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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님의 서재입니다.

침략자들의 천재 망나니가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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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5.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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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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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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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 금지된 주문 (3)

DUMMY

배드덱의 위에서,

클라리아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스톰링과 증오장이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둘의 한 합을 겨룰 때마다 공기중에 파공성이 터져나가고,

충돌의 여파로 밑의 바다가 철썩인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랑 사람이 싸우는데 저런 결과가 나와?!”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클라리아.”


이것이 내우주의 전사들.


정권 한번에 산을 지우고, 도약 한 번으로 빌딩을 넘는다.


이것이 오비탈이 상대해야 할 자들.


“그 릴리아가 직접 와 있었을 줄이야. 놈들한테도 여기가 중요한 볼일이 있는 곳이었나 보군.”


에즈라크가 쯧 소리를 냈다.


“유명한 사람이야?”


“릴리아 재거워크. 증오장이 측에서 상당히 오랜 세월 활동해 온 전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론다이트의 악월귀. 소문에 따르면 소행성 하나를 양단한 적이 있다더군.

항로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네이즈가 설명하고, 에즈라크가 음울하게 덧붙였다.


어두운 녹색의 코트와, 하관을 가린 복면 탓에 더욱 더 음울하게 들리는 부연설명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 강한 전사라는 거 아니야? 그럼 오빠가 불리하잖아, 저런 걸 어떻게 이겨!”


뻐엉!!


또 한 번의 파공성이 대기중에 울려퍼졌다.


증오장이의 함선 하나가 폭발하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불리하다니요. 아무리 전사들이 공중을 날 수단을 기본적으로 갖춰 둔다지만,

스톰링의 기동성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울크는 스톰링 중의 스톰링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릴리아는 해적놈들 중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전사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대답에 앞서, 네이즈는 멀찍이서 싸우고 있는 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도끼를, 잽싸게 날아온 인텐서가 막아낸다.


클라리아도 그걸 보고는 더욱 불안해했다.


“저 원반들, 인텐서지? 맞지? 언젯적 퇴물 무기야! 오빠 때는 저 구닥다리가 현역 무기였어?!”


“쿠아 울크의 시대에도, 인텐서는 한물간 무기로 평가받았습니다.”


“엥?”


“쿠아 울크의 죄목은···절대다수가 무력분쟁과 관련된 것이었죠.

대부분은 단독으로 벌인 일이었고요. 오직 인텐서만을 무기로 사용해서요.”


둘의 싸움을 바라보던 네이즈가 시선을 돌려, 클라리아와 에즈라크를 바라보았다.


“쿠아 울크는, 오비탈이 배출해 낸 사상 최강의 천재. 그는 승리합니다.”



***



“허어. 이거 참···귀찮긴 하구만.”


쿠아 울크는 인정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몸이 적응한 만큼의 출력을 가지는 바람을 일으킬 수가 없다.


실제로 나오는 것은 원래의 수준보다 한참 약한 돌풍.


그의 상대는 정신나간 듯한 미소를 히죽 하고 지어보였다.


“식물들의 친구, 제법이구나? 이 정도로 제약을 걸면 완전 고자가 되어야 정상인데!”


“나를 너무 과소평가한 거지.”


“남말은!”


울크는 피식 웃었다.


“그건 남말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고.”


“카핫!”


기괴한 몸놀림과 함께, 릴리아가 도끼를 휘둘러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 배드덱이 쏘아낸 축구공 사이즈의 씨앗을 맞고 뒤로 튕겨나갔다.


도끼날의 옆면으로 포격을 빚맞춘 릴리아는, 악귀같은 얼굴로 배드덱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끼어들지 마!!!”


“워우.”


울크는 기겁을 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 정도면 예술의 영역이다.


아이같은 체구에 머리까지 양갈래로 묶고서 저러니 더 깬다.


부우웅. 부우웅.


침몰한 함선으로부터 탈출한 다른 증오장이들이, 제트팩을 타고 아직 멀쩡한 다른 함선의 갑판들로 올라탔다.


쿠구구구구.


육중한 소리와 함께, 증오장이의 함선들이 조금씩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울크의 광역기를 경계한 탓이리라.


대장인 릴리아가 그 출력을 있는대로 깎아냈음에도, 그의 돌풍은 함들을 학살할 때의 기세를 잃을 줄을 몰랐다.


“대체 원래 능력이 어느 정도인 거야!”


릴리아가 카카캇 하며 밭은 웃음을 터뜨렸다.


갑판으로 달려나온 증오장이들이 급히 칼을 빼들었다.


“합류할까요, 캡틴!”


광기어린 즐거움에 물들었던 릴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뒤진다 진짜!!!”


몸에 방대한 마력을 품은 자가 내지르는 광기어린 사자후.


보통 사람이라면 혼절해도 이상할 게 없을 박력이었지만,


증오장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함을 뒤로 물렸다.


“일기토라신다 새끼들아!”


“아이 아이!”


일기토.


부하들을 물리고 대장끼리 일대일로 맞짱떠서 전체의 승패를 가리는 미친짓.


그걸 하겠다고 나서는 놈이나,

수긍하고 맞춰주는 놈들이나.


역시 내우주 놈들은 인류고 요괴고 정상인이 없었다.


“이건 못 참지!”


설사 그게, 딱 절반만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다.




***



릴리아는 칼 배의 끄트머리에 선 채로,

울크는 허공에 뜬 채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릴리아는 연신 히죽거리며 고장난 인형처럼 휘적거렸다.


“이 정도 강자는 간만인걸!”


“이번엔 선공 양보 같은 건 없을거야, 아가씨.”


“당연하지 식물들의 친구, 그랬으면 넌 뒈졌을 텐데!”


둘은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면서, 팔과 다리는 몸에 익은 순서대로 움직여 전투 자세를 취한다.


울크의 주위에서 여섯 기의 인텐서들이 웅웅거리며 공전 속도를 높였고,

릴리아는 두 자루의 라브류스를 캉캉 부딪쳤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첫번째 움직임은 상대에 대한 선제공격권을 취하기 위해.


둘 모두 초동 속도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이후 준비된 연계 기술은 전부 자신이 선제권을 취했을 경우를 전제한 공격 일변도.


달리 말하면 선빵필승 메타였다.


울크가 좀 더 빨랐다.


“나 있는 사방이 하늘과 다르지 않으니-”


스톰링의 발상지는 거대하고 뜨거운 기체 행성,

사방이 구름으로 차 있으며 고체로 된 지반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잃어버린 고향의 묘리를 한 초의 공격에 담는다.


발톱과 같이 내리긋는 칼날 바람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릴리아의 귀에서 피가 튄다.


“피해 감소 계열 능력인가? 정말 겁쟁이 같은 기술만 떡칠을 했군.”


원래라면 베이고도 남았을 공격이 지나치게 옅게 들어가긴 했으나, 선제권을 따낸 이점은 여전히 이쪽에 있다.


첫번째의 초식이 고향의 속성 중 ‘바람’과 ‘열기’를 담았다면, 이어지는 것은 고향의 ‘구성’.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수인을 맺자, 수소와 헬륨을 생성하는 주문들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며 그 끝에 맞물린 공격 식을 활성화시킨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고체 행성에 있기에는 너무나 높은 밀도의 기체가 바람을 타고 주먹의 형체를 갖춘다.


형체가 완성되기까지의 수 초의 딜레이 때문에 첫 타로는 적절하지 못한 수지만, 이전의 초식으로 상대가 타격을 입은 틈을 이용한다면-


“천공이신 권.”


고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밀도로 몰려든 기체 행성의 현신이, 바람에 휩싸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릴리아를 덮친다.


구름으로 된 주먹은 그 위상에 제약이 없기에, 그대로 길게 늘어나며 희생양을 증오장이의 함선 벽면까지 그대로 찍어눌렀다.


“키핫!”


퍽 소리와 함께 구름 주먹이 터져 나가며, 안개 사이에서 콜록콜록 기침을 터뜨리는 릴리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움푹 파인 벽면에 처박히다시피 한 채로, 릴리아는 핏기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런 스타일의 기술은 진짜 살면서 처음 보는데!”


아니, 그걸 맞고도 웃을 여유가 있다니.


몸이 그리 단단한 것 같지도 않던데 데미지 경감 주문을 몇 겹이나 두른 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


널찍하게 거리를 두고 공전 중인 인텐서들을 곁눈질하면서, 울크는 입을 열었다.


“너희 식으로 표현하면 외계인 정도 되려나.”


“딱 봐도 깡통은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도 요괴도 아니다 이거지? 세상 참 넓네에!”


릴리아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차분한 분위기를 발산하던 검은색과 은색이 섞인 코트는 여기저기 먼지가 묻고 실밥이 터진 상태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릴리아가 지금 풍기는 불길함을 배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무릇 증오라 함은 고통 속에서 자라나고 담금질되는 법이니.”


순간, 증오장이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돌변했다.


신체강화 계열은 아니라고?

몸이 단단한 편은 아니라고?


그래, 지금까지는.


“이건 리벤지 시스템이라고 해!”


“피해를 입은 만큼 자체 버프를 생성한다?”


이 가능성은 간과했군.


애초에 흔한 기술이 절대 아니다.


아마도 이 증오장이들이 거대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일각.


울크도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며, 각막 안쪽으로 표시되는 상태창을 통해 인텐서들의 상태를 살폈다.


충전은 충분히 된 상태였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껴두고 싶었는데 말이지.


필요하다면 와일드 카드를 여기서 빼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리벤지 시스템을 사용한 릴리아의 현 상태는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고장난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움직임으로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다, 그대로 박차고 들어온다.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안광이 뒤로 붉은 궤적을 남긴다.


“무릇 증오라 함은 칼과 같아서-”


한 마디 주문과 함께, 들고 있던 도끼를 번갈아 휘둘렀다.


쏘아져 나간 검은 궤적을 울크가 피해내는 바람에, 궤적은 바다 표면을 때리며 콰앙 하는 폭발을 일으켰다.


비산한 물기가 시야를 뿌옇게 가리는 와중에도 릴리아는 여전히 낄낄거리고 있었다.


“에이씨, 이건 좀 맞아줘야지!!!”


“아서라, 저거 맞고 살 수는 있냐?”


빠른 게 발뿐이라 다행이지.


공격속도까지 빨랐으면 더럽게 골치아플뻔했다.


공격 동작에 약간의 딜레이가 걸리는 기술인지, 동작이 살짝 느려진 탓에 피해낼 수 있었다.


증오장이의 능력에 의해 저하된 능력으로는 거의 한계치까지 능력을 끌어다 쓰긴 해야 했지만.


둘은 사납게 웃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며, 숨을 골랐다.


“어때, 아직도 생각이 안 바뀌었어?”


“이봐, 난 너를 과소평가한 적이 없어 증오장이.”


울크가 풀려나온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넌 나보다 약한 게 맞군.”


“새끼, 깡 하고는!!!”


릴리아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웃다가, 어디를 다쳤는지 콜록거렸다.


어깨를 두어번 돌려보고는, 릴리아는 특유의 삐걱거리는 움직임으로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럼 이제 2라-”


[그쯤하면 되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그들 위에 나타났다.


갑작스레 드리운 그림자에, 릴리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뭐야, 감찰관. 뒤질래?”


[아니, 죽는 건 너다, 악월귀.]


“뭐?”


어이없어하는 릴리아와 달리, 울크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네가 아테루스의 숨결을 쏜 거군.”


[인사하는 건 처음이군, 외계인.]


아무래도 저 감찰관이라는 자와 릴리아는 사이가 나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내용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정적인 릴리아를 제거할 수단이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고대의 악과 거래.


릴리아와 울크 자신이 맞붙어 전력을 소진하게 한 후, 무방비해진 둘에게 아테루스의 숨결을 시전하여 제거.


아테루스의 숨결을 의식하는 한 알티파이트는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겠지만, 상부에는 릴리아 재거워크는 알티파이트와의 싸움 도중 전사했다고 보고하면 그만일 터다.


물론, 그들 스쿼드가 개입한 이상 감찰관이라는 놈의 뜻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더 이상 없었다.


울크가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전투의 여파 밖에서 대기 중이던 네이즈의 잠자리 권속이 그 손으로 날아든다.




모든 수분을 증발시킨다는 아테루스의 숨결이 시전되기 직전,

울크는 잠자리에게 한 마디만을 건넸다.


“클라리아.”


작가의말

혹시 재밌게 보셨다면 댓글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냥...받아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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