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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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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0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25 17:10
조회
53
추천
1
글자
13쪽

상상의 동물

DUMMY

엘프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테오는 깜짝 놀랐다.


분명 자신을 은인이라고 추켜세웠던 엘프다.


그런 엘프가 테오의 길을 막아선 거다.


“왜 싫다는 거지?”

“염치없지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진작 그렇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럼, 들어줄 거야?”


테오는 마물의 숲을 나가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그리고 나는 도움이 못 된다.”

“강하지 않아서?”

“알고 있어나?”

“마법은 이미 보았고, 검은 찌르는 동작만 봐도 알 수 있지.”


엘프의 말을 듣고 그녀가 고수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엘프가 테오를 힘으로 막는다면, 테오에겐 승산이 없다.


테오는 그런 심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차분히 묻는다.


“그런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가 있나?”


엘프는 사뿐사뿐 테오의 주변을 걷는다. 

걷는 모습이 사뿐사뿐일 뿐이지 소리는 나지 않는다.


“너에겐 마나의 냄새가 전혀 나질 않아.”

“!”

“시체에도 마나의 잔향이 묻어있는데, 너는 마나의 냄새가 시체보다 적어. 아니, 전혀 나질 않아.”


엘프는 다시 사뿐히 걷기 시작한다.

테오의 시선은 엘프가 걷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인다.


“그 대단한 오러 기사도 자기 심장에 창이 꽂힐 때까지 널 알아채지 못하더라고. 새로운 마법이야?”


엘프의 성격이 고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함부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신중하네.”


아무리 봐도 또래처럼 보이는 엘프의 말에 살짝 발끈하게 된다.


“내게 원하는 게 있나?”

“있지. 그리고 그 일을 해준다면, 어마어마한 보상도 뒤따를 거야.”


테오는 엘프의 말로 유추해 본다.


오러 기사도 감지하지 못하며, 실력은 떨어지지만 오러 기사를 죽인 사실.


암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죽여야 하는 일인가?”

“푸핫! 네 형편없는 실력으로? 아니야. 아니야.”


예상외의 답이라도 들은 것처럼 엘프는 손까지 내저으며 웃었다.


“마물의 숲에 야만인들이 들어왔다는 걸 안다.”

“그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오러 기사가 100명이나 된다고 들었다.”

“알아. 그래도 상관없어. 야만인 대부분은 이 숲에서 죽을 테니까.”


한없이 담담한 말투. 자신감에 찌든 허세가 아니다.


그럼에도 테오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야만인 군대가 여기서 죽는다니 믿기 어려웠다.


“어떻게 확신하지?”

“오러 기사가 1,000명이 동원돼도 결과는 같을 거야.”


더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엘프는 고개를 돌린다.


테오도 질문에 거부하는 엘프에게 억지로 물어볼 생각은 없다.


“너에게 부탁할 일은 약초 하나를 캐는 일이야.”

“약초? 마나를 숨겨야 캘 수 있는 약초도 있나?”

“이해가 빨라서 좋네. 마나를 지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나의 냄새를 지울 수 있는 너라면 무엇보다 쉬운 일이 될 거야.”

“내가 얻는 이득은?”


어마어마한 보상이라고 한 엘프다.

테오는 내심 기대를 했다.


“누구를 찾는다고 했지? 이 일만 끝나면 찾는 걸 도와주지.”


엄밀히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테오에게는 혹하는 제안이었다. 


테오는 엘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추적을 아주 잘한다는 말을 언뜻 들은 기억이 있다.


기억이 사실이라면, 타미타를 더욱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찾는 걸 도와준 다음에는?”

“각자의 길을 가면 돼.”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쿨한 거래다.

겉으로 보기에는.


테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요구를 하나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말해봐.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게.”

“내게 검을 가르쳐줘.”


테오는 엘프가 차고 있는 가는 한날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면 엘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법사로 보이는 한샤인이 검술을 가르쳐달라는 말이 이해되질 않아서다.


“마법사가 굳이 검술을? 너 혹시 마법사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나는 검을 배워야 한다.”


엘프는 소년이 무언갈 숨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악의로 숨기려 하기 보다는 들키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 알겠어. 검을 가르쳐 주지.”


검을 가르쳐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딱 봐도 초짜인 소년에게 동행하는 동안만 검을 가르쳐 주면 만족할 것이다.


“나 참.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검을 가르쳐달라는 마법사는 또 처음이네.”


엘프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든다. 그리고 검 끝을 땅으로 향하게 하면서 테오에게 다가간다.


“네 검을 뽑아 살짝 쳐. 그게 우리 헌터에겐 약속한다는 의미니까.”


테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검을 뽑아 살짝 가져다 댄다.


챙-


검이 마주치며 맑은 소리를 낸다.


“날 따라와. 우린 마물의 숲 최북단으로 갈 거니까.”


엘프는 사뿐히 테오를 인도한다.


몇 시간 동안 걸으며 테오는 엘프의 능력에 감탄했다.


평탄한 길만 걸으면서도 마물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물의 숲의 유명한 독초나 식인 식물도 보이질 않았다.


“마물의 숲에는 독초와 식인 식물이 많다 그랬는데, 이 길에는 하나도 없군.”

“내가 엘프 헌터니까.”


엘프 헌터. 그 말 하나로 모든 게 정리된다는 말투다.


엘프 헌터에 대해선 자세히 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자부심도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그 애늙은이 같은 말투 계속 쓸 거야?”


엘프는 한샤인 소년에 말투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소년 같지 않은 말투. 그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순 없지만, 이질적인 건 이질적인 거였다.


하지만 테오는 자신의 바뀐 말투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겪은 끔찍한 일들이 자신의 언어마저 바뀌었다는 걸 엘프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

“됐어. 내가 적응하지 뭐.”


테오가 대답이 없자 엘프는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아래에서 보기엔 완만한 절벽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그냥 걷는다면, 조금 힘들 수 있어.”

“완만해 보이지만, 올라가기 힘들겠군.”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린 그냥 걷지 않을 거니까.”


테오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로 엘프를 바라본다.


엘프는 그런 시선이 익숙했는지 씨익 웃으며 말한다.


“헌터의 마법이 있으니까.”

“마법? 엘프도 마법을 쓸 수 있었나?”

“푸핫! 너 엘프 헌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아직 어린이 맞네.”


엘프가 차고 있던 주머니 중 하나를 열더니 가루를 조금 꺼낸다.


“한샤인 마법사에 비해 수는 적지만, 엘프도 마나를 쓰는 마법사가 있어. 그리고 그 마법이 깃든 가루를 이용해 헌터들도 마법을 쓸 수 있지.”


엘프가 테오에게 가루를 뿌린다. 그러자 테오의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 같구나···.”

“팅커벨? 그게 누구지?”

“아무것도 아니다···.”

“너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서 내 이름은 한 번도 안 물어보네?”


엘프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테오는 엘프의 장난에도 동요하며 다급하게 묻는다.


“···미안하다. 이름이 뭔가?”

“됐어. 살아 돌아오면 알려줄게. 올라가자.”

“살아 돌아... 뭐?”


엘프는 테오의 뒷덜미를 잡더니 빠르게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으어어!”


테오는 찜찜한 뒷맛을 남기는 엘프의 말을 되묻지도 못하고 끌려 올라간다.


잠시 당황했던 테오였지만, 엘프의 익숙한 인도로 안정감을 되찾는다.


뒷덜미를 잡혀 끌려 올라가는 것에 익숙해지니, 마치 날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은 이라드의 바람.


타닥타닥 일정한 박자로 사뿐히 오르는 엘프의 발소리.


테오는 소설에 나오는 웬디와 아이들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다 왔어!”


숨 하나 차지 않는 목소리로 엘프가 말했다. 


역광에서 보이는 엘프의 밝은 미소가 정말 피터팬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올라온 길을 졸아보니 걸어서 올라왔다면 반나절은 걸릴 거리였다.


“저기 앞을 봐.”


엘프의 말에 저 멀리를 바라본다.


그러자


테오의 눈앞에 거대한 생명체가 똬리를 틀고 자고 있었다.


“이···이게 뭐야···.”


5m는 돼 보이는 거대한 존재감.


전신이 붉은색으로 뒤덮여 화염을 삼킨 것 같은 비늘.


사람의 키보다 거대해 보이는 두 개의 뿔.


지구에서 상상 속 동물이라 불렸던 생명체.


테오는 드래곤이라 확신했다.


“이거였구나! 야만인이 거의 죽을 거라는 말이.”

“맞아. 마물의 둥지야. 켈슨족 왕은 몰랐겠지만 말이야.”

“드래곤은···전설에나 나오던 생명 아니었나?”

“드래곤? 푸하핫! 저건 드래곤이 아니야!”


엘프가 꺄르르 웃는다. 테오는 조금 민망했으나 내색하지 않는다.


“드래곤이 아니라고?”

“잘 봐. 날개가 없지? 그리고 앞발이 길고.”

“저게 드래곤이 아니면 뭔데?”

“해츨링이야. 드래곤의 새끼라는 뜻이지.”

“드래곤의 새끼라면, 자라면 드래곤이 되는 건가?”


엘프가 또 웃음이 터지려다가 간신히 참고 말한다.


“아니, 저게 다 자란 성체야. 드래곤은 우리 엘프들도 본 적이 없어.”


테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드래곤이란 존재가 실존한다면 어떨까 상상을 했다.


“해줘야 할 일. 감은 잡았어?”

“내가 가져와야 할 건, 마물에 둥지에 있겠군.”

“맞아. 저기 해츨링 똥 보이지? 저 똥 주변을 잘 뒤져보면, 푸른 꽃이 하나 보일 거야. 그걸 가져오면 돼.”


테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무리 보상이 큰일이라도 하필 똥 주변을 뒤져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워서다.


“똥 주변을···뒤지라고?”

“그렇지.”

“내가 손해 보는 장사인 것 같군.”

“그건 아닐걸? 푸른 꽃은 무더기로 피는 군집 생명체야. 귀한 꽃이지. 꽃다발로 만들어 와. 너도 줄 테니까.”

“그런데 야만인 군대를 상대하러 갔을 때 저 꽃을 따면 되지 않나?”

“해츨링은 둥지에 민감해. 아무리 싸움 중에 있어도 둥지에 마나 반응이 있으면 달려오거든.”


테오는 엘프의 해박한 지식이 놀라웠다.

엘프의 도움 중 이라드에 대한 지식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알겠다. 그런데··· 내가 저 해츨링을 죽일 수 있나?”


테오는 해츨링 정도의 생명체라면 오러 기사보다 더 많은 블루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푸핫! 너 정말 여러 번 웃긴다. 내가 이렇게 웃은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눈물까지 보이며 웃는 엘프.

테오는 엘프의 웃음에도 진지한 표정이다.


“자! 여기 내 팔 보호구가 해츨링 비늘로 만든 거야. 이게 무슨 의미인 줄 알아?”


테오는 엘프의 손목을 유심히 지켜봤다.


“해츨링 비늘은 오러 기사도 베기 어려워. 나도 죽은 해츨링에서 겨우 얻은 비늘이라구. 지금 네 수준으로는 해츨링을 찌른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오러 기사 이야기가 나오자 테오는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늑대 마물도 단칼에 베어버리는 오러 기사의 검.


자신의 검으로는 해츨링의 비닐도 뚫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알겠다. 바로 내려가 푸른 꽃을 가져오지.”

“조심해서 다녀와. 마나를 조금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엘프는 테오가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라드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니까.


수명이 긴 장수종인 엘프들도 지구인은 처음 보는 생명체일 것이다.


테오는 아직 남아있는 마법 가루의 능력으로 가볍게 절벽 아래로 내려간다.


곧이어 해츨링의 머리 근처에 도착했고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었다.


“크르릉~”


숨을 쉬는 소리마저 동굴에서 부는 강한 바람 소리를 냈다.


가까이에서 본 해츨링은 크기도 크기지만 붉은 비늘이 깨끗하게 반짝거려 보석같이 보였다. 


엘프의 손목에 있던 보호구보다 더 보석 같은 붉은 비늘.


테오는 해츨링에 정신이 팔렸다. 저 멀리 엘프가 정신 차리라는 듯이 소리 없는 외침을 하고 있다.


걸음을 조금 재촉해 배 쪽을 지나며 심장이 있을 만한 곳을 바라보았다.


또 엘프 쪽을 바라보니 이번엔 건들면 죽을 거라는 제스쳐를 취한 다음 똥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테오는 애초에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크르르르르르.”


해츨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큰 덩치 때문에 압박감이 상당하다.


“크르르르르르르르.”


이번엔 조금 더 크게 움직였다.


테오는 재빨리 엘프가 있는 곳을 보았지만, 엘프는 보이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 숨은 것이다.


테오는 움직임이 커지는 해츨링을 보고 기겁한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 머리가 멈췄다.


테오는 생존본능을 따라 허둥지둥 거대한 똥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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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 상상의 동물 24.05.25 54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11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1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9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8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6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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