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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님의 서재입니다.

깡패가 아니라 배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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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작품등록일 :
2023.09.18 16:44
최근연재일 :
2023.10.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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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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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TV 속 화면에 글귀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 특집 ]


평균 시청률 10%는 꼬박 뽑아내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제보와 참여로 만들어지고, 특별한 사연과 강력한 재주를 가진 참가자들의 꿈과 용기, 도전, 희망의 이야기를 나누며 힘찬 응원과 따뜻한 격려를 전하는 방송이다.


MC가 한 출연자에게 물었다.


“강훈 군, 오디션 볼 때 제작진을 울렸다면서요?”


순간, 3번 카메라가 단독으로 강훈을 담았다.

예능 프로그램 첫 출연인 강훈은 아직 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7살 어린이.

많은 출연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긴장할 만도 할 텐데.

고사리 같은 두 손에 쥔 마이크를 들며 해맑게 웃었다.


“헤헤, 네.”

“어디서 무슨 연기를 했어요?”

“드라마 1, 2회에 나왔던 모든 신을 거의 다 했어요.”

“아···”

“한··· 대본 10쪽?”

“그걸 다?”

“네. 다 외워야 한다고 하셔서 해서 외웠어요.”

“대단하네.”


이어 게스트들의 놀란 표정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나이 고작 7살이니까.


그때, 한 게스트가 대뜸 대본에 없는 애드립을 던졌다.

올해 연기 30년 차나 되는 배우다.


“강훈 군, 드라마 속에서 보여줬던 우는 연기 있잖아요. 이 아저씨가 그 연기를 너무 감명 깊게 봐서 그런데, 혹시 여기서 좀 보여줄 수 있어요?”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의 즉석 연기.

그건 그들도 쉽지 않은 연기였다.

배우에 있어 몰입은 몹시나 중요한 부분이니까.

하지만, 강훈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해보겠습니다!”


덕분에 게스트들은 마치 조카 재롱잔치 기다리듯 조용히 강훈을 바라봤다.

그 자리엔 보호자로서 참석한 보육원장 정원예도 팔짱을 낀 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럼 준비되면 천천히 시작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강훈은 여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정을 잡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숨죽이며 본 지 몇 초 지났을까.

순간, 고요한 분위기 속 두 손을 떼낸 강훈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다.

몰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고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잠시 후, 울먹울먹거리던 강훈의 입꼬리가 움찔대기 시작하며 눈물이 두 뺨에 뚝뚝 떨어진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눈물은 금방 두 뺨을 다 적셨고.

목이 메어 호흡을 제대로 가다듬을 수 와중에도, 헐떡이며 대사를 뱉어내기 시작한다.

마치, 죽어가는 엄마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엄마, 흐흑! 죽는 거 아니지? 죽으면 안 돼. 나랑 같이 놀러 가기로 약속했잖아.”

“엄마 지금 자는 거지? 응? 흐흑! 자고 있는 거지? 잠깐만 일어나 봐. 응? 엄마! 엄마아!”


강훈은 고아 출신이다.

어렸을 적 버려져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연기를 수 년 해온 배우들 앞에서 조금의 긴장도 없이 엄청난 몰입을 보였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만큼 점점 고조되는 감정이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트릴 정도로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이야···”

“웬일이니.”


대사를 끝낸 강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느새 7살 어린이로 돌아와 게스트들의 진심 어린 물개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MC가 물었다.


“그 빠른 시간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비결이 뭐예요?”

“슬픈 생각을 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순간, MC는 터져 나오는 헛웃음을 애써 참았다.

고작 7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슬픈 생각을 한단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말이다.

그저 당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타성 역시 남다른 녀석인 것이 분명했다.

MC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게스트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이야, 대단하네요··· 여러분들, 우리 연기 신동 강훈 군에게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첫 방송이 끝나고.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가는 내내 싱글벙글이던 강훈이 정원예의 손을 꼭 붙잡으며 물었다.


“원장님. 오늘 저 잘했어요?”


예능 출연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원장 정원예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던데? 우리 강훈이가 제일 잘 했어.”


강훈이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저 어른 되면 칸 영화제에 갈 거예요. 칸 영화제에서 제일 연기를 잘하는 사람한테는 상을 준다고 했어요.”


그런 강훈을 정원예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가야지. 꼭 갈 수 있을 거야. 원장님이 응원할게.”


그리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강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강훈이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을까?”

“네!”


강훈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연기 신동으로 촉망받았다.

그의 앞 날은 탄탄대로 그 자체였다.

수많은 드라마와 CF에 출연하며 스크린 배우로서 입지를 강하게 굳혔고.

아역상부터 시작해 신인상, 조연상, 주연상까지.

모든 상을 휩쓸고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정한 연기자로서 인정받았다.

그의 나이 25살 되던 해였다.


키 184. 몸무게 75kg.

태평양처럼 쭉 뻗은 넓은 어깨와 모델처럼 탄탄한 몸매.

평소 술, 담배뿐만 아니라 욕도 하지 않는 아주 청량한 인성.

국민 남동생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수많은 방송사 섭외 순위 1위를 자리매김했고.

탑 배우들조차 그의 짱짱한 미래를 점치며 칭찬했다.

하지만.


하늘이 시기하는 것일까.

그 행복은 영원하지 못했다.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정원예의 추악한 두 얼굴이 드러난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보육원장 정원예는 어린 강훈을 먹여주고 입혀주던 유일한 어른이었다.

그런 강훈을 케어해 준 것도 모자라 자신의 호적에 당당하게 올렸다.

남편과 두 자식이 있었음에도 항상 강훈을 더 우선순위로 두고 예뻐했다.

하지만, 모든 게 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땐 하늘이 무너졌다.


한창 먹고 커야 할 나이에 밤낮으로 연기 공부를 시키고, 카메라를 잘 받으려면 몸이 예뻐야 한다며 식단 조절을 강요하고···

처음엔 다 자신을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행동들이 자신과 남편, 그리고 친자식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었음을 들키자 본색을 드러냈다.


7살 때부터 25살까지.

강훈은 쉬지 않고 연기를 해 왔다.

그만큼 연기가 좋았다.


공식적으로 파악된 활동으로만 계산된 금액이 80억 원.

뉴스에선 둘도 없을 효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로서 매번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했다.

그 모든 돈이 정원예의 계좌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관념이 없었던 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고 의지하는 건 당연했지만.

강훈이 믿고 맡겼던 그 노력의 결실은 정원예의 온갖 악행에 쓰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핑계로 시작했던 사업들을 줄줄이 말아먹고.

나중엔 자기 친 자식의 사업 밑천을 위해 보육원장까지 그만두고 건물을 넘기려는 그녀를 막기 위해 강훈이 설득에 나섰지만.

그것이 강훈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연기 신동으로 알려진 배우 강훈, 귀가 중에 뺑소니 차량에 의해 참변. ]

[ 강훈 25세의 젊은 나이, 칸 영화제를 앞두고 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

[ 사고 후 조치하지 않고 약 20m를 더 주행했다는 가해자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

[ 가해자 음주운전 인정. 하지만 뺑소니는 아니라며 혐의 부인. ]

[ 사고 당시 빗물 배수로 덮개를 밟은 줄 착각했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강훈을 두 번 죽였다. ]


장대비가 도로를 강하게 때리던 그날.

그날의 사고는 강훈의 모든 걸 앗아갔다.


***


빠앙ㅡ


으!

차량 운전대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강훈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들었다.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엄습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쥐어짜듯 몰려오던 통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점차 사라지며 흐려졌던 시야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


강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음을 직감했다.

분명 자신은 1톤 트럭에 치이며 정신을 잃었더랬다.

그런데, 몸에 전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세게 부딪혔었는데··· 통증 하나 없다니.

설마 뇌가 어떻게 된 건가?


그때.


빠아아앙ㅡ


고막을 울리는 차 경적 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덕분에 진짜 현실임을 자각했다.

살아있는 게 맞았다. 그것도 아주 멀쩡하게.


“어이, 차 빼!”


순간,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인지했다.

웬 트럭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옆 차선 차량 운전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승용차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남자가 차를 빼라며 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강훈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분명 사고가 났었고, 그건 꿈이 아니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기억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그런데 왜···


그때, 맞은편에선 차 경적 소리를 더 크게 울려댔다.


“어이, 차 빼라고!”


이젠 보란 듯이 팔을 내밀고 그 부위를 유영하듯 헤엄치는 잉어들을 과시했다. 아니 잠깐, 저거 붕어 아닌가.


여러모로 어질어질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훈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차량은 이미 한참 진입해있어 차를 뺀다면 저 멀리까지 후진해야 하는 상황.

그에 반해 맞은편 차는 조금만 후진하면 공간이 생긴다.

결국, 창문을 살짝 열어 뒤로 무르라는 수신호를 친절하게 보냈다.

그런데.


“야 이 새꺄. 네가 빼라고. 내 말 안 들려? 차 빼 이 새꺄!”


상대 차량은 그의 친절함을 깡그리 무시하고는 차에서 손수 내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몸이 뻐근한 건지 목을 이리저리 기괴하게 꺾어대며 다가온다.


“뭐, 뭐야? 왜 오는 건데.”


다가오는 넷의 덩치는 평균 120킬로.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마치 지반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 몸이 지방이 90%라 해도, 깔리면 귀신 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을 텐데.


쿵. 쿵.


어느샌가 다가온 한 명의 남자가 창문에 험상궂은 얼굴을 드리밀었다.

다행히 선팅이 진해 안이 제대로 보이진 않는 것 같았지만···


강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조심스레 차 문부터 걸어 잠갔다.

상황이 주인공이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저들 중 한 명에게 가볍게 깔리기만 해도 부치다 만 빈대떡이 될 테니까.


철컥.


그러자, 차 안을 살피던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라? 문을 잠가? 차 다 때려 부순다?”


내려야 되나? 안 그럼 진짜 때려 부술 기세다.

강훈은 결국 큰 고민 끝에 창문을 아주 조금 내렸다.

그런데, 정신이 없는 나머지 해선 안 될 말을 뱉어버렸다.


“그쪽이 조금만 뒤로 빼면 되잖아요.”

“뭐? 하 이 새끼가.”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헛웃음이 터트린 남자는 한결 더 험악해진 얼굴로 창문을 두드린다.


쿵. 쿵!


아주 기적처럼 때마침, 경찰차 하나가 지나간다.

강훈은 잘 됐다 싶어 괜한 객기 부리듯 경적을 크게 울렸다.


빠아아아앙ㅡ


그리고 경찰차가 멈춰 선 것을 보고는 차에서 성큼 내렸다.

그런데, 순간 눈이 마주친 건달이 몸을 움찔거렸다.

어째 경찰차 때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가, 강철 형님?”


자신을 보며 이상한 이름을 대니까.

이어, 남자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주춤거렸고.

순간 얼음처럼 굳었던 몸을 굽혀 허리를 바짝 접고는 꽁무늬를 빼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뱃살을 출렁이며 기겁하듯 내빼는 남자들.

좀처럼 상황 파악이 되질 않는 강훈은 그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철 형님? 그게 누구야?


승용차에 몸을 욱여넣듯 들어갔던 그들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후다닥 내뺐다.

다행히 상황을 모면한 강훈은 한숨을 내쉬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무의식에 차 이곳저곳을 살펴보다 백미러에 마주친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와아악!”


차 미러를 꽉꽉 채우는 산적 같은 얼굴.

깔끔한 깍두기 헤어.

얼굴의 절반을 메우고 있는 거칠거칠한 수염에, 도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는 게슴츠레한 눈까지.


충격적인 비주얼의 모습에 강훈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시발! 내 얼굴 왜 이래?”


작가의말

깡패가 아니라 배우라니까요? 는 전에 올렸던 작품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고 

다시 리메이크된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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