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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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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09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22 17:10
조회
58
추천
3
글자
13쪽

오러 기사

DUMMY

테오는 네휴족 심장을 찌를 때마다 눈을 감는 걸 포기한다.


눈을 감을 때마다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더욱 생생해져서이다.


“어이~ 잡종. 이제는 눈도 안 감는구나?”

“그걸 어떻게 알지?”


테오가 눈을 감는지 알 수도 없는 거리.

그리고 테오 뒤에 있던 룽투소다.


“지팡이 끝이 정확해지잖아. 딱 보면 알지.”


성격이 개차반이여도 오러 기사는 오러 기사.

테오가 찌르는 모습만 봐도 상태를 알아챈다.


‘눈의 차이가 창끝의 차이를 만든다.’


테오는 배울 건 배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빨리 벗어날 수 있기에.


“야, 잡종. 검을 좀 익혔나 보네? 이리 와봐.”


또 괴롭힐 거리를 찾는 룽투소. 테오는 그의 부름의 의미를 알고 있다.


“대련이나 함 뜨자.”


오러 기사와 검술 하루 배운 소년의 차이.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보다 행성과 항성 간 거리라고 보는 게 맞다.


테오는 룽투소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아무리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직접 붙어봐야 실력 차라는 현실을 알 수 있으니까.


“너는 그 지팡이 써라. 나는 요거 쓸 테니.”


짧은 나무 몽둥이를 든 룽투소.


바오루 분대장의 눈치를 봐서겠지만, 테오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몸이 상하면, 지금은 치료할 수 없고 에너지 채우는 일도 더뎌져서다.


“후우~”


테오는 자세를 잡는다. 


이사이 아주머니가 알려준 자세가 아닌, 방금 살육을 마친 바오루 분대장의 자세로.


“어쭈? 이 새끼 봐라? 분대장! 이 새끼 자세 좀 보세요!”


“시끄럽군. 응?”


바오루 분대장은 테오의 자세를 보더니 자세를 고쳐 잡고 뚫어지게 바라본다.


“얼추 흉내는 잘 내는 것 같지만, 제대로 배운 건 아니다.”


단번에 눈치채는 바오루 분대장.

그는 룽투소를 보더니 대련이냐고 묻는다.


“그렇습니다. 계속할까요?”

“좋다.”

“그래, 잡종아. 기본자세만 흉내 내는지 검도 흉내 낼 수 있는지 보자고.”


긴장감은 오로지 테오에게만 있다. 상대는 무려 오러 기사.


하지만 제대로 임할 생각이다.


테오는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 무기술을 연마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래야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을 올릴 수 있다.


슈욱-

캉-


테오의 플라즈마 커터가 나무에 막힌다.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이는 공격적인 켈슨족 자세. 테오는 그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 앞발을 더욱 전진시키며 룽투소 심장을 노린다.


캉-


몸을 틀지 않고 힘으로만 테오의 커터를 위로 쳐내는 룽투소.


기 죽지 않고 머리 위로 솟구친 커터를 내려찍는다.


캉-


“와, 공격이 너무 정직하고 한심해서 하품이 다 나오네.”

‘공격이 단조롭다? 정직하다?’


테오는 지구에서 배웠던 맨손 격투술을 떠올린다. 왼손으로 상대를 속이고 깊숙이 들어가 연타를 꽂는 속임수.


‘맨손과 다르게 검은 하나다. 그렇다면···.’


공격과 회수를 빠르게 가져간다. 그리고 시체 도둑에게 썼던 하단 공격을 시도한다.


캉-

캉-


“너 하단 공격하다가 상단 노리게?”


테오의 속내까지 꿰뚫어 버린다. 


“지루해서 안 되겠다. 내가 검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마.”


퍽-


“크윽!”


가르침이 아니다. 무자비한 폭력의 시작이다.

룽투소는 마구잡이로 나무 몽둥이를 휘두른다.


퍽- 퍽- 퍽-


테오는 맞으면서도 룽투소가 어떻게 휘두르는지 보려고 노력한다.


실력의 차가 커서 모든 공격을 보지는 못하나 열 개 중 하나의 휘두름만이라도 눈으로 잡아내려 쫓는다.


퍽- 퍽- 퍽-


“어쭈? 눈깔이 살아있네? 맷집도 조금 있고?”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매타작하면서도 웃는 룽투소.


켈슨족에게 잔혹성은 마치 본성인 것처럼 새겨져 있는 듯하다.


“니네 마을로 우리가 빨리 합류할 수 있었으면, 내가 니놈 모가지를 비틀었을 텐데!”


폭력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흥분한 룽투소가 테오의 마을에 관해 떠벌인다.


“운도 더럽게 없는 새끼! 지나가는 길이 다른 쪽이었어도 하하 호호 살았겠지!”


‘목적지가 우리 마을이 아니었다. 그리고 본래의 목적지는 따로 있다.’


테오는 맞으면서도 룽투소의 말을 정리한다.


퍽- 퍽-


“시발! 합류만 빨리했어도 100인의 오러 기사에 내 이름을 올렸을 텐데!”

“룽투소!”


바오루 분대장의 말에 룽투소가 멈칫한다.


흥분을 못 이긴 그의 나무 몽둥이에는 푸른 오러가 깃들어 있었다.


“후우~ 죽일 뻔했네. 나도 니놈처럼 청소부가 될 뻔했어. 쯧.”


룽투소가 물러나자 바오루 분대장은 높낮이 없는 톤으로 테오에게 말한다.


“쉬어라.”


테오는 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어서도 있었지만, 100인의 오러 기사에 대해 곱씹고 있어서다.


‘100인의 오러 기사가 목적지를 가던 도중, 우리 마을을 지났다.’


룽투소의 말마따나 테오의 마을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본래의 목적지를 위해 모인 오러 기사의 해일에 운 나쁘게 휩쓸린 것이다.


‘제길!’


테오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전 보여주었던 그들의 잔혹성. 길을 지나다 만난 네휴족을 몰살하는 무자비함.


거기엔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테오는 마차에 오르면서 마부와 눈이 마주친다. 푸른 눈의 켈슨족 노인.


그는 몽둥이찜질을 당한 테오를 보고 기괴한 미소를 짓는다.


‘켈슨족은 본래 다 이런가?’


룽투소와 바오루 분대장도 마차에 오른 후 마부의 채찍질로 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마물의 숲으로 가는 도중 이라드 중앙 대륙에 가장 수가 많다던 네휴족 집단을 2번을 만났다.


룽투소와 바오루 분대장은 그때마다 마차에서 내려 학살을 자행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죽였다.


켈슨족은 이라드 중앙 대륙에서 가장 수가 적었다.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학살이라는 종족의 철칙 때문이었다.


중앙 대륙에서 먼 동쪽에 자리 잡고 사는 켈슨족은 자신들끼리도 학살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영주를 중심으로 한 영지민. 그들만이 가족이고 다른 켈슨족은 적이었다.


처음으로 황제가 된 이는 켈슨족을 규합하고 켈슨족 끼리 학살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새로운 황제가 내세운 첫 번째 규율.


‘푸른 눈을 가진 이를 죽이지 마라.’


켈슨족은 첫 황제의 명을 잘 따르고 있다. 테오가 살아남은 이유도 이와 같았다.


그러나 잔혹한 성품만이 살아남는 켈슨족에겐 잔혹성을 풀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황제는 두 번째 규율을 선포한다.


‘황군이 지나가는 자리에 그 어떤 생명체도 남기지 마라.’


“마차를 멈춰라.”


세 번째 네휴족 집단.

테오는 또다시 벌어질 학살극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대장, 이놈들은 조금 다른데요?”

“정말이군.”


나무 몽둥이가 아닌 닳아 빠진 검을 들고 있는 네휴족이 보인다.


검의 형태를 보아하니 켈슨족 기사의 롱소드와 많이 닮아있다.


“저것들이 들고 있는 거. 병사들 롱소드 아닙니까?”

“신경 쓸 거 있나? 다 도륙 내면 될 것을.”

“쯧, 그건 그렇죠.”


대화를 들어보니 켈슨족 일반 병사를 죽인 강한 네휴족 무리다.


그들은 갑옷을 걸치지 않았을 뿐 테오도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살의를 뿜어내고 있다.


“이번엔 제가 먼저?”

“좋다.”


룽투소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을 뽑아 푸른 오러를 뿜어 낸다.


오러를 느낀 네휴족은 잠깐 움찔하였으나 특유의 포요를 하며 룽투소를 노려본다.


“거참, 개도 아니고 짖기는 엄청나게 짖네.”


룽투소가 빠른 속도로 제일 앞에 나와 있는 네휴족의 발을 노린다.


캉-


“얼레? 막아?”


놀라움도 잠시 몸으로 네휴족을 밀어내고 바로 가슴에 검을 꽂는다.


푸욱-


“크와와와와왕!”


네휴족 가슴에 박힌 검을 뽑기도 전에 다른 네휴족이 달려든다.


“합류하지.”


검을 뽑고 대기하던 바오루 분대장이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일격에 네휴족 하나를 베어버린다.


촤악-


사방으로 튀는 피. 또다시 광인의 안광을 뿜어내는 바오루.


테오는 그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익히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을 볼 순 없지만, 기본 동작은 확실하게 보인다.


피하기보다는 힘으로 검을 튕겨내며, 상대를 끌어내는 움직임보다는 힘으로 몰아붙이고,


변칙을 쓰기보다는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공격만을 사용한다.


온몸에 피멍이 든 테오. 그럼에도 동작을 보는 그의 근육은 움찔움찔 움직였다.


“야! 잡종 나와! 일해 야지!”


테오는 플라즈마 커터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학살이 끝난 곳에는 네휴족의 시체만 나뒹굴고 있었다.


테오는 자신의 할 일을 했다. 네휴족의 심장에 커터를 박아 넣고 에너지를 포집했다.


그리고 검을 든 네휴족은 생각보다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방금 포집한 에너지 숫자로 표시해줘.”


[에너지 포집 완료한 대상의 마나. 200.]


시체 도둑보다 많은 마나를 가진 네휴족이다. 커터의 에너지 게이지도 꽉 찼다.


“시스템, 커터의 에너지도 우주선으로 전송해. 그리고 내가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될 때를 3000으로 지정하고 현재 모인 에너지를 표기해.”


[에너지를 전송합니다. 현재 수집된 에너지 2100/3000.]


‘많이 모였다.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약하지만, 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덜컹-


테오의 발에 네휴족이 쓰던 검이 하나 걸린다. 다른 검에 비해 그나마 나아 보이는 상태의 검.


플라즈마 커터는 찌르고 베며, 전기 충격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현대식 무기였으나 이라드 관점에서 보자면 창에 가깝다.


창은 숙련자가 될수록 위력이 높아지는 무기이나 검과 활에 비해선 초보자가 쓰기에 가장 난이도가 낮은 무기다.


플라즈마 커터의 초기 모양이 창으로 고정되어 있던 이유다.


테오가 이라드에서 익힐 수 있고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무기는 검이다. 그래서 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이다.


“어이! 잡종! 빨리빨리 해라!”


테오는 검을 무심하게 집는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마차로 향한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켈슨족에게 약탈이란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플라즈마 커터도 놔둔 켈슨족이다. 테오는 그들에게 있어서 위협 밖의 인물이다.


마물의 숲을 가는 동안 테오는 아침마다 몰래 마나 감응 훈련을 하였다.


마나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도모도 할아버지와의 연결점을 잊고 싶지 않아서다.


야영을 할 때는 토끼 한 마리 잡지 못한다며 대련을 빙자한 구타가 있었다.


테오는 그때마다 커터가 아닌 검을 들고 대련에 나섰다.


맞고 또 맞았다. 


그럼에도 대련하자는 룽투소의 말에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뒤, 야만인들과 테오는 마물의 숲에 도착했다.


“흐음, 분대장, 다들 이미 진입한 거 같습니다.”

“그런가? 흠.”


둘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테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본다.


한참을 고민하던 바오루 분대장은 뒤를 돌아 마부에게 지시한다. 


“마부는 짐을 내려놓고 켈슨 왕국으로 가게나.”

“네, 기사님.”


마부는 테오와 함께 짐을 마차 밖으로 꺼낸다.

그리고 테오를 향해 기괴한 웃음을 짓더니 사탕 모양의 무언가를 건넨다.


“뒤지게 힘들면, 이거 먹어. 낄낄낄.”

“뭐? 무슨 소리를···.”


테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부 노인은 마차로 올라 채찍질한다.


‘이상한 노인이네.’


멀어져 가는 마차. 눈앞에는 거대한 마물의 숲. 그 앞에 야만인 둘과 지구인 하나.


“우리가 본대에 뒤처진 지 얼마나 됐지?”

“네휴족들 생각하면, 한 사흘 정도요?”

“일부러 늦장을 부렸다. 그놈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압니다. 그런데 분대장, 그 짧은 시간에 우리를 놔두고 숲에 들어가다니, 뭔가 이상한데요?”


바오루 분대장은 본대의 누군가와 마찰이 있는 듯했다. 그래서 분대장이란 지위에 맞지 않게 분대원이 하나였던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캠프를 급하게 치운 흔적도 없다.”

“따라 진입할까요?”

“흐음,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하루 머물고 진입한다.”

“네. 그러죠. 어이! 잡종!”


룽투소가 테오를 부른다. 테오는 짐들 사이에 서 있다 그에게 다가간다.


“오늘은 대련이 없을 거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테오. 


“처맞는 걸 즐기는 잡종 새끼. 사냥도 제대로 못 하는 잡종 새끼. 넌 오늘 운 좋은 줄 알어. 넌 가서 노숙 준비나 해라.”

“그러지.”

“새끼, 넌 본대 합류하면 그 말버릇 내가 꼭 고쳐준다.”


룽투소는 테오를 흘겨보고는 사냥을 하러 마물의 숲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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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3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 오러 기사 24.05.22 59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8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6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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