”


그는 씩씩거리며 사라졌고 승객실에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대박! 이환 대박!”


“멋진 놈이야!”


“휘이익─.”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들은 이름을 부르며 춤을 췄고, 모르는 녀석들도 휘파람을 부르며 환호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어, 금호였구나.”


덩치가 엄청나게 좋은 근육파 생도인 이금호. 그는 나보다도 20cm는 더 키가 컸다.


내가 고개를 들고 봐야 할 지경이다. 그리고 죽마고우였고. 내가 사관 학교에 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놈이기도 했다.


“큭큭. 이제야 나를 알아봤냐. 우리 사실 가뜩이나 인솔 장교가 저 따위 자식이라 다들 분위기 안 좋았는데 네 덕분에 스트레스가 쫙 풀렸다.”


“맞아! 이환! 진짜 너 난놈이다!”


처음 보는 녀석이 말을 거들었지만 그저 웃고 말았다. 녀석이 입고 있는 옷도 생도복. 아무래도 금호 녀석과 친한 것 같다.


“맞아요. 우리를 보자마자 호구 조사부터 시작해서 부모님 직업까지 싹 물어보는데. 진짜 재수 없어서. 찔러 버리려다가 참았어요.”


처음 보는 여생도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그리고 보니 처음 보는 게 아니라 간간히 보았던 학생회의 부회장이다.


생도들의 화장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몰랐는데 이렇게 화장을 하고 보니 사실 누군지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왜요? 화장 이상해요? 신경 썼는데.”


“아니요. 보기 좋습니다.”


“고마워요. 이환 소위님.”


“큼······.”


그녀의 말에 주변에서 다시 웃음보가 터진다.


“흠흠. 일단 10분 후에 본 함은 출항 단계에 들어가니 모두 착석하여 주시고, 워프 게이트에 이르게 되면 모두 냉동 수면 캡슐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네!”


“네!”


모두들 내 말에 시원하게 대답하고 난 후, 웃으며 등을 돌리고 나갈 때 갑자기 함선 내의 등이 꺼지고 비상 적색등으로 바뀌었다.


“어? 뭐야! 이거?”


“환아! 왜 이러는 거냐?”


“왜 이러지? 무슨 일이야?”


생도들이 혼란에 빠져들었다. 나도 정신이 없었다.


“금호야! 사람들 바로 착석시키고 벨트 매게 해! 태블릿으로 나중에 알려 줄게! 난 가 봐야겠다!”


내 말에 금호가 주먹을 팡─ 팡─ 두드리며 앞으로 나왔다.


“자 모두! 착석─!!!!!”


그의 말에 혼비백산에 빠졌던 생도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이거 뭐야?!”


나갔던 소위까지 놀란 얼굴로 승객실로 들어섰다.


“어서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잠시 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승객실을 빠르게 빠져나와 함교로 이동하며 에이아에게 물었다.


“에이아! 무슨 일이지?”


[함교에 정체불명의 인원 다수 침입! 현재 승조원들과 교전 중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수리자리 너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주기 연재로 변경 합니다 (21.04.13.수정) +3 21.02.15 151 0 -
14 침입자(3) +1 21.04.05 125 4 12쪽
13 침입자(2) +2 21.04.02 121 4 12쪽
12 침입자(1) +2 21.03.31 144 3 11쪽
11 진지구축(4) 21.03.12 158 4 13쪽
10 진지 구축(3) 21.02.15 186 3 12쪽
9 진지 구축(2) 21.02.10 222 4 11쪽
8 진지 구축(1) 21.02.09 240 7 12쪽
7 이방인이 되었다(4) 21.02.08 251 5 13쪽
6 이방인이 되었다(3) +2 21.02.07 295 6 12쪽
5 이방인이 되었다(2) 21.02.06 298 4 11쪽
4 이방인이 되었다(1) 21.02.05 350 9 12쪽
3 독수리자리 너머(3) +1 21.02.04 356 6 12쪽
» 독수리자리 너머(2) +1 21.02.03 422 2 13쪽
1 독수리자리 너머(1) +1 21.02.02 618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