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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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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8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19 19:35
조회
67
추천
3
글자
12쪽

대치

DUMMY

마을 사람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야만인은 마법을 쓰지 않았지만, 발이 빠른 말을 타고 다녔다.


기병을 이용한 속전속결. 그것이 한샤인을 항전하게 만든 원인이다.


“목책을 치고 궁사를 앞으로. 뒤에는 창술사를 대기 시킨다. 야만인 기병에 대비해야 한다.”

“네, 마법사님.”


도모도는 야만인을 잘 알고 있다. 야만인이 켈슨 왕국을 건국하기 이전부터,

수 없는 침략에 맞서 야만인을 도륙한 마법사였다.


그때와 상황이 달라진 건, 소수의 기병이었던 야만인이 이제는 군사가 되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마휼마, 내가 선봉에 나설 걸세.”

“마법사님이 직접이요? 우리 진형에 마법사가 있다는 걸 숨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닐세. 적이 다수이지 않나. 기선 제압이 중요해.”

“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십쇼.”

“고맙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저녁.

이라드에 붉은 노을이 지기도 전이다.


이전의 야만인들이었다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오러 기사를 대동해 기병들이 공격해 왔을 거다.


오러 기사는 수행의 어려움 때문에 절대 많은 수를 둘 수 없다.


야만인 전술의 핵심은 분명 기병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저 멀리 보이는 흙먼지가 야만인들이 마을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이사이.”

“네, 마법사님.”

“이번 야만인은 좀 다르다고 느껴지네. 궁사를 제일 후방으로 빼고 창술사를 앞으로 바로 뒤에 검사를 배치하게나.”

“네.”


도모도는 많은 전장을 헤쳐나온 노병답게 달라진 공기를 느끼고 바로 대응한다.


“쉽지 않겠구나···.”


묵직한 공기. 전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마나의 무게.

지키며 싸워야 하는 불리한 전장.

도모도의 손은 지팡이를 더욱 강하게 쥔다.


“마법사님! 야만인 중갑 창병이 선두에 있습니다.”

“역시···.”


전략 전술이 없던 야만인들이 국가를 세운 것도 모자라 한샤인의 전술을 따라 하고 있다.


마을 단위로 모여 사는, 국가가 없는 민족 한샤인.

그들은 나름의 생존 전술을 발전시켜 왔다.


기병을 상대할 궁사를 맨 앞으로 배치. 바로 뒤에 호위로 창술사를 세우고, 다음은 검사를 배치해 근접전에 대비한다. 


치료사는 최후방, 마지막으로 전장의 중심인 마법사를 배치한다.


야만인 전용 대응 전략.


도모도가 전술을 바꾼 이유는 달라진 야만인의 전술 때문이다.


야만인이 창병을 앞세우고 기병을 뒤로 배치한다.

속전속결로 치고 빠지는 전술 대신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겠다는 심산이다.


다행히 기병 뒤쪽에 야만인 궁병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중후한 금속 갑옷으로 무장한 검사 무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갑옷을 입고 있고,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게 같은 투구를 썼다.


‘저 중 몇이나 오러 기사일지 모른다.’


켈슨족의 자부심인 오러 기사.

한샤인과는 다르게 무기에 마나를 집중시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힘의 검술을 사용하는 자들이다.


“오러 기사가 나서기 전까지 최대한 적의 병력을 줄여야 하네. 궁사는 모든 화살을 쏟아붓고 바로 검을 들게나.”

“네! 마법사님.”


평소와는 다른 전술이라면, 오러 기사가 가장 늦게 전장에 합류할 것이다.


도모도는 그 빈틈을 노릴 작전을 짠다.


뿌우-


전장에 퍼지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


척- 척- 척- 척- 척-


발맞춰 걷는 야만인의 발소리.


‘제식을 활용하는 수준까지 온 건가?’


달라진 적군. 그리고 그에 대비하는 마을 사람들.


“선두 정지!”


척- 척-


단 두 박자 만에 모든 병사가 정지하고 말을 탄 기병 하나가 선두 앞으로 나온다.


“우리는! 켈슨 왕국의 위대한 전사들이다! 한샤인은 들으라! 모든 식량과 재물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마을 사람들은 야만인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켈슨족에서 켈슨 왕국으로만 바뀌었을 뿐. 

기병만으로 약탈하던 시절에도 늘 하던 말이다. 


아군을 갈라치기 위한 기만술.

이제는 통하지도 않는 기만술이지만, 전투 전 의식처럼 행하는 외침이다.


“저 헛소리만큼은 변하지 않았구나.”

“들을 것도 없습니다. 궁수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마을의 궁수가 화살을 시위에 대고 당길 준비를 한다.


“투항하라!”


그사이 야만인 하나가 투항을 독려한다.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투항하지 않으면 죽음을 맞이할 뿐!”


뿌우-


대답이 없자 기다렸다는 듯이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진군하라! 단 한 마리도 남겨놓지 말고 죽여라!”


척- 척- 척- 척-


제일 앞에 선 창병이 창을 내리고 빠르게 걸어오고 있다.


창병이 점차 다가오자 마을 궁수들이 준비한다. 마휼마도 긴장하는 눈빛으로 야만인을 바라본다.


“준비하시게!”


도모도의 말에 시위를 당겨 45도 각도로 쏠 준비를 한다.


“쏴!”


슈슈슝-


티디디딩-


퍽벅- 퍽-


중갑을 입은 창병의 몸에 대부분의 화살이 튕겨 나가지만,

몇 개의 화살은 갑옷의 틈 사이를 파고들어 피를 뿜어낸다.


“다시 준비!”


끼이익-


“쏴!”


첫 번째와 마찬가지다. 쏘아대는 화살에 비해 쓰러지는 창병이 적다.


하지만 궁수는 계속 화살을 쏴야 한다. 야만인을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하기에.


“쏴!”


티디딕-


퍽- 퍼벅- 퍽-


“궁수! 검 들어!”


창병이 근접하자 도모도는 궁수에게 검을 들 것을 명령한다.


곧 근접전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창술사! 창 내려!”


척-


“검사! 검 뽑아!”


스릉-


“신호하면! 창술사 앞으로!”


도모도는 명령에 모두 숙련된 솜씨로 신속 정확하게 움직인다.


진형이 갖춰진 걸 확인한 도모도는 마법을 준비한다. 


“타올라라 붉은 마나여.”


붉은 불꽃들이 구 형태를 이루며 도모도 주변에 하나 둘 씩 떠오른다.


무려 10개의 불꽃 구슬.


흑범을 쫓아낼 때와는 전혀 다른 크기의 위력적인 화염구다.


“적군에 마법사가 있다! 모두 마법에 대비하라!”


이라드 대륙에서 보기 힘든 마법사.

실력도 보통을 넘어 보이는 강대한 마력.


대비하라는 말을 들었으나 

대응할 방법이 마뜩잖았다.


침을 꼴깍 삼키며 화염구를 응시하는 창병들.

창을 옆구리에 끼고 작은 방패를 들어 올린다.


“화염 비!”


도모도의 짧은 명령을 따라 하늘로 오르던 화염구가 땅으로 빠르게 내리 떨어진다.


콰콰콰쾅-


“으아아악!”


불꽃이 땅에 꽂히며 터진다. 잔불이 퍼지며 갑옷 안의 천을 태운다.


“으아아악! 살려줘!”


흩어지는 대형. 도모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명령한다.


“창술사 뛰어!”

“우와와와!”


창을 들고 뛰는 창술사들. 긴 창을 들었음에도 발걸음이 날쌔다.


퍼퍼퍽-


창술사들이 창병 갑옷의 틈에 창을 찔러 넣는다.


“크아아악!”


야만인 중갑 창병들이 쓰러진다.


“물러서지 마라!”


야만인 대장 같은 남자가 독려하자,

창병들이 진형을 재정비한다.


그리고.


야만인 기병들이 좌우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아마도 노리는 것은 후방의 치유사들일 거다.


한샤인의 치유술.

마법을 기반으로 한 회복술사.


그들의 회복은 한샤인 한 명을 일당백으로 만들어 주는 신비한 힘이다.


“창술사 좌우로 산개! 기병을 막고! 검사 전진!”


상대의 대응에 맞춰 도모도의 입이 바쁘게 움직인다.


전술과 더불어 마법을 써야 하는 입장.


혼란한 상황에서도 도모도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두두두두두-


“기병을 막아라!”


켈슨족의 자랑 기병.

두꺼운 금속 갑옷을 입고 빠르게 움직이는 정예병.

켈슨족 전술의 핵심 중 하나가 기병이다.


“마법사님! 창병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내가 지원하겠네!”


다시 마법을 준비하는 도모도.

좌측 기병을 향해 화염구를 날린다.


“끼히히힝~”


화염의 비가 말과 함께 기병 여럿을 태워 죽인다.

기병이 압도적인 마법에 짓눌려 잠시 주춤거린다.


“창병 재정비! 기병은 산개를 멈추지 마라!”


켈슨족 대장의 외침. 

잠시 주춤하던 기병이 다시 산개를 시작한다.


한샤인 창술사들이 창으로 응수하지만,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유술사! 회복술!”

“우리에게 마나의 축복을!”


쓰러져 있던 한샤인들이 회복술의 힘으로 일어나 기병에 맞선다.


“타올라라 붉은 마나여!”


다시 마법을 시전하는 도모도.

광대한 화염의 비가 야만인의 숨통을 끊는다.


점차 전황이 한샤인에게 기울고 있다.

그럼에도 야만인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한샤인들도 알고 있다. 

저들이 기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 


전황이 압도적으로 한샤인에게 유리하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


“기사! 앞으로!”


드디어. 


켈슨족의 자랑이자 최종 병기, 기사가 나온다.


‘저 중, 오러 기사가 몇이나 있을지가 변수다.’


이라드 최강의 직업이라는 마법사.

일대일로는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마법사이지만, 오러 기사가 다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모도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오러 기사는 무려 열 명.


그보다 많은 오러 기사가 나온다면, 마을의 운명은 암울해진다.


“창술사! 기병을 계속 저지! 검사 앞으로!”


도모도의 지휘에 따라 창술사를 보호하던 검사가 앞으로 나온다.


“이사이, 큰 마법을 준비할 거니 나를 보호하게나.”


“네, 마법사님.”


오러 기사의 수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하면서도 넓은 범위에 타격을 주는 마법이 필요하다.


오러 기사는 마법사와 같이 마나를 공격적으로 다루는 직업.


약한 마법은 튕겨내거나 무력화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반드시 오러를 사용해야 한다.


도모도의 마법이라면, 오러 기사가 몇인지 솎아낼 수 있다.


일자 진형을 갖추고 나오는 야만인 기사들.

그리고 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


스르릉-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든다.

그런데.


“마법사님!”

“이게, 대체···.”


이사이와 도모도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100인의 기사가 푸른 마나를 내뿜으며 검을 뽑고 있다.


기사단 전원이 오러 기사인 것이다.


여지껏 없었던 일.


가히, 켈슨 왕국 오러 기사 전원이 집결한 듯한 푸른 빛의 무리.


한샤인들의 얼굴에 극복할 수 없는 절망감이 깃든다.



***


“형, 나 무서워.”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테오는 타미타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전투가 벌어진 지 벌써 몇 시간 째.


테오도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곳이라면 안전할 거야.’


도모도 할아버지가 만든 비밀 공간.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인 줄 알았던 곳.


이곳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패닉룸인 줄 이제 알게 되었다.


쾅-


우두두두-


갑자기 열리는 문소리와 여러 명의 발소리.


“재물은 취하고 마나를 가진 모든 걸 죽여라!”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


테오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투에 나선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슬픔에 잠길 시간이 없었다.

소리를 내어선 안 된다. 


그리고.

타미타를 지켜 내야만 한다.


테오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타미타를 꼭 안았다.


“대장, 여긴 별 볼 일 없어 보입니다.”

“그래? 혹시 모르니 마나 반응이 있나 훑어봐.”

“네!”


마나 반응을 감지하는 야만인의 물건.

테오는 아이들에게서 말을 배울 때 들어본 적 있었다.


야만인들은 마나를 감지하는 물건으로 숨어 있던 아이들마저 찾아내 죽이는,

잔인하고 냉혹한 살육 기계라고.


테오는 타미타를 한 손으로 꼭 안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플라즈마 커터를 꽉 쥐었다.


저벅 저벅-


들리는 한 명의 발소리.

그리고 집을 빠져나가는 무리의 발소리.


테오는 긴장감에 어지러움을 느낀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 다른 집을 뒤져봐라.”

“네!”


도모도 할아버지가 만든 패닉룸은 다행히도 모두의 마나를 감출 수 있게 해주었다.


야만인이 집을 빠져나가는 발소리가 들리고 고요해진 집. 


타미타는 작은 소리로 훌쩍인다.


테오는 달래줄 말을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그저 작은 꼬마 아이를 꼭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잔혹한 하루가 끝나고 밤이 찾아온다.


울다 지쳐 잠든 타미타,

그 옆을 지키는 테오는 잠들지 못한다. 


혹시나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야만인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타미타를 지킬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


그렇게 테오는 뜬눈으로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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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3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8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 대치 24.05.19 68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6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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