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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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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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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030

작성
22.12.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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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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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3화

DUMMY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하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위험하다고 하면 가 보는 것이 사람이다.

생존자들 또한 그랬다.

박상만 회장이 생존자들을 납치해 제물로 바치고 있으니 조심하란 말에도 탈출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최후의 일인이 되어 얻을 아이템 때문에.

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특히나 넘버링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생존자들은 더욱 과감하게 화산 지역까지 드나들었다.


“박상만 회장이 무섭다고? 그러면 화산 지역으로 가면 되지.”


도마뱀이 박상만 회장과 앙숙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곳에 가면 박상만 회장에게서 안전해질 수 있다.

연구소에는 비밀이 많은 곳이니 특별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김영호의 생각이었다.

그는 화산에 올라 연구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하,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도마뱀은 생존자를 찾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라고.”


이제 두 번째로 게임에 참가한 김영호는 지난 영상을 보며 공부를 했다.

그는 자신이 데페라도 탈출기의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캘리님도 그랬어. 오히려 화산 지역이 안전하다고.”


위험이 없으면 보상도 없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막대한 보상을 얻을 생각에 김영호는 들떴다.

그때 하늘 위에서 그림자 두 개가 내려와 그의 앞과 뒤를 막았다.


“뭐, 뭐야? 이건 도마뱀의 용아병?”


날개 달린 해골들이 김영호를 포위했다.

김영호는 그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거야. 난 싸움을 원했다고. 내 실력을 입증해 주지.”


현실에서 김영호는 태권도 선수다.

그는 평소 실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외모와 인기가 떨어져 이대후에게 밀린다고 생각했다.

김영호는 데페라도 탈출기에서 인기를 얻고 그의 실력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생각이었다.

마침 넘버링 아이템 뿌셔뿌셔 장화가 있으니 용아병도 문제없었다.


“태권도의 힘을 보여주마. 이 징그러운 해골들아.”


나름 멋있어 보이는 자세를 취한 김영호.

그는 화려한 발차기를 보이며 용아병을 부쉈다.

뿌셔뿌셔 장화의 능력인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

상위 넘버를 가진 아이템답게 용아병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영호는 용아병의 머리를 밟고 포즈를 취했다.


“나 조금 멋있을지도?”

“흠. 내 용아병을 부수다니. 그건 아이템의 힘인가?”

“어?”


뒤에서 들려온 섬뜩한 목소리.

그곳에 파충류 특유의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눈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살인마 도마뱀이 알려진 모습과 달리 은빛 갑옷과 투구, 망토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영호는 심장이 두근거렸으나 이건 강자와 싸우고 싶다는 투쟁심이라고 여겼다.


“당신이 도마뱀?”

“기술은 그럭저럭인데 내 용아병을 이겼다?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나 보군.”

“아이템의 힘이 아니라 내 실력이다. 너도 내 발차기 한 번 맞아 볼래?”


긴장을 우스꽝스러운 발차기로 해소하는 김영호.

그럼에도 떨림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영호는 영상에서 멋있게 나오고자 자세를 취하고 손을 까딱였다.


“덤벼. 죽여주지.”

“하, 웃기지도 않는 놈.”

“받아라. 이게 나래차기란 것이다!”


김영호는 빙글빙글 돌면서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그 후 앞발을 차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서 뒷발을 날렸다.

그의 재빠른 공격에 도마뱀도 반응하지 못했다.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고 장화의 효과로 놈의 머리는 박살 날 것이다.

그런데.


“역시 아이템의 힘은 뛰어나군.”

“뭐, 뭐야? 전혀 타격이 없다고?”

“넘버링 아이템이 살인마의 육체를 만나면 이런 힘이 나오는군.”


김영호의 발차기를 맞은 도마뱀은 너무나 멀쩡했다.

그가 쓴 투구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김영호가 당황해 멈춰있자 도마뱀이 그의 목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 힘이라면 충분히 박상만을 죽일 수 있겠어.”

“컥컥! 이거 놔!”

“그래도 네놈이 가진 장화는 탐나는군. 잘 쓰도록 하지.”

“나, 날 어떻게 하려고······.”

“처형.”


드래곤 석상이 김영호를 삼켰다.


***


그의 시체가 사라지며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떨어졌다.

도마뱀은 그것들을 모두 치우고 장화를 신었다.


“역시 되는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도마뱀과 제임스의 계약은 생존자를 처형한 후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으며 다음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처형 시간도 줄었고 바로 아이템을 쓸 수 있었다.

도마뱀은 몰랐지만 사실 이건 제임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법칙을 수정하다 꼬여버린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도마뱀은 그저 제임스가 박상만 회장의 죽음을 원해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임스. 고맙다. 반드시 박상만을 죽이지.”


연구소로 돌아온 도마뱀은 연구소 중앙 실험실 구멍으로 돌아와 땅을 팠다.

그 안에는 그동안 모은 주사기와 여러 아이템이 있었다.

이것들은 마지막 한주 때 박상만 회장과의 싸움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도마뱀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연구소의 문이 열리며 생존자가 들어왔다.


“겁도 없이 이곳에 들어오다니.”

“잠깐. 난 회장님께서 보낸 사자다.”

“박상만이 보냈다고? 그럼 더욱 살려둘 이유가 없는데?”


도마뱀은 구멍에서 올라와 생존자의 목을 잡았다.

그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숨통을 끊으려 하자 생존자는 급하게 소리쳤다.


“회장님께서 전하란 말씀이 있다. 듣지 않으면 후회할걸?”


도마뱀은 잠깐 멈칫했다.

생존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박상만 회장이 전하란 말을 했다.


“네 동생들은 모두 죽었다.”

“뭐라고?”

“이계 신에게 제물로 바쳤단 말이다! 그러니 너도 죽고 싶지 않다면······.”

“시끄럽다.”


콰직!


도마뱀은 그가 한 얘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생존자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목이 꺾이며 그의 머리가 축 늘어졌다.


“달중이와 달소가 죽었다고? 살인마인 녀석들이?”


생존자와 달리 살인마는 죽지 않는다.

같은 살인마가 공격하지 않는 한 게임에서 퇴장하는 것일 뿐 살아는 있다.

그런데 죽었다고?

도마뱀은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중이가 계속 보이지 않더니 박상만 네가 죽인 거였나?”


박상만 회장이 가지고 있는 넘버링 아이템 신과 소통하는 촛대.

그는 그 아이템의 힘으로 생존자들을 제물로 바쳤다.

제물로 바쳐진 생존자들은 모두 죽었고 말이다.

어쩌면 그 아이템으로 벌레와 소를 찔렀다면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상만! 네가 감히 내 동생들을 죽여?”


도마뱀은 피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다.

동생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흐느껴 울다가 생존자의 시체를 바라봤다.


“박상만, 가만두지 않겠다. 네 뼈와 살을 씹어 복수할 거란 말이다! 이렇게!”


쩍 벌어지는 도마뱀의 입.

그는 생존자의 시체를 입에 넣고 씹었다.


콰지직.


뼈와 살이 씹히며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도마뱀은 그것을 남김없이 씹어 삼키며 복수를 다짐했다.


“박상만!”


연구소 중앙 실험실에 도마뱀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


“지금쯤 도마뱀에게 내 선물이 도착했겠지?”


박상만 회장은 조용히 웃었다.

아마 도마뱀은 그의 도발에 미친 듯이 날뛰고 있을 것이다.


“싸움이란 자고로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승패가 결정되는 법이지.”


박상만 회장이 거짓으로 소와 벌레가 죽었다고 도마뱀을 속인 것은 그의 마음을 흔들기 위함이다.

이제 마지막 한주에서 도마뱀이 그의 얼굴을 보면 흥분해 움직임에 틈이 커질 것이다.

박상만 회장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충분한 제물을 모으지 못한 탓이었다.


“어떤 놈인지 감히 내 사냥감을 빼앗다니. 죽일 놈들.”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최대한 생존자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라. 그나저나 넌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생각이냐?”

“······.”


박상만 회장의 밑.

그곳에는 의자 대신 서쪽 지역의 상인이 엎드리고 있었다.

그는 심한 고문을 받았는지 처참한 몰골이었다.


“말하면 편해질 수 있다. 누가 소를 죽였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쯧쯧. 왜 고집을 부리는가? 혼자선 잘만 말하더니.”


데페라도의 상인은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혼자 있다 보니 이상한 버릇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게임에 미치고 어떤 사람은 사물과 대화를 나눈다.

서쪽 지역의 상인의 버릇은 혼잣말이었다.

그날도 혼자 살인마와 싸우고 있는 이강재가 걱정되어 중얼거리다 박상만 회장에게 들키고 말았다.

박상만 회장은 소가 다른 사람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상인을 고문해 누가 한 짓인지 캐내려고 했다.


“살인마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며? 그게 누구냐고.”

“차라리 죽이시오.”

“나도 그러고 싶지. 근데 상인은 죽지 않는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나?”

“난 끝까지 말하지 않을 것이오.”

“하하, 이거 참 곤란하게 됐군. 벌레는 빼앗기면 안 되는데 말이야.”


놈들이 살인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 벌레도 위험하다.

어디에 숨어있든 찾아내서 죽일 테니까.

제물이 더 필요한 박상만 회장에겐 짜증 나는 일이었다.


“이렇게 의리를 지킬 필요가 있나?”

“······.”

“어쩌면 큰 은혜를 입어서 그런지도 모르겠군.”

“떠보지 마십시오. 내게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널 초등학교 지하에서 꺼내 준 그놈 맞지?”

“흡!”

“역시 채태수와 같이 다니던 그놈이 맞았어.”


살인마를 죽이거나 퇴장시키는 아이템은 흔한 것이 아니다.

박상만 회장은 그런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말뚝을 사용한 것이겠지. 제법 유명한 놈이니까.”


이강재는 데페라도 탈출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영상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당히 높다.

때문에 이강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전부 알고 있었다.


“살인마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아이템은 이번 게임에서 얻은 것이겠군.”

“은인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어쩌기는. 내가 손해긴 하지만 살인마를 대신해 제물로 바쳐야지.”

“대체 몇 명을 죽이려는 겁니까?”

“몇 명을 죽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지. 뭘 하려는 것인지. 그게 중요한 거야.”


박상만 회장의 목표는 지배자의 왕관을 완성하는 것.

그것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며 왕이 될 것이다.

그 꿈은 이번 게임을 마지막으로 실현될 것이다.

박상만 회장은 촛대로 상인의 목을 찔렀다.


“아쉽군. 상인도 제물로 바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상인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박상만 회장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학교 밖으로 나오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강재란 놈은 다들 알 것이다. 찾아서 데려와.”

“회장님, 탈출하지 않았을까요?”

“놈에게도 무슨 목적이 있어. 그러니 끝까지 남으려고 할 거야.”

“알겠습니다. 꼭 놈을 잡아 데려오겠습니다.”

“단, 찾지 못해도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교로 돌아와라. 너희도 탈출해야지.”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원대한 목표를 앞두고 부하들의 탈출까지 생각해 주는 박상만 회장.

깡패들은 그의 마음에 감격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박상만 회장의 말은 그들을 생각해서가 아닌 제물로 바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제 보름이나 남았나? 아직도 한참 남았구나.”


점점 꿈이 다가오자 박상만 회장도 조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끝에 가선 모든 방해물을 제거하고 왕관을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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