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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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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1.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5
연재수 :
1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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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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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5,007

작성
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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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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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64화. 폐지를 내가 왜?

DUMMY

이능범죄수사국 현장정리팀이 도착한 것은 정시아가 도우택과 통화를 마친 뒤로 채 삼십 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유미르는 정말 빨리도 왔다 싶었다.


월요일 새벽 시간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정시아가 시체가 열두 구가 넘는다고 했더니 빨간 경광등을 켠 승합차가 무려 다섯 대나 왔다.


승합차들 맨 앞에는 마찬가지로 빨간 경광등을 지붕에 올린 검정 세단 한 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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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아의 수신호를 본 앞차가 곧 정차하고, 운전석에서 삼십 대 남자가 내리더니 정시아에게 다가왔다.


도우택이었다.


“뭔 사고를 이리 거하게 친 거야?”


도우택은 절단된 채로 반쯤 타다가 얼어붙은 것 같은 시체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피떡과 그 옆에 목이 잘린 시체, 목이 잘린 채 얼어붙은 시체들까지 쭈욱 둘러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월요일 새벽인데 집에 안 있고 사무실이었어요?”


정시아는 이 시간에 현장까지 직접 출두한 도우택이 내심 고마웠다.


“아니, 집에서 전화 받고, 차 끌고 오다가 근처에서 합류한 거야.”


“네, 고마워요, 팀장님.”


“근데 대체 무슨 일인데, 이래?”


“저 피떡이 알렉스에요.”


영문을 묻는 도우택에게 정시아가 손짓으로 피떡이 된 알렉스 해리슨을 가리켰다.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도우택의 눈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커졌다.


“알렉스 해리슨? 저게? 오전에 입국했다는 소식은 공항 파견대한테서 듣기는 했다만. 설마 저게 그 해리슨이라고?”


그 시체 같지도 않은 피떡이 해리슨이었다는 것을 알아보려면 유전자 검사만이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었다.


“네. 오늘 저희 집에 쳐들어온 것들은 알렉스 해리슨 포함 총 열네 명. 두 명은 집 앞에서 처리해서 시신을 들고 왔고, 열둘은 여기로 유인해서 처리했어요.”


정시아는 아공간에서 아까 집어넣었던 시신의 몸과 머리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본 유미르도 자신이 목을 찔렀던 얼어붙은 시신을 그 옆에 꺼내 놓았다.


아공간에서 시신을 꺼내 놓는 둘을 보고 도우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그에게 정시아가 알렉스 해리슨이 쓰던 아공간에서 그의 여권을 꺼내 내밀었다.


여권을 받아 들고 잠깐 펼쳐본 도우택이 심각한 표정으로 정시아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전후사정을 좀 자세히 얘기해 봐,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전에, 전에 얘기했던 우리 오빠에요. 인사해 오빠. 여기는 이수국 수사기획실 기획1팀 도우택 팀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미르입니다.”


유미르가 총사령관의 예복 모자를 벗고 허리를 살짝 숙여 도우택에게 인사했다.


그런 유미르에게 도우택도 살짝 목례했다.


“아, 시아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도우택입니다.”


한밤중에 십여 구의 시체들 사이에 선 검정색 배틀코트 차림의 유미르는, 이전에 관악산 사건 관련 보고서에 붙어 있던 사진으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도우택에게 주었다.


두 사람이 통성명을 마치자, 정시아가 도우택을 한쪽으로 잡아끌었다.


“내용을 다 말하자면 좀 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리슨이 절 미국으로 못 데려갈 것 같으니까 바로 쳐들어왔더라고요.”


정시아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도우택이 얼어붙어 눈도 제대로 못 감고 죽은 시체들을 보니 금발에 초록빛 눈동자인 사람이 둘 정도 되었다.


자세한 것은 신원을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알렉스 해리슨이 데리고 왔다는 미국 쪽 요원들이라는 정시아의 말에 믿음이 가기는 했다.




현장정리팀 요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정시아는 도우택을 붙들고 저녁에 알렉스 해리슨을 만났던 일부터 이야기했다.


아직 확실치 않은 중국 관련 정보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정시아가 미국으로 오지 않으면 맥스웰 그리더스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서울을 전술핵 미사일로 타격하겠다고 협박할 것이라고 들었던 것부터, 단칼에 거절하고 왔더니 해리슨 일당이 습격해 왔고, 습격자들을 낙성대공원으로 유인, 일망타진한 다음에 도우택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시아의 설명을 다 듣고 난 도우택은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우우. 이거 스케일이 커도 너무 큰데. 핵이라니, 절대 이수국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해리슨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진짜로 미국이 핵카드를 내밀 예정이었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쳐들어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또 그렇네.”


그녀 말마따나 미국 정부가 정말로 핵카드를 쓸 것 같았으면 알렉스 해리슨이 이런 급작스러운 암살시도를 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한국에 들어온 지 고작 열서너 시간 만에 시행한 암살시도인 만큼 사전준비도 거의 하지 못한 채로 쳐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해리슨이 저한테 블러핑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 뭐, 실제 뭐가 날아올지는 며칠 지나면 알게 되겠지. 며칠 뒤에 미국대사가 정부에 전달한다고 했다면서.”


“네.”


사건의 전후사정에 관한 설명에 정시아의 의견까지 들은 도우택은 아직 정리가 덜 된, 알렉스 해리슨이었다는 피떡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내가 진짜, 해리슨 저 개시키가 언젠가 일을 칠 줄은 알았어. 오죽하면 요새는 나한테도 미국으로 오라고 하도 지랄을 해서 내가 팀을 옮길까도 생각중이었거든. 몇 번 거절했더니 저 새끼가 비협조적으로 굴어서 최근에 전장에서 죽은 것도 여러 번이고.”


“마치 미국에 강한 이능력자들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았어요.”


“대놓고 티를 안 내서 그렇지, 패권주의를 신봉하는 것 같기는 하더라만. 암튼 저 많은 아이템들은 어떡할 거냐? 해리슨이 쓰던 6, 7등급들도 꽤 있는 것 같던데?”


아이템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서 여태 듣고만 있던 유미르가 끼어들었다.


“제 생각은 이수국에 기증했으면 하는데요.”


“에?”


갑작스런 유미르의 말에 도우택이 얼빠진 소리를 하는데, 정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그렇다면 저도 좋아요.”


‘저 짠순이 정시아가?’


도우택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로?”


습격을 당한 이들도, 습격자들을 살해한 이들도 정시아와 유미르였으니 당연히 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증하겠다는 말을 들은 도우택은 꼭 의외의 기습을 당한 것 같았다.


해리슨 몸에서 나온 7등급이면 최소 백만 단위에, 저 많은 아이템들을 만물상에 처분하는 가격을 개당 1만G만 잡아도 수백만G인데 그걸 이수국에 기증한다는 말이 어떻게 저렇게 쉽게 나온단 말인가.


얘들이 어디서 G벼락이라도 맞았나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잠시 스쳤다.


그런 도우택에게 유미르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네, 다들 이 밤에 고생도 해주시는데요. 그리고 여태 도와주신 것도 있고, 또 왠지 앞으로도 도움을 청할 일이 끊이질 않을 것 같다는 약간 불길한 예감도 들고요.”


유미르는 중국에서 보낼 암살자들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도 팀장님.”


정시아까지 맞장구를 치는데, 사양할 것도 아니었다.


“고, 고마워요. 이수국 전력 증강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우택은 유미르와 정시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동한 요원들에게 아이템 탐색을 독려했다.


알렉스 해리슨이 차고 있던 것만 해도 80개에 그 외에도 십여 명이 쓰던 아이템들을 어림잡아도 수백 개는 족히 될 것이 분명했다.


무능한데 욕심만 많은 윗대가리들한테서 고등급 아이템들을 지켜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수국의 전력이 증강될 것은 확실했으니, 빠트리는 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발견하는 모든 아이템이 이수국에 기부된다는 그의 말에 출동한 요원들의 기색이 밝아지고 움직임이 무척이나 기민해졌다.


연석 위 잔디가 깔린 곳은 물론, 그 옆 하수도 틈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손전등으로 주변을 꼼꼼하게 뒤져가면서까지, 요원들은 쇳조각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도우택은 이 새벽에 정시아의 전화를 받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원들에게 지시를 마친 도우택이 두 사람에게 돌아왔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처리를 해야 하니까 날 밝으면 이수국으로 두 분이 방문은 해주세요. 사정청취도 다시 제대로 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하거든요.”


“네, 10시쯤 방문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이 아이템들은 범죄 현장 증거물로 보관 처리를 해야 윗대가리들이 덜 꼬일 것이니까요. 일단 그렇게 했다가 두 분한테 귀속 절차를 밟고 나서 다시 공식적으로 이수국에 기증하는 식으로 진행이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후로도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서 한 시간 넘게 아이템 수색을 진행한 후에야 현장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도우택은 증거로 확보된 아이템 리스트를 만들려면 밤을 새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요원들 태반이 전장을 뛰는 이들이었지만 아직 고가의 아공간까지 가진 이는 없었으니, 바로 리스트를 정리하면 중간에 아이템이 새는 경우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귀찮다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 오전에 뵙겠습니다.”


“팀장님, 이따 봐요.”


현장 정리가 마무리되고 현장을 떠나는 도우택에게 유미르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고, 정시아는 손을 흔들었다.


도우택이 창밖으로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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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 가고 나자, 정시아가 유미르에게 물었다.


“근데, 오빠! 그걸 왜 다 기증한다고 그랬어? 다 팔면 최소 천만은 족히 되겠던데?”


유미르는 먼저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툭 내뱉었다.


“줍기 귀찮아서. 수백 개나 되는 걸 언제 줍고 있어?”


“뭐?”


정시아가 유미르의 뒤통수에 대고 눈을 흘겼다.


전방위 시야로 뒤에서 정시아가 눈을 흘기고 있는 것을 본 유미르가 멈춰 서서 몸을 돌리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억만장자가 폐지 줍는 거 봤어?”


그런 유미르의 말에 정시아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풋!”


유미르가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하자 정시아가 후다닥 달려가 유미르의 오른쪽에 들러붙으며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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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가자. 현관 앞에 핏자국도 치워야 해.”


“그건 네가 잡은 놈 시체에서 나온 피니까 네가 치워.”


“같이 잡았잖아?”


“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목을 뎅겅 자르래? 나처럼 푹 한 번만 찔러주면 깔끔하잖아.”


“아씨, 오빠 그러기야?”


“클린 마법 배운 건 뒀다가 국 끓여 먹게?”


“아, 맞다.”


“수련장 들어갈 때도 좋은 마법 놔두고, 쓸데없이 몸 씻어주는 아이템을 잔뜩 사 들고 들어오더니 또 그런다? 사람 죽일 궁리만 하지 말고 마법을 실생활에 좀 써먹어 보세요.”


“이씨, 1절만 해라.”


“크크크, 근데 나 태양의 잔재는 빼야 할까 봐. 시체가 다 타버려서 안 되겠어. 불붙은 시체들 불 끈다고 시간이 더 걸렸잖아.”


“어, 나도 중력의 고리는 안 쓰려고. 아까 현장정리팀 사람들 보니까 해리슨 치우는데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


“확실히 아까 보니까 얼리는 게 좋더라, 피도 안 흐르고 깔끔하고.”


“어? 난 칼질할 때 자동으로 얼리는 거는 없는데? 광역만 있어.”


“돌아오는 금요일에 사.”


“오빠가 사주면 안 돼?”


“네가 사서 각인하고 나와.”


“피이. 여자한테 반지나 귀걸이 같은 것도 좀 선물하고 해야지.”


“16억이나 줬는데, 뭘 또 선물을 해?”


“흥! 흥이다, 흥!”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만물상 들르면 찾아볼게. 그래도 너도 찾아봐. 정신없으면 까먹을 수도 있어.”


“히히, 좋아.”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만담이 새벽 공기 사이로 작게 울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네, 재벌이 폐지 같은 걸 주울 리가...

오늘도 한 편 더 올라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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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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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폐지를 내가 왜? 24.03.05 1,028 21 12쪽
64 63화. 어서 와. 이런 건 처음이지? 24.03.04 1,028 21 11쪽
63 62화. 한밤의 습격? 24.03.03 1,032 19 13쪽
62 61화. 죽고 싶으면. 24.03.02 1,053 25 15쪽
61 60화. 뭐? 핵? 24.03.01 1,086 22 17쪽
60 59화. 맑은 날의 수채화. 24.02.29 1,063 20 16쪽
59 58화. 비대칭전력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4.02.29 1,100 18 11쪽
58 57화.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1 24.02.28 1,133 22 17쪽
57 56화. 분신? 분신! 24.02.27 1,159 21 15쪽
56 55화. 이유나 좀 압시다! 24.02.26 1,138 21 13쪽
55 54화. 계약하시겠습니까? 24.02.25 1,158 18 13쪽
54 53화. 돈의 맛! 24.02.24 1,173 26 24쪽
53 52화. 이런 돈은 처음이야! 24.02.23 1,188 22 12쪽
52 51화. 그녀의 선택. 24.02.23 1,204 22 17쪽
51 50화. 너무 쉽고, 너무 힘들다. 24.02.22 1,169 20 18쪽
50 49화. 제게 맡기세요. +1 24.02.21 1,156 20 14쪽
49 48화. 형들이 왜 여기서 나와? +1 24.02.20 1,162 18 13쪽
48 47화. 그녀와 그녀. +1 24.02.19 1,179 24 13쪽
47 46화. 첫 승리. 24.02.18 1,191 20 22쪽
46 45화. 법칙을 벗어난! 24.02.17 1,208 18 14쪽
45 44화. 어쨌든 대박! +1 24.02.16 1,219 22 20쪽
44 43화. 하얀 행운. +1 24.02.15 1,216 20 18쪽
43 42화. 포기를 이기는 것은? 24.02.14 1,241 19 19쪽
42 41화. 뜻밖의 플러팅? +1 24.02.13 1,266 20 20쪽
41 40화. 누가 초보? 24.02.12 1,286 20 16쪽
40 39화. 아줌마였어? +1 24.02.11 1,291 20 13쪽
39 38화. 선택권은 없다. 24.02.10 1,279 20 13쪽
38 37화. 마음이 콩밭에. 24.02.09 1,315 18 14쪽
37 36화. 그녀의 진심(하) 24.02.08 1,334 21 12쪽
36 35화. 그녀의 진심(상). 24.02.07 1,369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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