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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님의 서재입니다.

침략자들의 천재 망나니가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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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5.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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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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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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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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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 금지된 주문 (4)

DUMMY

일행의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

두 개의 칼날을 서로 칼등을 마주보게 해서 붙인 듯한 형태의 거함.


두 칼날의 사이에서, 눈이 멀 것처럼 밝은 빛의 구체가 형성되더니, 그대로 터져나갔다.


폭음은 없었다, 그저 눈부시게 밝은 섬광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을 뿐.


“미쳤어, 미쳤어.”


클라리아는 텔레포트가 완료되자마자 배드덱의 갑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간조작을 무리하게 사용한 여파로 시큰거리는 눈두덩을 꾹꾹 눌러댄다.


울크는 씩 웃었다.


“그래도 계획대로 잘 되었잖나.”


울크가 증오장이들의 주목을 붙잡고 시간을 끌어, 아테루스의 숨결을 사용하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클라리아가 시간조작을 이용한 텔레포트로 울크를 빼낸다.


울크 정도의 힘을 가진 전사라면, 아테루스의 숨결을 사용해서라도 제거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건 도박이었고,


도박은 성공했다.


범위 내에 있던 바닷물이 증발해, 거대한 수증기 기둥을 발생시킨다.


수증기 기둥에 휩쓸린 증오장이들의 선체가 붉게 달아오르며, 운 나쁜 기체들은 아예 조금씩 녹아내려 쇳물을 바다에 떨궜다.


“진짜로 딱 수분만 증발시킨다는 건가. 수증기에 의한 2차 피해를 제외하면, 쇳덩이들이나 배드덱 자체는 멀쩡하군.”


소모된 배드덱의 결계가 파직거리며 명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크는 그리 평했다.


“주문을 빼 준 것에 감사를 표하지.”


번개같은 속도로 곁으로 다가온 에즈라크의 몸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짙은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창을 든 팔을 뒤로 젖혀, 힘껏 집어던진다.


부여된 마법으로 인해 연둣빛으로 빛나는 창의 뒤로, 길게 푸른 연기의 자국이 남는다.


목표는 일찍이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던 두 칼날의 사이.


[가소롭군.]


거함으로부터 칼날 달린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날아오던 목창을 요격했다.


에즈라크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리던 바.


“블룸 채프.”


일정량 이상의 충격에 의해 활성화되는 마법이 터져나가며, 마법적인 효과가 듬뿍 담긴 꽃가루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 효과는 빔 병기의 위력 분산과 전자 교란.


[무슨-]


아테루스의 숨결을 무턱대고 사용할 경우, 블룸 채프의 효과로 인해 분산되어 그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추가적인 교란으로 인해 조준도 제대로 되지 않으리라.


사실상 아테루스의 숨결의 재사용을 봉인해 버린 채로, 에즈라크는 손바닥을 펼친 채 팔을 앞으로 뻗었다.


“가라, 나의 [신살창].”


“아니, 그 기묘한 악센트는 대체 뭔데?!”


꽃가루의 안개를 뚫고 마저 쏘아져 나간 창이 그대로 두 개의 칼날과 연결된 중심부를 관통한다.


콰광,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떠 있던 거함의 선체가 크게 기울어졌다.


[이런.]


거함의 스피커를 통해, 감찰관이라는 증오장이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함부로 내보이기는 좀 그렇지만···목격자가 없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직후, 기이한 마력의 파동이 일대를 휩쓸었다.


오비탈의 것도, 알티파이트의 것도, 그렇다고 증오장이의 것도 아닌 마력의 성질과 주문 체계.


그러나 그 파동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본능적인 거부감에의 자극.


네이즈가 차가운 눈길로 거함을 노려봤다.


“뭔가 더 벌이려는 것 같군요.‘


기울어지던 선체는 그대로 추락하여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해치웠나!”


증오장이와 알티파이트의 병사들이 즐거이 외쳤다.


물론, 그것은 부활주문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예고이기도 했다.


“커헉!”


해적들이 갑자기 심장을 움켜잡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은색과 검은색이 꼬여서 만들어진 듯한 가느다란 연기가, 그들로부터 빠져나가 거함이 가라앉은 자리로 빨려들어갔다.


“에너지 드레인?”


에즈라크의 말에 네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의 대표적인 권능 중 하나니까요.”


“‘그것’이 뭔데?!”


울크가 네이즈와 눈을 마주쳤다.


“해법은?”


“저.”


네이즈는 재빠른 손길로 아직 멀쩡한 증오장이의 칼 배들에 화살을 쏘았다.


“뭐지!”


“식물들의 친구들이 공격을 재개했다!”


“아닙니다.”


쏘아져 나간 화살의 대가 여러 갈래로 쪼개지며, 수백 마리의 잠자리를 닮은 괴수들이 쏟아져 나온다.


순식간에 붕붕 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갸아아아악!!”


“공격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명예도 없는-”


증오장이들이 지랄을 하건 말건, 울크는 흥미어린 눈길로 잠자리떼를 바라보았다.


저 많은 수의 권속이 전부 마법 교란 능력을 기본적으로 달고 있다니.


물론 하나하나의 마법 교란 능력은 미미한 정도였지만, 양치기들은 하나의 권속만을 풀어놓지 않는다.


저렇게 머릿수가 따라와 준다면, 그 교란 능력의 총합은 결코 무시 못할 수준이리라.


실제로도 에너지 드레인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증오장이들이 기운을 차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디까지나 시간벌이.


그렇다고 놈이 준비과정을 끝마치기 전에 건드리자니,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어떤 공작을 부려놨을지를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변신 중에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울크는 바로 공격을 퍼붓는 대신, 시위에 화살을 메기는 네이즈를 바라보았다.


“에너지 드레인으로 마력과 생명력을 빨아먹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지?”


“‘저것’이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아마도 일단은 황금화를 거칠 겁니다.”


“뭐, 저 쌍칼 배가 금색으로 변하기라도 하나?”


“그렇습니다. 에너지 드레인이 ‘저것’의 ‘착취’의 면모를 대변한다면, 황금은 공허함을 대변하죠.”


“그러니까, ‘그것’이 대체 뭔데?!”


네이즈는 가볍게 클라리아의 절규를 무시했다.


“센츄리온, 일단은 저 바위섬의 점거가 목적이었지요?”


“그렇지. 도움이 필요한가?”


“아니요, 저것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센츄리온께서는 이후를 위해 군단의 힘을 온존하여 주시지요.”


“알겠다. 괜찮겠나? 드레인으로 모여드는 힘의 크기를 보건데, 아무리 못해도 굉장한 게 나올 예감이 드는걸.”


“가능할 것 같습니다.”


네이즈가 서서히 물밑에서 올라오려는 거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저것’의 권속들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저희 오비탈이 전문이니까요.”




***



[제제제제법법법법.]


다시 떠오른 거함으로부터 들려오는 감찰관의 목소리는 기괴하게 일그러져 들렸다.


마치 심하게 손상되고 지직거리는 영상 필름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네이즈의 예상대로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선체였지만, 그것은 화려하다기보다는 불길한 느낌을 더 강하게 주었다.


함 전체에 음각되어 있는 묘하게 모독적인 내용의 벽화 때문일 수도 있고,


이전의 증오장이로 보이기는 하던 마력이 너무나도 심하게 변질된 파동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아테루스의 숨결을 재장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역으로 본테가 당한 것인지, 바닷물에서는 계속해서 새하얀 수증기가 올라와 시야를 가렸다.


그에 응답하듯, 울크는 배드덱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너너너너부부부부터터터터.]


칼처럼 생긴 양 옆이 가위날처럼 벌어지고, 에즈라크의 창이 뚫고 지나간 구멍으로부터 외벽이 아가리처럼 벌어진다.


드러난 것은 엘프,

혹은 한때는 엘프였을지도 모르는 것.


촉수처럼 엉겨 있는 근섬유와 전선 사이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만이 보여 확신하기는 힘들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팔의 길이가 소인족이라기에는 길고, 귀가 뾰족하기에 그리 추측할 뿐.


“참 좆같이도 생겨먹으셨어, 안 그래?”


그리고 익숙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얼마나 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질지가 궁금했다.


벌어진 외벽의 틈에서, 괴생물체들이 기어나온다.


꿀벌과 인간을 엉성하게 한데 합쳐놓은 듯한 기괴한 생김새.


처음에는 한둘에 불과했던 그것은 끝도 없이 밖으로 기어나와, 종래에는 그 커다란 함의 겉을 전부 뒤덮을 정도가 되었다.


울크에게는 지랄맞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내가 유폐되어 있는 동안, 저 꿀벌 새끼들은 참 지겹게도 자주 봤지.

황금으로 변한 소행성들의 표면에 바글바글하게 달라붙어서 말이야.”


울크의 얼굴에 위험한 미소가 어렸다.


“그런데, 그걸 여기서까지 볼 줄은 몰랐어. 적어도 벌써는 말이야.”


[-----!]


감찰관, 혹은 감찰관이었던 것이 언어가 되지 못한 괴성을 내질렀다.


“그래서, 너희 대가리는 나를 인식하고 있던가?”


[그그그그래래래래.]


그렇다면 조금 더 아귀가 맞았다.


굳이 그렇게 급하게까지 아테루스의 숨결을 사용한 이유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울크를 의식하던 모습도.


그가 감찰관의 새로운 주인이 부리는 권속들을 수도 없이 썰어댔으니 그럴 법도 했다.


“꼬우면 직접 죽여 보셔도 되겠는데.”


[그그럴럴 생각이다다다.]


황금 칼날에 들러붙어 있던 꿀벌인간들이 일제히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징그러운 황금빛 물결을 마주하며, 울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놈들의 전술은 수백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군, 안 그래?!”


굶주린 풍요의 벌레.


고대의 악의 일각, 나우어즈 오브 더 월드(Gnawers of the worlds)의 아홉 악룡 중 첫 번째 옥좌에 똬리틀고 앉은 것.


과거 오비탈의 조상들이 가장 자주 상대해야 했던 악이자,

끝내 그들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증오스러운 적.


울크가 방어선에 유폐되어 수백년을 상대해야 했던 괴물 군세의 주인.


한마디로, 울크에게는 숨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상대였다.


“나 있는 사방이 하늘과 다르지 않으니-!!”


이번에는 성가신 증오장이가 거는 제약 따위는 없다.


클라리아가 그의 신체 시간을 되돌려, 걸린 제약들을 ‘없던 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한층 강하게.


그의 몸으로부터 피어오른 수소와 헬륨이, 거대하고 강성한 흐름을 타고 회오리친다.


“천공이신(天公異神) 경(景).”


스톰링들이 일찍이 고향에서 보던 풍경.


장애물이 없어 잦아들 줄 모르는 바람의 향연.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이내 작은 폭풍이 되어, 꿀벌인간들을 종잇장처럼 찢어 발긴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비탈이 범위기에 특화된 것은 애초에 풍요의 벌레가 내보내는 끝도없는 군세를 상대하기 위해 발전한 결과물이었으며,


울크는 그 중에서도 그것을 위해 가장 날카롭게 벼려진 자였다.


거센 폭풍 속에서도, 여섯 기의 인텐서들은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들의 움직임대로 공전을 계속했다.


조금 더, 조금 더.


울크는 각막 안쪽에 표시되는 인텐서들의 상태창을 확인하며 속으로 되뇌었다.


기껏 내보낸 꿀벌인간들이 허무하게 학살당하자, 풍요의 노예가 된 자는 노성을 내질렀다.


이전과는 달리 시뻘겋게 물든 칼날이 달린 미사일들이, 부여받은 마법으로 붉게 빛나며 이쪽으로 쏘아져 온다.


일반적인 미사일이라면 천공이신에 휩쓸려 날라가겠지만, 저 자도 바보가 아니라면 그 정도는 파악했을 터.


고로 저것은 이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를 맞출 수 있도록 설계된 어떤 마법이 부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맞고 버티느냐, 피하느냐.


고민에 대한 해답은 다른 곳에서 들어왔다.


[합류하겠습니다.]


꿀벌인간들에게는 지지 않을 정도로 몰려든 잠자리들이, 미사일들과 울크의 사이에 끼어든다.


울크는 씩 웃었다.


“좋은 타이밍인걸, 네이즈.”


마침 충전도 다 되었고.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잠자리들이 미사일을 억지로 기폭시켜 폭발시키는 것을 뒤로하고, 울크는 공중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그의 주위를 공전하던 인텐서들이 뒤를 따른다.


거대한 황금 칼날을 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울크는 공격을 준비했다.


전통적인 무술은, 칼과 창과 같은 소위 냉병기들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총이나 광선검 등의 첨단 무기에는 그러한 무공을 적용할수 있는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오비탈에게는 아니었다.


그들은 이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의 하나, 기술과 마법의 조화는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되어왔고, 또 성과를 낸 분야였다.


칼은 오비탈을 위한 무기가 아니었다.


어떤 명검을 들어봤자 같은 우주에서 치고받는 그들의 주적에게 밀릴 뿐더러,


범위기라는 특기와도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개발된 것이 인텐서.


많은 이들이 그 존재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옛날에도, 지금도.


인텐서들의 공전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옆면에 박힌 외눈을 노랗게 빛낸다.


이윽고 외눈들이 쏘아낸 광선이 일점에서 만나,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간다.


“천공이신, 권.”


이것은 일찍이 고향에 있었던 어느 ‘존재’의 모사.


거장이 사용했던 기술의 재현.


‘믄'쟈즈(Mn'Zhahzz)의 하강.“


팔뚝만한 굵기로 압축된 고농도의 폭풍이, 창과 같이 감찰관을 향해 내리꽂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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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잊혀진 신, 금지된 주문 (1) +1 22.05.15 19 2 12쪽
6 고등 나무 (2) 22.05.14 21 1 13쪽
5 고등 나무 (1) 22.05.13 30 1 14쪽
4 최악의 죄수 (4) 22.05.12 34 2 13쪽
3 최악의 죄수 (3) 22.05.11 40 3 13쪽
2 최악의 죄수 (2) 22.05.11 50 4 11쪽
1 최악의 죄수 (1) +2 22.05.11 10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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