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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478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20.03.29 22:01
조회
291
추천
7
글자
7쪽

신살

DUMMY

신이라는 건 이 세계의 생물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지를 뒤흔들고 하늘을 무너뜨리는 그 압도적인 권능 앞엔 한낱 필멸자에 불과한 마족과 인간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을 죽일 수 있는 마족은 존재한다. 과거 펜리르나 가름이 그랬듯, 세계급 마수는 신에 대적할 힘을 가지고 있다. 신으로 태어나지 않더라도 신의 호칭을 얻을 정도로 강력한 거인은 눈앞의 스카디를 비롯해 무수히 존재했다.


다만, 하나 문제가 있다면 나는 라그나로크에 전투요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없다는 것이다.


완전한 방어를 자랑하는 고유스킬 덕분에 부하들에게 다소 과대평가된 점이 있지만, 전 세계를 휘감는 뱀이나 태양과 달을 집어삼키는 늑대와는 거리가 있다.


하나의 마족으로서, 마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태어난 나는 단지 신체능력 만으로 신에게 해를 입히지 못했다. 특기인 암 속성 마법이라면 그나마 어느 정도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저 사냥의 여신은 내 암 속성 마법을 봉인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패가 없는 것 아니지.”


쏜살같이 밀려들어오는 눈보라 속에서 나는 사념을 발동했다.


『당직사령, 응답하라.』

『드누아 소령, 당직실 근무 중입니다. 신분 확인 바랍니다.』


스키잔이 도입한 현대 군대식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나는 재빨리 보안식별 코드를 불렀다.


『류셀 블레이크. 식별코드 10267.』

『확인했습니다, 마왕님.』


빠릿빠릿한 당직사령에게 나는 바로 주문했다.


『총사령관 명령이다. 물체 전이마법으로 기존 확보한 H-7을 이하 좌표로 발송해라. 27.9881° N, 86.9250° E.』

『H-7을 해당 좌표로 발송하겠습니다, 27.9881° N, 86.9250° E.』


매뉴얼대로 복명복창하는 당직사령.


『그래, 소령. 최우선 작업으로 진행해라.』

『확인, 군수지원실에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부하와의 통신은 슬슬 끝나셨으려나요.”

스카디가 얼음장같은 숨결을 후, 하고 내뱉으며 말했다.


“바깥으로의 전이마법은 막아두었습니다. 승기가 없어 도망치시려고 해도 소용 없어요.”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너를 처리하기 전엔 이곳을 뜨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건 내가 요청한 작업이 처리되는데 얼마나 걸리냐, 이겠지. 시간을 끌어보며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자신감, 어디까지 가나 한번 지켜볼까요.”


스카디의 손에는 어느새 기다란 창이 들려 있었다.


그 거대한 체구에 걸맞는 사이즈의 창이 바로 내게 돌진해왔다. 물론, 나는 피할 생각은 전혀 없이 공격을 보고만 있었다.


신이 쓸 정도의 무기. 절대 평범한 창은 아니다. 내 고유스킬에 닿는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미끄러지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졌다는 건 확실해졌다.


바닥이 전부 얼음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 고유스킬. 상당히 성가시네요. 과연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 건지.”

“한번 시험해보는 게 어때.”


나는 곧바로 지면을 박차고 점프, 스카디의 머리 높이까지 뛰어올랐다. 내 손에는 붉은 구체가 모여들고 있었다.


“트리플 익스플로젼.”


팡, 팡, 팡!


스카디의 얼굴을 노리고 세 번의 폭발이 일었다. 웬만한 생물은 재도 없이 태워버릴 화력의 폭발 마법을 한 곳에만 집중시킨 것이다.


“어림도 없습니다.”


화염이 가시고 나자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스카디의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통상적인 마법은 통하지 않나.”


스카디의 창이 빛나나 싶더니 무수히 많은 얼음 조각들이 창끝에서 발생. 피할 틈도 주지 않고 나를 뒤덮었다.


상대를 통째로 얼려버리는 무시무시한 빙결 마법. 하지만 그것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아니라, 내 ‘고유스킬’을 뒤덮었다고 해야 하겠지.


나는 아무런 힘도 없이 막혀있는 얼음조각들 사이를 대충 밀치고 빠져나왔다.


스카디의 눈썹이 올라간다. 나는 어깨를 툭 터는 시늉을 했다.


“신의 힘이라는 게 고작 이 정도였나?”

“확실히 대단한 고유스킬입니다. 어떠한 마법에도, 물리공격에도 멀쩡하다니. 하지만 당신도 저를 공격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군요.”


내 도발에도 상관않고 차분히 나를 관찰하는 스카디.


푸른 광원이 눈부시게 빛났다.


날카로운 얼음의 산이 나를 향해 뻗어 나왔다. 피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중간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나를 감싸듯 돌진해온다.


“부질없는 것을.”


그것들을 가뿐히 쳐내며, 나는 중얼거렸다.


“네가 신이라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네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아.”

“신의 권능에서 자유로운 생물은 이 세계에 없습니다.”

“현자라는 년이 그런 것도 모르는 건가.”


나는 일그러진 웃음을 띄웠다.


“어디든 간에 예외란 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풀캐스트: 윈드 카타스토로피.”


위력을 한층 높인 돌풍이 다섯줄기, 동시에 일었다.


“아이시클 블라스트.”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최상위계 빙결 마법과 섞인 돌풍은 뼈를 순식간에 갈아버리는 믹서기가 되어 스카디에 직격한다.


“ㅡ에 이어, 뇌격.”


찌릿, 하고 번개가 흐르나 싶더니 고압전류가 스카디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


여태 움직임이 없던 스카디가 드디어 손을 들어 내 혼합공격을 막는다.


“번개를 조종하는 마법은 없었을 텐데. 자작인가요.”


나는 스카디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지를 들어 그 거대한 체구를 겨냥했다.


“풀캐스트: 트리플 익스플로젼. 풀캐스트: 토션 디자스터.”


아까 사용했던 폭발 마법과 더불어 새로 발동한 건 대상의 몸이 찢어질때까지 한없이 비틀어버리는 마법.


속성은 뇌격과 마찬가지로 기존 마법의 어느 속성에도 해당되지 않는, 무다.


마법의 범위 안에 있는 건물은 끔찍한 소리가 나며 터지고 뒤틀린다.


그 참상 속에서도 스카디는 조금 성가신 것 같은 눈초리를 보낼 뿐이었다.


“역시 신살 무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건가.”


『마왕님. H7의 전송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즉시 기존 좌표로 전송합니다.』


“신기한 공격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제게 미치지는 않는 것 같네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대충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야.:”


나는 훤히 뚫린 천장을 향해 팔을 내밀었다. 스카디가 눈썹을 올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의 정체를 뒤늦게 파악하고 눈보라를 날려 방해하려 하지만.


착.


붉은 검을 오른손으로 받아낸 나. 단지 붉은색을 띨 뿐이었던 도신은 다음 순간, 맹렬하게 불타기 시작한다.


“그건...!”


스카디의 목소리에 드디어 미미하지만, 동요가 섞였다. 어쩔 수 없겠지. 이건 본인에게 천적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니까.


“수르트의 검. 본적은 있겠지. 우리 군 수중에 이게 있던 게 네 패착이었군.”


나는 도신을 천천히 감상했다.


“과거 세계를 한차례 태워버린 불의 거인의 무기. 그게 어째서 당신 손에 있는 건가요.”

“그런 게 왜 중요해. 너는 곧 죽을 텐데 말이지.”


나는 무미건조하게 답한다.


“자, 그럼 어디 견뎌낼 수 있으면 해보도록.”


내가 휘두른 검은 곧 겁화가 되어 스카디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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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늑대의 가보 +2 20.12.28 188 6 11쪽
156 영예로운 끝 +3 20.12.27 217 8 18쪽
155 마왕의 제안 +3 20.12.23 200 7 13쪽
154 엔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3 20.12.20 362 6 13쪽
153 배우, 무대 위에 오르다 +1 20.12.14 216 8 13쪽
152 불행은 오늘도 입맛을 다신다 +1 20.12.10 184 9 13쪽
151 데드 맨 워킹 +4 20.12.06 225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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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흘러내리는 피 +5 20.11.30 238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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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바이러스 개발 +3 20.11.16 242 8 12쪽
146 불길한 기억 +1 20.11.10 205 6 10쪽
145 상실은 검게 피어 오른다 +2 20.11.01 238 8 10쪽
144 대참사 +1 20.10.28 217 7 11쪽
143 소동의 마무리 +2 20.10.26 257 6 12쪽
142 광신의 끝 +1 20.10.15 234 6 12쪽
141 지켜보는 눈 +1 20.10.13 223 7 11쪽
140 비뚤어진 신앙 +1 20.10.07 236 7 10쪽
139 번견의 눈 +3 20.09.28 249 7 11쪽
138 백과 흑의 격돌 +1 20.09.02 236 5 10쪽
137 흔들리는 빛 +3 20.09.01 252 5 10쪽
136 검은 거탑 +1 20.08.27 216 7 9쪽
135 같은 곳을 보고 있어도 +1 20.08.23 223 8 9쪽
134 더는 묻지 않을 수 없다 +2 20.08.21 233 6 10쪽
133 늑대의 깨달음 +3 20.08.17 258 8 9쪽
132 다음 타깃은 +5 20.08.16 280 7 12쪽
131 그 손을 잡으면 +1 20.08.08 241 6 10쪽
130 마왕의 성 +2 20.07.30 269 7 12쪽
129 그의 직업은 전 용사 +1 20.07.15 256 5 9쪽
128 충돌 +2 20.07.06 272 8 10쪽
127 꼬리 +1 20.06.08 277 7 8쪽
126 유디트 황국 +1 20.05.25 347 6 9쪽
125 신살 +2 20.05.19 322 9 10쪽
124 궁니르 +2 20.05.06 280 8 11쪽
123 그리고 빛이 +1 20.04.18 292 6 9쪽
122 사냥 +1 20.04.06 305 7 8쪽
121 죽음의 문턱. 그리고 거래 +2 20.04.02 289 8 9쪽
» 신살 +1 20.03.29 292 7 7쪽
119 스카디 +1 20.03.22 278 11 9쪽
118 연극의 막을 올리다 +1 20.03.18 286 7 9쪽
117 함락 +1 20.03.15 288 8 8쪽
116 드리워지는 그림자 +1 20.03.12 426 7 8쪽
115 전장에 울려퍼진 총성 +1 20.03.08 286 5 9쪽
114 불타는 도시 +1 20.02.29 278 9 9쪽
113 마왕군의 침공 +1 20.02.26 300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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