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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칸슬로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다미달
작품등록일 :
2022.08.01 22:22
최근연재일 :
2023.03.28 22:20
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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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0
추천수 :
514
글자수 :
1,060,207

작성
23.03.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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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서로를 위해 (9)

DUMMY

언제 게티아르가 그랬었지.

곧 라이칸스로프를 잡게 해준다고.

그때 당시만 해도 라돌은 게티아르가 그저 의미 없이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겪게 되자,

그제야 라돌은 게티아르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토록 꿈에도 그리던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아라가 마을을 무너뜨리고 동료 용병들을 죽인 원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저기서 고함과 욕설, 포효와 비명이 들려 왔으나,

라돌이 서 있는 주변은 어색하게도 침묵이 가라앉아 있었다.

전장은 본디 소란을 몰고 오기 마련이건만.

그렇다면 라돌이 있는 곳은 전장이 아니란 소리인 걸까.

아니.

칼부림 소리과 괴물의 괴성이 들리지만 않을 뿐, 몸을 절로 경직시키는 긴장감은 그 어느 곳보다 짙고 강했다.


"그렇게도 목숨을 버리고자 한다면, 좋다. 이쪽이야말로 바라던 일이지."


라돌이 차가운 얼굴로 아간에게 다가갔다.

아간은 굽혔던 혀리를 피더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여전히 가라앉은 눈을 하고서 아간이 말했다.


"이건 엔라와 나와의 약속이야.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

"권리라고!"


라돌이 매섭게 소리쳤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나보다 더한 권리를 갖고 있는 자는 없다!"

"라-."


라돌은 듣지 않았다. 맹렬하게 고함을 지르고는 아간에게 뛰어들었다.

과거, 동료 용병들과 함께 상인 호위 임무를 맡았던 그날.

술집에서 팔씨름 승부를 한 뒤로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틈만 나면 검술 대련을 했었지.

정확히는 라돌이 아간을 가르치는 것이었지만,

거기에 있던 그 누구도, 심지어 라돌 본인조차도 자신이 아간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비록 검술 실력은 떨어져도 천부적인 신체 능력은 대단했기에.

게다가 재능도 나름 있었던지 몇 번 합을 나눈 뒤로는 무섭도록 라돌을 몰아붙였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라돌은 아간이 썩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과묵한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본디 갖고 있는 실력과 함부로 제 실력을 떠벌리지 않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라돌은 기대했다.

아간과 같이 용병 생활을 하며 이곳저곳 여행하기를.

그라면 자신의 등을 믿고 맡겨도 괜찮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힘과 반사 신경이 전부 괴물로부터 비롯된 힘이었을 줄이야.

더군다나 동료 용병들을 모조리 죽인 그 괴물이 아간이라니.

꿈에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흐아아!"


라돌이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아간은 슬쩍슬쩍 쳐내는 것으로 모든 공격을 무마시켰다.

치욕스러운 순간이었지만 라돌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더, 더, 더.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너만은 죽이리라.

동료들의 복수를 성취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바칠 생각이었다.


"죽어! 죽으란 말이다!"


아간은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피와 살점이 튀기는커녕 털 몇 가닥만 빠졌다.

간혹 강하게 베고 지나갈 때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단단한 돌덩이에 실금이 생기는 꼴이었다. 아무리 금이 그어져 봤자 돌덩이는 부숴지지 않는다.

돌가루가 조금 흩날릴 뿐.

그리고.

돌을 내리친 검이 언제까지고 멀쩡할 리가 없다.

다미달이나 늑대포식자처럼 특별히 강하게 만들어진 검이 아니라면 필시 부서지고 말겠지.

그래서 검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라돌과 아간 사이로 검날 수십 조각이 튀어올랐다.


"라돌. 이제 그만해."


아간이 말했다. 라돌은 듣지 않았다. 아직 검자루에 검날이 조금 붙어 있었다.

길이가 기껏해야 30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면 이걸로라도 꽂아버릴 작정이었다.

라돌은 높이 날아올랐다.

그래봤자 아간 가슴 높이까지 뛰어오른 게 전부였다. 그러나 라돌은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노리는 곳은 미간이었으니까.


"흐압!"


라돌은 창을 던지듯 검을 쏘아보냈다. 꽤 기습적인 공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간은 그것마저도 무마시켰다.

날아오는 검자루를 가볍게 잡더니 간단히 밑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라돌은 뒤로 나자빠졌다.

거친 숨이 절로 나왔다. 엔라처럼, 그 또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거기에 더해 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돌덩이보다도 단단한 몸에 검을 연신 휘둘렀으니 손바닥이 찢어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라돌은 손을 들었다. 손가락뼈 마디마디가 시큰거렸다.

이래서야 검을 쥐기는커녕 주먹도 제대로 쥐지 못할 것이다.

그때 라돌의 눈에 한 검이 들어왔다.

그것은 한때는 아간이, 그리고 현재는 엔라가 갖고 다니는 검, 늑대포식자였다.

라돌은 붉어진 눈으로 그걸 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엔라가 가져가버리고 말았다.

라돌은 당장 채갈 것처럼 몸을 날리는 듯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엔라가 이미 저만치 뒤로 물러났기에.

대신 엔라에게 일갈했다.


"당장 저놈을 찔러. 저놈도 네가 원하는대로 한다잖아!"


엔라는 아간을 보았다.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지 묻는 듯했다.

라돌을 보고 있던 아간은 엔라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간은 라돌이 한 말이 맞다고 동의하지 않았다.

그저 아까처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엔라는 괴로운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시선을 돌린 곳은 성 안뜰이었다.

내성에 꼭꼭 숨어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전세가 바뀌고 있는 게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하는 듯하다.

다들 부둥켜 안은 채 성벽 위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소년소녀가 나란히 서 있는 게 보였다.

엔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도 이곳을 보고 있었다.

거리가 멀었기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건 중요치 않았다.

엔라는 저 소년이 이곳을 보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날 구해주었던 적이 한번 있지. 기억나? 하수도에서, 조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갈 뻔했던 일을."

"그래."

"그때 내가 뭐라 했는지도?"


아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한번은 도와준다고 했었지.

엔라는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맹세까지 했었다.


"그때 당신이 그랬었지. 나보고 분명 후회할 거라고 말이야."

"내가 그랬었나."

"그랬어."

"그래서. 후회하나?"


엔라는 아간을 쳐다봤다.

역시, 아무리 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때 하수도에서 얘기를 나누었던 사람이 바로 이 괴물이라는 건 여러모로 믿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모습이 변해도 짙고 푸른 눈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건 내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겠지. 어쨌든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다는 맹세를 한 건 변치 않아."

"그렇다면.."


엔라는 다시 한번 디아프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뒤늦게 성에서 나온 하리 수녀가 디아프를 꽉 안고 있었다.

디아프가 어디 다친 건 아닌지 연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디아프는 의젓한 자세를 보이며 하리 수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저 아이에게는 복수를 포기하라고 말했으면서. 정작 나는 이런 짓을 하고 있구나.'


이보다 모순적인 일이 또 있을까.

엔라는 팔을 밑으로 늘어뜨렸다. 늑대포식자가 바닥을 살짝 두드렸다.


"됐어, 이제."

"젠장. 엔라!"


대화 흐름이 어째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더니만 역시나!

라돌이 발작적으로 몸을 들썩였다. 성치 않은 몸이어서 그런지 곧 아픔이 뒤따랐다.

그러나 라돌은 신음 한번 흘리는 것으로 넘기고는 재차 고함을 질렀다.


"설마 못 이길 것 같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놈의 맹세 때문이야? 젠장, 다 집어치워! 그딴 건 그저 허울에 불과한 것 뿐이야. 있지도 않은 족쇄라고. 그거 안 지켜서 뒤지는 놈 한 놈도 못 봤어! 그러니 저 녀석을 찔러. 찔러서 복수를 성취해!"


엔라는 라돌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지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 아냐. 아간은 순순히 목을 내놓았으니까. 난.. 그래. 이젠 지쳤어. 계속 쫓는 것도, 복수하는 것도. 이건 누굴 위해서가 아냐. 바로 나를 위해서지."

"헛소리 마! 나를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아냐. 저 새끼 손에 죽어간 우리 동료들을 위해서 하는 거지! 넌 동료들이 죽은 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냐?"

"네 슬픔이 어떤지 알아. 나도 잃었어. 라이칸스로프에 의해 고향을, 가족을, 친구를 다 잃고 말았어."

"그럼 왜 망설이는 거야!"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엔라가 라돌을 바라보았다. 언뜻 덤덤해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더할 나위 없는 슬픔과 해방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이 나에게 안식을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하지만.

엔라에게는 몰라도 라돌에게는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죽은 동료의 무덤에 괴물의 피를 뿌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라돌이 원하는 해결책이었다.

라돌은 몸을 푸들푸들 떨며 일어났다.

관절이 삐걱거리고 근육에 경련이 일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분노를 땔감 삼아 타올랐다. 복수를 성취할 수만 있다면 제 몸이 바스라져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기꺼워하며 언제까지고 웃으리라.


"라돌!"


엔라가 눈을 크게 떴다.

한눈을 판 사이, 라돌이 늑대포식자를 빼앗아 버렸다.

엔라가 팔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라돌은 아간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 검이라면 필시 저 단단한 몸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복수에 안식이란 없다! 내가 죽건, 원수가 죽건 간에 어쨌든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단 말이다!"


라돌이 아간의 허리를 양분할듯이 검을 휘둘렀다.

아간은 그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더니 슬쩍 팔을 들었다.

적어도 기절이라도 시킬 작정이었다.

그리고 상황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라돌은 채 검을 휘두르지도 못했다. 아간의 다리가 인정사정없이 그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라돌은 온몸이 박살나는 충격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주저앉게 된 라돌. 엔라는 멍한 얼굴로 아간을 보았다.


"그래, 맞는 말이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지."


길쭉한 주둥이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간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에 놀라면서도 사태를 파악했다.

심상 세계에 차가운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어둠도 함부로 다가가지 어려울 정도로 깊디깊은 심연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아간, 라자살라를 막아! 그대 아들을 죽일 생각이야!]


곧이곧대로 잠드는 줄 알았던 라자살라가 기어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탈출한 것이다.

라자살라는 지체하지 않았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손을 쫙 벌렸다.

바로 디아프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곧 녹색 기운이 디아프의 몸을 옥죄었다. 아간은 다급하게 주술을 펼쳤다.

하지만 그전에 라자살라가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디아프가 온몸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



하리는 후두둑 떨어지는 피를 맞고 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앞에서 디아프가 쓰러지고 있었기에.

허물어지듯이 내려앉은 디아프는 자연스럽게 하리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밀랍 인형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리는 울음도, 눈물도 내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슬픔과 고통이 저 멀리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우어어어-!


사방이 뒤흔들렸다.

울분에 찬 울음소리가 지평선 너머로까지 퍼지는 듯했다.

하리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홀연히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 검은 라이칸스로프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굳어 있었다.



*



아간은 격정에 휩싸이며 주술을 전개했다.

달에 구름이 가려진 것처럼 어둠이 급속도로 찾아왔다.

쩍 벌린 입에서 비탄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도 같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겠는가? 아간! 마음껏 저주하고 분노해! 그 감정을 묵히지 말고 있는 힘껏 발산하란 말이야!"


[아간, 정신 차려! 감정에 동조해버리면 라자살라가 다시 그대 몸을 빼앗을 거야!]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아간이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른 탓이었다.

공중으로 솟은 아간은 어느 한 곳으로 내려앉았다.

땅이 세차게 울렸다. 바닥에 쌓여 있던 눈이 싸라기처럼 날아올라 주변을 휩쓸었다.


"도, 도망쳐!"

"괴물이 왔다!"


사람들이 헐레벌떡 내성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하리와 타샤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피와 눈으로 젖은 하리. 그녀가 곧 허망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검은 라이칸스로프가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아간."


아간은 무릎을 꿇고 디아프에게 코를 내밀었다.

디아프의 얼굴 바로 앞에 커다란 코가 옆으로 씰룩이며 움직였다.

숨을 들이고 내쉴 때마다 디아프 앞머리가 가냘프게 휘날렸다.

아간은 애타는 마음으로 디아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눈꺼풀도, 다리도, 손도 움직이지 않았다.

디아프가 죽었다.


"아아.."


주둥이에서 불길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간은 허리를 잔뜩 굽혔다.

녹색과 검은색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두 개의 기운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한데 합쳐졌다.

그러자 을씨년스러운 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아간은 가슴을 쥐어뜯을 것처럼 손으로 움켜 쥐었다.

막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그의 피부도, 제 손톱에는 무참히 찢겨졌다.

그럼에도 아간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아간. 자네 아들을 살리고 싶지 않나?"


그때 라자살라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자네의 그 마법 같은 주술이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나와 하나가 돼야 해. 난 자네보다 주술을 능숙하게 다루니까. 나라면 자네 아들을 다시 살릴 수 있어."


[듣지 말게! 여기서 동조해버리면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다 왔어. 내가 다시 라자살라를 잠재우겠네. 이번에는 확실히 잠재우겠어. 그러니 듣지 마!]


"저 녀석은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하지. 실상은 아무것도 못하면서. 이봐, 아간. 내가 할 수 있어. 유일하게 자네 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그러니 받아들이게. 저번처럼 자네를 억누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러면 우린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게야."


커다란 한 덩어리로 변한 기운은 이제 주변을 질식시킬 것처럼 감쌌다.

그러자 병사들은 물론이고 라이칸스로프도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들어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게티아르.

고개를 휘휘 젓던 그는 곧 안뜰에 서 있는 아간을 발견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게티아르는 욕설을 내뱉으며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자, 아간. 시간 없어. 받아들여. 지금!"


[아간!]


안뜰에 내려온 게티아르가 전력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사태는 급박하게 흘러갔다.

조금만 있으면 저 불길한 기운이 내성, 아니 도시 전체를 감싸 그대로 함몰시킬 것 같았다.

게티아르는 정 안 되겠으면 다미달을 던지기로 했다.

저 커다란 등이라면 아무렇게나 던져도 맞을 테니까.

그때였다. 게티아르 옆머리가 사정없이 휘날렸다. 느닷없이 바람이 분 탓이었다.


"뒤로 빠져 있으렴. 내가 할 테니."

"예?"


누군가 게티아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게티아르가 뒤늦게 반문했지만 이미 상대는 아간 옆에 서 있었다.

상대는 아간에게 손을 펼쳤다. 그러자 보랏빛 기운이 아간의 몸을 감쌌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아간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


목소리는 아간이었지만 상대는 라자살라가 한 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상대, 브렌세라는 힘겨운 얼굴로 말했다.


"아이야. 네 몸에 힘을 하나 심어놓았었지. 잠시만 그걸 이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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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400년의 기다림 (4) 23.03.03 60 3 14쪽
117 400년의 기다림 (3) 23.03.02 53 3 19쪽
116 400년의 기다림 (2) 23.03.01 55 3 15쪽
115 400년의 기다림 (1) 23.02.28 59 3 14쪽
114 절망 23.02.26 58 3 24쪽
113 꼬리별과 늑대 (5) 23.02.25 65 3 17쪽
112 꼬리별과 늑대 (4) 23.02.24 62 3 18쪽
111 꼬리별과 늑대 (3) 23.02.22 71 3 15쪽
110 꼬리별과 늑대 (2) 23.02.17 71 3 18쪽
109 꼬리별과 늑대 (1) 23.02.16 61 3 15쪽
108 계획 시작 (14) 23.02.14 61 3 18쪽
107 계획 시작 (13) 23.02.13 58 3 20쪽
106 계획 시작 (12) 23.02.12 5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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