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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타신편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 행성에 불시착한 검은 머리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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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타신편
그림/삽화
빙AI
작품등록일 :
2024.05.15 13:12
최근연재일 :
2024.06.03 17: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13
추천수 :
34
글자수 :
125,696

작성
24.05.23 17:10
조회
51
추천
1
글자
13쪽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DUMMY

“니놈 몫이다.”


사냥을 하고 돌아온 룽투소가 토끼 한 마리를 던진다.


테오는 토끼 모양의 생명체를 보고는 이전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지구와 너무 흡사하다.’


흡사한 외형과는 달리 이라드의 생명체는 근본 자체가 다르다. 바로,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


테오는 혹시나 모를 조그마한 마나를 위해서 토끼 심장에 플라즈마 커터를 찔러 봤다.


[에너지를 포집할 수 없습니다.]


마나가 미약한 생명체에게선 블루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다.


테오는 다시 룽투소의 심장을 바라본다.


‘오러 기사의 마나는 얼마나 충전할 수 있을까?’


룽투소가 마을을 짓밟은 야만인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켈슨족이며, 많은 생명을 무참히 살육한 야만인이다.


복수의 계단에 첫발로는 괜찮은 상대였다.


으적-


테오가 받은 작은 토끼와는 다르게 두 오러 기사는 사슴 고기를 뜯고 있다.


둘이 먹기엔 양이 많아 보이나 그들은 테오에게 음식을 나눠 줄 생각이 없다.


꿀꺽-


테오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야! 잡종, 재워 줄 때 잠이나 자라.”


룽투소의 목소리. 

어느 날은 반쪽짜리 잡종이라 매질하고,

어느 날은 반쪽짜리 잡종이라고 음식을 건넨다.


‘저 덩치의 반쪽짜리 호의는 내 푸른 눈에서 비롯된 싸구려 감정이다.’


테오는 잠자리에 눕는다.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든다.


짹- 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아침이 온 것을 알았다.


과거 지구에서 아침이면 새가 울었다고 들었던 테오다.


이제는 기록에서 보던 삶이 현실이 되었다.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니 두 야만인은 아직도 자고 있다.


테오는 플라즈마 커터를 들고 잠자리를 정리한다. 룽투소가 깨어나면, 폭력과 함께 자기 잠자리도 정리하라고 시킬 게 뻔해서다.


바오루 분대장은 테오를 죽이는 것만 하지 못하게 했지 룽투소의 폭력에는 어느 정도 눈을 감았다.


룽투소는 분대장이 정한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테오를 구타했다.


테오는 순간 정신을 잃은 것처럼 룽투소 옆으로 다가갔다.


살의도, 적의도 보이지 않고 그저 당연한 발걸음인 것처럼 옆으로.


‘나, 마나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자고 있을 때 나를 인지할 수 있을까?’


순전히 궁금해서였다.

룽투소가 깨어나면 매질을 당하겠으나 죽지는 않을 거란 믿음도 있었다.


긴장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손에 들린 플라즈마 커터도 막대기처럼 느껴졌다.


‘블루 에너지로 전환된 마나에 반응을 할까?’


“거기, 뭐 하는 건가?”


바오루 분대장이 어느새 눈을 뜨고 테오를 바라보고 있다. 


테오는 물끄러미 바라보던 플라즈마 커터에서 시선을 떼고 바오루 분대장의 질문에 대답한다.


“아무것도.”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궁금한 점을 묻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분대장.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

“...해라.”

“오러 기사면, 마나가 없는 물건의 기척도 느낄 수 있나?”

“이상한 질문이군.”


바오루 분대장은 테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한다.


“누군가 던진 돌멩이에는 마나가 담기게 되지. 그게 어린아이라도 말이야. 하지만 땅에 널린 돌멩이에 기척을 느낄 순 없다.”

“...알겠다.”

“다만, 오러 기사는 자신의 검에 마나를 담기 때문에 마나 감지··· 아니다. 됐다.”


무언가를 숨기긴 했으나 의외로 친절한 대답을 듣게 되었다. 


테오는 생각한다. 그 친절한 대답에 대한 보답을 곧 해주겠다고.


“둘이 뭔소리 하는 거요?”


그사이 깨어난 룽투소가 둘을 보고 의아해한다. 

이상한 질문에 이상한 답을 한두 사람은 그 질문을 무시한 채 잠자리를 정리한다.


아침 식사로 어제 남은 사슴 고기로 스튜를 끓여 먹는다.


어제까지는 손질한 고기를 마부가 요리해 주었으나 오늘은 룽투소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고기 손질은 제법이었으나 야채도 소금도 대충대충 넣고 끓인다. 


“분대장, 식사하시죠.”


바오루 분대장과 테오가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스튜를 떠서 맛본다.


‘윽. 맛이 하나도 없군.’


테오는 지구에서 가상 현실 서바이벌과 요리를 배운 적이 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옆에 소금을 더 넣는다.


“야! 음식 망칠 일 있어?”


테오는 룽투소의 신경질에도 스튜를 저어서 푹 떠먹는다. 


보고 있던 바오루 분대장도 스튜를 떠서 먹어 보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다.


룽투소도 중대장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꺾으며 스튜를 떠먹는다.


“이 새끼, 요리 좀 하나 보다? 앞으로 일 추가다.”


잘하는 일은 숨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테오, 그러나 맛없는 스튜를 먹느니 요리는 자신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다 먹었으면 마물의 숲으로 들어간다.”


“좋습니다.”


바오루 분대장과 룽투소는 갑옷과 검을 확인한다. 

테오도 마물의 숲 앞에 서니 긴장감이 몰려온다.


저벅-


숲에 들어서니 갑자기 빛의 양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사방이 저녁만큼 어두워지고 색의 채도 또한 짙어졌다.


“발검.”


스릉-


바오루 분대장의 말에 모두가 무기를 빼 든다. 테오는 플라즈마 커터 대신 네휴족에게서 얻은 검을 뽑는다.


‘초입인데도 모두 조심하는군.’


오러 기사가 조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말이 된다.


죽이고 싶은 야만인들이지만, 테오는 그들 뒤를 바싹 따라붙는다.


“정지.”


가장 앞서가던 분대장이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들자 나머지가 멈춘다.


“룽투소, 확인.”


끄덕-


확연히 짧아진 말. 그리고 익숙한 듯 검을 들고 앞으로 향하는 룽투소.


‘분대장과 분대원이 하나씩 밖에 없는 이유도 궁금하군.’


갑자기 의문이 들었으나 테오는 곧 잊어버리고 만다.


룽투소가 검으로 흙을 파내 시체를 찾았기 때문이다.


“분대장, 왕국 창병입니다.”

“몇이나 있지?”

“대략 7명입니다.”

“상처는.”

“모두 발톱 자국이 나 있습니다.”

“흠. 사람을 죽이고 파묻는 습성이라면, 늑대형 마물일 수 있다.”

“칫.”


마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다.


방사선에 의한 변종인지, 이라드 세계의 특징인 마나 때문인지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동물형 마물은 그 원형인 동물의 습성을 답습하는 특징이 있다.


늑대형 마물이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을 지녔을 것이다.


그래서 룽투소가 혀를 찬 것이고. 


“쉴 곳을 찾기 전까지 오러를 유지한다.”

“너무 일찍이네요.”

“긴장 놓지 마라.”

“네.”


가끔 분대장에게 보였던 반항심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하달되는 명령에만 따른다.


“크르릉.”

“마물 소리.”

“소리 확인. 전방에 하나.”

“크르르릉.”

“소리!”

“확인, 좌측에 하나.”


“크르릉.”

“크르르릉.”


“...제길.”

“룽투소, 침착해. 마물 소리 확인.”

“우측에 둘.”


들리는 마물 소리만 벌써 4마리다.


“초입이다. 뒤로 빠져 숲을 나간다.”

“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마물의 수가 많다면, 퇴각 후 다른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


“크르릉.”


“소리! 후방에 하나.”


테오가 작은 소리를 캐치하고 둘에게 말한다. 그것도 군인의 언어로.


바오루 분대장과 룽투소가 잠시 테오를 보고 놀라워했으나 그것도 잠시 침착함을 되찾는다.


“소리 확인 완료.”


사방에 마물 늑대다. 테오는 그들의 실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룽투소.”

“네.”


갑자기 룽투소가 테오 곁으로 온다. 

그리고 테오의 목덜미를 잡는다.


“뭐 하는 거야?”

“니놈 역할을 해야지.”


룽투소가 엄청난 힘으로 테오를 앞으로 던진다.


“으악!”


테오가 시체들이 있던 곳으로 떨어진다.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사이, 바오루 분대장과 룽투소는 모습을 숨긴다.


“개자식들···.”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왓! 크르릉.”


일반 늑대에 비해 3배나 큰 덩치. 그리고 붉은 안광. 마지막으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테오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쓰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꽉 잡는다.


‘나를 미끼로 쓰려는 거다.’


서서히 테오에게 다가오는 늑대 마물.


테오는 다른 손으로 플라즈마 커터를 꺼내려다 멈춘다.


‘야만인이 날 죽이려 했다면,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지금 도망이 아닌 숨는다는 건 마물을 죽이려는 속셈.’


테오는 뒤 돌아 뛰기 시작한다. 자신이 소리를 들은 바로 뒤쪽으로.


“크왕!”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늑대 마물.

다른 늑대 마물보다 크고 검으며, 거친 안광을 뿜어낸다.


그리고 그 위로 공중에서 내려오는 바오루 중대장과 룽투소.


촤악-


단칼에 제일 큰 마물을 동강을 낸다.


‘이것이 오러 기사.’


테오의 눈에 비친 오러 기사는 강대함 이란 말과 무척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잠깐이었지만, 자신의 원수가 아닌 일격에 마물을 죽일 수 있는 강인한 기사의 모습으로 비쳤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오러. 


바오루 중대장과 룽투소는 테오를 지나 앞에 있던 마물의 목을 싱겁게 떨궈버렸다.


“잡종, 너 아까 우리 욕했지?”


검에 묻은 피를 후두두 휘두르며 떨구던 룽투소가 테오를 보고 묻는다.


“들렸나?”

“크큭. 칼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니놈의 역할이 이런 거다.”

“내가 검을 연마해도 되나?”

“언제 누가 말린 적 있냐?”


테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련이랍시고 해대던 매질을 생각 못하는 룽투소의 당당함에 할 말을 잃어서였다.


“이상하군.”

“분대장도 느꼈습니까?”

“그래. 이 마물들 저 녀석을 공격하지 않더군.”


바오루 분대장은 테오를 보고 말했다. 테오는 그들의 말에 생각에 잠긴다.


‘마물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다. 마나가 없다고 지나치진 않았을 거다.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


“드루이드가 있을지 모른다.”

“...드루이드.”


드루이드, 들어본 적 있는 테오다. 동물을 길들여 전투에 쓰는 종족인 챠카므족의 직업.


한샤인의 마법사, 켈슨족의 오러 검사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희귀 직업.


게다가 마물을 다룬다는 것은 일반적인 챠카므족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위 챠카므다.”

“그렇다면, 엘프도 있을 수 있겠네요.”


챠카므족은 동물을 신성시하는 민족인 만큼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는다. 


엘프족 또한 동물을 먹지 않아 두 민족은 가깝게 지낸다고 알려져 있다.


“황제가 마물의 숲을 정리하란 명령을 한 이유가 이것일 거다.”

“젠장. 하필이면 엘프가 껴있는 일을.”


룽투소가 거친 반응을 내비친다. 


엘프는 절대 숲을 벗어나 타 종족을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자기 종족이 공격받는다면, 이라드 전체를 뒤져서라도 복수하는 종족으로 유명하다.


“지금의 황제가 엘프를 죽였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보군.”

“분대장, 그놈 때문에 늦게 합류하긴 했는데, 이제는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들이 말하는 ‘그놈’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엘프가 끼어 있는 일이라면, 빠지고 싶은 테오다.


엘프의 상식은 다른 이라드인과 달랐으며, 고집불통에 툭하면 화를 내는 다혈질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돌멩이를 던지면 목을 베려고 달려드는 굉장한 복수심을 가진 종족이다.


“망할 귀쟁이 놈들. 젠장. 야! 잡종!”

“···.”

“앞장서서 걸어라. 아까처럼 뒤로 돌아 뛰면 내가 니놈 대가리를 반으로 갈라줄 거야.”


룽투소의 말에 바오루 분대장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급하고 위급해지니 켈슨족의 본성이 또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강하면 살고 약하면 죽는다.


‘개자식들. 저러니 야만인 소리를 듣지.’


테오는 조용히 분노한다. 지금은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이 없는 나약한 위치. 힘이 전부인 켈슨족에겐 테오는 그저 ‘잡종 미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걸으라고 새끼야!”


룽투소의 말에 테오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간다.



***



한참을 걸었으나 다행히 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늑대형 마물의 사체와 켈슨족의 시체가 보일 뿐이었다.


“분대장, 기습인 것 같습니다.”


전투의 흔적을 확인하던 룽투소가 바오루 분대장에게 말한다.


바오루 분대장도 같은 생각인지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낸다.”

“여기서요?”

“그래.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드루이드가 있다면, 다신 이쪽으로 오지 않을 거다.”

“그렇군요. 흠, 대장. 우리 잡종 새끼, 검술을 더 연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군. 룽투소 네가 수고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마물의 숲에 들어온 긴장감에 쌓인 스트레스를 테오에게 풀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바오루 분대장도 그걸 알고 묵인한다.


‘점차 인성 밑바닥까지 내보이는군.’


테오는 다가오는 룽투소를 보며, 결심을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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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소 24.06.03 8 0 13쪽
21 세 가지 자세 24.06.02 15 0 13쪽
20 헛나온 말 24.06.01 17 1 13쪽
19 흉내 24.05.31 21 0 13쪽
18 변화하는 세계 24.05.30 25 1 12쪽
17 어린 소년의 치기 24.05.29 30 0 12쪽
16 꽃봉우리 24.05.28 34 0 13쪽
15 맛있는 차 24.05.27 36 0 13쪽
14 포효 +1 24.05.26 48 2 13쪽
13 상상의 동물 24.05.25 54 1 13쪽
12 잡종 아니고 지구인 24.05.24 50 1 13쪽
» 토끼 고기와 사슴 고기 24.05.23 52 1 13쪽
10 오러 기사 24.05.22 59 3 13쪽
9 현실 24.05.21 61 2 12쪽
8 부탁 24.05.20 61 2 13쪽
7 대치 24.05.19 68 3 12쪽
6 전야 24.05.18 81 2 13쪽
5 푸른 눈의 소년 24.05.17 91 3 13쪽
4 담벼락 +2 24.05.16 107 3 13쪽
3 달리기 24.05.15 117 3 13쪽
2 희망이 현실로 24.05.15 125 3 12쪽
1 굿바이 24.05.15 15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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