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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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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2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15 17:05
조회
116
추천
3
글자
13쪽

달리기

DUMMY

15년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린 테오.


쉽게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이성으로 가라앉히는 노력을 해야 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기 때문이다.


당장 숨 쉴 수 있다곤 해도 불시착한 행성에 대한 정보가 없다.


매뉴얼 대로라면, 행성 주변을 돌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낸 후 혹시나 있을 지적 생명체를 피해 조심히 착륙해야 했다.


하지만 우주 암석 폭풍을 만난 테오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후우, 엉망이구나.”


테오는 암석이 찢기고 부서진 우주선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 느껴질 정도의 파손이다.


“AI, 응답 바람.”

“···.”

“AI, 응답 바람.”


시스템이 다운됐는지 AI도 대답이 없다. 


안전벨트를 풀고 우주선 곳곳을 확인한다. 


동면 캡슐은 완전히 전소되었고 우주선 외부의 무기들 또한 성한 곳이 없다.


오로지 조종석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황.


테오는 메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비상 복구 버튼이 여기 있어야 하는데···.”


찌그러진 메인 컴퓨터 안쪽을 손으로 더듬거린다. 비상 스텔스 버튼 외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버튼.

우주선을 자동 복구해주는 유일한 버튼이다.


“찾았다!”


한참을 찌그러진 금속 안쪽을 쓸어 만지던 테오가 비상 스텔스 버튼과 유사한 감촉의 버튼을 찾았다. 


딸각-


테오가 버튼을 누르자 신기한 소리와 함께 메인 컴퓨터가 재부팅된다. 


곧이어 파괴된 메인 컴퓨터 디스플레이 대신 눈에 이식한 AI 연동 디스플레이가 작동한다.


눈앞 30cm 정도에 가상 현실로 구현된 모니터.


그 모니터에 쓰여 있는 글자.


[우주선 자동 복구를 시작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아래 쓰여 있는 경고문.


[우주선 파손 정도에 따라 AI 활용 정도에 제한이 생길 수 있습니다.]


테오는 AI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보호해 줄 모든 장치가 우주선에 있다. 그렇다면 AI보다 우주선의 기능을 먼저 되살려야 한다.


일말의 주저함 없이 눈앞에 떠 있는 화면에서 ‘예’를 터치한다.


[우주선 자동 복구를 시작합니다. 자동 복구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합니다. 계산을 완료했습니다.]


“뭐라고?”


테오는 자신의 눈앞에 보여지는 숫자를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선체가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 해도 가이아가 개발한 우주선의 자동 복구 시스템은 마법과 같이 빠르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숫자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68년?”


깡통 우주선을 구입해서일까? 익히 보았던 자동 복구 시스템의 시간이 아니다. 늦어도 1년 이내에 복구될 줄 알았는데. 


“신호, 신호를 먼저 보내자.”


테오는 긴급 신호 발신 장치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 신호 발생 장치가 있어야 할 곳이 비어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치 자체가 뜯겨 나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신호 발송도 포기한다. 

완전히 파괴된 발송 장치를 보고 테오는 우선순위를 다시 우주선 복구로 잡는다.


“AI, 응답 바람.”


[AI가 응답할 수 없습니다. 대신, 시스템이 정보를 제공합니다.]


“시스템이라고? AI 하위 장치잖아?”


우주선 복구에 어느 정도 AI의 기능이 제한될 줄은 알았지만, 전혀 쓸 수 없을 줄은 몰랐다. 

AI를 쓰지 못하게 되면 이식된 연동 디스플레이의 다른 기능을 쓰지 못하게 된다.


생존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위 장치인 시스템만 써야 한다니.’


시스템은 묻는 정보에 한해서만 텍스트로 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일부 기능은 먼저 알림을 주지만, 그마저도 AI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AI에 의존하지 말자. 시스템이라도 남은 게 어디냐.’


테오는 생존 기술을 많이 익혀 왔다. 

우주선이 부서진 지금이 그 생존 기술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기쁨도 잠시. 테오는 생존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부서진 선체의 잔해를 모아 지붕을 만들고 잠잘 공간을 확보한다. 남아 있는 우주 식량을 정리하고 한 곳에 모아 둔다. 


마지막으로 밤을 대비해 잔가지를 모으고 땔감도 준비한다.


푸른 초원과 나무를 보았을 때 밤 기온이 지구에서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호복이 파손된 지금 약간의 낮은 기온도 테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꼬르륵-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게 임시로 쉘터를 만들자마자 배에서 배고픔을 알려 온다.


‘혹시 모르니 아껴 먹자.’


테오는 특유의 인내심을 발휘해 맛없는 우주식도 허기가 가실 정도만 먹는다. 


우걱우걱-


배가 어느 정도 차자 다시금 여유가 찾아온다. 


어느덧 새로운 행성을 비추는 항성이 붉은 노을빛을 내며 서서히 내려앉는다.


테오는 붉은 노을이 내려앉으며 빚어내는 빛의 곡예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생존에 온 신경을 쏟던 중 찾아온 풍경. 다시 한번 감동에 휩싸인다. 


테오는 항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노을을 바라보았다. 낯선 행성에서의 첫날 밤이 찾아온다.


행성의 밤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전신을 감싼 보호복만으로 충분히 추위를 막을 수 있었다. 덕분에 모닥불을 피우는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었다.


찌륵 찌륵-


낯선 벌레의 울음소리가 퍼진다. 테오는 지붕에 난 구멍 사이로 별을 바라본다.


홀로그램이 아닌 밤하늘의 진짜 별을 바라본다.


그러다 불시착으로 인한 긴장감이 풀리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



“크르르릉.”


‘무슨 소리지?’


테오는 이질적인 소리에 잠이 깬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에 집중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아직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르르릉.”


다시,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들린다. 테오는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부스럭부스럭-


‘우주 식량이 있던 자리인 것 같은데.’


매뉴얼대로 쉘터는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방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군데군데 뚫린 구멍으로만 밖을 관찰해야만 했다.


테오는 소리가 나는 방향이자 우주식을 모아둔 곳에 뚫어둔 구멍으로 밖을 관찰한다. 


점차 어둠에 시야가 적응되고 보이지 않던 소리의 정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짐승?’


검은색 털에 자신의 두 배 정도 큰 거대한 짐승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소름 돋는 안광을 빛내며, 뜯긴 우주식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있다.


라이브러리에서 보았던 흑표범과 유사하게 생긴 모습.


아차 싶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은 생존 매뉴얼이지만, 몸에 밴 습관이 되질 않았다.


음식물을 밀봉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에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 것이다.


테오는 쉘터 근처에 놓인 플라즈마 커터에 눈이 갔다. 


무기술을 익히기 전이다. 그러나 근력 운동과 격투술은 꾸준히 연습해 왔다.


짐승의 완력을 온전히 알기 어려우나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계산대로 움직일 것이다.


빠르게 움직여 플라즈마 커터로 짐승을 쫓아낼 것이다.


‘제발 조용히 먹고 나가라.’


슥- 덜크덕-


테오가 긴장한 탓에 몸이 뻣뻣해져 소리를 낸다.


“캬아!”


우주식을 먹어 치운 짐승은 곧바로 테오가 있는 쉘터를 바라보며 적대감을 표출한다. 


‘제길, 소리를 들었나?’


테오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친다. 


“캬아악!”


짐승이 쉘터를 보고 더욱 사납게 하악질을 한다. 그러더니 자세를 낮추고 테오쪽을 노려본다.


‘고양잇과 사냥 자세. 내가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라이브러리에서 본 덤벼들기 직전의 고양잇과 특유의 자세다.


테오도 두근대는 심장 박동에 맞춰 뛰쳐나갈 준비를 한다.


목표는 플라즈마 커터.


긴장되는 상황. 


“캬아악!”


검은 짐승이 용수철처럼 뛰어올라 쉘터를 공격한다.


쉘터를 이루고 있는 선체의 잔해는 그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진다. 


테오는 순간적으로 움직여 쉘터를 빠져나와 플라즈마 커터를 손에 쥐고 작동시킨다.


치직- 퓨슈슝-


플라즈마 커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블루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탓이다. 


절삭은 불가능한 상황. 낮은 출력의 전기만 방출할 수 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짧은 순간에 검은 짐승은 테오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테오는 플라즈마 커터로 전기를 일으켜 검은 짐승을 찔렀다.


치지지직-


“캬흑흑! 컹컹!”


전기 충격에 놀란 짐승이 뒤로 나자빠지며 이상한 소리를 낸다. 


치지...슈우웅···


“안돼!”


플라즈마 커터의 에너지가 모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테오는 공포심에 이성을 잃는다. 


고양잇과 동물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치면 안 된다는 배움도 잊어 버렸다.


테오는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뒤에서 거대한 짐승이 자신을 물어뜯을 것만 같다.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탓에 호흡은 엉망이다.


“크와왕!”


검은 짐승에 울음소리가 들린다. 테오는 이성을 잃은 채 본능적으로 뛸 뿐이다.


다닥 타닥 타다닥-


점점 가까워지는 짐승의 발소리. 

테오의 눈에는 눈물이 번진다. 

힘겹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스친다.


겨우 도착한 행성에서 허무한 죽음을 맞이할 미래가 보인다.


죽을 만큼 억울하다. 


숨이 턱까지 차서야 머리를 굴려 본다.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쥐어 짜낸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건 달리고 달리는 것뿐이다.


테오의 다리의 힘이 점차 빠진다. 


남은 거라곤 죽을힘을 다해 짐승과 맞서는 일뿐이었다.


그때.


“움바라 하르하세!”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지적 생명체의 언어.


화르륵-


그리고 보이는 붉은 불꽃의 구체.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테오의 눈에 가득 담긴다. 불빛이 보이자 본능적으로 검은 짐승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으아아악!”


불빛에 비친 짐승은 어느새 테오와의 거리를 많이 좁혀왔다.


지척인 거리.


검은 짐승이 뛰어오르면 바로 잡히는 그런 거리다.


테오는 붉은 불꽃을 향해 남아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달린다.


하지만 짐승과의 거리는 벌어지지 않고 더욱 좁혀지고 있다.


“슈카하!”


또다시 들리는 지적 생명체의 목소리.

그리고 테오를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는 붉은 불꽃.


슈르륵-

퍽-


불꽃이 날아가 검은 짐승을 때린다.


“크깨엥, 끼에앵!”


거대한 충격파가 검은 짐승을 피격함과 동시에 주변으로 열기를 뿜어낸다.


테오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만 주저앉고 만다.


불꽃을 맞은 검은 짐승의 옆구리에 잔 불꽃이 사그라든다.


다시 찾아온 어둠.


“움바라 하르하세!”


알 수 없는 언어와 함께 붉은 불꽃의 구체가 또 빛을 낸다.


테오는 검은 짐승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기가 죽은 검은 짐승이 덤벼들지 못하고 낮은 자세로 테오를 노려보고 있다.


저벅저벅-


붉은 불꽃과 함께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 테오는 불꽃 뒤에 생명체로 시선을 옮긴다.


‘사람?’


과거 중세 자료에서 보았던 마녀가 쓰던 갈색 모자.

과거 군대 자료에서 보았던 판초 우의와 닮은 길게 늘어진 갈색 로브.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피부색을 가진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외모.


수염 군데군데 섞여 있는 새치와 이미 흰색으로 물든 머리카락이 나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누가 보아도 인간이다.


과학과는 동떨어진 복장을 한 아시안 노인이 지팡이 끝에 붉은 불꽃을 피우며 테오의 옆으로 걸어온다.


“게흐트 인허거트?”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그리고 옆집 아저씨가 늘 보여줬던 표정.


바로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시스템, 언어 번역 시작해!”


[언어 샘플이 부족합니다.]


테오는 시스템으로 번역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한다. 새로운 지적 생명체의 언어라 샘플이 부족해서다.


자신의 말을 전달할 방법이 없자 테오의 얼굴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변한다.


“마튼 지직 카이나저근.”


벌써 눈물이 맺힌 테오에게 노인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인자한 표정을 짓는다.


“크르릉.”


검은 짐승이 다시 소리를 내자 노인은 시선을 앞으로 옮기더니 꾸짖는 표정으로 바뀐다.


다시 시작된 노인과 짐승의 대치 상황.


테오는 노인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슈카하!”


노인의 외침과 함께 불꽃이 빠르게 검은 짐승에게 날아간다.


슈르륵-

퍽-


이번에도 검은 짐승에게 적중한 불꽃. 


짐승은 곧 죽을 것 같은 신음을 내뱉더니 숲속으로 사라진다.


테오는 멀어지는 검은 짐승을 보자 그제서야 자신의 손발이 강하게 떨리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한 육체와 정신이 안도감을 만나자 전원을 내리듯 테오의 정신을 꺼버린다.


테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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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4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9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8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 달리기 24.05.15 117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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