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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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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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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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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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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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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9화

DUMMY

수많은 무덤들.

그 속에서 땅을 파고 시체를 묻는 상인.

그가 죽인 것은 아닐 것이다.

데페라도에서 무언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살인마뿐이니까.

아니, 어쩌면 출혈 등의 상태 이상이나 특별한 아이템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강재는 상인이 죽인 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한 짓이라면 저렇게 시체를 껴안고 울부짖지는 않을 테니까.

이강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요.”

“흑흑, 미안합니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기, 상인님?”

“히익!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상인은 이강재를 보자 기겁을 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빌며 살려 달라 애원했다.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강재는 허둥거리며 그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아, 아니 전 아무 짓도 안 합니다. 진정하세요.”

“구성회 분들이 아니십니까?”

“제가요? 아닙니다. 전 문신도 없는걸요.”


상인은 이강재를 자세히 훑어보고 안심했다.

저렇게 약해 보이는 사람이 깡패일 리 없다.

이강재는 상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북쪽 지역의 상인이신 것 같은데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겁니까?”

“예? 아······.”


다시 침울해하는 상인.

그는 삽을 던져 버리고 자신이 판 구덩이에 주저앉았다.

이강재는 상인의 침묵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상인은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제 얘기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예?”

“이 꽉막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요.”

“아, 예.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야.”

“감사합니다.”


상인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팔 물건을 마음대로 썼다고 제임스에게 처벌을 받겠지만 상관없었다.

이래야 괴로운 생각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상인은 이강재에게도 권했다.


“아, 전 괜찮습니다. 금연 중이라.”

“그러시군요.”


상인의 주위로 캘리와 장선영도 모였다.

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가 처음 데페라도 상인이 됐을 때의 얘깁니다.”


현실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상인.

그는 젊은 나이에 성공하여 막힘없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제임스가 찾아왔다.

상인 자리가 비었으니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마침 심심하기도 하고······.


“저기 죄송하지만 요점만 말해주시면. 저희가 조금 바빠서요.”

“아, 죄송합니다.”

“이 시체들은 뭔지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강재는 상인의 말이 길어질 것 같자 끊었다.

그는 상인이 왜 시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것뿐이었다.

다른 살인마들을 처리하러 가야 하는데 여기서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상인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사족을 떼고 요점만 말했다.


“이 시체들은 박상만 회장이 만든 겁니다.”

“예? 정말입니까?”

“자세한 사정이 궁금하시죠? 그건 제가 산장에서 일할 때의······.”

“박상만 회장이 또 제물을 모으나 보군요.”

“예? 그걸 어떻게?”

“영상 안 보셨어요? 그 사람은 이번 게임에서도 생존자를 납치하고 있더라고요.”

“예. 맞습니다. 전 그 사람에게 협박을 당해 뒤처리를 돕고 있었습니다.”


학교는 도마뱀에게 알려진 곳이다.

놈의 동생이 서쪽 지역의 살인마기에 방해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옮겼다.

마침 북쪽 지역에 떨어졌고 그곳은 말의 구역이니 제물을 모아 처리하기도 좋았다.

박상만 회장은 산장에 찾아와 그곳을 점거했다.


“아이템을 달라고 하면 줘야 했고 생존자를 유인하라고 하면 했어야 했습니다. 냄새 안 나게 청소까지 했죠.”

“정말로 그런 짓을 했다는 말입니까?”

“저도 협박을 당했다니까요. 안 도우면 깡패들을 풀어 제 가족을 죽인다기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제야 이강재는 상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체들은 박상만 회장에 의해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이었다.

상인은 그것을 도왔다는 죄책감에 무덤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고.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사람은 미쳤습니다. 전 박상만 회장이 산장을 떠나고 산맥마저 폐쇄되어 이곳에 왔습니다.”

“힘드셨겠습니다.”

“다행히 말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떠나서 살았죠.”

“예? 그게 정말이에요?”

“예. 며칠 전에 살인마 말을 죽이고 동쪽 지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제야 나침반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박상만 회장이 말을 죽인 것이다.

같은 편을 왜 공격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박상만 회장은 모든 살인마를 처리할 생각인 것 같았다.


“오빠, 동쪽 지역 말고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

“박상만 회장과 부딪치지 않으려면 그게 좋겠다.”

“저기, 저 좀 위로해······.”

“벌레의 위치는 모르니까 펠리컨부터 잡자.”

“그게 좋겠어. 지금 출발하자.”

“저 많이 힘든데······.”

“상인님. 정보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예? 아니, 제 말 좀 듣고 위로해 달라니까······.”

“가자.”


살인마를 퇴장시키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다.

화산 지역에 몸을 숨길 곳도 만들어야 하고 캘리와 장선영이 탈출할 수 있게 준비도 해야 한다.

세 사람은 차를 타고 남쪽 지역으로 움직였다.

상인은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침을 뱉었다.


“퉤! 빌어먹을. 위로나 해달라니까. 에이, 하던 거나 계속하자.”


상인은 다시 삽을 들었다.

사람들이 죽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속죄를 위해서.


***


박상만 회장은 하이퍼 마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이 거북이의 위치를 알아올 때까지.

동쪽 지역의 상인은 평소 하던 게임도 집어던지고 그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헤헤, 어떻게 케이크도 좀 드릴 깝쇼?”

“데페라도에 그런 것도 있나?”

“제가 상인 아닙니까? 홍차하고 같이 드시면 죽입니다.”

“고맙네. 자네 아주 눈치가 빨라서 좋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상인.

그는 속으로 제발 빨리 박상만 회장이 이곳에서 떠나길 빌고 있었다.

잠시 후.

구성회 깡패가 다급하게 올라왔다.


“지금 마 차장님 조가 거북이를 데리고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잘 됐군.”


거북이가 오고 있다는 말에도 박상만 회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인은 혹시나 그의 보금자리에서 싸움이 벌어질까 걱정되었다.


“저기 회장님.”

“왜 그러나?”

“여기서 거북이와 싸우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나. 살인마는 상인이 있는 구역에 들어올 수 없는데.”

“아, 하하. 그랬죠. 참.”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잊고 있었다.

살인마는 상인에게 가까이 올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집이 괴물들의 싸움에 부서질 일은 없을 것이다.

안도하는 상인을 뒤로하고 몸을 돌리던 박상만 회장이 멈칫했다.


“그런데 내가 언제 거북이와 싸운다고 한 적 있나?”

“예?”

“쓸데없이 생존자들을 내쫓는 것도 봐 줬더니 이러면 곤란하지.”


푹!


상인의 복부로 뾰족한 촛대의 끝이 박혔다.

그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박상만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상인의 옷에 피를 닦았다.


“과연 상인은 몇 명분의 힘을 줄까? 살인마는 백 명이었는데 말이야.”

“······.”

“뭐? 상인은 제물로 쳐 줄 수 없다고?”

“······.”

“그게 무슨······ 알았소. 어쩔 수 없지.”


상인은 이계 신과 제임스의 맹약으로 보호받는 존재.

그들은 몹에게도 공격받지 않으며 살인마도 해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제물도 될 수 없었다.

박상만 회장은 아쉬워하며 그에게 구급상자와 수술 키트를 던졌다.


“상인도 치료템을 사용할 수 있다지? 목숨은 건지겠네.”


잘 됐다며 사라지는 박상만 회장.

상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떠한 저주나 악담도 퍼부울 수 없었다.

다시 돌아와 죽일 수도 있었기에.

그는 눈물을 삼키며 박상만 회장이 던지고 간 치료템을 사용했다.


***


하이퍼 마트 옆 위치한 종합체육관 구.

무너진 잔해 속에 태릉선수촌을 방불케 하는 운동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박상만 회장은 그곳에 들어오며 마중 나온 마 차장에게 물었다.


“거북이가 안에 있다고?”

“예. 회장님.”

“명심해. 너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맡겨만 주십시오. 놈의 토끼는 저희가 철저히 맡겠습니다.”


거북이의 권속 토끼.

그것들이 싸움에 끼어든다 해도 상관없었지만 귀찮아진다.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놈들이 모자라긴 해도 토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지.”

“예. 회장님.”

“참, 물과 관련된 것들은 치웠겠지?”

“체육관은 물론이고 근처 구역까지 물이란 물은 싹 다 치워버렸습니다.”

“잘했다.”


거북이는 물에 있을 때 더 강해진다.

다행히 항구는 폐쇄되었고 이 주변에는 시냇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모든 변수는 완벽히 막아 두었다.

체육관 안에 들어가니 중앙에 거북이가 무릎을 꿇고 기도 중이었다.

처형 중인 제단에는 생존자가 걸려 있었다.


“이봐, 거북이.”

“기도 중엔 말 걸지 마십시오.”

“뭐?”

“곧 끝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웃기는 놈.”


박상만 회장은 거북이의 태도에 열이 뻗쳐 제단을 발로 찼다.

그러자 거북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전에 봤을 때부터 느끼던 거지만 참 웃긴 놈이야.”

“더 이상 죽인다는 협박은 안 통합니다. 난 깨달음을 얻었다오.”


득도한 고승의 표정을 짓는 거북이.

어느새 말투도 달라져 있었다.

박상만 회장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그는 조용히 검을 뽑았다.


“무슨 짓이오?”

“도마뱀을 죽여야 하는데 내가 힘이 부족하지 뭔가. 그래서 자네 힘을 빌리려고 해.”

“날 죽이겠다는 말이오?”

“자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신의 품으로 가는 것일세. 저항하지 말고 그냥 가.”


박상만 회장의 위협에도 거북이는 전혀 두려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등껍질을 벗어 들었다.

거북이의 주변에 절구공이를 든 토끼가 호위하듯 늘어섰다.


“나와 싸울 준비를 했었나?”

“신께서 경고를 해 주시더이다. 너에게 시련을 줄 테니 피해 보라고.”

“쯧쯧. 얌전히 목을 내놓을 것이지.”


박상만 회장의 검이 공기를 갈랐다.

예리한 칼날은 그가 전에 쓰던 일본도보다 부족했으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약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단단한 거북이의 등껍질에 새겨진 선이 보였다.


챙강!


일검에 깨진 등껍질에 거북이는 당황했다.


“아, 아니! 내 등껍질이?”

“방패도 사라졌는데 내 검은 무엇으로 막겠나?”


베고 또 베어버리고.

날카로운 검술이 연이어 펼쳐진다.

거북이는 몽둥이를 들어 막고자 했으나 검을 상대하기엔 그의 몸이 너무 느렸다.

그의 권속들인 토끼는 구성회 깡패에게 막혀 도울 수 없었다.

거북이는 팔 하나를 주는 대신 방망이를 휘둘러 천장을 박살 냈다.


“박상만 회장. 당신 실수한 거요.”

“왜? 체육관 옥상에 있는 물탱크를 부수려고?”

“그, 그것을 어떻게?”

“내가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것도 모르겠나? 당연히 다 치워 놓으라고 했지.”


박상만 회장은 게임의 시작부터 참가한 생존자다.

데페라도에서 그가 모르는 지역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그가 거북이도 아는 물탱크의 위치를 모를 리 없다.

부하들을 시켜 물이 나올 만한 것들은 모두 치워놨고 그 후에 거북이를 부른 것이다.

마지막 한 수마저 막히자 거북이는 절망했다.


“신은 정녕 날 버리셨다는 말인가······.”

“키히히, 광신도 새끼. 아직 끝나지 않았어.”

“뭐, 뭣이?”


갑자기 땅을 뚫고 올라오는 수천 개의 해골과 시체.

움직이는 죽은 자들이 박상만 회장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게 대체 뭐야? 설마 벌레?”

“이때다 거북이. 도망쳐!”

“네놈들이 감히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잘 됐다. 두 놈 모두 제물로 바쳐주마!”

“시간이 없어. 도망치자고.”


해골이 뭉쳐 하나의 수레가 완성되었다.

벌레는 그 안에 거북이와 등껍질 조각을 담고 도망쳤다.


“키히히, 박상만 회장. 지금은 때가 아니라 물러나지만 나중에 보자고.”

“끄아악! 벌레 이 개 같은 놈이!”


두 명의 살인마를 태운 수레는 빠르게 달렸다.

해골로 만들어진 그것은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를 보였다.

박상만 회장은 도망치는 그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저놈들을 쫓아!”

“예. 회장님.”


박상만 회장은 혈압이 올라 참을 수 없었다.

그의 검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며 화풀이를 했다.

순식간에 토끼 수십 마리의 목을 벤 박상만 회장은 차에 탔다.


“놓치지 않을 거다. 너희는 내 거야.”


박상만 회장을 태운 차가 출발했다.

놈들을 태운 수레가 빠르긴 하지만 곧 잡을 수 있다.

그땐 절대 놓치지 않고 꼭 이계 신에게 제물로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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