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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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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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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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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2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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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평범 (19)

DUMMY

남작이 죽었다.

걸림돌이 사라졌지만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도 남았다.


코딱지만한 영지 자산을 탈탈털어 유지하던 다섯명의 기사도 말아먹고 팔백이 체 안되던 병력도 오백명이나 말아먹었다. 고작 민란에 이런 어마어마한 피해가 나다니, 주변 영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만큼 진압엔 성공했지만 어처구니없는 피해였다.


장례식을 치르며 몸의 부모지만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은 것도 그런 막대한 피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 주변을 아우르는 대귀족, 사피론 백작가가 우리 영지같은 돈도 안되고 코딱지만한 땅덩어리엔 관심없다는 점이다. 어설픈 남작가와 땅을 맞대고 있었다면 대번에 트집을 잡아 침공해들어와도 이상할 게 없다.


장례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작위를 계승했다. 사피론 백작가에서 사람이 나와 내 작위계승을 백작을 대신해 인정했다. 참 같잖기도 하지. 왕도 아니고 백작 나부랭이에게 허락받고 작위를 계승한다니. 벨람 남작가는 별 볼일없지만 엄연히 독립영지다. 하물며 백작 본인도 아니고 가신 따위가 오다니. 필요하긴 했지만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작위 계승식을 치르며 속으로 칼날을 갈았다. 사피론 백작가! 힘만 생기면 제일 먼저 먹어치워주겠어.


작위 계승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신들을 불러모았다.

본래 서른명에 달했던 가신들은 전대 남작이 끌고가서 같이 죽어버린 탓에 스무명도 체 남지 않았다. 개중에는 대를 이은 가문도 있지만, 자식이 없거나 딸밖에 없는 가문도 여섯이나 되었다.


나는 그들을 떠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 우리 가문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미숙한 본인으로선 갑작스러운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다는게 본심이다. 그래서! 여러분의 기탄없는 의견을 듣고 싶다. "


전대 남작과 영지를 이끌어가던 삼대 가신 빠띠아, 트리올, 셰이드 가문의 가주들이 이번에 씨몰살을 당하는 바람에 대부분 행정에 종사하던 자들만이 남아있던 탓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려는 자는 없었다.


아... 서로 눈치 그만좀 보지?

딴에는 생각들이 많겠지만 기다리는 내 입장에선 지겨워 죽겠다. 이러면 곤란한데. 까부는 놈이 없는건 좋지만 이런 코딱지만한 영지에서 크게 뻗어나가려면 인재가 절실하다. 젠장, 앞으로 인재 영입한다고 식겁하겠네.


" 본가의 가신들이 모두 벙어리라는 건 처음 알았군. "


이쯤 비꼬아주면 그 잘난 명예 좋아하는 놈들이 가만있을 리 없지. 자, 말해. 너희들의 가치를 증명해보란 말이다!


벌떡!


오오, 반응 빨라. 떡밥 뿌려주니 덥썩 물잖아. 어디보자, 저놈이 누구더라? 베룬에게 대충은 들어뒀었는데... 아하, 저 초록머리는 기억하지 트리올 가의 장남이던가? 이름이 노텐이었던가 그랬지.


" 무엇보다 병력의 충원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본 가가 보유한 병력의 대부분이 소진되었고 특히 기사 전력에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급한대로 직영지의 농노들을 징집하시는게 좋겠습니다. "


실망인데. 그걸 누가 몰라? 빤한 소리나 지껄이긴.

허어, 기가막히네. 저것도 잘했다고 편승하려 일어서는놈은 뭐야?


" 그렇습니다. 지금 병력으로는 치안 유지도 벅찹니다. 병력의 수급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벅차긴 뭘 벅차. 우리 영지에 무슨 도시가 있는것도 아니고 부랑자도 안오는 세계의 구석탱이에 치안문제가 있을게 뭐 있어? 물론 민란 직후니까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그건 지금 병력으로도 커버 되잖아. 우리만 손해봤냐? 크게 보면 우리 손해지만 영지민들도 당장 들고 일어날 형편은 아닌거 모르냐? 이거 안되겠군.


탕!


오, 좋아. 쫄아붙는 표정들 적절해. 흠흠, 여기서 무게 좀 잡아주고 그렇지, 바로 이거야. 여기서 압도해줘야지.


" 그대들은 줄어든 병력을 체울 생각밖에 없나? 물론, 그대들의 생각이 틀리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본가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간과한게 아닌가? "


질문을 던지지만 대답하게 내버려둘 순 없지. 위엄을 세우려면 여기서 압도해야한다!


" 바로 자금이다. 민란으로 영지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본가의 저력도 많이 소진되었다. 당장 농노들을 소집하면 병력의 소모를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겠지. 그런데 우리의 근본이 뭔가? 군대를 유지하고 가문을 유지하는 근본이 뭔가? 바로 땅이다. 가만있으면 땅에서 작물이 올라오는가? 농사를 지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농사를 지을 사람이 누군가? 영지민이다. 농사를 지을 장정을 대거 소모해버린 영지민이란 말이다! 여기서 농노들까지 징집해버리면 누가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당장 이번 농사를 망치면 병력이 충원된다한들 오래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


누구도 반론하지 못한다. 그래, 반론하지마라. 너희가 나 이상의 돌대가리인 이상 네놈들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이야. 쓸데없이 까불지 말고 찌그러져라.


" 먼저 기사들에게 내렸던 장원 중, 이어받을 사람이 없는 람티 가문의 장원을 회수한다. 또한 반란에 참여한 농민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직영지에 합한다. 대신 잡다한 잡세를 폐지하고 소득의 7할이던 토지세와 인두세를 3할로 줄이며 이는 농노도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농노가 개인당 4천 달튼의 몸값을 지불하면 평민으로 해방하며 그에게 직영지의 소작권을 준다. 이상 회의를 마친다. "


" 불가합니다! 자금이 모자란데 오히려 세금을 줄이시다니요!? "

" 그렇습니다, 세금을 올려도 시원찮은데 어찌... "

" 농노의 몸값도 너무 낮습니다! "


그래, 농노의 몸값은 그만하면 껌값이지. 4천 달튼이면 많아보이지만 사실 이것저것 세금을 내고도 삼년만 작정하고 모으면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보통 농노의 몸값은 1만 달튼에 달하는게 보통이니 싸기는 엄청 싸다. 뭐, 가족을 다 면천하려면 고생 좀 하겠지만 세금이 반토막난 시점에서 과연 삼년이나 걸릴까? 직영지 경작을 제외한 잡다한 부역들도 은근슬쩍 줄여나가면 농노의 해방은 더욱 빨라지리라.


후계자 없는 장원의 회수도 정당하다. 장원이라는 것 자체가 충성의 증표로 부하에게 나눠준 것, 충성을 바칠 부하가 없는데 그 가족을 위해 장원을 나눠줄 의리는 없다.


" 그만, 반론은 듣지않겠다. 노텐 트리올! "

" 예, 예! "


짜식, 놀라긴. 내심 피식 웃으면서 겉으로는 근엄하게 명령했다.


" 가서 람티 장원을 인계받아라. "

" 아, 알겠습니다. "


어이구, 표정 일그러지셨쎄요? 그야 병력 하나도 없이 가서 장원을 인계받을려면 고생좀 하겠지. 너무 그러진 마라. 암만 코딱지만한 남작가의 가신이지만 너네가 여기서 해먹은게 너까지 삼대짼데 숨겨놓은 사병도 없겠냐? 그거라도 끌고가. 영 손해도 아니잖아? 회수하다보면 어디서 콩고물 떨어질지 누가 아냐?


" 이만, 회의를 파하겠다. 다들 물러가라. "

" 로드의 뜻에 따릅니다. "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가는 가신들의 표정을 바라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니들만 불만인 줄 아니? 나도 짜증나 죽겠다. 어떻게 사람이 스물인데 쓸만한 애가 하나도 없냐? 내가 책사형도 아니고 마법도 없는데서 발명왕이 될 것도 아닌데 인재까지 안따라주면 앞길이 막막하다.


어이구, 어떻게든 무력이라도 확보해야겠는데 기사가 다 죽었으니 그것도 안돼. 화약을 만들 줄 모르니 총도 안돼. 남은건 궁병밖에 없나? 그나마 보병 때워넣기도 바쁜데 언제 키울지 앞길이 막막하다.


남작령 인구 기껏해야 삼천가구.

여기서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직영지가 1800 여 가구.

나머지는 다섯 기사에게 봉토로 갈라준거라 터치를 못한다. 그나마 하나는 회수했으니 대충 2천가구 좀 넘나? 인구로는 한 만명 되겠구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장정만 치면 사천도 안되겠지만.


아아, 아니다. 이번에 민란으로 말아먹은거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장정은 한 천명 될라나. 그것도 안될까? 가신들 장원도 상당히 말아먹었으니까 다 합해봐야 장정은 천오백이나 될까 모르겠다.


장정뿐 아니다. 어린애와 여자들도 많이 죽었다. 무슨 민란 진압을 그렇게 지독하게 해야 했는지 만명 좀 넘어가는 영지에서 삼천은 족히 죽어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군대까지 말아먹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젠장. 이거가지고 무슨 군대를 만들어? 농사짓기도 급급하겠구만. 어떻게든 인구를 늘려야돼. 아니면 아예 돈으로 용병을 왕창 사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인원수를 뛰어넘는 화력을 보유할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 총 말곤 떠오르는게 없잖아!!!! "


젠장, 하필 떠오르는게 못만드는 것 뿐이냐!

발리스타나 투석기가 있긴 하지만 이건 대인용으론 영 아닌데...

뭐 방법이 없나?


나의 고민은 깊어만갔다.







" 쿠륵, 쿠륵... "


상처입은 오크가 성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키는 3m에 육박하고 온몸이 근육질로 뒤덮힌데다 온몸에 시커먼 문신까지 세겨넣은 위압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를 보지 못한 듯, 무심히 스쳐지나갈 뿐이다.


신기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눈치체지 못하는 능력이라니? 그러면 대체 누가 그를 상처입힐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세계의 끝을 넘어온 위대한 불꽃의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는 얼마 전을 회상했다.



" 쿠아아악!! "


얼음 송곳이 대기를 가르면 전사의 머리가 산산히 부서졌다. 상식을 망각한 속도! 세상 누가 있어 그들을 따라잡을까 싶었던 전사들은 누구도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소리보다 빠르고 뇌전처럼 번쩍이는 움직임도, 하늘을 부술듯한 전사들의 거력도 상대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손짓을 한번 하면 수백, 수천의 얼음송곳이 하늘을 날고 어김없이 전사들의 목숨이 사라진다. 그와 함께왔던 전사와 주술사 1만 8천이 전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에 불과했다.


누구도 도망치지 못했다. 그 악마는 어디에 숨건 반드시 찾아내 숨통을 끊었다. 주술사들은 위대한 조상령을 강신시킬 시간조차 없었다. 이미 한번 그와 같은 무리를 죽인 경험 때문에 너무 방심했다. 이번의 악마는 초원에서 만났던 자와는 비교도 되지않을만큼 강했다.


전사들의 희생으로 주술사 열명이 최후까지 살아남았다. 그들은 더 이상 피하지 못함을 깨달았다. 용맹한 오크로서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남아서 이런 무시무시한 존재들을 본국에 알려야했다. 동시에 언젠가 다시 동료들이 내려왔을때, 그들을 맞이할 기반을 닦아줄 오크도 남아야했다.


마침내 제사장들은 금단의 술법을 사용했다. 네명이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한명의 영력을 극대화시켰다. 순간적으로 오크의 한계를 뛰어넘은 두명의 주술사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게하는 주술을 걸었다. 세상 누구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동료 카디쉬는 북쪽을 향해 떠났다. 일년 밤, 낮을 지나왔던 길을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지나가야하는 고난의 길이다. 자신, 바투바의 길도 만만치않다. 아무리 저급한 존재지만 혼자 이종족 사이에서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아아, 그러나 그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던가?


적은 너무나도 뛰어났다. 네명의 주술사의 희생도 허무하게 카디쉬는 세계의 끝에 체 도달하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북쪽으로 향한 그의 생명과 연결된 수정구슬이 바르르 떨리더니 깨져버렸다. 금단의 술법으로 건 주술조차 통하지 않는 상대! 바투바는 공포를 느끼고 저등한 이종족 사이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지웠다. 그 덕분인지 그는 무사할 수 있었다.


허나,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은 더해만갔다. 거대한 술법이 대지를 휘감더니 그들이 있었던 흔적이 사라졌다. 어떤 이종족도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오크들은 저등한 이종족을 수천이나 도륙냈다. 그 엄청난 일을 덮어버리는 조작능력! 바투바는 그들이 신이 아닌가 착각할만큼 두려웠다.


그러나 바투바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진 않았다. 두려운 자들은 가버렸고 그는 훌륭하게 이종족 사이에 숨어들었다. 주술을 이용해 먼저 그들의 언어를 습득했다. 동시에 이 종족이 스스로를 인간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 인간, 인간!


이 얼마나 열등한 종족인가?


오크는 오래산다. 전장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족히 이백년은 산다. 그들의 주적인 엘프는 더 오래산다. 운이 좋은 자들은 오백년을 넘길만큼 오래산다. 땅굴을 파고있는 드워프도 오크와 비슷하게 산다. 수인족도 대게 백팔십은 넘게살고 요정족은 천년도 산다. 그런데 인간은 불과 오십년에서 길어봐야 팔십년을 산다. 짧아도 너무 짧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계급을 나눠 착취하고 괴롭힌다. 그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오크들도 계급을 나누긴 하지만 그건 필요에 의한 분류일 뿐이다. 그들을 지도하는 열두 장로들과 불꽃의 지배자는 그들의 대표자이지 지배자가 아니다. 그의 상식으론 소수보다 다수가 강하다. 모두가 들고일어나 한줌밖에 안되는 지배자라는 계급을 지워버리면 그만 아닌가? 무엇 때문에 그들의 지배를 받고있던 말인가? 지배자라는 개체가 딱히 강한 것도 아니다. 지배자의 힘이란 결국 피지배자의 복종에서 나오는 구조였다. 결국 자기들 힘에 자기가 억눌려 있는 구조다. 현명한 오크들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약하기는 또 얼마나 약한가? 성체라는 것들의 전투력은 두살배기 오크보다도 약하다. 하물며 일족의 전사들과 비교? 전사들에게 실례다.


대륙의 북쪽에서 약한 것은 죄다. 열등함이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모든 것을 차지한다. 그런 곳에서 살아온 오크 바투바에게 인간이란 종족은 존재할 가치가 없는 열등한 존재로 비춰졌다. 심지어 노예로 삼을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몰살시켜버리고 이 축복받은 대지를 위대한 오크의 전진기지로 삼고 싶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였다. 그랬다간 그 무서운 자들이 다시 나타나서 그를 제거할 것이다.


바투바는 신중했다.

먼저 이 일대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로 다가가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영주라는 놈이 이 지역의 지배자이며 최근에 민란으로 죽고 젊은놈이 새롭게 영주가 되었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마 그들의 존재는 하층민의 반란으로 처리된 것 같았다.


반란이 있다는건 역시 억눌린 것은 터진다는 소린가? 현명한 오크족의 주술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배자가 싫으면 지배자를 따르는 전사들은 뭔가? 그들이 지배자를 죽이면 간단한 일인데 왜 지배자의 편을 들어 같은 피지배자를 죽일까?


바투바는 현명한 주술사답게 답이 안나오는 생각은 끊어버렸다. 지금은 그에게 주어진 임무에 집중할 때다. 그것을 위해 네명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마침 지나가는 하녀를 붙잡았다. 하녀는 놀라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바투바는 준비를 마친 뒤였다.


키이잉!


바투바의 눈에 붉은 빛이 감돌았다. 그의 팔목의 문신도 불길한 붉은 빛을 내며 빛났다. 하녀는 바투바의 눈을 보자마자 눈이 풀리고 이지를 상실했다. 그는 그런 하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술을 시전했다.


" 혼은 기억의 저장소. 모든 혼은 신이 내린 자식이니 나의 누이여 너의 혼에 각인된 기억을 보여다오. 빗장을 열어젖히고 너의 기억을 보여다오. "


키에에에에엑!!!


하녀의 혼이 비명을 질렀다. 부탁하는 듯한 바투바의 어조와 달리 시뻘건 빛은 하녀의 뇌를 통해 강제로 혼을 비집고 들어갔다. 바투바의 빛은 혼에 기록된 정보를 하나하나 더듬어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혼은 결코 망각하는 일이 없다. 이윽고 원하는 정보를 알아낸 바투바는 빛을 움직여 하녀의 뇌에 인장을 세겼다. 그것은 망각의 인. 혼의 정보를 강제로 조작해 뇌의 기록을 속이는 것이다. 뇌는 결코 혼을 거스를 수 없다. 혼이 아니라면 아닌거다. 이 하녀는 이제 바투바를 만난 사실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바투바는 어리둥절해하는 하녀를 내버려두고 영주성 깊숙히 침입했다. 위대한 주술사들이 목숨을 바쳐 걸어둔 주술은 과연 대단해서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는데도 누구 하나 제제하는 자가 없었다.


하녀에게서 뽑아낸 정보를 살펴보던 바투바는 마침내 그가 원하는 방을 찾았다.


그곳은 막 회의를 끝내고 고민에 빠진 라미른의 방.


바투바의 눈빛이 스산한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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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니! 우리나라가 지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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