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환각파티의 끝(2)
25. 환각파티의 끝(2)
쾅!
아우우우..!
철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조용태의 입에서는 늑대울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태의 얼굴이 김진우와 비슷하게 부풀었다.
흑흑..
파김치처럼 축 늘어진 조용태가 흐느끼고 있었다.
나름대로 강단 있고 의지가 강하다고 자부하던 조용태였지만 철호의 주먹 앞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없었다.
쪽팔리게 흐느끼다니..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용태는 주먹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철호가 주먹을 거두었다.
흐느끼면서도 철호의 눈치를 보던 조용태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철호의 기색으로 보았을 때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용태의 귀를 철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자, 이제 둘이 치고 받아라.”
조용태가 도대체 그게 무슨 얘기냐는 눈빛을 보냈다.
“아직도 교육이 안 됐나..?”
고개를 갸웃하며 철호가 중얼거렸다.
철호가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조용태의 주먹이 김진우의 코뼈를 때렸다.
퍽..!
철호에게 맞아서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김진우의 코뼈가 주저앉았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
“이, 이 새끼..!”
김진우가 눈에 불을 켜면서 조용태의 코를 가격했다.
쾅!
조용태의 코뼈가 주저앉으면서 코피가 확 뿜어졌다.
“이런 개새x! 내가 씨x!”
거친 욕을 내뱉으며 조용태가 주먹을 날렸다.
그렇게 두 놈이 치고받기 시작했다.
이제 저들 둘은 철호가 굳이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치고받을 것이었다.
철호가 이하나를 그들 두 사람 사이에 위치하게 만들었다.
“자, 그만 때리고 이제 기운 좀 내라. 여기, 약도 좀 먹고.”
철호가 필로폰 쟁반을 밀었다.
누구 말이라고 거역할까.
김진우와 조용태가 경쟁하듯이 필로폰을 흡입한다.
철호는 그 장면을 아주 리얼하게 영상에 담았다.
그렇게 김진우와 조용태가 필로폰을 흡입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영상이 만들어졌다. 만신창이가 된 이하나가 정신을 잃은 채 두 사람 사이에 누워있었다.
그림이 딱 나오는 구도였다.
하지만 철호는 좀 더 확실한 올가미가 필요했다.
잠시 후, 김진우와 조용태는 사이좋게 테이블에 엎어져있었다.
치고받기를 반복하다가 잠시 쉬는 거다.
카메라를 든 채 입구 쪽 벽에 붙어 앉은 철호가 종업원을 불렀다.
여종업원이 들어왔는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정성희다.
안 그래도 그녀가 필요했었는데 이런 요행이 있을까.
정성희는 룸 상황을 보고 주춤거렸다.
철호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눈짓으로 테이블을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 정성희가 그걸 또 용케 알아들었다.
정성희는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이내 테이블 안쪽으로 들어간 정성희가 정리하기 위해 술잔을 집어 드는 그때, 테이블에 엎어진 채 쉬고 있던 김진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썩은 동태의 그것처럼 빛을 잃은 눈이 정성희를 보았다.
놀란 정성희가 움직임을 멈췄다.
김진우의 눈에 빛이 들어왔는데 멈췄던 장난감에 전기가 들어온 것처럼 반짝거렸다.
입술을 비틀며 웃는 김진우, 코뼈가 주저앉고 눈탱이는 밤탱이에 이빨마저도 몇 개나 빠져버린 엉망진창인 얼굴인데 거기에 썩은 미소가 걸렸다.
흠칫한 정성희가 급히 물러나려했지만 이미 늦었다.
김진우는 아까 정성희에게 당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는 지금 분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정성희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김진우의 주먹이 정성희의 얼굴을 때렸다.
꺄악!
정성희가 비명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조용태가 깼다.
김진우가 정성희를 때리는 것을 본 조용태가 냉큼 일어나더니 합세했다.
꺄아아악!
크게 비명을 터트린 정성희가 철호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철호가 언제 나갔는지 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세팅해 놓았던 철호는 어느새 이하나를 들쳐 메고 자리를 뜬 상태였다.
절망한 정성희가 얼굴을 가리는 그때.
쾅!
문짝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흔들리면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동작 그만!”
윤석이 크게 소리쳤다.
하나 김진우와 조용태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 본능만이 남은 그들은 윤석의 소리를 개소리로 취급하고 여전히 정성희에게 매달려 있었다.
정성희의 비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달려들었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진우와 조용태의 힘은 경찰 두 사람이 한 명씩을 감당했는데도 쉽게 제압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필로폰의 힘이었다.
하나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상대는 경찰들이다.
팔을 꺾인 김진우의 무릎이 꿇리고 이어 조용태도 수갑을 찬 상태에서 무릎을 꿇었다.
“서울중앙지검 김윤석 검사입니다. 당신들을 마약소지와 복용 및 폭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들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윤석이 김진우와 조용태의 앞에서 미란다 원칙을 읊었다.
*****
[속보입니다. 태산그룹 김갑중 회장의 자제 김진우 태산스포츠웨어 이사가 긴급체포 당했습니다. 지인과 같이 서울 강남에 있는 모클럽의 3층 VVIP룸에서 환각파티를 벌이던 김진우씨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서울중앙지검 김윤석 검사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 것입니다. 예전에도 필로폰과 관련해서 소문이 많던 김진우씨는..]
앵커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던 사람들의 시선이 뉴스로 향했다.
“그래봐야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 뭐 하러 잡았을까?”
“실적 올리기, 존재 알리기 그런 거지. 가끔씩 저런 사건이 있어야 검찰과 경찰이 일을 하는구나하고 생각할 거 아냐. 돈 있는 놈들은 아무리 죄를 지어도 철창에 안 들어가기 때문에 실적 올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씨x, 더러운 세상..”
“더럽다고 욕하지 말고 억울하면 돈을 벌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돈 벌라는 소리는 또 처음이네.”
“출세가 따로 있냐? 돈 벌면 출세한 거지.”
“하긴, 돈이 곧 출세지..”
식당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처음에는 태산그룹의 김진우와 환각파티라는 얘기에 집중했지만 이내 무전유죄 유전무죄와 있는 자들의 법이라는 얘기로 떠들어대기 시작한 거다.
그런 식당에서 철호는 지금 허대호를 만나고 있었다.
클럽 마야에서 이하나를 데리고 나온 철호는 곧바로 대한병원 이주영 원장을 찾아가서 그녀를 맡겼다. 신인이라지만 영화가 히트를 치면서 알음알음 소문이 나던 그녀였기에 아무래도 보안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하나를 해결한 철호는 곧바로 허대호 소장을 불러내서 이렇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던 중이다.
철호와 허대호가 맞댄 소주잔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단숨에 잔을 비웠을 때, 앵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검찰이 사건 현장인 클럽을 덮쳤을 때 김진우 이사는 지인인 조용태씨와 함께 다량의 필로폰을 흡입한 상태였으며, 둘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서, 소란을 듣고 정리하러 들어 온 여종업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또 성폭행하기 위해 옷까지 마구 찢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들이닥친 서울중앙지검 김윤석 검사에 의해..]
앵커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이 펼쳐졌다.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이 방송을 탔다.
TV에 시선을 두었던 철호가 허대호를 보았다.
“허 소장님, 앞으로 잘 해주셔야 합니다.”
“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아니, 이제 시작입니다.”
어느새 채워진 소주를 털어 넣은 철호가 허대호에게 잔을 내밀었다.
허대호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받았다.
그러지 말고 한 손으로 받으로고 몇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도 허대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철호가 잔을 채워주자 허대호는 숨도 안 쉬고 술잔을 비웠다.
“공지관이 가지고 있던 영상들을 모두 확보해서 세팅을 마쳤습니다. 김진우는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회장님의 목표가 김진우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허대호의 눈빛은 강렬했다.
- 작가의말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2007년부터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한 뒤로 두 번째 받아보는 후원금입니다.
마인드웹님께 감사드리며 두루 평안하시고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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