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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811
추천수 :
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2.09 19:00
조회
240
추천
7
글자
12쪽

진지 구축(1)

DUMMY

나는 에네스에게 최아라와 김수연을 다시 소개했다.


[반갑군요. 에네스라고 불러 주세요.]


그녀는 단아한 옷으로 김수연과 최아라를 반겼다.


최아라는 그런 에네스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름다워서요.”


에네스를 보고 최아라가 찬사를 뱉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다니, 정말······ 오래 살기 잘한 거 같아요.”


에네스는 오늘따라 옷에 꽤나 신경 쓴 모양새였다. 귀족들이 입는 세련된 정복 느낌의 디자인.


그나저나 최아라가 그다지 오래 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고작해야 나랑 비슷해 보였으니.


하지만 지금 태클 거는 건 분위기 흐리는 것 같으니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나를 보고 최아라가 묻는다.


“왜요?”


“네?”


“지금 이환 소위님 입이 비뚤어져 있잖아요. 이렇게, 이렇게.”


최아라가 자기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올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보인 듯하다.


“흠흠. 잘못 보신 겁니다.”


“알았어요. 에네스씨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에네스라고 불러 주세요.]


최아라는 에네스의 목소리에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뱉는다.


“어떻게······ 말을 안 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지? 초단파를 내뱉는 발성 기관이 발달한 건가······.”


그녀의 혼잣말을 듣던 에네스가 웃으며 답한다.


[전 마법을 이용해 상대방의 머릿속에 직접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불편하다면 목소리도 가능해요.]


“와! 그럼, 목소리로 한번 부탁할게요.”


최아라의 요청에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에네스의 눈빛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오랜만이라서······. 이상한가요?”


에네스의 음성은 나도 처음 듣는 것이었지만 정말 부드럽고 단아한 음성이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여성 특유의 음성과 자애로움이 넘치는 분위기가 합쳐져 마치 평화로운 동산에 쉬러온 것 같은 평온함이 느껴진다.


넋을 놓고 있던 최아라가 손을 들어 에네스를 가리키며 말한다.


“에네스씨. 당신은 이제부터 우리 편이 되세요.”


“······.”


나는 최아라의 말에 헛웃음을 뱉으며 김수연에게 조용히 물었다.


‘원래 저런 성격입니까?’


‘네. 아라가······ 많이 직설적이에요. 그나저나 진짜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요. 보통 남에게는 관심을 하나도 안 주거든요.’


‘직설적이라······. 말 돌리는 것보다는 낫군요.’


난 직설적인 화법을 선호했다. 아무래도 군대에 가까운 사관 학교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회보단 덜했다.


게다가 난 성격상 사람들의 정치질은 거북해서 멀리했다.


사관 학교라고 정치질이 없을 리는 만무하지만 말이다.


“전 어딘가에 소속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아······.”


에네스의 말에 최아라가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허공에 힘없는 손짓을 한다.


“하지만, 친구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에네스가 웃으며 다시 말을 잇자 최아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고마워요. 그럼 친구니까 일단은 우리 편 하세요.”


곤란스런 표정으로 웃으며 에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집 안에 모여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이곳에 콜로니를 구축하는 건 좋은데요.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그 위치 선정은요?”


김수연의 말에 나는 에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성이 있다면 가능 지역을 선정해 보겠지만 현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네스씨의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물론, 변경할 수도 있겠지요. 에네스씨. 혹시, 우리가 이곳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지낼 만한 곳이 있을까요?”


에네스와 오랜 기간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며칠 동안의 그녀가 가진 성정과 인성을 보았을 때 우리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나를 적대시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보통 악의가 있다면 상대방의 취약점을 가지고 그것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하다못해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곳의 정치적 형태는 귀족 공화제와 비슷하여 나를 이곳 통치자에게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이 되었을 것이었다.


또한, 신고를 함으로써 물질적 보상도 따라왔을 것인데 그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양무호함이라는 보험도 있어서 객관적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내 말을 듣고 우리들을 한번 살펴본 그녀는 잠시 시선을 멀리 던졌다가 우리에게 이어지며 입을 열었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당신들이 적의를 가지거나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이 아닌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것은 사고였고 당신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하여 나는 당신들의 정착을 돕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에네스의 답변에 나는 웃으며 감사함을 표했다. 김수연과 최아라도 고맙다고 전했다.


“제가 알고 있는 섬이 한 곳 있습니다. 1년 가까이 날씨의 변화가 적고 습도와 온도가 쾌적한 곳입니다.”


“그런 곳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토착민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토착민과의 접촉을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토착민, 그러니까 이곳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저 평화로운 땅이지요. 약간 사소한 문제가 남아 있지만 내일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사소한 문제요?”


내가 묻자 그녀는 그저 살짝 미소만 지을 뿐 답은 하지 않았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대지의 크기는 어느 정도 되겠습니까? 크면 클수록 좋긴 합니다만.”


“당신들의 단위로 약 1,100km²가량 됩니다.”


“메가시티인 서울의 2/3크기로군요.”


최아라의 답에 나는 대략적으로 땅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최소 수십 년은 괜찮지 않을까? 식량이야 내부에서 경작하다가 모자라면 외부에서 구해 보는 것으로 하고.”


내 말에, 최아라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캡슐식은 어떻게 하려고요? 그리고 식량 배양 캡슐(food incubation capsule)이 있는데 왜 굳이 재배를 하려고 하나요?”


“그건 한정된 자원입니다. 우리가 다 먹어 버리면, 나중에 우리들의 후손은 어떻게 합니까? 당장은 방법이 없지만 나중에 발생될 문제도 고려를 해 보아야 합니다.”


“흠. 그렇네요······. 맞아. 지금 우리는 조난 상태였지.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으흥, 2세까지 염두에 계신 이환 소위님. 벌써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 두신 모양이네요.”


김수연이 갑자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말며 묘한 미소로 내게 말을 건넸다.


“크흠,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저 나중을 위해서 생길 문제는 사전에 되도록 막아보자는 생각이었죠.”


나를 향해 계속 시선을 던지는 김수연을 피해 에네스에게 물었다.


“그럼, 내일 모레쯤은 그곳으로 가 볼 수 있습니까? 아, 섬이라고 하셨죠? 혹시 배가 있습니까?”


“제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내 말에 그녀는 그저 싱긋 미소만 보여 주었다.



***



그리고 이틀 후 오전, 그녀의 집 앞에서 모인 우리들이 곁으로 다가서자 그녀가 반경 3미터짜리 크기로 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나가면, 위험하니까요.”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의 안내대로 원 안으로 이동했다.


김수연과 최아라는 동그란 원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준비 되셨나요?”


“네.”


“좋군요······. 텔레포테이션.”


에네스가 텔레포테이션을 말하는 순간, 세상이 일그러졌다.


눈앞에 다차원 초입방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중력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고,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혼란한 세계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나에게는 마치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현기증과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이윽고 눈앞에 익숙한 나무와 숲이 보이자 숨통이 트이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순간 김수연과 최아라가 입을 막고서 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뛰쳐 들어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구토 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이곳은 며칠 전에 약조한 그 장소입니다.”


“아, 우리가 정착할 그 섬 말인가요?”


“네. 맞아요. 마음에 드시나요? 과일과 물도 풍부해서 당신들이 정착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꺄아악!”


순간,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재빠르게 손에 베레타를 쥐고 살상 모드로 바꾼 후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리고 얼마 이동해서 발견한 것은 거대한 어떤 생명체의 사체였다.


대략 크기는 아시아 코끼리 정도인 3~4미터가량. 하지만 생김새가 워낙 흉악하게 생겨서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다.


주둥이에서 크게 튀어나온 송곳니가 위협스럽게 번들거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김수연과 최아라를 보며 물었다.


“그게, 잠시 과일을 따 먹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런 괴물이 보여서 놀랬지 뭐예요.”


김수연의 말대로 주변에 과일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처음 보는 형태였지만 단내가 진동하는 것이 딱 봐도 과일로 생각이 들었다.


“수연씨는 이곳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지역이라는 것을 상기하시고, 앞으로 행동에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네······. 죄송해요.”


“이건, 고곤이군요.”


에네스가 어느 사이 다가와 알려 주었다.


“그게 뭔가요?”


“육식을 하는 몬스터인데, 공격성이 강하고 주로 밤에 활동하지요.”


“아, 그런데 왜 죽었을까요? 혹시 이런 괴물이 이곳에 많은가요?”


“아뇨. 이제는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


김수연이 의심 어린 질문을 던지려 하자, 에네스가 강하게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한 마리도 없습니다. 제가 약속드립니다.”


“네······.”


김수연은 괜히 움츠려들며 그녀의 눈치를 보더니 답했다.


“자, 일단 괴물에 대한 조사는 나중에 해 보죠. 에네스. 우리가 따로 조사해 보아도 되지요?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네. 이제 이곳은 당신들의 섬이니 원한다면 당신의 뜻대로.”


“좋습니다. 그럼 이곳이 이제 우리들의 콜로니가 구축될 집이 될 겁니다.”


내 말에 김수연과 최아라가 박수를 쳤다.


“우리에게 축하를!”


“당신의 노고와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에네스에게 감사를 표하자, 그녀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걸렸다.



***



며칠 전에 마주친 새로운 인간.


에네스는 이곳에 떨어지던 재앙을 보며, 만약을 위해, 깊은 잠에 빠질 레어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을 가졌었다.


하지만 재앙은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졌고, 대신 처음 보는 인간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인간.


저 거대한 하늘이 갈라지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새하얀 그것이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처음에는 마족들의 전쟁이 시작되나 생각했었지만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보였다.


자신에게 부여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지상을 수호하라는 의무.


처음으로 신이 아닌, 이곳 판데아 대륙의 밖에서 나타난 인간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존재와 의무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의심이었지만 이내 그들의 사고방식과 놀라운 선도적 문명의 모습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환이라는 인간을 통해서 얼핏 본 저 멀리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 동경마저 생겨났다.


‘왜 우리 종족은 멸망에 이르게 되었나······.’


‘왜 우리 종족은 발전하지 못했나······.’


자신의 종족은 멸망을 향해 다가가는데, 왜 저들은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 차이가 무엇일까.


그래서 그들을 돕기로 했다. 정착하다고 도움을 바라기에 인간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몬스터 섬 한 곳을 정리했다.


바로 그녀가 직접.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본체로 돌아갔다.


거대한 본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인간으로 살던 집이 모래알처럼 작아졌을 때 그녀의 본체가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날 몬스터 천국이라 불리던 섬이 안전한 섬으로 탈바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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