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6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30 17:05
조회
24
추천
1
글자
12쪽

변화하는 세계

DUMMY

두 한샤인 소년이 즐겁게 떠드는 것을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에르핀. 


소년들 몰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는 비쌌고 취하게 만드는 술이라 소년들에게 주고 싶진 않았다.


그사이 맥주를 든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에르핀에게 접근했다. 


“혹시 엘프족 헌터십니까?”

“맞아.”

“지금 의뢰도 받으십니까?”

“미안하지만, 갈 길이 멀어서.”

“그게, 저 장님 눈깔들과 관련된 일이라도요?”


에르핀은 재빨리 검을 꺼내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의 목에 가져다 댄다.


장님 눈깔. 켈슨족이 한샤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오호~ 상당히 빠르십니다?”


남자가 양손을 들어 올린다.


에르핀이 이죽거리는 남자의 후드를 검으로 벗긴다.


그러자 테오와는 다른 느낌의, 싸늘한 푸른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켈슨족이 서부에? 죽고 싶어 환장을 했지?”


에르핀이 켈슨족이라 말하자 여관 모두의 시선이 켈슨족 사내에게 쏠린다.


후샤후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다.


후샤후 옆에 있던 테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워진다.


그리고.


어느새 테오의 손에는 백검이 들려 있다.


“무슨 이유로 내게 말은 건 거지?”

“휘유~ 제가 서부에 온 이유는 하나입니다. 켈슨 왕국의 기사 둘을 죽여달란 의뢰를 하기 위해서죠.”


테오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다가가려 하자 후샤후가 말린다.


“오러 기사일세. 오러 기사 특유의 마나가 느껴지네.”

“오러 기사? 오러 기사가 왜?”

“조금만 대화를 더 들어보는 게 좋겠네.”


마나를 느낄 수 없는 테오는 후샤후의 말을 듣기로 한다. 


“손의 굳은살. 그리고 짙은 마나의 냄새. 너 오러 기사잖아? 오러 기사가 헌터한테 의뢰를? 너무 수상한데?”

“수상해 할 것 없습니다. 그리고 뒤쪽 친구들은 검을 내려주세요. 그러다 다칩니다.”


어느새 여관의 모든 사람이 검을 들고 켈슨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러 기사는 대범하게도 그들에게 충고를 가장한 협박을 했다.


“아무리 오러 기사라도 여기 있는 전부를 상대하진 못할 텐데?”

“물론이죠. 다만, 이들 중 3명은 제 손에 분명히 죽을 겁니다.”


높낮이 없고 냉정한 목소리의 오러 기사. 그 냉정함이 자신이 뱉은 말은 꼭 완수할 것이라는 확신을 모두에게 심어 주었다.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 에르핀이 입을 열었다.


“모두 검을 거둬요. 이자는 제가 상대합니다.”


적절하게 모두를 차분하게 하는 말을 하는 에르핀. 모두가 에르핀의 말을 듣고 검을 거뒀다.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켈슨족을 노려보고 있다.


“내게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오러 기사 둘이 하류에 있는 한샤인 마을로 향한다는 정보죠.”


‘타미타가 있을 수 있는 마을이다!’


테오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에르핀도 그걸 알아챘는지 후샤후에게 눈짓을 한다.


영리한 후샤후는 테오의 어깨를 잡고 참으라고 말한다.


“오러 기사가 한샤인 마을을 찾아가는 이유가 혹시 약탈이야?”

“마을을 몰살하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치광이 켈슨족이? 다른 이유가 있다고?”

“저도 켈슨족입니다만?”

“그래, 너도 미친놈은 맞잖아.”

“하하. 부정할 수 없군요. 흐음~ 그들은 마법사의 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켈슨족의 움직임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점이 많은 답변이다. 정찰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켈슨족이 마법사를 파악하려 하다니.


에르핀은 예삿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법사를? 이라드 대륙 전부와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

“물론 황제의 최종 계획엔 대륙 정복도 들어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입니다.”

“그게 뭐지?”

“그건 제 의뢰를 완수하시면 말씀드리도록 하죠.”


에르핀이 검을 거뒀다. 양손을 들어 올렸던 켈슨족도 손을 내린다.


“정보가 보상이라면 사양할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여기 5만 랑입니다.”

“의뢰비가 적은데?”


5만 랑은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오러 기사 2명을 상대하기엔 적은 금액이기도 했다.


“착수비일 뿐입니다. 성공하면 30만 랑을 더 드리죠.”

“아직 의뢰를 수락한 건 아니야.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이 임무를 의뢰하는 이유는 들어야겠어.”


켈슨족 남자는 푸른 눈은 웃지 않고 입꼬리만 올리며 말한다.


“간단합니다. 저는 켈슨 왕국의 몰락을 바랍니다.”

“숨은 뜻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켈슨족에게 왕국이라니.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순수한 켈슨족으로 회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뢰가 그 초석이 될 겁니다.”


민족의 순수한 시절로 회귀를 바라는 자. 테오는 역사책에서 마주한 독재자들을 떠올렸다.


‘위험한 인간이다.’


역사를 반추해 얻은 지식. 순수함을 외치는 자일수록 더 미친놈이란 것.


하지만 타미타와 한샤인을 위해선 저 의뢰를 받아야 한다.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철컥-


테오는 가장 늦게 검을 집어넣는다.


에르핀은 테오가 검을 회수하는 걸 보고 난 뒤 대화를 이어간다.


“대상의 위치는 알고 있겠지?”

“네, 다음 정박지에 내리면 그들이 있을 겁니다. 저와 같이 후드를 깊게 눌러쓴 덩치 두 명이죠.”

“너는 의뢰를 한 뒤 어찌할 생각이지?”

“여기서 전보를 기다리다 전보를 받으면 왕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에르핀은 한숨을 쉬었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의뢰. 그리고 자신이 의뢰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 같은 찝찝함.


“의뢰를 받아들이지. 대신, 7일 뒤 이곳으로 와라. 지금은···.”

“마을 밖에서 기다리란 거죠?”

“맞아.”


에르핀이 쏘아붙이는 날카로운 말투로 자극해 봤으나 켈슨족 사내는 반응하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것 같으면서도 젊어 보이는 인상. 잿빛에 가까운 금발. 그리고 차가운 푸른 눈. 상당한 경험을 가진 기사로 보였다.


“7일 뒤에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약속한 5만 랑. 의뢰 성공을 확인하면 헌터님의 대륙 은행 계좌에 돈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대륙 은행?’


테오의 호기심이 크게 요동쳤다. 국가가 하나뿐인 이라드 대륙의 화폐. 그리고 은행의 존재. 지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가 흐르는 것 같았다.


“빨리 나가기나 해.”


에르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켈슨족 기사를 마지막까지 도발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차분하게 입꼬리만 올리는 미소를 보이며 여관을 나갔다. 


“후우~ 긴장이 이제야 풀리는구먼.”

“나도 그래.”


테오는 습관적으로 미르미 할머니가 주신 단약을 입에 넣고 씹었다.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어서다.


“응? 자네 지금 먹은 게 뭔가?”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단약이야? 왜?”

“자네 몸의 마나가 훅 차오르다가 남김없이 사라지고 있어서네.”

“마나에 민감하구나?”

“재능은 없어도 마법사라네.”


테오가 단약을 건넸으나 후샤후는 받지 않았다. 아마도 테오를 보고 마나가 빠져나가는 약이라 잘못 생각해서일 것이다.


“테오, 후샤후.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후샤후는 괜찮지 않다고 하면서 먼저 들어가도 되겠느냐 물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가도 좋다고 말했다.


“엘프시여, 나도 의뢰에 적극 동참하겠네.”


에르핀은 꼬마 마법사의 호기로움에 미소로 화답했다.


“테오, 우리가 맡을 수밖에 없는 임무야.”

“응. 그리고 저 켈슨족도 믿을 수 없으니 직접 부딪혀 볼 생각이지?”

“얘기가 빨라서 좋네. 그럼 해야 할 일이 있겠지?”

“훈련.”

“역시! 좋아, 밖으로 나가자.”


테오는 에르핀과 검술 훈련을 하면서 한 가지 비밀을 말할 생각이다.


‘쉴드와 전격에 대해 말해야 해. 그래야 더 수준 높은 검술을 배울 수 있어.’


테오는 심호흡을 크게 한다. 에르핀도 테오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다린다.


“나, 방어 마법 하나와 공격 마법 하나를 쓸 수 있어. 그것도 마나 없이.”

“어, 알어. 내가 봤잖아.”

“어? 공격 마법만 본 거 아니었어?”

“응. 마물의 숲에 들어올 때부터 봤는데?”


이 말을 하려고 심호흡까지 한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진 테오다.


씨익-


“난 또~ 고백이라도 하는 줄 알았네.”


테오는 깜짝 놀라며 에르핀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구미호의 미소를 짓고 있는 에르핀.


“농담이야~”


테오는 또 놀림을 당하고 나서야 훈련에 들어설 수 있었다.


훈련 방법이 조금 달라졌다. 쉴드와 전기 방출도 염두해 둔 전술 훈련도 포함되었다.


“후우~ 자,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고마워.”

“매번 느끼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대단해.”

“내가 정말 대단한 건가?”

“테오가 켈슨족으로 태어났다면, 오러 기사가 되는 건 금방이었을 거야.”

“뭔가 굉장히 싫으면서도 기분 좋네.”

“그치? 너무너무 싫어도 오러 기사 실력은 진짜니까.”


테오와 에르핀은 바위에 걸터앉고 휴식을 취한다.


“에르핀, 오러 기사 2명인데 우리만으로 괜찮을까?”

“응? 내가 말하지 않았나? 테오 네가 숲에 들어올 때부터 봤다고?”

“그때는 수면초를 써서 그래.”

“테오, 오러 기사는 네 기척을 느끼지 못해.”

“...정말?”

“오러 기사는 살의와 강대한 마나는 잘 느끼지만 오러가 미약하거나 없는 것엔 둔감해.”


테오는 바오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러 기사는 자신의 검에 마나를 담기 때문에 마나 감지... 까지 말하고 뒤를 흐렸었다.


‘그게 마나 감지에 둔감하다는 말이었다니.’


하지만 이번 오러 기사는 테오에게 방심하지 않을 거다.


“나와 에르핀만으로도 승산이 있는 거야?”

“아니. 우리에겐 마법사가 하나 있잖아.”

“후샤후? 본인은 초급 마법사라는데?”

“테오, 너 정말 마법사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에르핀은 후다닥 방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후샤후가 에르핀에게 뒷덜미가 잡힌 채 밖을 나온다.


테오가 절벽을 오를 때 당했던 마법 가루에 똑같이 당한 거다.


“테오, 단약 몇 개만 줘봐.”


에르핀은 테오에게 단약 몇 알을 받더니 후샤후 입에 쑤셔 넣는다.


꿀꺽-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나는 분명 먹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 응? 뭔가? 이 강대한 마나는!”

“거봐~ 마나를 사라지게 하는 단약이 아니라니까.”

“마, 마법을 빨리 써보고 싶네.”

“여기선 안돼.”


촤르륵-


에르핀이 마법 가루를 테오에게도 뿌렸다.


“윽! 설마···. 안...돼에~~~”


테오의 비명이 길게 늘어졌다.


에르핀은 양손에 한샤인 소년을 다른 손엔 지구인의 뒷덜미를 잡고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공터까지 뛰었다. 


“자! 후샤후! 여기서 마법을 써봐.”


다리가 후들거렸는지 일어서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 후샤후가 곧게 서더니 눈빛이 빛났다.


“타올라라! 불이여!”


뜨거운 화염구가 여러 개 떠오른다.


“도모도 할아버지와 같은 마법이야!”


시동 언어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확실히 도모도 할아버지의 주특기인 화염구 마법이다.


그것도 10개가 넘는 화염구!


“적을 섬멸하라!”


지팡이를 앞으로 뻗으니 화염구가 큰 바위로 날아간다.


퍼엉-

후드득-


바위가 산산이 조각나면서 흩어진다.


“대단해 후샤후!”

“단약! 대체 무슨 단약인가!”

“푸른 꽃으로 만든 단약이야.”

“푸른 꽃이라고? 말도 안 돼! 테오! 단약! 단약을 주시게!”


후샤후가 마약에라도 중독된 것처럼 단약을 찾았다.


에르핀이 목덜미를 잡고 말리지 않았다면 단약을 퍼먹었을 거다.


“진정해! 후샤후!”

“진... 정? 나는 그런 단어를 모르네! 단약을 주시게!”


빡-


에르핀이 강력한 꿀밤을 때려서 후샤후를 진정시킨다.


“마법사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괜히 마법사가 10인의 오러 기사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게 아니야.”


테오는 또다시 마법에 감화된다. 마법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휩싸인다.


“나도, 마법을 배우고 싶어.”

“테오···.”

“아! 너무 걱정하지 마, 에르핀. 지금 당장 배우고 싶다는 게 아니야. 도모도 할아버지가 알려준 훈련법을 꾸준히 하겠다는 거야.”

“그래, 그거면 됐어.”


테오가 선천적인 이유로 마법을 쓰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던 에르핀은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다.


테오는 에르핀의 눈빛에 동요하지 않는다.


‘블루 에너지로 마법을 쓸 수 없을까?’


테오의 머리속에는 새로운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6.04 5 0 -
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3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8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7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0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6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3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