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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1.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5
연재수 :
1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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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82
추천수 :
3,130
글자수 :
1,325,007

작성
24.02.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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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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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52화. 이런 돈은 처음이야!

DUMMY

2029년 6월 22일 금요일.



릴라이는 매대 뒤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3행성 최대 유망주를 비롯한 두 사람이 수련장에 들어간 지 꽤 되었다.


차원보호가 풀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3행성 출신으로, 단기간 만에 위로 쭉쭉 치고 올라오며 쾌속 성장 중인 유망주.


중간에 수련장을 한 번 이용하기는 했지만, 다른 행성계 출신들에 비하면 그래도 단기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찍은 될성부른 떡잎.


만물상 내부와 수련장 행성 간 시간차를 계산하면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둘이 나올 것이었다.


유망주는 당초 말했던 기간을 정말 다 채울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2회차 전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을 사길래 살짝 걱정까지 들었던 배고프지않아와 목마르지않아를 아까 수련장에 입장하기 전에 추가로 더 사 들고 들어간 것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설마 기간을 더 연장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릴라이는 유망주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떡잎이 어떤 나무가 되어 나타날 것인지 사뭇 기대되었다.


그분께서 특별히 부탁까지 해가면서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전해달라고 했던 것까지 받아 간 떡잎이었다.


한 번 펼치면 끝인 스킬북 형태라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분이 직접 만든 것이면 만물상에서도 가치를 매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터.


그런 것을 달랑 1만G라는,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가져가도록 했다.


그분께서 주신 것을 받아 가는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 예정에 없던 반값 세일까지 해가며 초기 성장을 조금 도와주었더니, 능력 한 개짜리 병사 주제에 전설급 존재들과의 싸움에서 벌써 몇 번이나 이기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일으켰다.


아무리 등급 외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애초에 그들의 콧김 한 방에도 죽어 나갈 신체 능력을 가진 주제에 말이다.


그 떡잎이 거목이 되어 나올지, 아니면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진 채로 나타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릴라이는 왠지 그가 꽤 대단한 것을 이뤄내고 나올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잠깐 딴생각을 하다 보니 둘이 나올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아직 만물상 안에는 릴라이 혼자였다.


* * *


정시아는 만물상으로 통하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오빠, 이제 나가면 되는 거지?”


“응! 가자.”


그녀의 등 뒤에서 유미르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나가면 뭐부터 해야 하는 거였지?”


정시아는 밖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점검하려고 했다.


며칠 전부터 그 오랜 기억을 되짚어가면서 나가서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그래도 살짝 불안했다.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 뭘 또 확인을 해?”


유미르가 귀찮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아니, 그래도...”


이전과는 다르게 정시아가 자꾸 머뭇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유미르가 모든 것을 한 줄로 요약해서 재차 확인해 주었다.


“일단 나가면 만물상일 테니까, 팔려고 만들어 놓은 것들 팔고, 우리가 쓸 무기들이랑 다른 아이템 사고, 시아, 네 아공간에 있는 아이템들 정리하고, 전장에 가서 다 썰고, 집에 가면 끝. 참, 너 전장 승리 조건은 확인했지?”


기껏 수련하고 힘을 키워서 나갔는데, 전장 룰을 기억 못 해서 지면 억울할 일이다.


뭐, 한 번쯤 져도 큰 상관이 없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이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 수련장 들어오자마자 따로 적어놨던 거 찾아서 좀 전까지 한 열 번 읽었어. 적 병사들을 먼저 전멸시키는 팀이 이긴대. 오빠만 안 죽으면 우리가 이겨. 키키.”


“오케이. 그럼 이기겠네. 문 열어.”


“어, 오빠. 이제 열께.”


“뜸 좀, 그만 들이고, 빨리 좀 열어.”


“응, 간다.”


정시아는 문고리를 힘차게 돌렸다.



문을 열고 나가니, 오랜 기억 너머에 있던 그 화려한 만물상 내부가 보였다.


너무 오랜만이라 이 거짓된 풍경도 새삼 반가웠다.


정시아가 열어준 문을 통해 만물상으로 나온 유미르는 조금 떨어져 있는 매대 뒤에 서 있는 릴라이를 보았다.


그녀, 아니 그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고생 많으셨어요.”


“아, 네, 릴라이, 오랜만입니다.”


“릴라이, 오랜만이에요.”


유미르와 정시아는 그 오랜 세월 만에 둘 이외의 존재를 보는 것에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두 분께는 그렇겠네요. 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요. 어떻게, 지낼 만은 하셨나요? 거기 환경이 많이 열악해서 걱정을 좀 하기는 했습니다.”


“열악하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확실히 수련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죠.”


유미르가 쓰게 웃었다.


그런 유미르를 보고 릴라이가 그의 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고객님께선 키가 많이 자라셨군요. 체구도 커지셨고요.”


“네, 그렇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유미르가 입고 있는 전투복이 모두 한참 작아 보였다.


“수련의 성과가 좋았던가 봅니다. 그럼 이제 다시 전장으로 나가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릴라이의 말에 정시아가 그녀의 아공간에서 호두알만한 새하얀 결정체를 하나 꺼내 매대에 올려놨다.


“이것 팔까 하는데, 좀 봐주세요.”


“흠. 저도 처음 보는 결정이네요. 어디... 호오, 이건?”


릴라이가 상당히 흥미롭다는 듯이 그 결정을 보았다.


그런 그에게 정시아가 덧붙였다.


“영력을 올려주는 결정은 만물상에도 없던 물건인데, 이거 얼마에 사주실 건가요?”


“그러게 말이죠. 영력은 저희가 가진 모든 기술을 동원해도 좀처럼 아이템으로 만들어 낼 수가 없었던 건데... 대체 이걸 어디서? 수련장에서 나올 물건이 절대 아닌데요?”


새로운 능력을 얻거나 고위 등급의 올인원 스킬의 신공을 높은 수준으로 익히는 것, 전장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경험을 하는 것 외에 직접적으로 영력을 키울 방법은 오랫동안 연합에서도 찾지 못하고 있었기에, 릴라이도 손에 든 결정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이템의 출처를 묻는 릴라이에게 유미르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영업비밀입니다.”


그런 그에게 릴라이가 작게 웃어 보였다.


“하하. 영업비밀까지 캐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처음 접하는 아이템이라,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회의를 좀 해야 해서요.”


시간이 걸린다는 릴라이의 말에 유미르가 덧붙였다.


“회의 결과 기다리는 시간은 이용시간에서 차감하지 말아주세요. 저희 오늘 여기서 이것저것 할 게 많아요.”


“시간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1분도 안 걸립니다.”


릴라이가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곳에 그토록 오래 있다가 나왔으면서 아직 시간의 상대성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한 30초나 되었을까, 릴라이가 결정체를 들고 말했다.


“이것 하나인가요? 아니면 여러 개? 여러 개라면 얼마나 판매하실 생각이신지?”


“그런 것들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나요?”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니까요. 공급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으면 그 가격은 더 올라가기 마련이죠. 물론 단 하나라고 한다면 그리 높은 가격을 받기는 힘들 겁니다. 여기가 또, 경매장은 아니라서요.”


“네에.”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이백하고도 몇십여 년 만에, 그것도 외계의 존재로부터 듣고 있자니, 유미르는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 당장은 2천 개 정도 팔 수 있을 것 같네요.”


“호오, 2천 개나요? 이거 그 영업비밀이라는 것이 무척 궁금해지는군요.”


“그래서 얼마인가요?”


가격을 묻는 유미르에게 릴라이가 매대에 결정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영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치를 5씩 올려주는 이 아이템의 판매가는 80만G, 매입가는 40만G로 하기로 했습니다. 전장에서 핵심이 되는 영력을 올려주는 결정이라는 것과 현재까지는 영력을 올려줄 수 있는 다른 아이템이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반영했습니다.”


릴라이의 말에 유미르가 반색을 했다.


“네, 좋네요. 2천 개 팔게요. 시아야, 꺼내줘.”


“응, 오빠.”


정시아가 침낭을 찢어 만든 듯한 커다란 보자기 두 개를 아공간에서 꺼내 유미르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그것을 받아 매대 위에 올려놨다.


“보자기 하나에 1천 개씩 들어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이렇게 한꺼번에 주시다뇨. 하하하.”


조금 황당했는지 멋쩍게 웃은 릴라이가 매대 밑에서 지름이 30cm 정도, 높이는 60cm 정도 되어 보이는 원통같이 생긴 장비를 꺼냈다.


매대 위에 장비를 올려놓은 릴라이는 뚜껑을 열고 윗부분을 잡아 벌렸다.


그러자 장비의 위쪽 절반이 깔때기 모양으로 넓어졌다.


그렇게 장비를 세팅한 릴라이는, 유미르가 올려둔 보자기 하나를 들어 묶은 곳을 풀더니 깔때기 위에 결정들을 쏟아부었다.


드르르르르르.


결정들이 깔때기에 쏟아지는 소리에 더해, 마치 은행에서 지폐를 세는 계수기가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더니 곧 멈췄다.


장비 아래에는 유미르나 정시아가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이 떠올랐다.


“좋네요. 전부 이상 없이 같은 능력치 증가를 보여주는 결정들로 확인되었고, 개수도 1천 개가 맞습니다. 다른 하나도 보겠습니다.”


바로 이어서 릴라이는 남은 보자기 하나도 풀어 장비에 쏟아부었고, 이번에도 같은 기호들이 장비 하단에 출력되었다.


“40만G짜리가 2천 개니까 8억G네요. 유미르 고객님께 지불되었습니다.”


잠시 기록을 열어 보유 G를 확인한 유미르가 정시아의 손을 잡았다.


그녀에게 G를 일부 나눠주는 것 같았다.


“됐지?”


“응!”


그런 둘의 모습을 릴라이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이제 저 둘이 얼마나 많은 G를 지출해 줄지 사뭇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듯 정시아가 다시 아까보다 훨씬 커다란 결정을 하나, 아공간에서 꺼내 들었다.


“이건 얼마일까요? 영력 포함, 모든 능력치 30짜리인데요. 다른 결정들처럼 배수로 생각하면 되는 거죠?”


“아, 네, 고객님. 맞습니다. 그런데 몇 개나?”


“일단 1천 개만 팔게요.”


릴라이의 물음에 유미르가 답했다.


일단 1천 개만이라고 했다.


더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훨씬 많은 수가.


“네에, 고객님!”


어차피 저 두 사람이 지금 가져가는 G는 두 사람이 쓰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쓰든지 간에 결국 전부 다 만물상에서 쓰일 것이고, 저들이 가져온 최하급과 최상급 성장석이라는 물건도 없어서 못 팔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단일품목 거래로는 만물상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에도 릴라이는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유미르는 방금 + 30짜리 결정을 판 돈 24억G에서 다시 절반을 떼어 정시아에게 주었다.


유미르가 수련 중에 만들어 낸 새하얀 결정.


만물상에도 없었던, 영혼의 힘인 영력까지 올려주는 결정이었다.


수련장을 나오기 직전 5, 6년 동안 유미르는 다른 것들을 제쳐 두고 이 결정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마나든 뭐든, 온갖 기운들이 지구보다 최소 네다섯 배는 많아 보이는 수련장에 있을 때 많이 만들어 두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둔 결정들의 일부를 방금 만물상에 팔아 번 돈은 32억G.


이 돈을 유미르와 정시아가 절반씩 나눴고, 두 사람이 각자 가진 돈은 16억G.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단위의 G였지만, 지금 정시아의 아공간에는 오늘 판 것의 몇 배나 되는 물량이 남아 있었다.


이제 쇼핑할 시간이었다.


유미르와 정시아, 두 사람이 릴라이를 보고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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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장 큰 아공간부터 보여주시죠.”


“저는 제일 비싼 검이요.”


릴라이가 환하게 마주 웃어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강해지는 것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비정한 세상!

“밸런스 따위 개나 줘버렷!”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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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한밤의 습격? 24.03.03 1,010 19 13쪽
62 61화. 죽고 싶으면. 24.03.02 1,033 25 15쪽
61 60화. 뭐? 핵? 24.03.01 1,065 21 17쪽
60 59화. 맑은 날의 수채화. 24.02.29 1,043 19 16쪽
59 58화. 비대칭전력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4.02.29 1,079 18 11쪽
58 57화.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1 24.02.28 1,112 21 17쪽
57 56화. 분신? 분신! 24.02.27 1,133 21 15쪽
56 55화. 이유나 좀 압시다! 24.02.26 1,116 21 13쪽
55 54화. 계약하시겠습니까? 24.02.25 1,136 18 13쪽
54 53화. 돈의 맛! 24.02.24 1,150 25 24쪽
» 52화. 이런 돈은 처음이야! 24.02.23 1,164 22 12쪽
52 51화. 그녀의 선택. 24.02.23 1,181 20 17쪽
51 50화. 너무 쉽고, 너무 힘들다. 24.02.22 1,149 20 18쪽
50 49화. 제게 맡기세요. +1 24.02.21 1,135 20 14쪽
49 48화. 형들이 왜 여기서 나와? +1 24.02.20 1,141 18 13쪽
48 47화. 그녀와 그녀. +1 24.02.19 1,159 22 13쪽
47 46화. 첫 승리. 24.02.18 1,169 19 22쪽
46 45화. 법칙을 벗어난! 24.02.17 1,184 17 14쪽
45 44화. 어쨌든 대박! +1 24.02.16 1,198 22 20쪽
44 43화. 하얀 행운. +1 24.02.15 1,195 20 18쪽
43 42화. 포기를 이기는 것은? 24.02.14 1,217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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