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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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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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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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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9화

DUMMY

팔과 얼굴은 펠리컨, 몸은 거북이.

다리는 말.

살인마들의 모습이 합쳐진 괴물이 아래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위용에 용인의 모습인 도마뱀은 침을 삼켰다.


“무슨 짓입니까? 괴물이 되기로 한 것입니까?”

“이계 신이 힘을 내려줬다. 별명으로 그리핀이라고 하더군.”

“그리핀은 개뿔. 그냥 키메라 아닙니까?”

“시끄럽다. 너도 시간이 아까울 텐데 얼른 시작하지.”


도마뱀이 사용한 주사기의 효과는 길어야 십 분.

박상만 회장이 이계 신에게 받은 힘의 효과도 대략 그 정도였다.

그러니 십 분 안에 결판을 내야 한다.

박상만 회장이 날개를 휘저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도마뱀의 몸을 찢기 위해 날아간다.

도마뱀은 두 팔을 들어 올려 앞을 막은 후 그대로 돌진해 뛰어올랐다.


“차합!”


박상만 회장의 몸에 올라타려던 도마뱀.

그러나 어느새 박상만 회장은 그 자리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몸이 크다고 느린 것은 아니지.”

“젠장.”


박상만 회장의 목주머니가 꿈틀거린다.

입에 엄청난 양의 물이 모이더니 압축되어 강력해진 물줄기가 쏘아졌다.

도마뱀은 검을 들어 막았다.


챙강!


수압에 의해 검날이 잘린다.

도마뱀은 검을 버리고 손톱을 꺼냈다.

이어 거리를 좁히며 다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단단한 가죽이 잘리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놈!”


박상만 회장은 도마뱀을 향해 입을 벌렸다.

거북이의 특성 절망의 울부짖음이었다.

특성에 당한 도마뱀의 몸이 경직됐다.

그 틈을 노려 박상만 회장은 칼날 같은 날개를 휘둘렀다.


“크헉!”


도마뱀은 경직이 풀리자마자 몸을 틀었으나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옆구리가 길게 찢어지며 피가 뿜어졌다.

그러나 도마뱀이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박상만 회장의 날개가 도마뱀의 손톱에 잘려 떨어졌다.


“역시 도핑한 게 도움은 되나 봅니다. 그 커다란 날개를 단숨에 자른 것을 보면.”

“이 자식이······.”

“근데 말은 왜 합치신 겁니까? 활이 없어 특성을 사용하지도 못할 텐데.”

“그건 이렇게 사용하면 되지.”


말의 특성 목표를 포착했다.

노린 곳을 정확히 맞추게 하는 능력이다.

이 특성이 펠리컨의 흩날리는 깃털과 만났다.

날개에서 쏘아진 깃털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졌으나 도마뱀의 심장으로 모였다.

도마뱀은 팔로 가슴을 가려 막아냈다.

양팔에 촘촘하게 깃털이 박혔다.

팔이 잘릴 정도의 큰 부상이었으나 살인마의 회복력과 주사기의 힘으로 금방 아물었다.


“역시 체급이 차이가 나니 힘드네요.”

“억울하면 변하든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3페이즈 시작입니다.”


도마뱀이 드래곤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다시 한번 타오르는 숨결을 사용했다.


“또 그것인가? 이번엔 안 통한다.”


업화의 화염이 쏘아졌다.

박상만 회장은 최대한으로 물을 끌어모아 화염과 맞섰다.

지옥의 불꽃과 단단히 압축된 물이 부딪쳤다.

불과 물은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며 뿌연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어디로 갔지?”


자욱한 수증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

박상만 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도마뱀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어딜!”


한 쌍의 날개가 도마뱀의 목을 노렸다.

도마뱀은 두 팔을 들어 날개를 잡았다.

두 사람 간의 치열한 힘 싸움이 시작됐다.


“언제 날개를 다시 달고 오셨습니까?”

“수증기가 깔렸을 때. 근데 살인마의 몸이 좋기는 하구나. 잘렸던 팔도 다시 붙고.”

“좋으면 평생 이곳에서 사십쇼. 전 왕관을 만들어야겠으니.”

“어림없는 소리. 왕관의 주인은 나야.”


박상만 회장의 머리가 빛난다.

거북이의 특성으로 인한 빛은 도마뱀의 시력을 빼앗았다.

도마뱀은 앞이 보이지 않자 당황해 사방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섬뜩한 바람 가르는 소리와 육중한 꼬리의 움직임이 보였다.

박상만 회장은 동작이 커진 도마뱀의 공격을 흘려내며 날개로 그의 몸을 사정없이 난자했다.


“크아악!”

“너 따위가 정말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박상만!”

“그래. 난 전국을 제패한 구성회의 회장 박상만이야. 난 왕이 될 사람이라고!”


광기로 번뜩이는 박상만 회장의 눈빛.

그가 휘두르는 날개와 깃털에 도마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 끝이다!”


박상만 회장의 손이 도마뱀의 심장을 찔렀다.

몸을 뚫고 튀어나온 손은 도마뱀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힘이 다한 박상만 회장은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고 도마뱀도 용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박상만 회장은 다시 한 팔이 사라지며 허탈한 감정이 들었으나 이겼다는 흥분이 그것을 뛰어넘었다.


“내가 이겼다 도마뱀. 어서 보석을 내놓고 사라져!”


저번 게임에서 페널티를 걸어 놨으니 도마뱀은 완전히 죽는다.

살인마가 죽으면 그의 아이템은 죽인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법칙에 의해 왕관의 재료인 보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순간.

도마뱀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꼬리를 찔렀다.

꼬리는 박상만 회장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이, 이놈이······.”

“나만 죽을 수 없지. 같이 갑시다.”

“닥쳐라. 난 죽을 수 없다!”


박상만 회장이 손을 빼자 피가 솟아오르며 도마뱀의 숨이 멎었다.

그는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은 너무 이른 것이었다.


“커헉!”


박상만 회장의 뒤에서 나타난 한 사람.

그는 심장에 말뚝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최후의 일인은 나입니다.”

“너, 이 버러지 새끼······.”

“미안하게 됐습니다.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싸움이 끝날 때까지 숨어있던 이강재.

그가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강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박상만 회장을 뒤로하고 할 일을 했다.


***


이강재는 마지막 한 주가 되기 전 땅굴을 여러 개 파 두었다.

그는 화산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자 그 근처에 있는 땅굴에 숨었다.

고양이 발걸음 특성은 두 사람을 속일 정도로 뛰어나서 이강재는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회를 노려 기습에 성공한 이강재.

그는 도마뱀의 시체에 다가가 병을 열었다.


“드디어 용의 피를 구하는구나. 이제 눈물의 결정만 찾으면 되겠어.”


뻥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피.

이강재는 저 아까운 것이 다 사라질까 봐 얼른 피를 받았다.

만족할 만한 양이 채워지자 이강재는 뚜껑을 닫고 가방에 넣었다.


“눈물의 결정은 어디서 구하지? 연구소에 가 봐야 하나?”

“이놈. 네가 감히 날 방해해?”

“어? 아직 안 죽으셨어요?”


박상만 회장은 말뚝에 심장을 찔렸음에도 숨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촛대를 도마뱀의 몸에 꽂았다.


“저기 뭐 하시려는 거예요?”

“이계 신이여. 도마뱀을 제물로 바치겠소. 힘을 주시오!”

“서, 설마 아니죠? 이미 죽었는데 제물이라니?”


절대 안 될 거라는 이강재의 생각과 달리 이계 신은 관대했다.

살아있지 않은 제물에도 기꺼이 힘을 주었다.

박상만 회장은 가슴에 말뚝을 박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옆구리에 뚫린 구멍과 심장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고 이강재를 향해 다가왔다.


“젠장. 겨우 이 정도의 힘이라니. 뭐, 그래도 상관없겠지.”


이계 신은 박상만 회장의 몸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진 않았다.

대신 움직일 수 있게는 해줬다.

박상만 회장은 이 정도만 회복되어도 이강재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널 죽이고 최후의 문으로 탈출할 것이다.”

“살아남는 것은 나일 것입니다.”

“그 누구도 내 꿈을 막을 수 없다!”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 휘두르는 박상만 회장.

이강재는 다 죽어가는 그를 상대로 버티는 것이 한계였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목이 베이게 생겼지만.

이강재는 생각했다.

굳이 싸워줄 필요가 없다고.

시간을 끌면 박상만 회장은 자연히 죽게 될 거라고.


“고속 질주.

“뭐, 뭐 하는 짓이냐?”

“회장님, 술래잡기나 한번 해 보시죠.”

“너······!”

“먼저 갑니다!”

“거기 서라!”


박상만 회장과 싸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이강재는 빛살과 같은 속도로 도망쳤다.

박상만 회장도 그의 특성을 사용해 이강재를 쫓았다.


“놓칠 것 같으냐!”

“거기 조심하세요. 덫 있어요.”

“뭐? 크학!”


마지막 한 주가 되기 전 이강재가 깔아 놓은 덫.

그것이 박상만 회장의 다리를 물었다.

이강재는 계속해서 그를 약 올리며 함정이 있는 곳으로 유인했다.


“힘들면 쉬세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이 새끼가!”

“그 나이에 다치면 약도 없다는데 그냥 포기하세요.”

“서라. 잡히면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다!”


흥분한 박상만은 이강재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가 함정을 설치한 지점에 도착하자 이강재는 줄을 끊었다.

그물이 올라오며 박상만 회장을 집어삼켰다.


“이, 이건 뭐냐?”

“제가요 달중이에게 도둑질을 배울 때 혹시나 걸릴 수도 있다며 함정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그게 어쨌다고?”

“그냥 그렇다고요.”


이강재는 마지막 남은 말뚝을 들었다.

머리를 향해 가까워지는 말뚝에 박상만 회장의 두 눈이 흔들렸다.


“너 이 자식! 너 따위가 감히!”

“이제 다 끝난 겁니다.”

“하지마. 안 돼!”


푹!


부드럽게 박히는 말뚝.

그렇게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하던 거물이자 데페라도 최강의 생존자.

박상만 회장이 숨을 거뒀다.


***


이강재는 박상만 회장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코와 입에서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박상만 회장이 죽은 것이다.

이강재는 맥이 풀려 주저앉았으나 다시 일어났다.


“이제 눈물의 결정. 그것을 찾아야 해.”


제임스가 말하길 눈물의 결정은 최후의 일인이 되어야만 나타난다고 했다.

화산 지역에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독가스에 덮였다.

남은 곳은 연구소뿐이었다.

이강재는 연구소에 들어가 눈물의 결정을 찾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연구소의 각 실험실에 나온 아이템들.

이강재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전부 눈물의 결정이 아님을 확신했다.

그는 연구소 중앙 실험실에 들어갔다.


“이제 오는가?”

“영감님?”

“자네가 싸우는 모습은 잘 봤네. 제법 영리하더군.”


중앙 실험실에서 이강재를 기다리던 한 사람.

그는 바로 화산 지역의 상인이었다.


“자네가 찾고 있는 것은 이 세 개의 아이템 중 무엇인가?”

“예?”

“왕관이나 의족을 찾나? 안타깝지만 그건 이미 누가 가져갔다고 하더라고.”


여신의 눈물처럼 상위 숫자를 받은 넘버링 아이템은 조합으로 완성된다.

그 뼈대가 되는 최후의 일인이 되어야 얻을 수 있다.

채태수에게 듣기로는 화산 지역을 돌아다니며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상인이 등장하며 방식이 바뀐 것 같았다.

상인의 손에 세 개의 아이템이 들려 있었다.


“눈물의 결정. 여신의 눈물을 만들기 위한 눈물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여기 있네.”

“참, 그리고 창고 기능을 사용하겠습니다.”

“알겠네.”


이강재는 상인에게서 눈물의 결정을 받았다.

투명한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결정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는 창고에서 나머지 재료와 조합서를 꺼냈다.


“아이템을 조합하려면 조합서를 열고 창에 재료를 넣으면 되네.”

“그건 어떻게 아세요?”

“제임스가 준 매뉴얼에 적혀 있던데?”


이강재는 조합서를 열었다.

허공에 불투명한 창이 나타나더니 친절하게 아이템을 놓는 곳이 적혀 있었다.

이강재가 다섯 개의 재료를 넣었다.

눈물의 결정, 바다의 은총, 녹음의 정수, 거대한 그릇, 용의 피까지.

환한 빛과 함께 조합서가 사라지며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이 나왔다.


“설마 이것이······.”

“맞네. 매뉴얼에 있는 사진에 의하면 저게 바로 여신의 눈물이야.”

“드, 드디어 완성했어. 해 냈다고!”


벅찬 감동과 함께 눈물이 쏟아졌다.

보육원장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상인은 오열하는 이강재의 등을 두드리며 실험실 중앙 구멍을 가리켰다.


“이제 나갈 시간이네. 어서 여신의 눈물을 사용해야지.”

“아, 예. 감사합니다.”

“잘 가게. 그리고 소원을 이룬 것을 축하하네.”


상인의 축하를 받으며 이강재는 구덩이 앞에 섰다.

이강재는 활짝 열린 포탈 속으로 뛰어내렸다.

그런 그를 보며 상인은 중얼거렸다.


“다음 게임에서 볼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그나저나 제임스 이놈은 그냥 둬선 안 되겠군.”


상인 또한 데페라도를 탈출하고.

길었던 데페라도 탈출기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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