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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르미의 서재입니다.

너무 강해져도 인생이 피곤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녀르미
그림/삽화
Copilot GPT
작품등록일 :
2024.01.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5.15 19:15
연재수 :
180 회
조회수 :
198,895
추천수 :
3,228
글자수 :
1,325,007

작성
24.05.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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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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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8쪽

171화. 견식시켜 드리지요.

DUMMY

“받아들이지 못하시겠더라도, 그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니 그냥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이윤문을 포함하여 경악하는 좌중을 바라보며 유미르는 무덤덤하게 다시 말했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실 내부에 로레인의 음성이 울렸다.


- 함장님, 진정으로 저를 파괴하실 생각은 아닌 것으로 알겠습니다. 괜한 시범을 보이신다고 저를 파괴하지는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겁을 집어먹은 듯 살짝 떨리는 로레인의 음성에 좌중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던 유미르는 송태호 합참의장과 몇몇 장성들을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이 시점에 제가 왜 제 무력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지, 이해하실 분들이 몇 분 계실 것입니다.”


그의 기색에 무언가 느낀 듯, 이윤문이 서둘러 사태를 수습했다.


“흠흠. 이 자리에 유사령관의 능력과 가치를 오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네. 다들 그렇지 않소?”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여하튼 저도 그렇습니다만, 이능력자는 지닌 바 능력, 그리고 가진 아이템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러분께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니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빌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들이 있고, 믿기지 않으시겠습니다만, 현재 이 지구에는 지구 자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이들도 몇 명 있습니다.”


“마, 말도 안 되오.”


“어, 어찌 그런?”


“!...”


“또! 또! 또!”


이제는 역정까지 내는 이윤문의 고성에 다시 입을 열던 장성들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유미르는 내심 쓴웃음을 삼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들이 과연 방금 자신이 한 마지막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니 이능력군과의 전면적인 교전이 벌어진다면 오거나 그리폰의 대량 손실 정도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지금 중국은 질 것을 각오하고 이능력군을 갈아 넣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가 맞이할 인민해방군 이능력자들은 그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오거와 그리폰을 상대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비록 오거나 그리폰이 강하고 튼튼하다고는 하나, 1급 상위 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능력자를 상대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상대하는 이능력자들이 다수가 되면 패배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겠지요.”


“...”


“말이 20만이지, 이들이 전선 한 곳에 집중해서 밀고 들어오면 수에서 한참 뒤지는 오거나 그리폰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전선에서 국지적인 우위를 확보할 경우, 자국 영토 내의 게이트 방어를 일시적으로 포기하더라도 추가 병력을 대거 투입해서 한반도로 일거에 들이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


“그리고 그때가 되면 차원항모의 함포 사격으로 저들이 자리한 우리의 국토를 불바다로 만들지 않는 한,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전에 로레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차원항모의 함포 사격의 위력에 대해 들었던 몇몇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 유미르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제가 저들의 해군과 공군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을 제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보유한 그 엄청난 이능력군과의 교전을 최대한 피하면서 중국공산당과 인민들에게 그들이 이 전쟁에서 졌다는 인식을 뼛속 깊이 각인시킬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해군과 공군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에 관한 제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번에는 오거나 그리폰만 내보내지 않고, 그 선봉에 제가 직접 설 생각입니다.”


“자, 자네가 직접 말인가?”


직접 무력을 보이겠다는 유미르의 말에 이윤문이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반문했다.


여태 일신의 무력을 제대로 선보인 적 없는 유미르가 어떤 생각으로 직접 앞에 나서겠다는 것인지 쉽사리 짐작하기 어려워서였다.


그와 같은 반응은 송태호를 비롯한 각군의 장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유미르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왜 강한 이능력자가 비대칭전력이라고 불리는지 제대로 견식시켜 드리지요.”



* * *



지운석과 지운혜까지 합류시켜 클레어 로스차일드 일행을 데리고 한 시간이 넘도록 하프너의 이곳저곳을 안내하던 정시아는 일행이 잠시 휴식하는 사이, 한쪽에 앉아 있는 클레어 로스차일드에게 다가갔다.


옆자리에 앉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는 클레어 로스차일드에게 정시아는 미우를 통해 전달받은 유미르의 계좌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아까 오빠한테서 받으신 G에 대한 대금은 이 계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좀 전엔 유미르님께서 대표로 말씀하셔서 그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정작 당사자께는 사과를 못 드렸네요. 저희 조직에 속했던 자가 저지른 잘못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고개를 깊숙이 숙인 그녀의 사과를 정시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아, 뭐, 괜찮습니다. 그자 숨통이야 제가 직접 끊어줬고, 또 쎄븐 씨즈에서 더 이상 저희를 적대하지도 않으신다니, 더는 문제시할 이유도 없고요. 또 애초에 그쪽 지시도 아니었다고 하시니 더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클레어 로스차일드의 표정이 환해지는데, 정시아가 조금 딱딱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로스차일드씨.”


“클레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네, 그럼, 클레어. 며칠 전에 세계 에스퍼 포럼이라는 것을 IESPA에서 개최한다고 하던데, 그거 쎄븐 씨즈의 아까 그 여자, 신시아 그레이인가 하는 여자가 발의한 거죠?”


“... 네, 맞습니다.”


갑자기 왜 여기서 포럼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어, 클레어 로스차일드의 대답은 조금 늦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과는 받아들였지만, 신시아 그레이에 대해서만큼은 달리 취급할 생각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그녀의 뇌리에 스치는 순간, 정시아가 다시 말했다.


“그거 개최하지 마세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하는 클레어 로스차일드에게서 시선을 거둔 정시아는 한쪽에 떨어져서 여전히 함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지운석 남매, 두 사람 옆에서 웃고 있는 이진서, 자기들끼리도 서로 떨어져 주변을 둘러보는 제니스 맥로린과 아서 헌트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전에, 클레어는 전장에서 활동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자기 정체를 숨긴다고 생각해요?”


“정체를 숨기는 이유요?”


“저기 계신 제니스 맥로린씨나 아서 헌트씨 같이 강한 무력을 지닌 이능력자는 모두 전장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추가로 얻으신 분들이죠. 또 그 경험과 능력으로 G를 벌어 아이템을 사서 강해진 이들이기도 하고요. 국가가 가진 군사력으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맞죠?”


정시아가 가리키는 두 사람을 본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갑자기 당연한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죠.”


“저 두 분은 자기들이 강한 이능력자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고 다니나요? 제가 보기에도 아닌 것 같은데요.”


“확실히 숨기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클레어 로스차일드에게서 원하는 답이 나오는 것을 들은 정시아는 처음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냈다.


“그럼 다시 제가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 두 분은 왜 본인들이 전장에서 강해진 이능력자라는 사실을 여태 숨겨왔을까요? 엄청난 가문의 수장을 경호하는 경호원이라서? 아니면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되는 사병집단에 속해 있어서? 물론 저 두 분의 경우엔 그것이 주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이능력자들이 전장에서 활동하는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에요.”


“네? 목숨을 지키다뇨?”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정체를 숨긴다는 정시아의 말을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강한데 왜 스스로의 목숨을 걱정한다는 말인가?


클레어 로스차일드가 정시아의 말에 속으로 답을 구해보려 할 때, 다시 정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전장에서 장수는 한 번 죽을 때마다 아이템을 무조건 하나씩 떨구죠. 뭐, 병사는 조금 다르지만요. 근데 장수든 병사든, 현실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 잘 모릅니다.”


현실에서 죽었을 때 어떻게 되느냐는 정시아의 물음에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지난달 쎄븐 씨즈 회의에서 알렉스 해리슨이 눈앞의 정시아를 공격한 이유가 그녀가 가진 것들에 대한 탐욕 때문일 것이라고 했던 외할아버지의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지만, 굳이 안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왜 정시아가 이능력자 포럼을 개최하지 말라고 말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시아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를 계속했다.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템을 한꺼번에 떨어트려요. 수십 개가 되었든, 수백 개가 되었든 말이죠.”


“아!”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한 박자 늦게 알았다는 시늉을 했다.


“네, 바로 이해하신 듯하네요. 맞아요. 전장을 열 번, 스무 번 뛰는 것보다 현실에서 전장을 뛰는 이능력자 한 명을 잡아 죽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죠. 그리고 그게 바로 전장에서 활동하는 그 많은 이능력자들이 자신들의 강함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 이유에요.”


“그렇군요.”


“또 길드에 속해 있는 이능력자들이 자신의 등급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가옥까지 만들어 숨어 사는 이유이고, 전 세계의 그 수많은 네트워크에 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 관한 자료나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노릴 자들에게 굳이 자신의 신상을 광고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죠.”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정시아가 왜 포럼을 개최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포럼을 개최하면 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맞아요. 물론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힌 친구들 같으면 애초에 그런 포럼 같은 데엔 발걸음을 하지도 않을 테니까, 개최해 봐야 반쪽짜리가 되겠죠. 하지만, 어딜 가나 이름을 떨치고 싶은 치기를 벗어던지지 못한 친구들도 있기 마련이죠.”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꼭 전달하겠습니다.”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정시아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번에 숙인 고개에는 절대 작지 않은 그녀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정시아도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이해해 주셔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시 가보실까요? 오거 도크는 아직 못 보셨으니, 이번엔 그쪽으로 가보죠.”


“네!”



* * *



차원항모에서 돌아온 제니스 맥로린은 클레어 로스차일드, 아서 헌트와 헤어져 그녀가 머무르는 호텔방에 들어와 있었다.


클레어 로스차일드는 바깥으로 나갈 때는 제니스 맥로린을 대동했지만, 호텔에 머무를 때만큼은 원래 그녀의 경호원들만 주변에 남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또 그리 긴 시간 지켜본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의 감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아서 헌트라는 남자와는 단순히 경호원과 경호 대상 간의 관계를 넘어선 사이인 듯도 싶었다.


- 제니스, 아까 만났던 유미르, 정시아, 이진서 세 사람에게서 아무런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것만 보더라도, 나보다 높은 지위의 지능체의 보조를 받는 것이 확실해서, 아예 항모를 운용하는 지능체와는 교신할 엄두를 못 냈어.


‘하하하. 역시!’


- 당장 클레어라는 여자만 해도 제후국 왕족에게 지급되는 ‘다할수있어’를 가지고 있고, 아서 헌트는 나와 같은 ‘싸움은다이겨’를 가진 걸 제니스가 두 사람하고 대면하자마자 알 수 있었는데, 그 세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자스민은 지금 당장 쎄븐 씨즈에 대한 감시를 모두 거둬. 두 사람한테 걸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앞으로 그쪽 감시는 지니가 전부 맡아주고.’


- 알았어, 제니스.


- 알았다, 주인.


- 그럼 하던 얘길 계속할게, 제니스. 여하튼 제르온 통합제국군을 보좌하는 지능체들의 지휘체계 상, 내 위로는 황제와 제국원수를 보좌하는 ‘내게다맡겨’라는 것 하나뿐인데, 아무래도 셋 다 그걸 가진 모양이야.


‘크크크. 와! 이거 진짜 살 떨리네. 무력도 약하고, 인공지능체도 약하다는 얘기잖아.’


- 미안. 아무튼 그리고 정말로 그들이 ‘내게다맡겨’의 보좌를 받고 있다면 나도 그들과 마주친 자리에선 제니스를 도와주기 어려워. ‘내게다맡겨’의 지시가 나한테는 우선이거든. 아! 물론 사용자인 제니스에게 내가 해를 끼치거나 하는 건 안 되고, 제니스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건 가능해. 그치만 내가 그들의 지시에 반해서 제니스에게 조력하는 건 불가능해.


‘그래, 알았어.’


- 미안, 제니스. 앞으로 그들과 마주치면 나는 잠들게 하고 지니의 도움을 받아.


- 하하하. 맡겨둬라, 주인. 그 요상한 이름을 가진 것들은 내가 다 뭉개주마.


‘휴우. 그래, 지니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 아참, 근데 제니스. 그 클레어인가 하는 여자가 제르온에서 만들어진 항모나 전함을 사 올 모양이던데, 막아야 하는 거 아냐? 유미르 쪽에서 ‘내게다맡겨’를 가지고 있는 이상 제르온에서 만들어진 함선이라면 뭘 사와도 함선의 지휘권을 모조리 빼앗길 거야.


‘후후후. 그거야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 알아서 하게끔 놔두면 그만이지.’


- 맞다, 주인. 주인은 주인이 할 일만 생각해라.


‘진짜 중요한 건, 그 유미르가 클레어, 그 여자한테 자그마치 2억이나 되는 G를 별것도 아닌 것처럼 쉽게 팔았다는 거야. 항모 세 척도 어마어마한데, 2억 정돈 그냥 버리는 셈 치고 줘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G를 가졌다는 얘기니까.’


- 맞다, 주인. 내가 봐도 그게 핵심이다.


‘그 유미르라는 남자, G가 그렇게 많으면 대체 아이템은 얼마나 비싼 것들을 가지고 있을까? 전에 보니까 1천만G 조금 넘는 10등급 아이템들도 정말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던데, 설마 그 윗등급들을 무더기로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내가 상상할 수는 없지만,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 유미르 그 남자, 약혼자인 이진서라는 그 여자한테도, 또 의붓동생이라던 정시아한테도 만만치 않은 아이템을 갖춰줬을 거다, 주인.


‘아무래도 그렇겠지? 결국 당장은 본신의 무력으로도, 또 아이템으로도 넘볼 수 없는 강자들이라는 거네. 하하하.’


- 그래도 주인이 좌절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주인은 앞으로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나를 통해서 했던 신체 개조의 진면목도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 게다가 제니스는 그것도 있잖아. 그건 제니스를 무한대로 강하게 만들어 줄 거야. 또 그 셋 중 하나만이라도 운 좋게 포식한다면...


지니도 아닌 자스민에게서 포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제니스 맥로린이 서둘러 그 말을 막았다.


‘됐어. 포식은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어. 생사람이고, 시체고 간에 사람 잡아먹는 거 이젠 정말 구역질 나.’


제니스 맥로린은 수련장에서 그녀의 능력 포식이 몰고 오는 그 극심한 허기를 완전히 극복해 냈다.


수련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예기치 않게 몰아치던 광기와도 같은 허기에 이성을 잃을 뻔했던 적도 적지 않았고, 수련장 입장 초기에는 포식이 주는 허기에 이성을 잃고 사람을 찾아 그 넓디넓은 수련장을 미친 듯이 헤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혼자서만 지내야 했던 그 긴 세월과 수련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었던 사실은 그녀가 포식의 유혹과 허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었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포식에 휘둘리지도, 또 포식하고자 하는 욕구도 일지 않게 되었다.


- 미안, 제니스. 더는 말하지 않을게.


-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주인. 포식은 존재의 가치를 최고로 높이...


‘닥쳐, 지니!’


다종족연합 출신인 지니는 포식을 달리 보는 모양새였지만, 제니스 맥로린은 그의 말도 일축해 버렸다.


- 알았다, 주인.


- 제니스, 한숨 푹 자는 건 어때? 이 나라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껏 못 잤잖아.


‘그래, 잠이나 자자. 더 고민해 봐야 답도 안 나올 텐데.’


- 그래라, 주인. 나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겠다.


지니의 말을 들은 제니스 맥로린은 지구로 귀환한 후로 지니와 자스민의 사이가 급격하게 좋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고는 이불을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훗. 그래. 자스민, 지니. 고맙다.’


똑똑똑.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제니스 맥로린은 투시를 사용해 문밖을 살폈다.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설마 지금 다시 붙어보자는?’


문밖에는 이진서가 와있었다.


= 뭐야? 왜 왔어? 다시 한 판 붙자고?


제니스 맥로린은 투시를 거두고는 문을 열지도 않고 염파로 물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들려왔다.


= 한 잔 할래?


다시 투시로 문밖을 보니, 이진서가 한 손에 술병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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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173화. 여파 +2 24.05.09 456 14 20쪽
173 172화. 진정한 신위를 보이다. +2 24.05.08 463 13 19쪽
» 171화. 견식시켜 드리지요. 24.05.07 482 10 18쪽
171 170화. 그냥 받아들이세요. +1 24.05.06 491 10 24쪽
170 169화. 해드릴 수 있죠. +3 24.05.05 532 11 19쪽
169 168화. 한국에 한 번 다녀오시죠. 24.05.04 532 13 20쪽
168 167화. 몇 개로 찢어주는 것도. 24.05.03 524 15 17쪽
167 166화.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이들. +3 24.05.02 556 10 22쪽
166 165화. 둘 중 하나지. 24.05.01 563 14 18쪽
165 164화. 간만에 재밌는데? +2 24.04.30 589 13 16쪽
164 163화. 내가 원하는 대로. 24.04.29 572 12 20쪽
163 162화.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1 24.04.28 586 12 24쪽
162 161화. 어림없어요. +4 24.04.27 664 12 25쪽
161 160화.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 24.04.26 629 1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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