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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의 서재입니다.

인생 삼세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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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바이
작품등록일 :
2018.04.09 16:42
최근연재일 :
2018.05.18 12: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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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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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931

작성
18.04.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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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글자
9쪽

4. 장철호

DUMMY

4. 장철호


“기.. 분.. 은..?”

이건 뭐지?

왜 목소리가 안 나와?

아니, 그러고 보니 마치 목이 말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요추와 경추에 디스크가 발생해서 수술했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더 안정을 취해야만 하네. 그리고 성대를 다쳤는데 크게 문제될 건 아니지만 며칠은 지나야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네.”

이주영 원장의 말에 그제야 내가 살아가게 된 몸의 주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숨이 간당간당하는 순간, 내가 원래 주인의 영혼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거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는데 1분 빨랐다고 억울할 건 없으리라.

원래 몸의 주인인 장철호의 기억이 실타래의 실처럼 그렇게 술술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대한캐피탈 장명호 회장의 수행비서인 장철호, 실장이라는 호칭에 비해서 나이는 35세로 젊은 편이었는데 아직 미혼이고 부모를 비롯한 형제자매 등 가족이 아무도 없다.

아, 딱 한 명 6촌 형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장명호 회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묘한 것이 장 회장도 장철호와 마찬가지로 친척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장명호와 장철호는 서로가 지구상에 남은 단 하나의 친족이었다.

아..!

나는 소리 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정말 놀랍게도 장 회장은 은근히, 어마어마하다 할 정도로 돈이 많았다.

단순한 캐피탈이었지만 전주가 따로 없이 오로지 자신의 돈으로만 회사를 굴릴 정도였으니 자금력이 보통이 아닌 거다.

장철호와는 띠동갑인 장 회장은 이제 47세였다.

그 나이에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부자가 되었을까..?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갔다.

유산이 상당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결국 사채였다.

사채를 통해서 재산을 손쉽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인데 그의 돈을 빌려가서 갚지 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험하다고 알려진 사채업의 세계, 그곳에서 대한캐피탈이 무려 백퍼센트의 회수율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장명호가 바로 피도 눈물도 없는, 누구보다도 잔혹한 진정한 사채업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왜 났지..?

사고 당시의 기억을 찾아냈다.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은 그날, 사고가 나던 날 밤에 장 회장이 단골 바 로열로드에서 양주 한 병을 마신 기억부터 풀려나왔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로열로드를 나온 장 회장은 곧바로 집으로 가자고 했다.

차에 탄 뒤에 장 회장은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장철호 자신의 기억도 없다.

아, 장 회장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 전에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나눠주었다.

그럼, 그걸 먹고 정신을 잃었다는 건데..

가만, 그러고 보니까 김 기사는 어떻게 된 거지?

“아, 회장님이랑 김 기사는 안타깝게도 모두..”

눈치로 알아차렸을까, 병원장 이주영이 재빨리 입을 열었지만 말을 맺지는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한껏 치켜떴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장 회장의 유산 때문이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장철호가 상속을 받게 되어 있다.

대충 가늠해 봐도 수백억, 아니, 무려 수천억의 재산이다.

이건 완전히 기절할 지경인데..

장철호의 기억을 조금 더 깊이 더듬어 보았다.

이런..!

수면제 아니, 마취약이다.

장철호가 김 기사와 장 회장에게 마취약을 주입한 거다.

차에 비치된 냉장고의 음료수에 수작을 부렸던 것인데 단지 10분정도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주 적은 분량을 주입했고 마취가 깰 즈음에는 마취약의 성분 또한 모두 증발해 버리는 최신 공법의 첨단 비약을 사용했다.

음료수를 준비한 게 바로 장철호였다.

김 기사는 장 회장이 음료를 나누어주었을 때 곧바로 마시지 않는다. 언제나 장 회장이 눈을 감고 잠이 든 뒤에야 조심스럽게 마시고는 했었는데 장철호는 그것까지 다 감안하고 수작을 부린 것이었다.

로열로드에서 장 회장의 집까지 가려면 올림픽대로를 타는 게 가장 좋다. 새벽시간에도 최소한 10분 넘게 걸리는 거리였고 더군다나 한강을 건너야 한다. 다들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속도를 높인 김 기사가 중간에 음료수를 마셨을 것이고 그게 곧바로 사고로 이어진 거다.

그런데 왜 본인도 죽을 걸 알면서 그런 짓을 했을까..?

장철호의 기억 속에 있던, 좀 더 깊은 기억에 묻혀있던 김 기사와 장 회장의 모습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어 가던 중에 너무나도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장철호의 기억 속에 있는 장 회장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엄청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세상 천지에 친족이라고는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 없는 두 사람이다.

아니, 김 기사 또한 피붙이가 한 명도 없었으니 그를 포함하면 모두 세 명이 장 회장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장철호와 김 기사 두 사람은 장 회장에게 폭행을 당했다.

때로는 몽둥이로 또 때로는 골프채로 얻어맞기도 했지만 가장 두렵고 힘들었던 것은 바로 장 회장의 주먹이었다.

복싱을 배운 장 회장의 주먹은 마치 쇠망치 같았는데, 장철호와 김 기사를 세워놓고 샌드백을 치는 것처럼 마구 두들겼다. 그 쇠망치 같은 주먹으로 한 대씩 맞을 때마다 장철호는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맞보아야만 했다. 물론, 장철호 또한 격투기를 익혔기에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장 회장의 주먹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폭력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니,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밤마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다.

집에서의 장 회장은 악귀였다.

두 사람은 그런 장 회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당연히 사표를 썼다.

하나 장 회장은 그들 두 사람을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연락도 않고 잠적을 했었지만 장 회장이 주먹패들을 풀자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잡혀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장철호가 제아무리 날고 기는 실력자라도 그랬고 김 기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두 사람에게 장 회장은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왕 같은 존재였다.

괴물, 폭군, 마왕..

견디다 못한 장철호가 마침내 탈출 계획을 세웠는데 그게 바로 마취약을 주입하고 사고를 내는 것이었다.

약을 구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고 못 할 게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아무튼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장철호와 김 기사는 괜히 자신들만 살아남았다가 무슨 덤터기를 쓰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 또 이미 피폐해진 정신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 갈 희망의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모두 같이 죽기를 원했고 당연히 성공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장철호의 몸을 차지하게 된 걸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어쨌든지 나는 혼자 살아남게 되었고 이렇게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장철호의 육체는 아주 강건해서 금방 퇴원이 가능할 것이었다.

장 회장에게는 당연히 경호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경호를 담당할 뿐이었고 완전히 근접한 경호는 장철호가 맡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장철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장 회장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격투술을 익혔는데, 아니, 그는 단순한 격투술을 익힌 게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특수부대 출신이었으니 신체가 그만큼 강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생에서 익혔던 마법 몇 가지만 익히면..

그런데 첫 번째 생에서 암흑마탑 소속의 수석킬러로, 그것도 킬러계에서 에이스 오브 에이스로 살았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리고 몇 가지 마법도 익힌 게 분명한데 그게 어떤 것인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익히긴 익혔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더군다나 혼자 살아남았기에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에이, 씨x..

보정을 해주려면 확실하게 해줬어야지 이게 뭐냐고!

내심 성질을 부렸지만 그저 하소연이고 넋두리일 뿐이다.

아, 궁극의 부동심!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부동심을 유지하는 방법인데 이건 킬러에게 필수다.

그러고 보니 다른 어떤 마법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술이 궁극의 부동심인데 이건 제대로 기억이 난다. 하긴, 이건 마법이 아니고 기술, 마음을 세우는 일종의 마음 공부였기 때문에 이렇게 술술 기억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좋아, 그럼 이제 무엇부터 할까..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마나, 아니 마나홀부터 활성화를 시켜야한다.

비록, 아주 기초적인 마법 술식조차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생명의 원천은 바로 마나다. 그리고 그 마나라는 것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순수한 기운이고.

그런 마나를 몸에 품으면 그 자체로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 체질이 된다. 그리고 그걸 잘 활용하기만 하면 굳이 마법이 아니라고 해도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궁극의 부동심을 찾지 않았던가.

그래서 당연히 마나홀부터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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