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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님의 서재입니다.

깡패가 아니라 배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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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작품등록일 :
2023.09.18 16:44
최근연재일 :
2023.10.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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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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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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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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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DUMMY

조연출 김사랑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

가벼운 다툼이라도 난 건가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훨씬 더 기괴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몸에 그림을 잔뜩 두른 장정들.

건달들이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바닥을 슬슬 기고 있다.


순간, 김사랑은 한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 강철 씨?”


웅장한 그 모습을 보니 대번 알 수 있었다.

이어 자신을 발견한 최강철은 안 하던 반가운 척을 하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어? 사랑 씨. 오랜만이에요!”


김사랑은 영문도 모른 채 반사적으로 손을 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우리 그저께 봤는데···”


김사랑은 강철과 함께 촬영장으로 걷다, 뒤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아까 무슨 일이에요?”

“아, 별거 아닙니다. 동네 양아치 같은 놈들이 행패 부리러 온 것 같아서, 제가 잘 타일러서 보냈습니다.”


김사랑은 아까 자신이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두 번 타일렀다간 송장 치를 것 같았다.


“타, 타일른 게 맞는 거죠?”


강철이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오늘 김두홍 무술감독님께서 직접 오신다면서요?”

“네. 안 그래도 지금 기다리고 계세요.”

“벌써 오셨어요?”

“네.”

“얼른 들어가시죠.”


강철은 방금 전까지 불편했던 감정을 지우고, 속으로 씩 웃었다.

한국 액션의 대가를 만나는 날이다.

한국을 넘어 이젠 할리우드까지 감동시키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그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잔뜩 설레어온다.


***


강철이 또 다른 액션신 촬영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S#98. (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꺼림칙한 느낌의 차량을 주시하는 동철. )


이 장면은 적의 세력 중, 남은 일원들이 강철을 따라와 보복하는 장면이다.

기습해오는 적의 차량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동철은 결국 차에 부딪히고 만다.


이 장면에서 강철은 차량을 쳐다보는 것으로 끝나며, 나머진 스턴트맨이 진행한다.

하지만, 대본과 무술감독 김두홍이 주문한 동작을 상기한 최강철이 슬쩍 입을 열었다.


“혹시 이 장면, 대역 없이 제가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순간, 강철의 말에 김두홍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강철의 액션을 두 눈으로 보며 박수를 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리얼함을 살리는 것이 액션의 기술이다.

그 기술을 아주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놀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주먹을 가볍게 주고받고 쓰러지는 액션이 아니다.

숙련된 액션배우들도 리허설을 수십 번 반복하고 합을 맞춰야 그럴듯한 액션신이 나오는 고난이도의 액션신이다.

즉, 대역 없이는 불가능하단 소리다.


김두홍이 탐탁지 않게 말을 꺼냈다.


“혹시 이런 액션을 해보신 적 있어요?”

“그건 아니지만,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마음은 알겠는데, 이건 대역 없이 힘듭니다.”


철저하게 준비해도 일어나는 사고다.

그 상황을 염려하듯 김두홍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이광기가 다가와 의견을 보탰다.


“그럼 대충 합이나 맞춰 보는 게 어때? 대역 없이 가는 게 그림이 더 좋긴 하잖나.”


감독까지 나서서 돕자, 김두홍은 못 이기는 척 스턴트맨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럼 제 말을 잘 따라주셔야 합니다.”


덕분에 강철은 흐뭇한 미소를 삼켰다.


“네. 알겠습니다.”


동선을 맞추기 위해 이어진 간단한 지도.

강철은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실전을 연상케하는 카메라용 액션 동작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다.

이 순간 온몸의 세포가 하나씩 깨어나는 그 느낌을 천천히 만끽하며 카메라에 반응했다.


이번엔 멋은 저 멀리 집어던지고, 사냥감을 향해 달려오는 짐승의 날카로운 주둥아리에 자연스레 삼켜지면 된다.


무술감독이 차량 속 스턴트맨에게 눈짓했다.

차량 엔진 소리를 내며 스탠바이를 기다린다.

다들 표정이 덤덤했지만, 그들의 속내는 최강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덩치로 여태껏 으스대고 살아왔을지 몰라도 판이 다르니까.

저 둔감한 몸으로 자신들의 움직임도 따라잡지 못하고 문어처럼 팔다리가 꼬여 NG를 낼 것이다.


“액션.”


이광기의 나른한 말이 떨어지자 스턴트맨의 차가 강철을 향해 천천히 달려든다.

강철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량을 기다렸다.

자칫 어설프게 액션을 취했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물론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그때, 순간 강철이 차량으로 뛰어들었다.

강철의 육중한 몸이 차와 부딪히며 큰 굉음을 쏟아냈다.


와장창!


촬영 현장이 퍼지는 엄청난 소리.

그의 열연에 사람들이 눈을 번쩍 떴다.

차량의 본넷은 종잇조각처럼 찌그러져버렸고, 차의 앞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연출이면서도 연출이 아닌 듯한 생동감.

리허설이 아니라 리얼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무술 감독과 액션배우들은 화들짝 놀라 최강철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하지만, 신기한 건 강철의 모습이었다.

찌그러진 본넷에서 내려온 강철은 아무렇지 않게 몸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며 웃었다.


“네. 괜찮습니다.”


김두홍은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연기도 연기지만, 저렇게 튼튼한 몸은 처음 본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디 생채기라도 났을 법한 액션인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마치 터미네이터와 같은 기계처럼 느껴졌다.


김두홍이 강철에게 말했다.


“저기 강철 씨.”

“네.”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짓말하면 못 써요. 진작에 말씀을 해주시던가.”

“네?”

“스턴트맨 해 보신 적 있죠?”

“처음입니다.”


물론, 촬영장에서 이 몸으로 말이다.


그가 턱을 쓸어 만졌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무술 감독으로 20년간을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다.

이러한 경우는 없었다.

아니 두 번째인가.


“말을 정정해서 다시 물어볼게요. 액션신은 찍어 보지 못했는데, 무슨 운동을 꾸준히 했어요?”

“유도, 복싱은 취미로 좀 했구요. 또···”

“운동신경을 보니 취미 정도가 아닌데.”


몸놀림이 본능적이다.

하지만 그는 금세 미소를 만들어냈다.


“이 PD 님이랑 다시 한번 이야기해 봐야겠는데요.”


이 덩치에 그와 같은 몸놀림이라면 조금 더 거친 느낌의 난이도 높은 액션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차량 액션신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격투신 장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관계자들은 넋을 잃고 최강철만 바라봤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엑스트라들이 날아다녔고, 소품들이 풀썩풀썩 무너져 내렸다.


CG나 와이어가 필요가 없었다.

과연 저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끝이 없는 파워를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강철과 맞서는 엑스트라들의 연기들도 훌륭하게 변해버렸다.

맞고 땅과 바닥에 처박히는 물리적인 힘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순수하게 놀리는 표정들까지도 말이다.

물론 보호구를 착용해 몸엔 지장이 없는 그들이었다.


“컷! 아주 좋아. 오늘 여기까지 하자고.”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광기 PD의 흥분감 어린 말소리와 함께 액션신이 막을 내렸다.

조연출 김사랑이 그 장면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자신이 자랑스러울 지경이었다.

저런 사람을 자신이 캐스팅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때, 그녀의 옆에 스텝 하나가 다가와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이것 좀···.”

“뭔데요?”


인터넷에 버젓이 떠 있는 기사를 보는 그녀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 촬영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조직폭력배들을 최모 씨가 쫓아냈다. 중략······ 최 모씨는 한때 신의파의 검거를 위해 경찰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인 일반인이었지만 배우로··· ]


눈을 껌뻑이며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던 김사랑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때마침 최강철이 멋쩍은 미소로 스텝들에게 칭찬을 받으며 걸어오고 있다.


“강철 씨.”

“네.”

“기사 봤어요?”

“가시요?”

“인터넷 기사요. 강철 씨 기사 떴어요.”


그녀가 최강철에게 잘 보이도록 핸드폰을 눈앞으로 내밀었다.

놀랍게도 헤드라인을 도배하는 한 기사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기사의 주인공은 분명 본인이 맞았다.

강철의 얼굴이 떡하니 헤드라인에 떠있었으니까.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로.


‘이서현? 그 여자, 역시 기자였구나.’


조연출 김사랑이 활짝 웃으며 강철에게 말했다.


“댓글도 엄청 많이 달렸어요. 이것 보세요.”


강철이 살짝 긴장한 채로 슬쩍 댓글로 시선을 옮겼다.

그 짧은 사이에 백여 개가 달려 있다.


- 워, 이 양반이 혼자서 건달파 하나를 지웠다는 게 사실임?

- 혼자 독고다이로 쳐들어가서 개작살을 냈대요.

- 모자이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살벌한 비주얼 ㄷㄷ

- 모자이크 했는데 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지? 나 투시 능력 생겼나?

- ㅅㅂ 나도 보이는 것 같음.

- 그런데 배우라고?

ㄴ 대충 읽지 말고 제발 다 읽어 보셈. 일반인이었다가 연기자 됐다잖아.

- 시부레 형사 같은 역할로 나오는 건가? 다 때려잡는?

- 같이 일하고 있는 스텝에 의하면 실물 깡패래요. 진짜 깡패 같아서 실물 깡패.

- 일부러 어그로 끌라고 저 사람 섭외한 건가?

ㄴ 그럴 수도 있음

ㄴ ㅁㅊ 관계자들이 그렇게 ㅂㅅ인줄 아나?

ㄴ ㄹㅇ 아무리 조폭들 때려잡은 사람이라도 연기 못하면 폭망한다.

- 예전 기사 보니 화물 운송일 한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ㄴ 그런데 갑자기 연기를 함?


“후······.”


뜨거운 관심사, 감회가 새롭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담이 잔뜩 다가온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한편으론 이득인 것도 같다.

이 기회로 인해 드라마가 좀 더 홍보효과를 본다면 말이다.

이광기 PD와 남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때마침, 이광기 PD가 동네 아저씨처럼 흐뭇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의 옆엔 피부가 백옥같이 하얀 배유나도 함께 있었다.

이광기가 말했다.


“모니터링 해야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합니다.”


이광기가 강철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입을 열었다.

큰 덩치 때문에 손은 걸치는 정도로 대롱대롱 힘겹게 매달렸다.


“아주 기가 막히게 나왔어.”

“PD님과 무술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허허, 이 사람. 겸손하기는.”


최강철의 등장으로 이광기의 입가엔 웃음기가 사라질 일이 없다.

아직 최강철이란 카드가 빛을 볼진 아무도 모르지만, 이광기의 마음속엔 강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그런 강철을 아니꼽게 보는 이도 있었다.


강철이 옆에 있던 배유나에게 뒤늦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다.

사교성이 적고, 말수가 적은 그녀라 이해는 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불편한 티를 더 낸달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 기사 떴던데, 자작극 같은 거 아니죠?”

“기사? 뭔 기사?”


순간, 기사 소식에 이광기 PD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강철을 바라봤다.


강철이 말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일을 해서 저한테 이득이 되는 것도 없고요.”


옆에 있던 조연출 김사랑이 열심히 이광기에게 설명한다.

뒤늦게 이해한 이광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이광기는 곧장 강철의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물었다.


“강철 씨,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없는 것 같긴 한데.”

“네. 멀쩡합니다.”

“액션신 앞두고 있는 배우가 다치면 안 돼. 그런 일 있으면 그냥 경찰을 불러 경찰을.”

“네, 명심하겠습니다.”


배유나는 그런 이광기의 친절이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다.

이놈의 비주얼 때문인 걸까.

강철이 마지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심려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심려는 무슨, 혹시 드라마에 영향이 갈까 봐 그런 거죠.”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그건 보면 알겠죠.”


배유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금방 자리를 떴다.

이광기는 그런 배유나와 강철을 보며 뒤늦게 수습하듯 얘기했다.


“유나 씨가 요즘 배역 몰입 때문에 예민해. 강철 씨가 이해해.”

“전 괜찮습니다.”

“그래그래. 역시 상남자라니까? 하하!”


이광기는 괜한 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삼청 교육대를 부활 시켜야 돼. 망할 양아치 놈들 싹 다 잡아가게···”


그리고 강철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자, 모니터링하러 가자고.”


강철은 배유나가 사라진 쪽을 슬쩍 바라봤다.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여자다.

친해져서 나쁠 건 없었다.


근데, 강훈 시절에는 저렇게까지 까칠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배유나가 이렇게까지 따지는 사람이었나?


왠지 모르게 앞으로의 생활이 조금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은밀한 비밀을 알고 있다.


작가의말

연휴, 정신이 없네요. 

그럼에도 찾아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전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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