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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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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7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17 17:05
조회
90
추천
3
글자
13쪽

푸른 눈의 소년

DUMMY

‘아직도 흑범 이야기를 꺼내시다니.’


도모도 할아버지가 다급할 때마다 꺼내는 흑범 이야기에 웃음이 나왔다.


테오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걱정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애정에서 비롯한 따뜻한 마음의 발현.


테오는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기에 되도록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할아버지의 걱정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블루 코어를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는 일, 우주선 자동 복구를 앞당기는 일이다.


“이라드의 태양 빛으로는 어림도 없어.”


대기가 거의 사라져버린 지구에선 강한 태양광으로 블루 코어를 충전했다.


이라드는 다르다. 대기의 질이 좋고 두껍다.


태양의 빛은 굴절되고 튕겨 나가 인간이 살기에 완벽한 빛의 세기를 가진다.


덕분에 이라드의 태양광으로는 블루 코어를 충전하기 어렵다.


“블루 코어를 충전할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찾아야 해.”


의지력이 약해진 다른 지구인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

그만 포기하고 정착해 생활하면 되었을 일.

테오는 달랐다.


목표를 위해 끈질기고 성실하게 움직이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테오가 불시착한 이라드라는 행성엔 특이한 에너지가 있다. 테오는 그 에너지가 블루 코어 충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라드 행성에 충만한 에너지, 마나.


마법을 배워 마나를 직접 응축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테오는 마나를 다룰 줄 몰랐다.


테오도 도모도 할아버지와 같이 자신의 특성을 알고 있었다.


“지구인인 나는 마나가 없다.”


마을 누군가가 말했었다. 마나를 가지지 않은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라드인 입장에서 테오는 살아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지구인 테오에겐 이라드의 마나는 신기한 에너지일 뿐, 상처받을 일이 아니었다.


테오는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라드의 언어를 배우는 것부터 차근히.


테오는 언어 번역을 위해 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단순하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아이들의 말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양한 설화와 동화를 듣게 됐다. 

그리고 전설의 명약 이야기도 듣게 됐다.


테오는 설화를 믿지 않는다. 

설화 속에 숨겨진 본질을 믿는다.


“설화 속 숨겨진 본질은 마나가 충만한 식물이 있다는 거겠지.”


소리를 지르는 식물, 불을 뿜어내는 식물, 물을 정화하는 식물. 


이야기 속 식물들은 과장이 심했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었다.


마나량을 늘려주고 채워준다는 것.


테오는 마나가 응축된 식물들이 어쩌면 블루 코어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정은 간단하다. 새로운 식물을 찾아내면, 마나 측정을 위해 시스템에 분석을 맡긴다.


테오의 일과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중요한 일이다.


“시스템, 새로운 식물을 발견했어. 마나량 측정 부탁해.”


[마나 측정. 마나 보유 1.]


“칫, 죄다 보유량 1짜리 식물들 뿐이네.”


마나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운이었다.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마법사였고, 마음이 선했다.

테오를 자신에 집에 살게 하였으며, 친손주만큼 챙겨주었다.


마법사인 할아버지는 마나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았다.


테오는 마나가 없지만, 마법 기초를 배우며 마나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혔다.


그리고 익힌 기초 이론을 토대로 시스템을 학습시켜 마나량 측정한다.


물론 아직까진 매우 조악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바스락-


‘응?’


바스락-


한창 집중하는 사이, 테오 뒤에서 누군가 몰래 접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타미타인가?’


타미타는 테오가 마을에 왔을 때부터 친근하게 대해주던 장난꾸러기 꼬마다.


‘오늘도 위대한 마법사 놀이를 하겠구나.’


테오의 예상대로 타미타는 자기 키만 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 와 마법사 흉내를 낸다.


“야만인! 내 마법을 받아라!”

“으악~ 살려주세요~”

“그럴 수 없다!”

“으악~ 꾀꼬닥!”

“위대한 마법사 타미타가 야만인을 죽였다!”


짝짝짝-


테오는 타미타의 마법사 놀이에 항상 잘 맞춰준다.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아이.


동생이 있었다면 타미타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형! 형 눈은 진짜 야만인 같아.”

“타미타, 야만인 본 적 있어?”

“아니! 하지만 어른들이 다 그래! 야만인은 푸른 눈을 가졌다고!”

“형은 야만인이 아니야. 봐봐. 마을 사람들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테오는 눈을 가리고 테오에게 물어 본다.


“눈은 파랗잖아.”

“그래서 형이 싫어?”

“아니! 타미타는 형 좋아해!”

“으이구! 귀여운 녀석!”

“으으으! 숨 막혀!”


테오는 타미타가 너무 귀여워 꼭 껴안아 준다.


“아! 맞다. 형! 도모도 할아버지가 밥 먹으러 내려 오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응! 제때 안 오면 굶길 거랬어!”

“하하! 알겠어. 밥을 굶을 순 없지! 같이 내려가자.”


테오는 타미타의 손을 잡고 산에서 내려간다.


멀리 보이는 마을. 모두 아시아인과 비슷한 외모.

신비로운 마법을 쓰는 민족.


그들은 스스로를 한샤인이라 불렀다.


한샤인은 아무리 봐도 동북아시아에 사는 지구인의 외모와 똑같이 생겼다. 


특히 테오의 조상인 한국인과 너무도 흡사하게 생긴 외모다. 


검은 머리, 뽀얀 피부. 그리고 처음 보는 자신을 챙겨주는 ‘정’까지.


라이브러리에서 보았던 한국인 그 자체다.


AI 디스플레이 이식의 부작용으로 푸른 눈을 가지게 된 테오를 단 한 번도 차별하거나 괄시하지 않았다.


‘선한 사람들이다.’


테오는 이라드가 고향인 것처럼 푸근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마을로 내려온 테오는 타미타를 집에 보내고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할아버지 저 왔습니다!”

“또 쓰잘데 없는 풀떼기들 뽑아왔구나.”

“옆집 이사이 아줌마 드리면, 맛있게 무쳐주세요. 할아버지도 맛있게 잘 드시잖아요.”

“흠흠, 그렇긴 하지.”


도모도 할아버지는 테오의 말을 금세 인정하고 만다.


이사이 아주머니는 꼬마 타미타의 어머니이자 옆집에 사는 여인으로 특징은 손이 크다는 거다.


음식을 하게 되면 식구들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만들 정도로 큰 손.


그래서 나물이며 반찬이며 수북이 쌓아 테오에게 주곤 한다.


지금도 도모도 할아버지와 테오는 이사이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


“할아버지, 오늘도 마법 훈련할 건가요?”

“그렇지. 해야지.”

“저 마나가 없는데도 마법 쓰는 게 가능할까요?”

“힘들지.”

“그러면 마법 배워도 쓸모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진 않단다.”


테오는 마법 훈련이 싫지는 않다.


다만, 한샤인의 마법서는 뜬구름 잡는 말이 많아 알아듣기 힘들다.


해석의 가짓수가 수천가지나 되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덕분에 테오는 마법을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무슨 말씀 하시려는 지 알겠어요. 그럼 오늘도 마나 감응 훈련을 하나요?”

“그래. 마나를 느끼는 훈련부터 차근히 하면, 언젠가 공기 중의 마나로 마법을 쓸 수 있을 게야.”

“그런 마법사가 있었어요?”

“그럼~ 위대한 마법사 루가 님은 공기 중에 마나를 모아 마법을 쓰셨다고 하지.”


도모도 할아버지가 손을 공중으로 휘저으며 말한다.


그 모습이 구연동화 같아 테오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 본다.


“언제적 이야기예요?”

“글쎄다. 한~ 1만년 전?”

“윽···. 그냥 전설이잖아요.”

“하하하! 그런 전설이라도 남아있는 게 어디냐! 자! 밥 다 먹었으면 훈련 시작이다!”


마법사가 되는 기초 중의 기초가 마나 감응 훈련이다. 


자신의 마나를 느끼고 주변의 마나를 읽는 훈련.


벌써 1년 가까이 마나 감응 훈련을 해오고 있다.


테오도 안다. 지구인인 자신에겐 불가능한 훈련이라는 걸.


도모도 할아버지도 은연중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훈련을 중단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마나 감응 훈련은 할아버지와 소년의 정신적 교감이었다.


“자, 눈을 감고. 호흡을 들이마시고 뱉으면서 피부로 주변 마나를 느껴보거라.”

“후우~ 씁~”

“잠들기 직전까지 몸에 힘을 빼라.”

“후우~”

“어떠냐? 느껴지니?”


테오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졸려요.”

“···몸에 힘을 빼서 그런 거란다. 다시.”

“후우~ 씁~”

“느껴지니?”

“아니요.”


테오는 마나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이라드의 공기가 참 맑다는 것만 느끼는 시간이었다.


도모도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30분 동안이나 훈련을 지속한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테오는 도모도 할아버지의 끈질김이 좋았다. 

다른 행성에서 만난 푸근한 한샤인이 자신의 성격과 닮아서다.


“할아버지, 저 검술을 배우고 싶어요.”

“검술? 갑자기 검술은 왜?”

“검술에서도 마나를 쓴다고 들었거든요. 뭐라더라···.”

“오러 말이냐?”

“맞아요. 오러!”


테오는 검술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검술에서 마나를 쓰는 방식인 오러에 관심이 갈 뿐이다.


주변의 마나를 응축해 검에 불어 넣고 싸우는 방식인 오러 검술.


어쩌면 블루 코어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마을에는 오러 검사가 없단다.”

“네? 왜요?”

“오러는 아무나 다루지 못해서 그렇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만 쓸 수 있는 검술이거든.”

“그렇군요.”

“그리고 오러 검술은 야만인이 주로 쓰는 검술이라 한샤인은 잘 쓰지 않는단다.”


‘야만인.’


한샤인은 야만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마을 단위로 생활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한샤인과는 달리 야만인은 국가를 세우고 주변 마을을 약탈하며 살인을 일삼는다.


생김새는 금발에 푸른 눈이 특징이며, 그들 스스로를 켈슨인이라 불렀다.


‘꼭 서양인 같은 생김새구나.’


테오는 국가를 세운 민족을 야만인이라 불렀을 때 놀랐다. 


지구에서는 국가를 세운 민족이 더욱 진보한 세력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국가를 세운 민족이 왜 야만인이에요?”

“그들은 다른 민족에 대한 믿음이 없고 오로지 다스려야 하는 동물로 여긴단다. 그래서 살인이 아닌 정화라고 부르고 있단다.

게다가 그들의 통치엔 철학이 없고, 오로지 공포심으로만 이민족을 다스리지. 그런 이유로 우리 한샤인은 켈슨인을 야만인이라 부르고 있단다.”


한샤인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풍만한 민족이다. 


야만인 기사 10명이 덤벼도 이길 수 있는 마법이 있음에도 국가를 세우지 않고 흩어져 주변인을 돌본다.


“한샤인 마법사는 자신의 힘에 도취되면 안 되며, 주변인을 도울 의무가 있다. 테오 너도 마법사가 된다면,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그럴게요.”


테오는 도모도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그는 언제나 다정하고 지구에서도 통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늘 진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법사라는 게 멋지다.


“오러 검술은 아니지만, 한샤인이 쓰는 검술과 궁술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누군가요?”

“이사이.”

“옆집 아주머니요?”

“하하! 놀랐니? 이사이는 우리 마을 제일의 검사란다.”


테오는 이사이 아주머니의 남편을 떠올린다.

덩치는 그녀보다 세 배는 커다란 사람이지만, 항상 그녀에게 구박받는 사내.


“아저씨가 매일 구박 받는 이유가 있었군요?”

“뭐라고? 하하! 그건 아니란다. 이사이 남편인 마휼마도 훌륭한 궁사이자 검사란다.”

“그럼 매일 구박 받는 이유는···.”

“훌륭한 전사지만, 농사를 잘 짓지 못하지···.”


도모도 할아버지는 마휼마를 떠올리자 금세 안쓰러운 얼굴이 된다.


테오는 부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할아버지가 말해주는 내용을 받아들일 뿐이다.


테오의 부모는 테오가 태어나자마자 AI에 맡기고 우주로 떠난 사람들이다.


부부에 관한 걸 모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가 가서 말해볼 테니, 만약 가르쳐 준다고 하면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럼요! 고마워요. 할아버지.”

“하하! 녀석도. 아! 그리고 새로운 책 가져온 거 있단다.”

“정말요? 고맙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걸 좋아하는 테오에겐 이라드의 책은 귀중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며, 마을 사람들과도 가까워지게 만들어 주는 책.


또한 블루 코어 에너지원을 찾을 수도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천천히 읽고 있거라. 금방 다녀오마.”

“네, 할아버지.”


이사이 아주머니 댁은 테오의 바로 옆집이다.

하지만 집과 집 사이가 멀어 다녀오는데 한참이 걸린다.


테오는 할아버지 배웅을 하고 바로 책을 읽는다.


“시스템, 제목부터 어려워. 해석 도와줘.”


[글자 해석 중. 해석 완료. 제목 : 드래곤 슬레이어 루가.]


“루가? 루가라면, 할아버지가 말해준 전설의 마법사?”


테오는 흥미가 돋았다. 주변 마나를 끌어모은다는 전설의 마법사 루가.


어쩌면 우주선 복구를 앞당길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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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3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8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7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6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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