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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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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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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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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0화

DUMMY

인천의 한 자동차 정비소.

오늘은 영업을 종료한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비소의 주인인 채태수는 투덜거리며 커피를 내왔다.


“다들 뭐 한다고 여기까지 왔어? 귀찮게.”

“에이, 형님 얼굴이나 보려고 왔죠.”

“게임 끝나고 힘들 텐데 쉬지.”


말로는 툴툴거리지만 채태수도 내심 반가웠다.

데페라도 탈출기의 참가를 포기했음에도 찾아와준 옛 동료들이 고마웠다.


“형님, 아들은 잘 있죠?”

“말도 마라. 사고만 쳐서 죽겠어.”

“왜요? 속 썩일 애는 아닌 것 같던데.”

“아, 의족 달았다고 시비 거는 놈들이 있었나 봐.”

“그런 놈들이 있어요? 가서 작살을 내주시지.”

“그러니까. 내가 했어야 했는데.”

“예?”

“의족으로 그놈 다리를 차는 바람에 부러졌어. 전치 육 주래.”


채태수의 아들이 받은 의족은 넘버링 아이템.

살인마도 씹어 먹는 아이템으로 사람 다리를 쳤으니 부러지기만 한 것이 다행이다.

그 외에도 어찌나 사고를 쳤는지 채태수의 머리에 흰머리가 날 정도였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형님.”

“근데 아저씨 아들은 게임에 대해 알아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사실대로 말할 수야 있나.”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데페라도 탈출기.

영상으로는 수위를 낮춰 나오고 있다 해도 잔인하다.

그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채태수는 아들에게 의족은 아는 사람이 발명한 시제품으로, 데페라도 탈출기는 영화 촬영으로 넘어갔다.


“우리 아들 얘기는 그만하자고.”

“예. 근데 술 없어요?”

“미성년자 있는데 술은 무슨.”

“왜요? 전에는 잘만 마셨으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 이따 치킨 올 테니까 그거나 먹자고.”

“에이, 원래 이런 거 볼 땐 맥주인데.”


그들이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

데페라도 탈출기를 같이 보기 위함이다.

전부 보기에는 힘들지만 오늘 올라온 마지막 한 주의 영상은 볼 수 있었다.


“이번 화에선 진짜 박진감 넘칠 텐데.”

“됐고. 어서 보기나 하자.”

“그래요.”

“근데 이번에는 왜 한꺼번에 올라왔데?”


평소와는 달리 데페라도 탈출기는 삼 일에 걸쳐서 모든 영상이 올라왔다.

오늘 마지막 영상까지 올라왔고 그것을 보려는 것이었다.

벽에 걸린 스크린에 영상이 틀어졌다.


***


데페라도 탈출기의 마지막 한주.

화산에는 생존자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박상만 회장은 그것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이렇게 불나방 같은 것들이 많을 줄이야.”

“회장님, 이제 남아있는 생존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처리하느라 고생했어. 그럼 가 볼까?”


이제 게임 종료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삼일.

독가스는 산의 중턱까지 차올랐다.

박상만 회장은 시체 썩는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참 고역이군.”

“회장님, 저기 보십시오.”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군.”


화산의 정상.

도마뱀이 먼저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벌레와 소가 서 있었다.


“늦으셨습니다.”

“난 생존자라 몸 상태를 최상으로 하려면 준비할 게 많아서 말이야.”

“게임 시작하기 전에 맛있는 것은 좀 드셨습니까? 이제 하늘 가면 드시고 싶어도 못 드실 텐데요.”

“하하, 내가? 아니지. 그러고 보니 자넨 죽어도 다음 게임에 나타나겠군. 참 불공평해.”

“어쩌겠습니까? 제가 살인마인데.”

“그래서 그것부터 처리하려고.”


박상만 회장이 촛대를 들었다.

그곳에서 세 개의 불꽃이 일더니 각기 하늘과 도마뱀, 박상만 회장에게 쏘아졌다.


“초도 없는데 불이 붙는 건 뭐고 제게 한 것은 무엇입니까?”

“네가 할당량을 채운 것과 무관하게 페널티를 주는 것이야. 이계 신의 보호를 거둔 것이지.”

“하하, 그거 참 살벌하네요.”


데페라도 살인마들이 갖는 페널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 게임에는 생존자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것.

박상만 회장은 그간 모았던 제물로 그 페널티를 부여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박상만 회장은 제물을 이용해 살인마에 버금가는 육체를 얻었다.


“그럼 준비도 끝났으니 시작해 볼까?”

“회장님, 떨거지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언제 그 세 놈은 포섭하셨습니까? 숫자가 맞지 않는데요?”

“걱정하지 마시오. 난 끼어들지 않을 생각이니.”

“꾸악? 배신이냐?”

“애초에 난 마음에 들지 않았소. 어찌 신의 사도들이 서로 싸워야 하는지.”


독실한 이계 신 신자인 거북이의 중립 선언.

현실에서 박상만 회장에게 살해당하고 싶지 않고 살인마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다.

그는 산 아래로 내려가 독가스 속에 파묻히는 것을 택했다.


“미련한 거북이 놈. 그렇다고 독가스 안으로 들어가냐?”

“꾸아악, 아플 텐데.”

“뭐, 이렇게 됐으니 균형이 맞아졌군. 진짜 시작해 볼까?”

“바라던 바입니다.”


말과 소가.

펠리컨과 벌레가.

박상만 회장과 도마뱀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의 악연을 끝내기 위해서.


***


도마뱀의 무기는 날카로운 손톱이다.

그의 손톱은 찢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박상만 회장의 몸을 가르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전에도 느꼈지만 꽤 성가신 아이템입니다.”


박상만 회장이 가진 세 개의 넘버링 아이템.

그중 절대 방어를 자랑하는 불굴의 코트였다.

이 아이템은 절대 찢어지지 않는다는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네 손톱이 내 몸에 닿는 것도 여기까지다.”

“그런데 새로 얻은 아이템은 없으신가 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모든 게 갖춰져 있는데.”


박상만 회장의 삼신기.

방어의 코트, 신비한 힘을 주는 촛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베어내는 검.

박상만 회장이 쥔 일본도가 잔상을 그리며 도마뱀을 베었다.

이계 신의 힘으로 신체 능력이 살인마와 같아져서인지 막기가 쉽지 않았다.

검과 손톱이 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도마뱀이 밀려났다.


“내가 왜 채태수 그 양반과 달리 단순히 날 잘 드는 칼을 가지고 다니는지 아나?”

“모릅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박상만 회장도 도마뱀과 같이 일본 유학파 깡패였다.

그때 배운 검술은 수준급이라는 말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단숨에 목을 베어주마.”

“참 말이 많습니다. 싸움을 입으로 하십니까?”


바람을 가르며 크게 휘둘러지는 도마뱀의 꼬리.

검을 들어 막았으나 묵직한 충격이 느껴진다.

나무 수십 그루를 부수며 처박혔던 박상만 회장은 이계 신에게 얻은 재생력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시 달려들었다.

상단에서 중단으로, 십자 모양의 궤적으로.

박상만 회장은 화려한 검술로 도마뱀을 압박했다.

결국 손톱은 모두 잘리고 단단했던 비늘은 갈라져 피가 흘렀다.

위기감을 느낀 도마뱀이 날아오르며 용아병을 소환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시간 벌이용.

이 상황을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놈. 도망치지 말고 이리 와라!”

“조금 우세하다고 다 이긴 것처럼 굴기는.”


도마뱀은 박상만 회장의 저 오만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하늘 위에서 입을 벌리더니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뽑아내는 기다란 척추뼈.

박상만 회장은 그 잔인하고 징그러운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짓이지?”

“소설에 보면 용뼈로 만든 검이 최고 아닙니까? 손톱도 빠졌는데 저도 무기는 들어야죠.”

“하하, 좋다. 오랜만에 검을 나눠 볼까?”


뼈로 만든 검을 쥔 도마뱀이 빠르게 쇄도한다.

그의 검은 박상만 회장의 급소를 노렸다.


깡!


코트와 검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코트가 잘렸다는 것이다.

흠칫한 박상만 회장은 검을 휘두르며 도마뱀을 압박했다.

단순하지만 예리한 일격.

도마뱀은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뼈로 만든 검이 박상만 회장의 몸을 난자한다.

서로의 몸은 피로 붉게 물들었고 다시 괴물 같은 재생력으로 회복되었다.

그들은 검을 맞대며 힘겨루기를 했다.


“이거 살인마의 신체능력을 얻었다더니 재생력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해해 줘. 내 특성이 워낙 생존에만 치중해 있어서 말이야.”

“그거 안타깝군요.”


박상만 회장의 특성에는 공격기가 없었다.

오로지 일본에서 배운 검술로 싸울 뿐이었다.


“그 나이에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하, 나 아직 현역이야.”


그때 갑자기 도마뱀의 목이 길게 늘어나 입을 벌렸다.

박상만 회장은 급히 고개를 틀었다.

만약 살인마 수준의 반응속도를 갖지 못했다면 머리가 뜯겼을 것이다.

간신히 오른쪽 귀만 내준 박상만 회장은 튕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이제 은퇴하실 시간입니다.”


끝까지 쫓아가는 도마뱀의 검.

박상만 회장은 이대로라면 죽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이에 그는 일부러 오른팔을 내주었다.

그가 빈틈을 보이자 도마뱀이 그것을 물었다.


“크악!”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가는 박상만 회장의 팔.

그는 팔을 내어준 대신 도마뱀의 폐를 가져갔다.

옆구리를 통해 폐까지 깊게 박힌 검을 비틀었다.


“흐헉! 허억!”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살인마의 재생력으로도 위험한 수준까지 온 것이다.

박상만 회장이 목을 자르려고 하자 도마뱀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날아올랐다.


“흐허. 흡!”


도마뱀의 특성 폴리모프 드래곤 폼.

드래곤의 거대한 몸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아래를 향해 쏟아지는 화염.

지옥의 불길이 화산을 모두 태워버릴 듯이 쏘아졌다.


“끄아악!”

“혀, 형!”


불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말과 펠리컨도.

그의 동생인 벌레와 소마저도.

박상만 회장은 온몸이 태워지는 고통 속에서 그의 특성을 사용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


언뜻 들으면 도마뱀의 특성이어야 할 이름.

그것은 신체의 일부를 잘라 위기에서 도망치는 특성이었다.

박상만 회장의 남은 팔이 뜯어지며 그의 몸이 정상에 나타났다.


“젠장. 이번엔 네가 이겼다. 다음 게임에서 두고 보자.”


정상에 뚫린 구멍으로 몸을 내던지는 박상만 회장.

그것은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기 위함이었다.

구멍 아래에는 원래 있어야 할 용암 대신 활짝 열린 문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최후의 일 인만이 탈출할 수 있는 문이었다.

영상은 박상만 회장이 문을 통해 탈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화면에 나타난 글자.

그것을 본 사람들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도마뱀과 박상만 회장의 싸움은 충격적이었다.


“허, 상만이도 놀고만 있던 게 아니네. 대단해.”


채태수는 피가 끓었다.

게임을 포기해 저런 싸움을 놓쳤다는 것이 아쉬웠다.


“무섭다. 안 그래 선영아?”

“언니, 저는 토할 뻔했어요.”


캘리와 장선영은 안색이 창백했다.

편집을 했음에도 잔인한 장면이 많았던 것이다.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잘린 팔 등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김기태는 집으로 돌려보낸 지 오래였다.


“하아, 진짜 기회였는데.”


영상을 모두 본 이강재는 다른 것보다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 끝까지 남아 있었다면 도마뱀의 피도 얻을 수 있었고 박상만 회장도 죽어 최후의 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흘러갔다면 여신의 눈물을 완성할 수 있었겠지.

채태수는 참을 수 없었는지 냉장고에서 술을 꺼냈다.


“저거 보니까 참을 수가 없네. 그냥 마시자.”

“그래요. 좀 취하면 저 장면이 지워질 것 같아요.”

“예, 형님. 술이라도 마셔야겠습니다.”


누구는 피 끓는 투지 때문에.

누구는 보기 힘든 장면을 잊어버리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

평소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던 장선영까지 그들은 마셨다.

모두가 취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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