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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33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06.24 11:21
조회
1,719
추천
15
글자
7쪽

평범 (18)

DUMMY

" 형은 나가면 어떻할거야? "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차가운 비수를 심장에 박아넣는다.

막막했다.

어둠밖에 없는 감옥보다 더 캄캄한 미래.

가족을 건지는 대가로 내일은 사라지고 산더미 같은 빚이 남았다.

이대로 감옥에서 썩는건 두렵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두렵다.

끝나는건가? 가족의 미래를 열어주고, 나는 이렇게 암흑속에 처박혀 평생 도망다니면서 살아야되는거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가족만 구해내면 나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오만. 미래가 사라진 지금,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은

바닥없는 후회의 늪 뿐이다.


늪 깊숙한 곳에서 악마가 속삭인다.


' 아직 방법이 있잖아? 너 대신 저놈을 나락에 떨어뜨리면 돼. 저놈 분명히 여기서 쓰는 이름이 없다고. 있었으면 그것도 댔을거잖아? 이름없는 놈이 하늘에서 떨어졌어. 뭘 망설이는거야? 이건 기회야. 네 희생에 감동한 신이 널 위해 만들어준 탈출구라고! 설마 같잖은 고향 타령이나 하면서 이 기회를 날려버릴거야? '


아아, 과연. 악마의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어둠 저편에 수그리고 앉아있는 불쌍한 고향사람이 나를 대신해 고난을 겪어줄 신이 마련한 희생양으로 비춰졌다.


여기서 꺾이기엔 내가 너무 아깝잖아.

고향사람이라는 것만 빼면 이놈은 그저 부랑자다. 설령 나락에 처넣더라도 후환은 없다. 부랑자를 이용해먹는데 이제와서 양심에 가책? 웃기지마라. 미래를 사는 일이다. 그걸 위해 남을 이용해먹는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잖아. 누구나 남을 이용하고 이용해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법. 그 지극히 당연한 행위에 가책받을 멍청한 양심따윈 키우지 않는다.


기꺼이 악마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나도 악마가 되었다.


아아, 너무도 쉽다.

마음을 먹자 방해될 일도 힘든일도 없었다.

몰래 간수에게 청을 넣어 외부와 연락을 시도했다. 돈을 약속하자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친구에게 연락이 닿았다. 그를 이용해 작전을 짰다. 예전에 우리와 동업했던 갑부의 아들과 연락해 별장을 빌렸다. 커티스 버질은 흔쾌히 응해줬다. 하긴, 제놈의 의심받던 후계자 자질을 추켜세워줬으니 까짓 별장 좀 빌려주는게 무에 어려울까. 덤으로 감옥에서 빼내는데 힘을 보태주었다. 버질이란 이름은 이 지방에선 결코 가볍지 않아서 횡령 따위의 시덥잖은 죄는 맥빠질 만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너무나도 간단하다.


가슴속 악마가 다시금 속삭인다.

그래, 저놈은 부랑자. 여기서 나를 대신해 바닥에 처박힐 놈.

나는 그를 딛고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출소하고나니 세상은 내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흔쾌히 의도대로 움직여주었다. 버질 가문의 이름을 빌려 사체업자를 압박하고 동시에 커티스 버질이 빚 보증을 서줄거라고 안심시키자 이 불쌍한 머저리는 신관이 공증을 선 정식 서류를 요구했다. 너무 예상대로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흔쾌히 그러마고 약속해주었다.


신관의 공증은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다.

풉, 그래. 거짓은 용납하지 않지. 신의 이름에 걸고 하는 맹세엔 결코 거짓이 섞일 수 없다. 그럼 뭐 어떠랴? 나는 거짓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테다.


나를 대신할 놈은 아직 이름이 없거든.

보통 놈이라면 처음 불렸던 이름이 아니면 무어라 가명을 대도 걸릴테지만 그놈도 그 아버지도 어떻게 불리든, 이 세계 식의 이름은 없다. 무어라 갖다대도 본인이 인정하는 순간, 그건 거짓이 아니게된다. 여기선 그렇게 불릴 뿐이다. 그래, 거짓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신관의 공증을 받은 서류는 그렇게 간단히 얻어냈다.

멍청한 사체업자는 서류를 받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래, 어지간히 좋겠지. 내게 빚을 안겨봐야 뜯어낼 수 있는 액수는 뻔하다. 나는 이래뵈도 빈털털이거든. 하지만 갑부의 아들이라면 다르지. 명예를 미끼로 얼마든지 옭아멜 수 있다. 빚 보증 서류 한장으로 원금의 수십배, 수백배를 우려먹을 작정이겠지. 머저리.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있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진 마라. 부랑자놈을 잡아다 노예로 팔면 원금의 일부는 회수할 수 있잖냐.


나는 그날로 친구의 도움을 받아 페투나를 떴다. 가족이 갔다는 곳으로 찾아가볼 요량이다. 한 이틀 지나면 사체업자놈은 난리가 나겠지. 딴엔 감시한다고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잔뜩 화가 난 척 하고 별장으로 쳐들어가겠지? 속으론 좋아 죽으면서. 크크큭, 속았다는 걸 알아차린 그놈의 면상을 봐야하는데 그거 하난 아쉽군.


그래, 이제 안녕이다.

정들었던 페투나여 이젠 안녕. 나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시작하련다.





탈리만은 폐허 위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공간계의 도움을 받아 앞질렀는데도 놈들이 세계의 끝을 벗어났다. 그의 발 밑에 널브러져있는 시체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 세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내려온 자들은 그들이 최초다.


덕분에 탈리만은 체면을 많이 구기게 되었다. 인간이 사는 마을을 오크놈들이 밀어버리고는 자기들 요새를 두 개나 지었다.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놈은 멍청하게도 토벌군을 일으켰다 오크놈들에게 죽었다. 그냥 힘의 차이를 느끼고 곱게 쳐박혀있었으면 좋았을걸. 그 머저리 때문에 뒷정리가 훨씬 복잡해졌다. 원칙적으로 그들은 세상에 간여하지 않는다. 휴가 때라면 무슨 사고를 치든 신경쓰지 않지만 일하는 중에는 결코 정체가 들어나선 안된다. 당연히 그들이 막는 북쪽의 이종족의 존재도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이상, 알려지지 않기는 글렀다. 적어도 오크의 존재는 들어나게 되리라. 전투력을 제외하면 별 볼일없는 그로서는 소문을 막을 도리가 없다. 마음에 안들지만, 조작계 놈들에게 지원을 받아야한다. 긍지 높은 빙결계로서 남의 머릿속이나 만지작거리는 조작계 놈들에게 도움을 청해야한다니, 두고두고 놀림감이다.


처음 뚫린 신참을 탓할 수도 없다. 그놈도 빙결계니 욕해봤자 누워서 침뱉기다. 결국 자기를 늦게 보내준 공간계 놈을 욕하며 오크 시체를 꼼꼼히 얼려 가루로 만들었다. 어디선가 강렬한 잔업의 냄새가 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 내가 어쩌다가 이런꼴을... "


그는 놓친 파편이 없나 두리번거리며 앞으로는 어설픈 신참에겐 구석탱이 편한 자리를 맡기자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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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한편을 때우네요. 거기 선생님, 손에 든 짱돌은 좀 내려놓읍시다. 무서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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