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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님의 서재입니다.

깡패가 아니라 배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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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작품등록일 :
2023.09.18 16:44
최근연재일 :
2023.10.0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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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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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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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강철은 오랜만에 휴식을 맞았다.

심부름 차 밖을 나선 그의 옆엔 나이차가 제법 나는 여동생 최강희가 있었다.


강철은 슬쩍슬쩍 최강희를 바라봤다.

자기표현이 확실한 여동생.

동생은 아직 자신이 연기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때, 최강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나 오빠 얼굴 프사 걸고 배송 빨리 부탁한다고 하니까 하루 만에 왔다?”

“뭐 샀는데?”

“곰 인형.”

“고, 곰 인형? 그거 사는데 왜 내 얼굴을 이용하는 건데?”

“테디 베어 100주년 한정판인데 배송이 평균 3~4일씩 걸리더라고.”

“그런데?”

“오빠 얼굴 프사거니까 하루 만에 오던데?”

“얼굴 때문이 아닐걸?”

“아냐. 무조건 얼굴 때문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메인 프로필에 얼굴 사진을 걸어놓으니 다들 깍듯하게 대하는 게 그 증거다.


피식 웃던 최강희가 잠시 뜸 들이다, 강철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 나한테 할 말 있어?”

“어? 갑자기 왜?”

“아까부터 자꾸 힐끔힐끔 보길래, 뭐 할 말 있는 사람처럼.”


누구 동생 아니랄까 봐 눈치가 백단이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최강철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는 오빠가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최강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철을 빤히 쳐다보다 대답했다.


“오빠 더위 먹었어? 이거 뭐 테스트 같은 건가?”

“그냥 물어보는 거야.”

“음···”


최강희는 한참 생각하다, 이건 아니다 싶은지 미간을 모았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연기? 갑자기?”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 눈치다.


“왜? 도저히 상상이 안 돼?”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예를 들어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어. 눈물을 왼쪽으로 흘려달라고 하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흘려달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흘릴 만큼.”


강철은 실제로 감독의 주문대로 눈물을 흘렸었다.

몇 분 몇 초를 정확하게 따져 흘릴 정도로까지 말이다.

하지만, 최강희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전보다 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말이 돼? 오빠 울어 본적이나 있어?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래서 예를 들잖아 예를.”

“에이, 무슨 예가 그래? 오빠가 상상해 봐. 오빠가 그 얼굴로 TV에 나와서 울면 사람들이 몰입이 되겠어? 아아, 맞아 실제로 오빠 얼굴 보고 아기들 막 울잖아? 우리 오빠 얼굴이 울리는 얼굴이긴 하지.”


더 이상의 대화가 의미 없다고 느낀 강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최강희에게 물었다.


“너 혹시 T냐?”


***


촬영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

주차를 끝낸 강철은 두툼한 대본을 들고 내렸다.

손에 꽉 차는 이 느낌이 얼마나 행복한 감정을 전달해 주는지 모른다.

엑스트라에서 조연 배우로.

완전히 탈바꿈된 이 상황에서 강철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하게 되새겼다.

모든 내공을 더 해 연기에 쏟을 것.


덕분에 촬영장을 향해 가는 최강철의 입가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비열하고 살인적인 미소겠지만.


저 멀리 촬영 현장이 보인다.

그런데, 순간 최강철의 눈에 꺼림칙한 장면이 포착됐다.

낯익은 남자들이 촬영장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눈에 맺혔다.


“어? 저 새끼들···”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마주쳤던 그 패거리들이다.

하얀 티셔츠에 휘황찬란한 그림들.

최강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자식들이 여기에 왜 온 거지?


그때.

강철의 앞으로 한 남자가 껄렁껄렁대며 다가왔다.


“어이, 최강철이.”


남자는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그는 강철과 나란히 선 후, 촬영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때깔 좋아 보이네.”

“누구야?”

“누구긴, 그새 까먹었어?”


순간, 강철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쳤다.

이 몸으로 들어오기 전, 엄청난 사건에 휘말렸던 그 기억 말이다.


“신의파··· 김정팔이냐?”

“호오, 용케 이름까지 기억하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이미 이 몸에 들어오기 전, 최강철에 의해 와해된 조직이다.

일망타진했다고 기사를 통해 확인했는데, 다 정리된 게 아니었던가?


강철이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뭐야? 복수라도 하러 왔어?”


강철의 물음에 김정팔이 실실 비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요즘 연기하신다며?”

“그래서?”

“그 얼굴에 무슨 연기야 연기는. 화물 운송이나 열심히 하지. 거울 좀 봐. 우리 최강철 씨는 그런 일이 어울려.”


강철은 그를 무시한 채 ,촬영장을 기웃거리는 남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험악한 분위기를 아지랑이처럼 피우는 놈들이다.

번화가나 유흥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그들의 등장만으로 촬영장 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김정팔이 말했다.


“쟤네들도 따지고 보면 너 때문에 평생직장을 잃은 셈이거든. 쟤네들 화가 아주 많이 났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장황하게 해댄다.

강철은 이를 조용히 물었다.

다시 찾아온 기회인데, 이 새끼들의 깽판에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옆에 있던 김정팔이 도발하듯 중얼거렸다.


“우리가 빚진 거는 또 그냥 못 넘어가거든. 빚 받으러 왔다고 생각해.”


그러고는 촬영장을 어슬렁거리는 패거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귀하신 배우님들이라는데 사인 한 장씩 받아둬라! 사진도 예쁘게 좀 찍고!”

“알겠습니다 형님!”


그들의 수위는 점점 세졌다.


“이거 드라마 찍는 거요, 아님 영화 찍는 거요? 응? 누가 말 좀 해줘 봐요.”

“아따, 빡빡하게 구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 있는지 우리도 좀 봅시다!”


스텝들이 외곽에서 그들을 말리느라 쩔쩔맸다.


“중요한 촬영 중이니 협조 좀 부탁드릴게요.”

“저기요! 여기 가까이 오시면 안 돼요.”


순간, 억누르고 있던 자아가 깨어나듯 강철의 입근육이 꿈틀거렸다.

최강철이 고개를 틀어 김정팔을 쳐다봤다.


“덜 맞아서 그러는 거지?”


놈이 재밌다는 듯 킥킥 웃었다.


“이야··· 왜? 치려고? 쳐봐 넌 치는 순간··· 악!”


최강철의 두꺼운 손이 놈의 쇄골을 움켜잡았다.

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놈의 몸이 캔처럼 찌그러졌다.


“아아악!”


최강철이 놈의 발을 걸어 넘어트렸고.


“컥!”


털썩.


바로 놈의 머리를 낚아챘다.

그리곤 김정팔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놈의 얼굴에 내 얼굴이 비친다.

과거의 최강철은 약약 강강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난 지금 최강철이다.


“너 룸살롱 한다고 알고 있는데. 다가서 부숴줄까? 못할 것 같지?”


김정팔의 동공이 흠칫거렸다.

순간 강철이 험악한 개 장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살을 발라 뼈는 개들에게 던져주는 그런.

주마등처럼 그날의 기억이 스쳐갔다.

홀로 큰 형님이 있는 사무실에 찾아와 다 때려 부쉈다.

호출을 받고 달려온 20여 명의 애들이 최강철의 손에 벽에 처박히고, 게거품을 물었다.

그 장면은 흡사 야생의 곰이 날뛰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시미?

들고 달려들었던 놈들의 팔은 모두 부러졌다.

순간, 김정팔의 머릿속으로 면회 때 봤던 큰 형님이 떠올랐다.


‘그 새끼, 살살 말려 죽여.’


당시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그러려고 하니 미친 짓인 걸 깨달았다.

저 살 떨리는 뱀 같은 눈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오늘 밤에 정말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가 개판이 될 수도 있다.

또 그나마 데리고 있는 애들도 반병신이···.


최강철이 말했다.


“야, 알아들었으면 눈 깔아.”


그의 눈동자가 반사적으로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최강철은 쥐고 있던 놈의 머리를 팽개치듯 던진 후 몸을 돌렸다.

곧장 촬영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 강철의 뒷모습에 김정팔은 떨리는 숨을 길게 내쉴 뿐이었다.


촬영장에 기웃거리던 패거리는 총 네 명.

패거리들 사이로 걸어간 강철이 한 건달 앞에 섰다.

강철 못지않게 커다란 덩치를 가진 놈이었다.

순간, 시선이 집중되자 강철이 입을 열었다.


“지금 여기서 사라지는 데까지 딱 10초 준다.”

“뭐? 10초? 우리가 걸음이 느려서 10초는 좀 부족할 것 같은데. 10일은 안 되겠나? 푸하하하.”


그 순간.


우두둑!


“끄아악!”


건달의 손이 순식간에 꺾여 신음이 터져 흘렀다.

그것도 잠시, 강철은 자신만큼 큰 거구의 건달을 단 한 손으로 잡아 촬영장 밖으로 내던졌다.

마치 솜 인형을 집어던지는 것처럼.

분명 아주 가볍게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건달은 마치 CG처럼 허공을 날다 바닥에 처박혔다.


우당탕탕!


“컥!”


강철은 옆에 남은 두 명에게 고개를 슬쩍 돌렸다.

원래 그들이라면 보통 이런 때에 달려드는 게 정상인데···

웬일인지 그 자리를 멍하니 지키고 있다.


순간, 건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여기까지 오면서 계획을 짠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연기자로 낙인을 찍어 버리기로.


“여기 배우가 사람 때린다! 누가 경찰에...”

“커헉!”


그들의 잔꾀보다 강철의 손날이 더 빨랐다.

목을 강타당한 건달은 얼른 목을 부여잡았다.

토마토처럼 부어오르는 얼굴을 움켜쥐고 끙끙댔다.


강철은 남은 둘을 보며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도 참 한결같다. 이건 어떤 모지리 머리에서 짜낸 거냐?”


한 놈이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강철은 휘두르는 놈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 중심을 무너트렸다.

옆으로 기울어진 놈의 뒷덜미를 잡아 허리 힘을 이용한 후려 넘기기로 무겁게 메쳤다.


쾅!


100킬로가 훨씬 넘는 거구가 솜 인형처럼 맥도 못 추고 바닥에 처박혔다.


“으헉!”


땅에 처박힌 건달은 어떤 고통이 엄습해 오는지, 눈깔이 뒤집혔다가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강철은 곧 김정팔을 제외한 남은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려 천천히 다가갔다.

곧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높이 들어 보였다.


“염라대왕이랑 1:1 소개팅, 요단강 워터밤 축제. 둘 중 하나만 골라.”


흠칫 놀라던 건달의 귓속에 김정팔의 목소리가 송곳처럼 박혔다.


“야 이 시발 새끼들아! 그냥 오라고! 내 말 안 들려?”


김정팔의 외침에 놈들이 주춤주춤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한 놈은 다리를 절뚝이고, 또 어느 놈은 허리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들의 광경을 보며 최강철은 생각했다.


‘1차원적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모자란 놈들.’


만약 놈들이 90도 인사를 건네며 자신에게 형님, 형님거렸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것이었다.

사람들이 정말 조직 두목쯤으로 오해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순식간에 끝났지만, 강철은 뒤늦게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들 적잖이 놀랐는지 벙찐 얼굴들이다.


‘저런 양아치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혹시나 자신을 진짜 건달 나부랭이로 오해하는 것이었다.

괜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어렵게 얻은 기회를 날려 버리면 낭패일 테니까.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여성 한 명이 생뚱맞게 다가왔다.

스텝이라고 하기엔 옷차림이 조금 수상하다.

슈트, 운동화에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왠지...

아니나 다를까, 여성이 취조하듯 물었다.


“저기 혹시 서, 성함이? 최강철 씨?”

“예?”

“맞죠? 최강철 씨? 혹시 그 신의파 혼자 조졌던··· 아니, 싸웠던?”


강철은 가려지지 않는 큰 얼굴을 애써 숨기며, 모른 척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닌데, 확실한데.”

“그런 사람 아니에요.”

“맞잖아요! 세상에 이렇게 생긴 사람이 어디···”


여성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더니 다시 말을 뱉었다.


“세상에 이렇게 남자답게 생기신 분이 또 어디 있어요. 맞죠? 그분?”


강철은 머리를 긁적였다.

백퍼 기자다.

기자 직업 특성상 집요한 구석들이 많기에, 괜히 사건이라도 만든다면 골치 아파진다.

이제 막 조연을 하게 되었는데···


순간, 저 멀리 조연출 김사랑이 눈에 띄었다.


강철은 손을 번쩍 들고는 소리쳤다.


“어? 사랑 씨.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촬영장으로 서둘러 피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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