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조회수 :
25,991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3.01.01 12:00
조회
121
추천
1
글자
12쪽

147화

DUMMY

진짜 죽을 뻔했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순간에 말뚝을 박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다.

기척을 없애 주는 고양이 발걸음 특성 덕에 이강재는 도마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또 어떻게 올라가냐?”


발을 더듬으며 지지할 곳을 찾았다.

말뚝을 번갈아 찍으며 힘겹게 올라갔다.

이강재의 손에 땀이 가득했다.


“밑을 보면 안 된다. 위만 보자.”


아찔한 높이의 낭떠러지.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기에 이강재는 필사적으로 절벽을 올라갔다.

등에 맨 가방에 든 것이 많아 팔이 후들거리고 숨이 거칠어졌다.

그렇게 사력을 다해 올라온 결과 이강재는 절벽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헉헉, 힘들어 죽겠네.”


잠깐 숨을 고르던 이강재는 억지로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누워 있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 한주의 첫 번째 날. 분명 박상만 회장과 도마뱀이 싸울 거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려고 한다.

이강재는 그 싸움을 이용해야 한다.

가장 최고의 결과는 두 사람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는 것.

한 명만 남아도 멀쩡한 상태는 아닐 테니 그때 기습해 승자가 돼야 한다.


“일단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으며 결과를 확인해야 해.”


고래 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숨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싸움이 끝나고 어부지리를 하려면 그 결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사람이 회복하기 전에 찌를 수 있으니까.

숨는 것은 자신 있다.

고양이 발걸음 특성은 기척을 지워주니 눈에만 띄지 않으면 된다.


“싸워야 하는 상황도 생각해 둬야 해. 끝까지 살아남아야 이기는 거니까.”


최악의 결과는 한 사람이 너무 강해 압도적으로 이겨버리는 것.

이런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주변에 함정을 설치해 두고 유인을 하거나 기습을 해 암살하는 방법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우선 숨을 곳을 만들자. 최대한 여러 곳에 만들어 둬야겠어.”


화산은 너무 넓다.

도마뱀과 박상만 회장의 싸움이 어디서 시작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니 여러 곳에 몸을 숨길 수 있고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이강재는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가자. 시간이 부족하다.”


박상만 회장과 도마뱀은 강자.

이강재는 약자.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은 철저한 준비밖에 없다.

최후의 일인이 되기 위해.

용의 피와 눈물의 결정을 얻어 여신의 눈물을 완성하기 위해.

이강재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움직였다.


***


바람나 도망친 어머니,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오달대는 일찍이 집에서 도망치기 위해 주먹을 썼다.

이후 박상만 회장의 눈에 띄어 구성회에 들어가고 그의 후배로서 승승장구해 칠성 간부까지 올랐다.

이사들 중에서도 부각을 드러냈고 어린 나이였지만 부회장 후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났다.

마지막으로 승진을 굳히고자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지역에 불을 질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목표는 달성했다.

결국 구성회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고 오달대는 감옥 안에서 박상만 회장이 꺼내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날 버리고 내 뒤꽁무니도 못 따라오던 놈을 부회장에 앉혀?”


충성의 대가는 버려짐이었다.

몇 년을 기다려도 박상만 회장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하며 살던 어느 날.

데페라도 탈출기란 기회가 왔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오달대는 박상만 회장의 꼬봉이었다.

살인마였으나 여전히 그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배자의 왕관이란 아이템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것을 이용해 구성 그룹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계획까지.

오달대는 생각했다.

그 아이템을 빼앗아 자신이 쓰자고.

평생을 남 밑에 일하던 신세에서 벗어나 지배하자고.


“모든 재료는 갖춰졌다. 그날 박상만을 처형하여 재료를 얻은 후 왕관을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난 왕이 되는 거야.”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이건 왕좌에 오를 사람을 결정하는 전쟁이다.

잔챙이 한 마리가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벌레 한 마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기분이 좋으면 탈출하게 봐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도마뱀은 땅을 파고 그동안 모아둔 아이템을 꺼냈다.


“넘버링 아이템과 주사기의 힘. 이것으로 당신을 죽일 것이다.”


박상만 회장이 이계 신에게 바칠 제물을 모았다고?

그것은 이미 한번 실패했던 방법이다.

저번 게임에서도 이계 신의 힘을 빌렸지만 결국 패해 도망쳤다.

사실 도마뱀이 절벽에 매달린 이강재를 보고도 놔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때처럼 도망치면 곤란하지. 당신은 반드시 내게 처형되야 하니까.”


데페라도에 단 한 명의 생존자만 남으면 탈출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박상만 회장이 그곳으로 도망치면 기회를 다시 얻기 힘들다.

그러니 생존자를 하나 더 남겨 두어 문이 열리지 않게 해야 했다.

박상만 회장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도마뱀은 생존자에게서 빼앗은 아이템을 하나씩 착용했다.

어떠한 공격도 막아주는 갑옷.

상대를 느려지게 만드는 검.

특성의 레벨과 신체능력을 올려주는 반지와 목걸이.

얼마 전 빼앗은 모든 것을 부수는 장화까지.

아이템을 모두 착용한 도마뱀은 기사가 되어 있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결전의 그날을 기다리는 것뿐.”


강대한 힘을 얻었지만 도마뱀은 방심하지 않았다.

박상만 회장도 전과 다른 힘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도마뱀은 중앙 실험실 구멍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되는 그날까지 그는 박상만 회장과의 싸움을 머릿속에 그렸다.


***


서쪽 지역의 숲.

박상만 회장의 명령에 구성회 깡패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은 데페라도와 어울리지 않게 잘 차려진 만찬에 입이 떡 벌어졌다.


“다들 왔나?”

“회, 회장님. 이게 다 무엇입니까?”

“그동안 너희가 날 위해 수고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회장님······.”

“밖에 나가면 이보다 더 성대하게 챙겨줄 테니 섭섭해하지들 마라.”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깡패들은 조직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

능력이 부족해 조직에서는 차가운 시선만 받던 그들이다.

구성회 직계임에도 한직으로 쫓겨나 지방의 클럽이나 관리하던 그들이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이야.

그들의 눈에 감격의 파도가 몰아쳤다.


“자, 다들 먹지.”

“예. 회장님.”

“얼른 먹고 탈출해서 기다리고 있어. 더 큰 상을 내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소고기가 끊임없이 구워졌다.

비싸 보이는 양주로 잔이 비워질 틈이 없었다.

박상만 회장은 먹고 즐기는 부하들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참, 이강재란 놈은 아직도 못 찾은 건가?”

“예. 폐쇄되기 전에 모든 구역을 찾아봤는데 없었습니다. 아마 화산 지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뭐 상관없겠지. 겨우 도둑놈 하나가 뭘 할 수 있겠어.”

“하하, 맞습니다 회장님.”

“그나저나 너희는 변함없이 무능하고 쓸모가 없구나.”

“예?”

“그런 놈들만 모아놨으니 당연한 건가? 아무튼 고생 많았어.”


갑자기 싸늘해진 박상만 회장의 목소리.

깡패들은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당황한 그들을 보며 박상만 회장이 움직였다.


푹!


촛대가 주 부장의 심장을 뚫었다.


“크윽! 회, 회장님?”

“너무 원망하지 마라. 원래 너희를 이렇게 쓰기 위해 데페라도에 데려온 것이니.”

“어, 어떻게 당신이······.”


주 부장이 쓰러지고.

축제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음물을 부은 듯 싸늘해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깡패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삼백 명이라. 힘들고 귀찮아도 처리해야겠지.”


자리에 일어나 깡패들에게 다가가는 박상만 회장.

촛대에선 뜨거운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겁에 질린 깡패들은 도망치려고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가 먹은 술과 음식에 약을 탔다. 혹시나 도망치면 곤란해지거든.”

“회, 회장님. 사, 살려주십시오.”

“차려준 잔칫상은 제사상으로 쓰기 적당할 거야. 꽤 많은 돈을 들였거든.”


현실의 돈을 데페라도의 화폐인 코인으로 환전하려면 일 코인당 백 원이 필요하다.

상인에게 이 많은 음식을 사느라 들인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

게다가 서쪽 상인이 죽어 남쪽까지 갔다 왔어야 하니 수고는 더욱 컸다.

박상만 회장은 그의 부하들이 자신이 차려준 제사상에 만족하기를 바랐다.


“조직에서 쓸모없던 네놈들이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어 얼마나 기쁘냐? 기꺼이 제물이 되어라.”

“사, 살려줘! 오지 말란 말이야!”

“약 때문에 저항할 수도 없을 거다. 그럼 감사히 너희의 목숨을 받아가마.”


박상만 회장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내일이면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된다.

큰 싸움을 벌이기 전 충분히 쉬어 두어야 하니 빨리 끝내야 했다.

숲에 깡패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박상만 회장은 그저 기계적으로 촛대를 찔러 그들의 목숨을 거뒀다.


“끄억······.”

“이제야 끝났군.”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남김없이 제물로 바쳤다.

저번 게임보다 더 많은 제물을 바쳤으니 얻는 힘도 클 것이다.

박상만 회장은 도마뱀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리라 확신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기다려라. 도마뱀.”


저 멀리 화산이 보인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박상만 회장은 지배자의 왕관을 완성해 왕이 된 자신을 그리며 그때를 기다렸다.


***


어느 어두컴컴한 방.

거대한 화면에 세 명의 얼굴이 띄워져 있었다.

제임스는 그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주연들이 준비됐군요. 누가 살아남을지 참 궁금합니다.”


이번 마지막 한 주는 데페라도 탈출기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나올 것이다.

조회수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고 그의 입지는 굳건해지리라.


“최고입니다. 이렇게 판을 짜느라 힘들었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


과연 저 세 명 중에 누가 살아남을까?

박상만 회장이 된다면 조금 아쉬웠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악당이니까.

도마뱀이 살아남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영원한 데페라도 최강의 살인마로 남을 테니까.

지배자의 왕관을 사용해 왕이 되려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살인마는 생존자와 달리 게임을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하고 싶다면 형기를 마쳐야 하는데 그건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셋 중 강재 씨가 이기면 곤란해지겠군요.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그냥 먼저 탈출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강재는 데페라도 탈출기 조회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생존자.

여신의 눈물을 완성해 게임을 포기한다면 곤란하다.

아직 대체재가 없는 이상 그가 계속 게임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죽는 것도 곤란하다.

그는 살아서 계속 조회수를 책임져 줘야만 한다.


“남들 몰래 죽기 전에 끌고 나와야겠어요. 그리고 여신의 눈물을 완성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는 없으니 다른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할까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이강재가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제임스는 이강재가 죽지 않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그를 빼낼 생각이었다.

아무튼 누가 승리자가 되든 이번 게임이 최고의 조회수를 찍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런 건 생방송으로 봐야겠죠? 편집이 없어야 더욱 인기를 끌 겁니다. 더 위험해지긴 하겠지만.”


제임스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

마지막 한 주는 라이브로 방송될 거라고.

이 시청률을 바탕으로 그는 부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며 레이첼을 찍어 누를 것이다.

제임스는 세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저도 여러분처럼 그때가 기다려지는군요. 이번 게임의 끝이.”


이제 내일이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

누구의 꿈이 이루어지든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제임스는 그날을 상상하며 어둠 속에서 해맑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페라도 탈출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2.10.17 138 0 -
151 150화 23.01.02 155 3 12쪽
150 149화 23.01.02 116 1 13쪽
149 148화 23.01.01 125 1 12쪽
» 147화 23.01.01 122 1 12쪽
147 146화 22.12.31 123 1 13쪽
146 145화 22.12.31 116 1 12쪽
145 144화 22.12.30 123 2 13쪽
144 143화 22.12.30 121 1 12쪽
143 142화 22.12.29 123 1 12쪽
142 141화 22.12.29 123 1 14쪽
141 140화 22.12.28 132 1 13쪽
140 139화 22.12.28 122 1 13쪽
139 138화 22.12.27 121 1 13쪽
138 137화 22.12.27 122 1 12쪽
137 136화 22.12.26 126 1 13쪽
136 135화 22.12.26 126 1 12쪽
135 134화 22.12.25 123 2 13쪽
134 133화 22.12.25 123 2 12쪽
133 132화 22.12.24 127 2 12쪽
132 131화 22.12.24 125 2 13쪽
131 130화 22.12.23 128 1 12쪽
130 129화 22.12.23 129 2 12쪽
129 128화 22.12.22 123 1 13쪽
128 127화 22.12.22 123 2 12쪽
127 126화 22.12.21 132 2 12쪽
126 125화 22.12.21 124 2 12쪽
125 124화 22.12.20 128 2 12쪽
124 123화 22.12.20 128 2 13쪽
123 122화 22.12.19 13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