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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님의 서재입니다.

침략자들의 천재 망나니가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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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5.18 22:0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46
추천수 :
19
글자수 :
57,014

작성
22.05.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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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등 나무 (2)

DUMMY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다짜고짜 식물로 만들려 하는 녀석들이라니.


심지어 그 행동의 동기가 악의도 아니고, 오히려 순수한 호의와 선의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미친 새끼들이 따로 없음이라.


울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쪽을 향해 뻗어오던 뿌리들이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식물들의 센츄리온, 칼리사는 상처받은 얼굴이었다.


“오비탈, 자네들마저!”


“크아아아악!!! 우리의 동맹군까지도!!”


“이럴 순 없다아아아!!!”


“아니, 왜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되는데?!”


클라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덮쳐오는 뿌리를 피해 단거리 순간이동을 시전했다.


울크는 바람의 세기를 한층 강하게 만들며, 네이즈에게로 날아갔다.


“괜찮나?”


“아직은 그런 것 같군요.”


흘긋 보니, 칼리사는 무방비하게 쭈그리고 앉은 채 훌쩍이고 있었다.


“힘내요, 센츄리온!”


“맞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설득하면 저들도 들어줄 거에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구!

누가 너희를 다짜고짜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면 좋겠어?!”


알티파이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어, 그게 정확히 우리가 한 거 아닌가?”


“아.”


네이즈와 울크는 클라리아를 째려보았다.


하여간 도움이 안돼.


식물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울크는 네이즈에게 입만 움직여 질문을 건넸다.


“이제 어쩔 생각이지?”


“저들이 적의로 행동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대화를 시도해 보지요.”


“그래, 안 그랬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야.”


저들이 무례를 범했다며 분노하고 선전 포고를 날리는 것, 그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울크가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남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흔해빠진 행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맡은 바를 충실히 해 주었으니, 이제는 울크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


잠시 눈을 감고, 마력을 움직인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심화된 과정이 필요했다.


사용하는 마법의 구조가, 상대하는 적에게 간파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안 주문.


유전자 깊이 새겨진 거부감을 거스르고, 보안 주문을 비활성화시켜 마법의 구조를 고스란히 내보인다.


감은 눈 덕에 더욱 민감해진 귀로, 알티파이트들이 놀라서 수런대는 소리가 전해져 온다.


네이즈의 말에 따르면 알티파이트는 고도의 마도 문명을 이룩한 자들.


그들이 진실로 뛰어난 마법사들이라면, 이 행동의 의미는 틀림없이 제대로 전달되리라.


술식의 구조를 전부 까발린 채로 공격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놀란 얼굴로 울크를 바라보던 센츄리온 칼리사는,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쌍절곤을 꺼내들었다.


울크가 가볍게 던진 바람 구체 공격을 마찬가지로 가볍게 막아내고는, 이전과는 달리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알티파이트 외에도 이걸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주위에 변변한 마도 문명이 없었던 모양이군, 너희는.”


“없었지. 건설사 놈들도 해적 놈들도, 모두들 쇠와 불에 의지하는 법밖에 모른다네.”


칼리사가 코웃음을 치며 전투자세를 취했다.


울크와 마찬가지로, 칼리사 역시 자신이 사용하는 공격마법의 구조를 전부 공개한 채로 주문을 시전했다.


해칠 의사가 전혀 없는데다 스스로 공략법까지 훤히 제공한 공격이었기에,

울크는 경계조차 하지 않고 가볍게 바람장벽을 펼쳐 씨앗을 튕겨냈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마법을 거두어들였다.


“자네는 진정한 전사일세! 다시 한번 환영하지!”


칼리사는 활짝 웃으며 울크와 네이즈에게 악수를 청했다.


알티파이트.

그들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격마법조차도, 놀라울 정도의 묘리를 담고 있었다.


울크는 기꺼이 식물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이런 뛰어난 마법사들이 폄훼되고 있었다니 애석한 일이군.”


칼리사는 상황이 바뀌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며 배드덱의 방향으로 뛰어갔고,

그녀가 외치는 명령을 들은 병사들도 진지를 차려야겠다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이즈는 울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좀 전의 그건?”


“뭐, 마법 기반으로 형성된 문명이라면 으레 통하는 예의 같은 거지. 이런 자들과 협상 중에 무력 분쟁을 겪어 본 적이 없나?”


“네, 그렇습니다.”


젊은 나이에 높은 직책을 딸 정도로 유능하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번 건은 오히려 그렇기에 생긴 맹점 같은 것이고.


“마검사의 인사라고들 불러.

서로의 마법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마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해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는 행위지.”


공격 마법을 사용하되 그 구조를 전부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손쉽게 방어가 가능한 공격을 날린다.


그러나 주문을 읽을 줄 아는 마법사와 마법사 사이에 이루어지지는 경우가 아니고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기에,

마법사가 아닌 다른 이들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었다.


설상 상대 측에 마법사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였다.


식물화 시도가 나쁜 짓이라고는 생각조차 안하는 알티파이트들이 먼저 마검사의 인사를 건넬 리도 없으니.


끝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은 네이즈와, 반대로 마도문명 출신의 마법사들과도 제법 싸워 본 울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즈의 고요한 시선이, 울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만약 제가 저들의 행동을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공격하려 했다면 어쩌실 생각이셨습니까?”


“명색이 스쿼드의 리더인데, 따라야지. 그 직후에 스쿼드를 나갔겠지만.”


“저를 시험하셨군요.”


“너 또한 그러고 있지 않나?”


“부정할 수 없군요.”


울크는 웃음을 터뜨렸다.


미묘한 데에서 솔직한 저런 점은 싫어하지 않는다.


네이즈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울크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갈 뻔한 것을,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뭘.”


시험했다 함은, 달리 말하면 시험에 합격할 경우에는 합당한 보상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네이즈는 울크의 시험을 통과했고,

그에 따라 보상을 받았다.


그뿐인 이야기였다.


네이즈는 입을 쩍 벌린 채 울크를 바라보았다.


“개쩔어, 오빠!”


“내가 원래 좀 대단하지.”


“두 분, 언제 그렇게 가까워지셨는지요.”


“아, 다른 녀석들도 이제야 도착한 모양일세!”


칼리사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물감이 번지듯, 하늘에서 새로운 배드덱들이 스텔스 상태를 해제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칼리사가 타고 온 배드덱이 구축함을 연상케 하는 생김새였다면,

이번에 새로 모습을 드러낸 배드덱은 훨씬 거대한 데다가 무려 항공모함을 닮은 생김새였다.


착륙한 항공모함이 미처 땅에 뿌리를 박기도 전에, 푸른 연기를 뿌리며 달려오는 사내가 있었다.


퍼억!


칼리사에게 날라차기를 날리며 멈춰선 인영은, 울크를 향해 허리를 숙여 보였다.


“쿠아 울크라고 했던가?

일이 복잡해지지 않은 것에 정말이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군.

저 녀석이 사고를 치려는 걸 보고 최대한 빨리 함을 움직였지만 무리였어.”


딱, 딱, 따악. 따악.


나무로 된 창대를 휘둘러 칼리사의 머리에 연속으로 딱밤을 날리면서, 사내는 그리 말했다.


칼리사가 훌쩍거렸다.


“나는 호의를 베풀려 했을 뿐이네!”


“다른 세력 애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대체 몇번을 설명해야 알아듣는 거냐, 너희는.”


딱, 딱, 따악.


사내는 울크와 네이즈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몸에서 조금씩 피어오르는 연기와 같은 색의 파란 머리칼이 그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우리 알티파이트들이, 조금 대외 상식이 부족해서 말이지.”


“마치 너는 아니라는 듯한 투인데?”


충분히 혼을 냈다고 판단했는지, 사내는 칼리사에게 딱밤을 때리던 창대를 빙그르르 돌리며 회수했다.


“나는 원래 인간이었으니까.

인류와 알티파이트의 사고방식 양쪽 모두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지.”


“호오.”


대화가 끊기려는 찰나, 네이즈가 타이밍 좋게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사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물푸레나무 일족의 에즈라크 프락시논, 알티파이트를 이끄는 센츄리온의 일원이여.

오비탈의 최고중재관 네이즈라고 합니다.”


“이런, 내가 어느 일족인지까지 알아보고 온 건가? 영광이군.”


사내, 에즈라크는 가벼운 감탄과 함께 장갑을 벗고 네이즈가 내민 악수를 받아들였다.


둘이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울크는 클라리아의 방향으로 살짝 몸을 숙여 속삭였다.


“전부터 계속 최고중재관, 최고중재관 하던데 그게 뭐지?

내가 갇히기 전에는 그런 건 없었는데.”


클라리아는 네이즈의 등을 흘끔거리며 마주 속삭였다.


“오비탈의 구성 종족들, 주로 4대 전사 종족 간에 발생하는 대형 갈등들을 책임지고 소강시키는 직책.

권한도 세고, 직책도 엄청 높아.”


“진짜로 대단한 아가씨였구만.”


서로 간에 간단한 대화를 마친 네이즈와 에즈라크가 둘을 돌아보며 손짓을 했다.


“따라오시게, 귀빈인데 좋은 자리를 안내해 드리지.”




***




에즈라크가 몰고 온 항공모함 형태의 배드덱은 정말, 정말 컸다.


갑판 위에 올라섰음에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함의 벽면에서 펼쳐져 땅에 내리박힌 뿌리는 거미의 다리처럼 위쪽으로도 튀어나와 덤불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저렇게 착륙할 때마다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해서 동력원으로 쓰는 건가?”


에즈라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렇지, 자가수복 기능도 있다고.”


잘 정돈된 잔디가 깔리고, 군데군데 밝은 잿빛의 바위와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는 야영지.


혹은 꼼꼼하게 관리된 거대한 정원.


그것이 일행이 배드덱의 갑판 일부를 가로지르며 본 갑판 위의 모습이었다.


이 위에 외부인을 들이는 일이 잦지는 않은지, 자기 할 일을 하던 병사들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일행에게 열렬한 시선을 보내오곤 했다.


인간형의 병사들은 그렇다 쳐도, 코코넛 투구를 뒤집어쓴 덤불이라던가는 아직 적응이 되질 않는다.


“저 사내가 마검사의 인사를 건넸다는 그?”



“저들에게서는 불과 쇠의 냄새가 나질 않는걸?”


다행히도, 그 관심이 적대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저렇게 호의 넘치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으로 적을 방심시키는 건가.


정말이라면 매우 고차원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센츄리온이라. 내가 군 편제를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라지만···갖는 위상에 비해 조금 낮은 계급인 것 같은데, 아닌가?”


침묵이 무겁게 깔린 탓에, 울크가 입을 열어 말을 건넸다.


네이즈는 원래 입이 무거워 말을 잘 안 꺼내고, 클라리아는 기가 잔뜩 눌려 얌전해진 탓에 달리 대화의 물꼬를 틀 사람이 없었다.


에즈라크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착각은 아니야, 알티파이트 제국도 내부적으로 복잡한 사정이 좀 있어서 말이지. 현재는 부득이하게 센츄리온들이 최고직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정도로 이해해 줘.”


“오비탈의 지원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네이즈의 질문에, 에즈라크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군. 전술적인 식견을 가진 인원이 너무 부족하거든. 현 제국 군대의 기본적인 전술 교리는···‘닥치고 돌격’보다 크게 나을 게 없는 수준이라.”


뉘앙스로 보아하니, 정말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대제국의 군대가, 딱히 기강이 해이한 것 같지 않은데도 저런 상태라면 절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리라.


“일단은, 멍청한 나팔꽃 녀석이 범한 실례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하지.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뭔가 필요한 게 있나?

현물은 우리 식물들에게라면 몰라도 너희에게는 의미있는 게 별로 없겠지만···”


에즈라크가 치켜세운 검지에서, 기존에 피어오르고 있던 것보다 조금 더 짙은 푸른 연기가 올라왔다.


“···마법적인 부분에서라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


울크, 네이즈, 클라리아.


셋 모두 마법과는 상당히 연이 깊었기에, 이는 대단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클라리아는 리더인 네이즈를 흘끔거렸고, 네이즈는 울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검사의 인사 건으로 가장 큰 공을 세운 그에게 선택권을 돌리겠다는 의미였다.


울크는 잠시 생각하다, 아까 본 광경을 떠올렸다.


“그, 투척이나 포격과 관련된 주문을 부탁할 수 있나?

배드덱의 나무껍질 대포와 씨앗 탄환, 굉장히 인상적이던데.”


“동맹을 맺을 사이인데 그 정도야.

그런데 댁들은 광역기 특화라고 들었는데 그걸 쓸 구석이 있을지 모르겠군.”


에즈라크의 염려에, 울크는 씩 웃어 보였다.


“다 쓸 데가 있지.”


집 한채만큼이나 두꺼운 나무 앞에서, 에즈라크가 걸음을 멈췄다.


둥치에 그가 손바닥을 갖다대자,

연둣빛 섬광이 나무 전체로 퍼져나가며 마법적인 파동을 일으켰다.


손을 떼자, 목질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입구라 할 만한 것을 만들어 내었다.


“들어가지, 서로의 우군으로써 나눌 얘기가 많아.”


작가의말

내용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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