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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님의 서재입니다.

메신저 : 메시아를 닮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이이
작품등록일 :
2022.10.08 00:44
최근연재일 :
2022.10.14 17: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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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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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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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6_ 함정

DUMMY

은박지가 보이는 투명한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많은 인파들 사이를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는 소영은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 오늘도 딱 맞춰 도착했네..!’


가쁜 숨을 고르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소영의 어깨를 감싸며 같은 사원증을 메고 있는 여자가 반갑게 말을 건다.


“소영씨, 오늘도 김밥이야? 계약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가 밥심이라고!”


“항상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대리님, 근데 전 아직 밥보단 잠이.. 그리고 김밥 두 줄이면 하루 거뜬합니다!”


“으휴.. 그러니 살이 안찌지, 그나저나 오늘 회식인거 알지? 장소 고깃집이니까 저녁까지만 참고 가서 많이 먹어 꼭!”


“네, 무리해보겠습니다!”


건영건설에서 회계팀 보조업무 계약직으로 근무한지 2개월, 첫 회사의 첫 회식이라서인지 소영은 왠지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고된 반복 업무를 마치고 회식장소로 간 소영은 미리 준비된 자리와 정갈하게 놓여진 찬들과 고기들을 보며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증발되는 것 같았다.

각자 자리에 앉아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 있자 부장이 맥주를 가득채운 잔을 들고 말한다.


“자자 다들 잔 들고 건배사 한번 외칩시다, 제가 선창하면 다들 후창합니다, 무조건!”

“무지 힘들어도 건승하자!”


말로만 듣던 꼰대를 직접 겪은 소영은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상상만 했던 소속감이 실감이 나는지 이런 상황이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한창 웃고 떠들며 회식이 무르익을 때쯤 한 남자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을 것 같이 깔끔하게 생긴 남자는 소영의 회계팀 자리로 다가오고 있었고 그 남자를 발견한 부장과 차장은 헛것을 본 듯 들고 있던 수저를 급히 내려놓고 재빠르게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순식간에 회식자리의 소음들이 볼륨을 낮춘 듯 조용해졌다.


“아이고 본부장님이 이런 누추한 곳을.. 본부장님 오실 줄 알았으면 더 좋은 곳으로 예약 했을 텐데,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어요!”


부장이 본부장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으며 시간을 끌자 차장은 항상 그래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여직원들의 자리를 재배치하고 있었고 덩달아 소영의 자리도 옮겼다.

차장이 부장에게 준비됐다는 듯 신호를 주자 부장은 양 손을 뻗어 본부장에게 자리를 안내했고 잠깐 동안 서서 양 옆이 여직원들인 자리들을 살피더니 소영과 대리의 사이로 자리를 했다.

본부장은 앉기 전에 할 말이 있는 듯 빈 맥주잔을 들어 올렸고 팔이 채 올라가기도 전에 부장은 빈 잔을 채우고 있었다.

잔이 채워진 걸 확인 한 본부장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 보고나서 입을 떼었다.


“본부장 이진형입니다, 회계2팀 회식 분위기가 그렇게 좋다고 들어서 격려차 오게 되었습니다, 항상 우리 건영을 위해 고생해주시는 마음에 보답차 2차까지 제가 책임 질 테니 재충전하시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진형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부장을 시작으로 박수갈채가 나오기 시작했고 진형이 앉는 순간 소영의 허벅지를 터치하자 소영은 흠칫했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착각이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진형이 온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밖에서 허둥지둥 전화를 하던 차장이 들어와 부장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부장이 자리에 일어나 진형을 보며 말한다.


“본부장님 그래도 회식의 꽃은 가라오케 아니겠습니까, 요 근처로 장소를 섭외 했으니 옮기실까요”


“아이 박부장, 나는 회계2팀 격려차 온 거지 회식 방해하러 온 게 아닌데~”


말과 행동이 다르게 차장이 슬쩍 두 손으로 진형의 팔을 가볍게 끌어내자 약간의 저항도 없이 일어서 나가는 진형이었다.

진형이 일어나면서 소영의 어깨 밑 팔 부위를 움켜쥐자 소영은 너무 놀라 숟가락을 놓쳤고 이번에는 고의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소영은 매우 불쾌했지만 2차 장소에서는 진형의 근처로 앉지 않으면 별 문제 없을거란 생각에 조용히 넘어갔다.

회식 2차 장소로 이동 중에 몇몇의 직원들이 귀가를 시도했는데 남직원들의 귀가는 쉽게 허락이 되는 반면에 여직원들이 귀가 보고를 하면 부장은 인사고과 점수, 근태 등의 여러 가지 얘기를 꺼내며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들어간 2차 회식장소는 고급 술을 판매할 것 같은 인테리어에 노래방 기계가 구비된 룸 구조의 장소였다.

다들 1차에서 술을 조금 마시고 온 터라 금방 시끌벅적하게 회식이 진행이 되었고 진형과 멀찌감치 자리를 한 소영은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진형이 신경 쓰였지만 첫 회식이니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회식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적당히 취기가 오르고 소영도 슬슬 집에 가야겠단 생각을 한 순간 진형이 일어나 부장의 얼굴에 가까이 몇 마디를 던지고는 룸을 나갔다.

소영은 바로 부장에게 가서 귀가를 보고하려는데 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이 신입 면담차 소영씨를 호출했어, 복도로 나가면 직원이 안내해 줄거야”


‘무슨 회식에서 면담을..? 바쁘신 분이라서 그런가.. 차라리 면담 때 귀가하겠다고 직접 얘기 드리고 가면 되겠다!’


소영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찝찝했지만 첫 직장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사마다 각각의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겠다 받아드리고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웨이터로 보이는 직원이 달려왔고 안내해 주는 룸으로 들어가자 조금 전에 있던 룸과는 다르게 룸 안에 화장실로 보이는 문이 있는 구조였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지루했었는지 인상을 쓰고 있던 진형은 소영이 들어오자 표정이 밝아지며 앉으라고 손을 뻗어 본인의 맞은편을 가리켰다.

소영이 어색하게 자리에 앉자, 진형이 일어나 같이 들어온 웨이터에게 지갑을 꺼내 수표를 한 움큼 쥐어주며 귓속말로 몇 마디를 하자 웨이터가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나갔고 이내 라벨이 없는 양주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진형은 소영을 보며 회식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라벨이 없는 양주를 들어 소영의 앞에 놓여있는 빈 잔에 따라주며 말을 한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회계2팀 막내 소영씨 맞죠? 긴장하지 않아도 되요, 소영씨 선배들도 다 겪은 면담이고 우선 한잔 마시고 편하게 얘기 나누죠”


소영은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은 말투에 조금은 긴장이 풀렸고 진형이 준 술을 받아 고개를 돌려 마셨다.

말끔히 잔을 비운 소영의 빈 잔을 확인 한 진형은 슬쩍 소영의 옆자리로 붙어 앉았고 소영은 긴장을 하며 약간은 옆으로 거리를 두자 진형은 다시 소영의 잔을 채우고 마시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제가 주는 잔을 거절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장인 저희 아버지밖에 없어요, 마시고 얘기 이어 가시죠”


“이제 속이 별로 좋지 않아서.. 본부장님 그럼 이것만 마시고 들어가 봐도 될까요?”


“네, 그 잔 비우시고 얘기 잠깐 나누시면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소영은 피곤함이 올라오는 것 같아 얼른 마시고 바로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잔을 비우자 진형은 질문한다.


“야, 너 남자친구 있어?”


“..네? 그게 무..”


소영은 귀를 의심케 하는 진형의 질문에 당황을 했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온몸에 힘이 풀리더니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옆으로 털썩 쓰러졌다.

눈만 겨우 뜬 채로 진형을 보고 있었고 몸은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 소영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치더니 잇몸까지 드러내며 웃는 진형은 뭔가를 결심한 듯 화장실로 가며 얘기한다.


“그 상태로 5분만 기다리고 있어, 어차피 약 기운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소영은 진형의 마지막 말과 화장실에서 나올 진형이 너무 무서워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고 지금 이 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발버둥을 치자 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순간의 기지로 소영은 상의 밑단을 고정해놓은 핀을 떠올리며 옷에서 핀을 떼어내 핀의 바늘로 허벅지를 깊게 찔렀다.

소영은 살을 파고 들어오는 바늘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비명 대신 짧은 신음이 전부였고 허벅지를 연속해서 찌르자 조금씩 다리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느리지만 최선을 다해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 힘겹게 방을 나서는데 성공한다.

복도를 마주한 소영은 시야가 파도처럼 일렁이기 시작했고 약 기운인지 충격 때문인지 기절한다.

얼마나 기절했을까 온통 검게만 보이는 눈앞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눈을 다 떴을 땐 링겔과 붕대로 감긴 허벅지 그리고 케이지 안에 강아지들이 보였고 눈을 뜬 소영이를 일러주듯이 강아지들이 짖기 시작하자 가운을 입은 여의사와 대리가 달려왔다.


“소영씨 괜찮아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예요!..”

“복도에 소영씨 쓰러져 있었어요.. 또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었구나 싶어 바로 엎고 나왔는데 택시도 안 잡히고 해서 무작정 걷다가 간판이 켜진 동물병원을 보고 들어오게 되었어요..”


“환자분 괜찮으세요? 동물병원이라 급한 대로 응급조치만 취했어요.. 그런데 허벅지는..”


“본부장이 약을 탄 술을 권했어요.. 허벅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더 안 들어봐도 알겠네요, 혹시 모르니 링겔 다 맞으시면 제가 집에 데려다드릴게요”


그렇게 여의사의 호의로 무사히 집으로 귀가 한 소영은 방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울다 잠이 든다.

다음 날 오후, 초인종 소리에 잠을 깬 소영은 현관문 방범렌즈를 통해 두 명의 남자와 여자가 집 안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이며 소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누구시죠?”


“청라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하던 사회 초년생 소영의 인생은 건영건설 본부장 진형과의 회식자리 이후,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다.

진형은 회식자리 이후 소영을 마약복용 혐의로 고소하였고 소영은 다음 날 바로 문자를 통해 퇴직통보를 받는다.

마약 혐의에 대해서는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진행하였고 소변검사는 양성, 모발검사는 음성이 나와 본격적으로 문제에 휘말린다.

소영은 재벌2세 진형을 상대로 자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는데 홀로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기도 어려울 걸 알기에 차마 부탁을 할 수가 없었고 사회초년생인 소영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렇게 벼랑 끝에 놓인 변호사 선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몇 십 군데의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온 소영은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문틈에 끼여있는 전단지 하나가 바닥으로 스르륵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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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란 법은 없구나’


보통 사람에겐 종이쪼가리 일지 몰라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소영에겐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 같았다.

몇몇의 이해되지 않는 글귀와 대출이라는 단어만으로 소영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소영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다음 날 방문 해보기로 한다.


강한 바람과 더불어 쏟아지는 많은 비 때문에 우산을 쓰나마나 한 날씨에 큰 백팩을 멘 소영이 한 건물 앞에 서 있다.


‘제대로 찾아 온 게 맞나?’


5층 건물임에도 간판과 시트지가 하나도 없는 겉으로만 보면 깨끗하게 비어 있는 공실상가처럼 생긴 건물을 보며 의아해 하는 소영은 비장한 표정으로 1층 유리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간다.

문을 열자 건물 안에서 문 밖으로 새어 나가는 냉기와 정면 끝 벽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외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을 보며 소영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건 뭐 엘리베이터를 탈 수밖에 없잖아..’


소영은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는 공간이지만 그래서 더 왠지 모르게 누군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스러운 느낌에 주위를 경계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바로 문이 열렸고 잽싸게 올라탄 소영은 다시 한번 소름이 온 몸을 휘감는다.


‘왜 층수 버튼이 3층밖에 없어..’


머리는 자꾸 더 이상 가지 말라고 하는 것 같지만 이미 너무 멀리 온 소영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3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느낌도 없이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바로 문이 열렸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3층 한 층이 한 방처럼 한 눈에 들어왔고 1층과 동일하게 새하얀 공간에 사장의 이름으로 보이는 공렬이 쓰여진 황금명패가 놓인 테이블 하나와 손님 의자 하나씩만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잘 오셨습니다!, 저희 캐시풀에 오셨다는 건 복잡한 문제가 있으신가보네요? 히힠..”

“저는 캐시풀에 사장 공렬입니다”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자리에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하는 남자는 소영이 본 사람 중에 키가 가장 컸고 말랐으며 새하얀 공간과 어울리게 뭔가 섬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저기.. 전단지 보고 방문했어요.. 급하게 써야 할 돈이 필요해서..”


“전단지를 보고 오셨으면 필요한 금액만큼의 가치 있는 물건도 가져 오셨겠죠? 키힠히..”


“저한테도 소중하지만.. 저희 엄마한테도 소중한 물건이예요..”


소영은 메고 온 백팩을 바닥에 내려놓고 훈장액자와 훈장증으로 보이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제가 어렸을 때 소방관이었던 아버지가 화재 가 난 건물에서 31명의 생명을 구하고 돌아가셨다고 해요.. 이 훈장은 순직하시고 추서 받으신 거구요..”


“그런 지루한 설명은 됐고요, 헤에..? 이건 가치가 너무 실망스러운데.. 대출조건이 좋지 않을 겁니다?”


“얼마정도 대출이 가능할까요..?”


소영의 질문에 공렬은 간절한 표정의 소영의 눈을 한 동안 응시하더니 무언가를 본 듯 얘기한다.


‘호오.. 그 금액이 필요해서 여기 온거구나.. 그럼 이 정도를 불러볼까?’

“1500에 금리는 33프로, 그리고 돈을 상환해도 담보로 건 물건은 못 찾아갑니다”

“상응하는 가치의 무언가를 가져오시면 교환까지는 고려해드리죠!”


“1500만원요..? 그리고 왜 돈을 상환해도 물건을 받아 갈수가 없는 거죠..?”


“히힣히히.. 그럼 저는 당신의 이름 신용 직업 그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고 급한 돈을 빌려 드리는데 그건 이상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것만 가져갈 생각만 하신 겁니까? 이기적이시네요?”


“아아.. 저 그럼 2100만원까지는 안될까요? 꼭 그 금액이 필요해서요..”


공렬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렵게 참아가며 말한다.


‘옳지옳지..’

“당연히 안됩니다 히힣.. 근데 방법이 아예 없진 않아요!”

“다른 걸 주신다고 제게 약속만 하시면 됩니다”


“..예? 그게 어떤 말이신지..”


“당신에게 소중한 것 중 하나를 제게 주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힣히힉히히”

“그 담보는 채무자께서 상환을 회피하는 선택을 하실 때 제가 직접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아니고 그 중에 하나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안 갚을 것도 아니고..’

“네! 약속 할게요! 가져가세요! 그럼 2100만원 대출 실행이 가능한거죠?”


소영의 대답에 공렬은 넘치는 행복이 감당이 안 되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 내 웃으며 테이블의 서랍을 열어 서류들을 들고 온다.


“힠힠히힣히히! 네 그럼, 여기 아래에 입금 받으실 계좌번호와 싸인 하시면 기존 조건에 추가 조건까지 해서 2100만원 대출 실행 되실겁니다!”


소영은 장난처럼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큰 금액을 구했다는 생각과 혹시나 공렬의 맘이 변하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사인부터 했다.


“실행력이 매서우신 분이셨군요! 이 건물 밖의 땅을 밟자마자 입금 되실겁니다 히힣힣힠”

“고생하셨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힠”


“아 네..”


허리를 반으로 접어가며 공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밑져야 본전으로 방문한 곳에서 얼떨결에 필요한 금액만큼의 대출을 받은 소영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도망치듯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 내려오자마자 소영은 어떤 중압감에서 벗어난 듯 호흡이 점점 편해졌고 문을 열고 땅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우연인가..? 진짜 땅을 밟자마자 대출이 됐어..’


소영은 공렬의 얼굴이 머릿속을 잠시 스쳐갔는지 흠칫하다 대출이 되었다는 기쁨에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소영의 운이 다 한 건지 예상과는 정 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재벌2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단을 상대로 일반인의 무고를 입증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웠다.

사건이 길어질수록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더 많은 추가 금액을 요구했고 소영의 불안정한 아르바이트 수입과 홀로 변변찮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대출 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에 이르렀고 대출 이자가 연체가 될 때마다 이상하게 어머니에게 탈모가 생기거나 계단에서 굴러 다치거나 담에 걸려 일어나질 못하시거나 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었고 신기하게 연체를 해결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쳤던 곳은 자고 일어나면 깨끗하게 흉터 하나 없이 사라지고 문제들은 회복이 되곤 했다.

그렇게 연체금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소영과 소영의 어머니 주위에는 물리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고 결국 소영은 어머니의 대한 죄책감과 끊어내지 못한 마약범죄자 꼬리표의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득의 별장 내 서재]


소영의 얘기를 들은 지한과 오준은 충격적인 내용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오준은 손수건을 꺼내 안경 뒤 눈물을 살짝 훔치고 그래도 쉽게 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손수건을 쥔 손을 부르르 떤다.


‘공렬.. 이 비열한 새끼.. 아직도 뻔뻔하게 그런 짓을 잘도..’


쟁반을 들고 서재 문 뒤에서 모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진의 눈가도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그런 수진을 걱정하는 듯 돈그와 캐시가 수진의 다리에 몸을 부비며 수진을 주시한다.



[소영의 방]

소영의 책상위에 놓인 대출계약서가 창문 틈을 통해 들어 온 바람에 첫 페이지가 넘어간다.

두 번째 페이지 첫 줄에는 다른 글씨들보다 굵게 써진 글귀가 있다.


- “을”이 자살 시 “갑”, “을”이 보관하고 있는 대출계약서 3부는 즉시 파기한다.

또한 “갑”은 “을”이 추가로 합의한 담보 조항을 즉시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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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_ 기연 22.10.13 17 0 14쪽
7 #7_ 발현 22.10.13 22 0 14쪽
» #6_ 함정 22.10.12 19 0 19쪽
5 #5_ 단서 22.10.11 19 0 17쪽
4 #4_ 메신저 22.10.10 20 0 16쪽
3 #3_ 감각자들 22.10.09 24 0 15쪽
2 #2_ 경계 22.10.08 28 0 19쪽
1 #1_ 변수 22.10.08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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