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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1.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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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5,007

작성
24.02.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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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8화. 비대칭전력께서 말씀하셨습니다.

DUMMY

2029년 6월 23일 토요일.



오전 9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무회의가 개최되었다.


어제 오전에 있었던 2차 대격변의 메시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였다.


대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심각한 표정들은 마치 북한과 전쟁이라도 앞두고 있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회의에 자리한 것은 물론, 국무총리, 부총리에, 국방부장관에, 행정안전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등등 장관급 이상의 인사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모조리 참석해 있었고, 이능력자원 관리책임자이자 장관급인 이능자원관리청장 김정식도 당연히 참석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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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윤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말에 이렇게 다들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다들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어제 오전 2차 대격변 메시지는 다들 들으셨을 것이고, 각 부처에서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어제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방치해 왔던 던전을 조속히 제거하고, 군사력을 증강하여 새롭게 나타날 괴수들을 문제 없이 방어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을 다들 보셨을 것입니다. 나중에 어찌 될지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많은 던전들을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또 계획했던 우리 군의 군사력 증강방안을 유예기간 내에 완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들 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국방부부터 말씀해 주실까요?”


대통령 이윤문의 말에 국방부장관이 밤새 준비해 온 대책들을 보고하고 관계부처에 공유했다.


국방부장관의 보고를 들으며 핵심 간부들과 함께 밤을 새며 준비한 대책의 내용을 되짚어 보던 이관청장 김정식의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국방부 다음은 이관청 차례였다.


어제,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인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아둔 것이 있어 걱정할 것은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떨리는 것은 떨리는 것이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듯했는데, 어느새 국방부의 보고가 끝이 났다.


“네, 이제 이관청장님 보고를 들어보도록 하죠.”


대통령 이윤문이 부처명이 아니라 직접 김정식을 지목했다.


티나지 않게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조금이나마 떨쳐낸 김정식은 미리 제출한 이능자원관리청 발표자료를 비서실장이 화면에 띄우는 것을 보면서 마이크를 켰다.


“네, 이능자원관리청 보고드리겠습니다. 괴수들이 강해지고 우리의 영토를 침범해 올 것이 분명한 만큼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또 그만큼 정부와 군의 역할이 크다는 것도 명백합니다. 다만, 이에 더해서 저희 청에서는 그간 사실상 자율에 맡겨온 민간 이능력자들에게 일정 역할을 수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면서 민간 이능력자들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발표자료를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발언을 마친 김정식은, 길드의 규모에 따라 단위 기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던전을 의무적으로 제거하도록 하고 게이트 방어전에도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안, 제거한 던전의 등급과 수에 따라 길드에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 던전 공략과 게이트 방어전에 소극적인 길드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 정부가 주도하여 국내 상위권 길드 간 연합과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회의체를 창설하는 방안, 강한 이능력자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기관 설립 방안 등을 보고하고,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유관부처에 협력을 요청했다.



자신의 발표 내용을 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김정식은, 밤새 준비한 것들이 아주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것에 작게 안도하면서 결정타로 준비한 것을 꺼내 들었다.


“아, 그리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발표자료에는 수록하지 못했습니다만, 전국에 산재한 미공략 던전들의 절반에 달하는 수를 일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방치 던전들 절반을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니요?”


확인된 것만 집계한 수가 2천 개가 넘는 방치 던전의 절반이나 처리할 수 있다는 말에 대통령 이윤문이 눈을 크게 떴고, 다른 장관들도 입을 가리고 몸을 틀어 옆자리 사람들과 소곤대기 시작했다.


“대통령님을 비롯해서 여기 계신 몇몇 분들께서는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비대칭전력이라 불러 마땅한 이능력자가 한 명 있다는 것을 말씀입니다.”


탁!


그 말에 이윤문이 탁자를 내리쳤다.


“하! 저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계속해 보세요, 김청장님.”


김정식이 더 자신 있는 표정으로 허리를 곧추세웠다.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오후에 그 비대칭전력과 미공략 던전 제거에 관해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서 길드에 속해 있지 않은 강한 이능력자 열 명을 동원할 수 있고, 한 달에 이백 개 전후의 미공략 던전을 제거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요?”


이윤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비대칭전력이 포함되었다고는 하지만 매일 같이 예닐곱 개씩이나 되는 던전을 제거해 주겠다는 것을 쉽사리 믿기 어려웠다.


“다만, 조건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렇겠죠. 그들도 사람인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이상 당연한 것이고, 또 국가에 그만한 도움을 주는데 보상을 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기는 합니다. 어지간한 것이면 들어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윤문은 어떤 조건이라도 들어줄 것처럼 말했다.


“첫 번째는 제거하는 던전의 급수에 따라서 일억 원, 이억 원, 삼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던전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니 던전에서 나올 부산물은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산물의 가치를 제외하고 일급부터 삼급까지 고르게 제거한다고 가정하면, 반년 동안 천이백 개 전후의 던전을 제거하는 데에 대략 이천사백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


“국방부에서 부담하겠습니다.”


김정식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국방부장관 윤병욱이 말을 가로챘다.


“저희 행안부에서도 관련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무료봉사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피해복구에 정부가 지출해야 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입니다.”


국방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이 서로 손을 들면서 이구동성으로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외쳤다.


게이트 방어전 한 번을 치르는 데 소요되는 예산만 해도 최소 수억 원이 넘고, 게이트 방어 후 복구 비용도 적게는 수억부터 많게는 수십억이 들어갔으니 이 세 부처의 장관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던전에서 쏟아져 나올 괴수들을 사냥하는 데 들어갈 비용, 피해복구에 소요될 비용들을 생각하고, 거기에 인명피해를 막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 던전 하나에 최대 3억 원이라는 돈은 거저나 다름없었다.


또 6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1,200개나 되는 던전을 제거하는 데에 그 정도 예산을 쓰는 것이면 그저 상징적으로 ‘공짜로 해준 것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할 수준의 금액에 불과했고, 실제로 세 개 부처에서 집행해야 할 예산을 극단적으로 절감해 주는 것이기까지 했다.


장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윤문이 이제는 웃는 낯으로 말을 더했다.


“그럼 두 번째는 뭔가요?”


“네, 두 번째는 자신과 함께 던전을 제거할 아홉 명 중에서 비대칭전력이 지명하는 두 명을 병역에서 면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성질 급한 국방부장관 윤병욱이 바로 마이크를 켰다.


“던전 제거만 약속대로 된다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두 사람이 징집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비대칭전력도 같이 면제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윤병욱의 즉답을 들은 이윤문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로 덧붙였다.


“좋습니다, 윤장관님. 차제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네요. 국방부에서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자, 그럼, 마지막 세 번째를 들어봅시다.”


“네, 세 번째는 사실 별개의 조건이라고 보기 조금 어렵습니다. 비대칭전력과 함께 방치 던전을 공략하는 이능력자 중에서 비대칭전력 본인, 징집 면제 대상자 이 인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에 대한 일체의 신원 확인 및 추적을 하지 말 것입니다.”


“으음.”


마지막 조건을 들은 이윤문이 침음성을 흘렸다.


비대칭전력만큼의 강자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강자들일 것이 분명한 이들일 터인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은 어찌 보면 앞의 두 조건보다도 까다로운 것이었다.


김정식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정시아가 덧붙인 내용을 설명했다.


“비대칭전력이 덧붙인 말로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줄 수 없는 이유는 대통령님께만 직접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께서 그 사정을 들으시면 반드시 납득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요? 흐음. 그 정도로까지 이야기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수 있겠군요.”


“네. 그리고 제 좁은 소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방치 던전의 빠른 제거라는 당면과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이능력자의 신원 파악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조건에 관해서 우리 정부가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앞서 던전 하나당 1억 원에서 3억 원까지의 보수, 열 명 전원도 아닌 단 두 명에 대한 군 면제, 이 두 가지가 비대칭전력이 요구한 조건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발언을 마친 김정식이 마이크를 껐다.


이윤문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이관청장께선 국방부와 협의하셔서 비대칭전력 일행이 미공략 던전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특별예산이 필요하면 기재부와 협의하시고요.”


“예, 대통령님.”


“그리고 윤장관님과 김청장님 두 분께서 협조하셔서 비대칭전력 일행이 처리할 던전 외의 미공략 던전들과 새롭게 생성되는 던전들을 군과 길드를 동원해서 기한 내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에게 지시할 것을 지시하고 확답까지 들은 이윤문이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다음 보고자를 지명했다.


“다음은 기획재정부 보고를 듣도록 하죠.”




종일 계속된 국무회의가 끝나갈 무렵, 대통령 비서실장 성도현과 이관청장 김정식에게 이윤문이 따로 지시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그녀와 그 일행들하고 오찬을 한 번 했으면 하는데, 자리를 만들어 보세요. 필요한 때에 필요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주어야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비대칭전력이 저한테만 직접 말할 수 있다는 그 사정이라는 것도 들어보고 싶고요.”


“네, 알겠습니다.”


“예, 대통령님.”


성도현과 김정식이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날로 먹던 던전과 게이트를, 더 이상 날로는 못 먹는다는 소식에 나라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한 편 더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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