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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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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89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2.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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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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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5화

DUMMY

주위에 파리가 날아다니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성가시고 귀찮으며 짜증이 날 것이다.

지금 도마뱀의 기분이 그랬다.

감히 하찮은 몹들이 그를 향해 다가온다.

겁도 없이.

처음에는 겁에 질려 도망치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그에게 달려왔다.


“하, 이젠 몹 따위가 날 무시해? 나 살인마 도마뱀이야!”


진한 살기가 담긴 울부짖음.

몹들은 공포에 빠지는 것도 잠시 다시 그에게 달려온다.

도마뱀은 메스를 들고 점멸하며 나타난 번쩍둥이를 손으로 찢었다.


“키에엑!”

“까불지 말란 말이다!”

“쿠에엑!”

“맨티스 너 따위가 내 비늘을 자르려고 해?”


낫둥이의 머리가 부서졌다.

수십 마리의 몹을 죽였는데도 계속해서 몰려든다.

도마뱀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좋다. 이 새끼들. 아주 씨를 말려주지.”


도마뱀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후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른 도마뱀.

놈은 밑을 보며 깊은 숨과 함께 입을 쩍 벌렸다.


“다 죽어버려!”


도마뱀의 특성 언젠가 타오를 불꽃.

이것을 드래곤 폼일때 사용하면 타오르는 숨결이 된다.

타오르는 업화의 불꽃이 몹들을 집어삼켰다.


“쿠뤄러러!”

“키에에엑!”


뜨거운 불길에 몹들이 몸부림친다.

도마뱀은 드래고니안 폼으로 돌아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드래곤이 브레스를 쓰면 즉사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천천히 죽겠네.”


타오르는 숨결은 언젠가 타오를 불꽃처럼 생존자를 죽이지 못한다.

살인마의 존재 의의는 이계 신에게 생존자를 바치는 것.

생존자를 죽이는 특성 따위 줄 리가 없었다.

도마뱀은 자신이 만든 참상을 보며 만족했다.


“이제야 속이 다 풀리네. 배고프니 멧돼지나 찾으러 가야겠다.”


속에 쌓인 것을 털어내니 이젠 배가 고팠다.

도마뱀은 다시 먹이를 찾아 떠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세 사람은 참았던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뜨거워!”

“내, 내 몸이 불타고 있어.”

“흐읍!”


이강재와 캘리, 장선영은 몹들과 함께 몸에 붙은 불에 괴로워했다.

도마뱀의 힘을 빌리려 했기 때문일까?

쉽게 탈출하려 한 벌을 받는 듯 도마뱀의 특성에 휘말려버렸다.

끔찍한 작열통에 정신이 혼미했다.

이강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불꽃을 꺼트리려면 물이 필요했다.


“쿨럭! 빠, 빨리 연못으로 가야 해.”

“흐흑, 잠깐만. 언제 연못까지 가. 이걸 뿌리면 좀 나을 거야.”

“아, 성수.”


아쉽지만 캘리가 가지고 있는 성수는 고작 두 병뿐이었다.

이것으론 한 명밖에 구할 수 없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기꺼이 캘리에게 양보했다.


“네가 써라.”

“주세요. 언니 몸에 뿌려드릴게요.”

“아, 아니야. 오빠 먼저 뿌려.”

“난 힘이 약하잖아. 너희 둘을 데리고 연못에 갈 수 없어.”

“그럼 선영이 네가······.”

“언니, 저는 팔이 이렇잖아요.”


펠리컨에게 당해 텅 빈 장선영의 오른쪽 소매.

누군가 성수를 사용해 불을 끄고 나머지 두 사람을 연못에 데려가려면 장선영이 가장 적합했다.

그녀는 운동선수 출신으로 힘만큼은 장선영보다 뛰어났다.


“그래도······.”

“시간 없어. 계속 꾸물대면 우리만 고통스러워져.”

“맞아요. 얼른 주세요.”


괜히 서로를 위한답시고 양보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성수를 빼앗아 캘리의 몸에 부었다.


치이익!


도마뱀의 불꽃에도 성수가 효과적이었는지 빠르게 사그라진다.

부가적인 효과로 검게 탄 피부도 원래대로 회복시켜 줬다.


“캘리야, 이제 괜찮지?”

“응. 오빠와 선영이 덕이야.”

“그럼 나 좀 부탁하자. 이제 힘들어서······.”

“오빠!”


장선영이 멀쩡해진 모습에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강재는 뒷일은 그녀에게 맡기고 눈을 감았다.


***


풍덩!


뜨거운 고통이 가시고 차가운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강재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다 물을 마시고는 황급히 팔을 저었다.


“어푸! 사, 사람 살려!”

“선영아, 오빠 깨어났다. 끌어올려.”


이강재는 연못에서 나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의 몸에는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불은 사라졌다.

장선영도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 몸에 붙은 불이 꺼졌다.

캘리는 이강재를 불 앞에 데려갔다.


“오빠, 얼른 불 좀 쫴.”

“네가 피운 거야?”

“오빠를 물에 담그기 전에 피웠지. 몸에 붙은 불 덕에 쉽더라.”

“하하, 그거 다행이네.”

“조금 쉬었다가 번호 찾으러 가자.”


이강재는 예리한 감각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확인했다.

도마뱀이 이 주변의 몹을 모두 정리했는지 미약한 통증만 느껴졌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세 사람은 도마뱀이 몹을 학살했던 장소로 돌아갔다.


“히야, 이렇게 보니까 진짜 대단하네.”


그곳은 시체의 밭이었다.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몹들이 땅 위에 누워있었다.

이강재는 몹들의 시체를 들춰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 타버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이래서 숫자를 찾을 수야 있겠어?”

“잘 찾아봐. 그래도 탈출에 필요한 번호인데 불 좀 닿았다고 사라질 리 없어.”

“어후, 냄새. 이 많은 것을 언제 다 확인하냐?”


지루한 작업이 시작했다.

몹의 몸 어딘가에 적혀있을 숫자를 찾아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발바닥을 보고 귀 뒤쪽도 보고.

심지어 사타구니까지 확인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뜯겨진 번쩍둥이의 팔을 집어던지며 주저앉았다.


“젠장. 어떻게 숫자 하나가 안 나오냐?”


혹시나 숫자를 찾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 탈출방법을 다시 봤다.

그러나 몇 번을 읽어봐도 몹의 몸에 적혀 있다고 쓰여있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지쳐갈 무렵 드디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빠, 찾았어!”

“정말이야?”

“혓바닥 밑에 숫자가 있더라고.”


캘리가 찾은 숫자는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2.

그녀의 뒤를 이어 장선영 또한 숫자를 발견했다.

뜯겨진 덫둥이의 손톱 안쪽에 파란색으로 7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빠, 아무래도 이렇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숫자가 숨겨져 있나 봐.”

“알았어. 그럼 처음부터 다시 확인해 보자.”


이강재는 이미 봤던 시체도 다시 확인했다.

손톱을 뽑기도 했고 귓구멍이나 눈꺼풀 안까지 뒤집어 봤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얘들아, 또 온다.”

“뭐? 몹이 온다는 말이야?”

“응.”

“아니, 이만큼 죽었는데도 또 있어?”


낫둥이 네 마리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날이 날카로워 보이는 게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캘리는 낫둥이들을 반겼다.


“마침 숫자 하나가 부족했는데 잘 됐네. 네 마리면 금방 처리하고 확인하자.”

“한 마리는 내가 붙잡고 있을 께. 빨리 처리하고 도와줘.”

“오빤 붙잡는 게 아니라 처리해야지.”

“자신 없는데······.”

“선영이도 한 팔로 싸우는데 약한 소리 좀 하지 마.”


장선영이 하나 남은 팔로 검을 들었다.

왼손잡이가 아니라 어색한지 허공에 몇 번 휘둘러본다.

그녀를 보자 엄살 부렸던 것이 쏙 들어갔다.


“알았어. 빨리 끝내자.”


이강재는 말뚝을 쥐고 앞에 섰다.

낫둥이가 낫을 휘두르자 바닥을 굴렀다.


콰직!


낫이 이강재를 따라 베어 오다 바닥을 찍었다.

꽤 깊이 들어가 빠지지 않는지 낫둥이의 얼굴에 당황한 것이 보였다.


“하하,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억울한 듯 입을 움찔 거리는 낫둥이.

이강재의 알 바가 아니었다.

말뚝이 낫둥이의 머리를 찍었다.

몹의 생명력은 뛰어나 아직도 꿈틀거린다.

심장마저 찔러버리자 움직임을 멈췄다.

이강재는 아직 싸우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얘들아,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뭐?”

“곧 끝나니까 마무리만 해줘.”


캘리가 너무나 가벼워 특성을 사용해 바위를 집어던졌다.

그녀에게 달려들던 낫둥이는 바위에 깔리고 말았다.

이어 지팡이를 휘둘러 다른 한 마리를 공격했다.

묵직한 소리가 들리더니 낫둥이의 몸을 곤죽으로 만든다.

개처럼 맞는 모습을 보니 불쌍할 지경이었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는 장선영이 맡았다.

그녀는 몇 번 검을 휘두르더니 적응을 했는지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챙! 챙!


검과 낫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가 나왔다.

장선영은 검을 눌러 낫을 걷어내는가 싶더니 빠르게 찔러 낫둥이의 목을 꿰뚫었다.


“키에엑!”

“오빠, 지금이에요. 제가 묶어두고 있으니 마무리 부탁해요.”

“알았어.”


생존자는 몹을 죽일 수 없다.

목이 찔리는 큰 부상을 입었어도 곧 회복하고 다시 달려들 것이다.

이강재는 재빨리 놈의 머리와 심장에 말뚝을 박았다.

캘리가 처리한 놈들마저 끝장을 내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후아, 이제 각자 잡은 놈들을 확인해 보자.”

“언니, 전 없어요.”

“나도 없네. 오빠는?”

“잠깐만.”


낫둥이의 갑피를 뜯고 혓바닥을 뽑았다.

잔인하고 더러운 일이었지만 숫자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다.

그의 손이 찐득하고 녹색 피로 범벅이 되었다.


“찾았어. 녹색이고 숫자는 0이야.”


놈의 날개에 작은 글씨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드디어 탈출에 필요한 숫자를 모두 찾은 것이다.

세 사람은 여덟 개의 숫자를 정리하고 상인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이강재는 활기차게 상인을 불렀다.

사람이 고픈 그는 세 사람을 반겨줄 것이다.


“영감님, 저희 왔습니다.”

“아, 자네들 왔구······ 잠깐. 들어오지 말게.”

“예?”

“그 꼴을 하고 내 집에 들어오려고? 볼 일이 있거든 나가서 하세.”


몹들의 시체를 뒤지느라 세 사람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몹의 시체 조각과 피로 더럽혀져 있었다.

상인은 그들을 밖으로 내쫓았다.


“그래서 뭐가 필요한가?”

“휴대폰이요.”

“이백만 코인이네.”

“그, 그렇게 비싸요?”

“여긴 약정이나 카드 할인이 없잖아.”


생각보다 휴대폰의 가격이 많이 나갔다.

그러나 탈출을 위해선 사야 했다.

이강재는 상인에게 휴대폰을 받고 번호를 눌렀다.


“연락처니까 일단 010일 것이고······.”


몹에게 나온 숫자는 모두 색이 있다.

무지개색에 나머지 하나는 검은색이었다.

이강재는 검은색을 마지막에 두고 순서에 맞게 번호를 눌렀다.


“오빠, 어때? 신호 가?”

“잠깐만.”


-삐익,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아, 틀렸다. 검은색이 첫 번째인가 봐.”


이번엔 검은색 숫자를 앞에 두고 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 그게 저기······.”


-구조를 요청하시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그거예요.”


-그렇다면 위치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여기가 그러니까 화산 지역인데요. 근데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왠지 익숙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말투며 억양이 완전히 제임스였다.


“당신 제임스 맞죠?”


-쉿. 영상 편집하기 힘들어집니다.”


“무슨 개소리십니까?”


-난 지금 구조 대원이에요. 역할에 충실합시다.


제임스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다시 말했다.

이강재는 어이가 없었지만 탈출을 위해 그의 장단에 맞춰 주었다.


“우리가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구조 표시는 몸에 그리셨죠?


“아, 그 원 안에 사람 인(人)자요?”


-예. 그게 없으면 저희와 함께 가실 수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요?”


-구조 헬기를 보낼 겁니다. 그동안 몹들이 몰려올 테니 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막아 주세요.


“예? 우리 보고 또 싸우라는 말입니까?”


-삼십 분 뒤에는 헬기가 도착할 것입니다. 그 안에 지도에 찍힌 장소로 와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이강재는 또다시 몹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쫙 빠졌다.

캘리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지도에 찍힌 곳으로 가야지.”

“캘리야, 난 무섭다. 또 얼마나 많은 몹이 몰려올지.”

“도마뱀이 대부분 정리해 줬잖아. 괜찮을 거야.”

“그렇겠지? 알았어. 가자.”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었다.

그의 지도에는 어떠한 표식이 찍혀 있지 않았다.

다행히 캘리와 장선영의 지도에는 표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탈출할 수 있는 문양을 그려놓아야 보이는 방식인 것 같았다.


“너희 둘이 앞장 서라. 따라갈게.”

“알았어.”

“서두르자. 벌써 놈들이 오고 있어.”


예리한 감각이 보내는 경고에 이강재는 다급해졌다.

몹들이 길을 막기 전에 가야 한다.

세 사람은 탈출하기 위해 지도에 찍힌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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