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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향수 님의 서재입니다.

깡패가 아니라 배우라니까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키다리향수
작품등록일 :
2023.09.18 16:44
최근연재일 :
2023.10.08 20:4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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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4
추천수 :
201
글자수 :
80,876

작성
23.09.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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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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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DUMMY

태어나 처음 입 밖으로 뱉은 욕지거리.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팔엔 소름이 잔뜩 돋아 올라있다.

얼굴 보고 도망간 거였어···


강훈은 일단 차에서 내렸다.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창문에 비친 자신을 재차 들여다보지만.

얼굴을 반죽처럼 다시 뭉개버릴 듯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산적? 아니야··· 건달인가?


“하···”


현실에 돌아온 건 정말 영화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아주 큰 시련에 부딪혔다.


“침착하자, 침착해. 심호흡하고.”


강훈은 천천히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얼굴, 체형, 목소리가 바뀐 건 당연하고, 나이도 더 들어버린 건가.

40살? 아냐, 더 들어 보이는데.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설마 여기가 지옥은 아니지?


그때.


[ 사랑하는 동생♥ ]


전화가 걸려왔다.

어렸을 적부터 고아로 지냈던 강훈에게 가족은 자신을 보살펴 준 보육 원장 정원예.

그녀의 친 자식인 두 형뿐이다. 동생 같은 건 없었다.

게다가 이미 강훈의 머릿속에 가족에 대한 추억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아주 선명하게.

그런 강훈에게 이 상황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했다.


“어쩌지?”


순간, 머리에 찌릿찌릿한 통증이 들이닥치며 몸이 휘청거렸다.

이후, 아주 신기한 감각을 경험했다.

몸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기억이 머릿속에 천천히 들어차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하나뿐인 여동생.

5톤 화물트럭, 헬스, 복싱, 유도, 십자수, 노총각, 꽃다운 나이 30살···


강훈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다시 한번 얼굴을 부여잡았다.

노총각. 그것보다 30살이라는 게 더 충격이었다.

이 얼굴이 어떻게 30살이 될 수가 있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기지 않는 비주얼이었다.


결국, 강훈은 주민등록증 확인에 나섰다.

최강철. 94xxxx-1xxxxxxx.

완벽한 검증이 끝나고 나서야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말이 되는···”


그때, 잠시 끊어졌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사랑하는 동생.

강훈은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빠!


순간, 여 동생이라는 사람의 앙칼진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어색한 첫 통화에 강훈이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강훈이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며 대답했다.


“여, 여기 롯데마트 앞··· 이요.”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옆에 누구 있어?

“아, 아니?”


잠시 흐른 정적을 깨고, 여동생이 말을 이었다.


-얼른 집에 와. 엄마가 외식하재.


일단 가보자.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말이다.


***


갈비성

동네에 있는 작은 갈비집이다.

현실로 돌아온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처음 보는 가족들과 갑작스럽게 외식을 하고 있다.

낯선 상황에 강훈은 고기가 아닌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강훈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 연기했다.

말을 아끼며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아까부터 자신을 자꾸 흘겨보는 사람 때문에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오빠.”

“어?”

“왜 이렇게 안 먹어? 고기고기 아주 노래를 부르더니만.”


최강철의 여동생이다, 최강희.

나이 22살, 키 160같은 158cm.

만난 지 고작 30분 만이다.

강훈의 가슴엔 최강희가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아였던 자신에게, 아주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여동생으로.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

진짜 가족 있다는 감정이 이런 느낌일까.


“너 많이 먹어. 오늘 이상하게 입맛이 없네.”


몸에 와닿는 친숙함이 강훈의 감정을 묘하게 흔든다.

강훈을 슬쩍 쳐다보는 시선에 느껴지는 걱정스러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강훈을 계속 괴롭혔다.


그때, 옆에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최강철의 엄마. 강현숙이다.

젊은 나이에 아빠 최강현을 만나 강 남매를 낳은 엄마.

5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40대처럼 보일 만큼 동안인데다 인자한 외모시다.


순간, 강훈은 무슨 대답이라도 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최강철이 아닌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크흠, 무슨 일 있긴. 아무 일도 없어··· 요.”


하지만, 머릿속에서 일어난 충돌 끝에 어색한 존대를 붙여버렸다.

그 결과는 말없이 술 한 잔을 걸치고 있던 아빠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며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어디 아픈 거냐?”

“아니요. 아까 빵을 좀 먹었더니 배가 더 부룩 해서요.”


생판 모르는 사람의 일상과 습관을 100% 흉내 낼 수 없었다.

많은 양의 기억이 한꺼번에 주입되는 바람에 귀에선 환청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강훈은 자신이 제일 잘하는 연기까지 하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최강희가 고기를 야무지게 입에 넣으며 마지막 후속타를 날렸다.


“오빠 뭐 숨기는 거 있지?”


정말 귀신보다 무서운 관찰력.

결국, 당황한 강훈이 배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아이고, 배 아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에 도착한 강훈은 이마를 쓸며 세면대 앞에 섰다.

두 손을 슬쩍 걸친 채 거울을 바라봤다.


“아, 깜짝이야.”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질 않는 비주얼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남들 허리가 목에 붙어있는 줄만 알았다.

마이클 타이슨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자신은 칸 영화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연기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강훈.

한순간도 배우의 꿈을 져버리지 않았다.

정말 그랬는데···


이건 무슨 온갖 재앙을 다 때려 맞은 수준이다.

배우는커녕 면접 보기 전, 서류 절차에서 퇴짜 맞을 판이다.

운 좋게 역할을 맡아봐야 거지, 깡패, 건달··· 을 넘어설 순 없을 것 같달까.


설마 이대로 쭉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금방 깨졌다.

휴대폰을 열자마자 뉴스 속보 하나가 강훈의 가슴을 철컥 내려앉게 만든다.


[ 칸 영화제를 앞둔 연기 신동 강훈, 결국 별이 되다. ]

[ 그를 키워주신 보육 원장 정원례 뜻의 따라 비공개 장례로 진행··· ]


자신이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을 눈으로 보고 만 것이다.

하루아침에 몇 번의 좌절을 하는 건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지만, 이내 금방 식어내렸다.

솔직히 조금은 예상했던 결과니까.

그나저나 잠깐만, 내 장례식이니까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까마득한 현실을 고민하고 있는데, 식당 내 작은 소란이 귀에 들려왔다.


“여기 서비스가 왜 이래?”


갑자기 커진 남자들의 언성이 화장실 안까지 흘러들어왔다.

화장실 밖을 슬쩍 훔쳐보니 남자 넷이 둘러앉아 있는 테이블이다.

이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술이 얼큰하게 취한 것처럼 보이던 그들.

하나같이 깍두기 머리를 하고, 제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있다.

아까 차 문제로 마주쳤던 그들과 같은 모양새를 보니, 보나 마나 동네 양아치, 건달이 틀림없다.


그때, 한 남자가 얼른 다가가 물었다.


“혹시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뿔테안경을 쓴 모습이 착실한 대학생.

부엌에 있던 아줌마와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가족인가 보다.


“아니, 여기는 고기 안 구워주나? 다른 집 가면 먹기 편하게 알아서 다 구워주던데.”


학생은 쩔쩔매며 웃음을 만들었다.


“아, 손님이 적을 땐 서비스 차원에서 구워드리는데, 오늘 손님들이 좀 많아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메뉴판에 서로의 오해를 덜기 위해 설명까지 친절히 붙어 있다.

남자는 애초에 그것이 의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건달이 학생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못 구워주겠다?”


게다가 일행들에게 비꼬듯 분위기까지 만들었다.


“야, 네들은 손발이 없냐는데? 알아서 구워 처먹으란다.”


이어, 일행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이 시발놈의 가게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웃통을 갑자기 벗고, 뜨거운 고기 불판에 맥주를 붓는가 하면, 수저를 테이블에 내려치며 자신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덕분에 식당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렸고.

눈치 빠른 손님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금방 구워드리겠습니다.”

“이미 내 기분은 상했는데?”


학생의 부모님이 직접 나와 대신 양해를 구했지만.

놈들은 자신의 안방처럼 테이블에 발까지 올려댔다.


그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최강현이 나섰다.


“거 해도 해도,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최강철의 아빠, 살짝 격앙된 목소리다.

자기 딸과 같은 또래에게 못 되게 구는 것이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순간, 놈들의 시선이 일제히 최강현에게로 쏠리자 놀란 엄마 강현숙과 최강희가 빠르게 말렸다.


“여보 하지 마.”

“아빠 왜 그래.”


하지만, 웃통을 벗어재낀 건달 양아치 하나가 뱃살을 출렁이며 어느새 다가왔다.


“뭔데 당신은?”


일촉즉발의 상황.

다들 겁에 질려있는데, 아빠 최강현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좋은 음식 먹으러 와서 왜 쓸데없이 아들 같은 놈을 괴롭히고 그럽니까?”


하지만 그 결과, 한껏 얼굴이 일그러진 건달의 손을 올리게 만들었다.


“뭐 쓸데없이? 당신 나 알아?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시발 노인네가 뒤질라고.”

“꺄악!”


순간, 건달은 허공에 떠있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껌뻑였다.

누군가에게 잡혀 꼼짝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을래?”


강훈.

건달을 노려보는 강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등치로 보자면 건달 역시도 만만치 않는 체형이었지만, 뱃살이 축 늘어지는 형편없는 건달 몸과는 달리 강훈의 몸은 아주 탄탄했다.

군살 없이 쭉 뻗은 팔뚝이 23인치, 여자 허리 정도만 했으니까.


잠시 후.


우두둑!


팔목을 꺾인 건달이 신음을 토했다.


“아악! 자, 잠깐만.”


강훈의 엄청난 악력에 놀란 건달의 눈이 수차례 껌뻑였다.


“시, 시발. 너 뭐야, 이거 안 놔?”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건달 한 명은 강훈을 보며 흠칫거렸다.

경기를 일으키듯 다가와, 강훈의 손에 잡힌 남자를 필사적으로 뜯어말리며 속삭였다.


“하, 하지 마. 가자.”

“왜? 아는 사람이야?”

“최강철. 최강철이야.”

“뭐? 최, 최강철? 설마 그···?”


건달들의 눈이 일제히 부릅떠졌다.

단 이름 세 글자에 귀신이라도 본 듯, 빛의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망치면서도 허리가 부서져라 강훈에게 고개를 숙여댔다.


“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발도 헛디디며 우스꽝스럽게 자빠졌다.


우당탕탕!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식당엔 짧게나마 정적이 흘렀다.

강훈은 아무렇지 않게 앉아 가족들과 식사를 나눴고.

손님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은 한참 동안이나 강훈에게 머물러 있었다.


***


그 후부터 며칠이 지났다.

강훈은 이 몸의 주인, 최강철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유명한 조직 하나를 단신으로 와해시킨 인물이라는 걸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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