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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님의 서재입니다.

메신저 : 메시아를 닮은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이이
작품등록일 :
2022.10.08 00:44
최근연재일 :
2022.10.14 17: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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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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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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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_ 경계

DUMMY

배고픈데 밥이 없다.

어렴풋이 5만원 남짓 있던 체크카드를 떠올리자 한숨이 따라 나온다.


‘편의점이네 오늘도’


반팔 반바지로 4층 옥탑방 문을 발로 열고 나오는 지한은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들어가 외투를 걸치고 나올까 잠시 고민하다 귀찮은 듯 대충 운동화를 구겨 신고 집을 나선다.

177의 큰 키에 적당히 마른 체형 때문에 180처럼 보는 사람들도 많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싫어 27살 먹도록 취업 한번 하지 않고 단기 알바로 연명한다.

친구도 취미도 없고 돈 나갈 데가 크게 없어 알바로도 생활이 된다.


‘이제 슬슬 가을인가, 알바하기 좋은 날씨네’


지한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는 길목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오늘따라 미세먼지가 심한지 걷는 내내 기침소리가 BGM처럼 들린다.

편의점에서 어떤 걸 먹을지 고민하면서 기지개를 피던 지한은 도로 반대편 15층 건물옥상 난간에서 불안하게 걸터앉은 앳된 여자를 보고 놀라 시선이 멈췄다.

검은 긴 머리에 25살 정도로 보이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학창시절에 인기 많았을 것 같은 얼굴로 멍하게 하늘만 응시하고 있다.


‘위험하게 저 위에서 뭐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여자는 지그시 눈을 감고 난간과 멀어지고 있었다.

지한의 시선은 그대로 떨어지는 여자를 따라갔고 처음 마주한 상황에 머리가 하얘졌다.

자살자였다.

지한은 그 여자 쪽으로 건너 가보려고 했지만 차들이 많은 4차선 도로 반대편이라 급하게 무단 횡단을 할 수도 없었다.

곧바로 여자를 목격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건너편까지 들리기 시작했고 떨어진 여자 주위로 순식간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려 보였는데 왜 저런..’


지한은 자살을 선택한 여자를 안타까워하며 다시 편의점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옆에서 들리는 요란한 기침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반응했다.


..켈럭! 콜록..! 콜록..!


지한과 조금 전부터 나란히 걷던 중년의 남자가 고통스러운지 멈춰 서서 한손은 가슴을 움켜쥐고 한손으로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마른 기침을 심하고 하고 있었다.


‘저 정도로 심하게 기침하다가는 뭔 일 나겠는데’


지한은 위태롭게 기침을 하는 중년을 보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어느 순간 기침소리가 사라지고 인도가 조용해지더니 이어서 무언가 인도와 맞닿는 소리가 들렸다.


철푸덕..


‘에이 설마.. 아니겠지’


설마하며 돌아본 지한의 눈앞에는 위태롭게 기침을 하던 중년이 상기된 채로 쓰러져 있었고 동시에 지한은 쓰러진 남자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고 도로 반대편 자살자 때문에 인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잠깐이지만 도로에도 차가 없는 걸 확인한 지한은 배에 손을 올리며 고민한다.


‘배고픈데.. 사람도 없고 하니까’


그리고는 자신의 두 발을 보자 지한의 눈에서 하얀 빛이 감돌았고 두 발을 감싸고 있는 근육과 혈관이 미세하게 꿈틀거림과 동시에 지한은 서있던 자리에서 사라지고 순식간에 쓰러진 남자 앞에 나타나 있었다.

지한은 바로 중년의 남자의 코에 손을 대어 호흡을 체크하고 팔목, 목, 심장 등의 맥박도 체크해 봤지만 남자의 몸 어디에서도 맥박과 호흡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망한 것이다.


‘지금 이게 무슨..’


지한은 짧은 시간 자신에게 벌어진 이 상황들을 태연하게 받아드리려 노력하면서 핸드폰을 들어 112와 119 중에 어디로 신고를 해야 할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누워있던 중년의 몸에서 투명한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지한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투명한 연기는 곧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한 줄기의 아지랑이까지 나오고 나서야 중년의 모습과 똑같은 형태를 갖췄다.

중년의 형태를 갖춘 연기는 멍하니 고개를 돌려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봐왔던 혼들이 이렇게 생겼던 거구나, 근데 이 혼은 뭘 저렇게 보고 있는 거야?’


지한은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고 있는 혼의 행동이 궁금했던지 혼을 따라 같은 곳을 보기 시작했다.


한편 맞은편 인파들 사이에서 또 다른 검은 무언가가 지한의 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한도 다가오는 무언가가 신경이 쓰였는지 고개를 돌리자 그 검은 무언가는 이미 지한의 눈앞까지 와 있었다.

자살했던 여자의 혼 이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가온 탓인지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고 눈을 뜨자 이미 지한을 통과해 바닥에 누워있는 중년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지한은 여자의 혼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여 지나간게 찝찝했는지 온몸 여기저기를 털어내다가 자신의 귀 바로 옆으로 기차 소리만큼 큰 굉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 소리가 울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중년의 혼이 주시하고 있던 그 허공에서 거대한 문이 공간을 찢고 나오듯이 웅장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건 또..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중년의 혼은 누워있는 자신의 몸과 지한을 번갈아 보더니 마음을 먹은 듯 거대한 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고 문 틈새로 어둡고 빨간 빛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고 문이 거의 다 열리자 지한은 문 안쪽이 궁금했는지 고개를 들어 슬쩍 안쪽을 쳐다본다.

지한이 본 문 안쪽은 어두운 공간에 셀 수 없이 수많은 빨간색의 전등을 매달아놓은 조명 가게처럼 보였다.

중년의 혼은 문 안쪽으로 체념 한 듯 걸어가기 시작한다.

지한은 문의 웅장함에 조금은 압도된 듯 굳은 채 서 있었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고 인도에는 지한과 쓰러져 있는 중년 둘 뿐 이었다.

지한은 쓰러져있는 중년을 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 마음을 먹은 듯 가볍게 손발을 돌려주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병원까지만 모셔드리고 바로 밥 먹으러 가자!’



[문 안쪽의 어떤 곳]


쿠구구구구..


문이 열린다.

장신의 두 남자 중 한 남자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례, 표정 좀 피고 다니지 그래?흐흫”


다른 한 남자가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혼을 기다리면서 차갑게 대답한다.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나?”


중년의 혼은 미련이 많은 듯 아쉬운 표정과 느린 걸음으로 장신의 두 남자들 쪽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난 죽은겁니까?”


중년의 질문에 웃상을 한 남자가 대답을 한다.


“헤헿.. 네 생은 딱 거기까지였어!”


중년의 혼은 문 뒤로 파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보며 격앙된 채 말을 한다.


“죽은 제 몸이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데..! 죽은게 확실합니까?”


“이제 네 몸이 아니야!, 질문은 딱 여기까지만 받을게?”


웃상의 남자는 중년의 혼의 계속되는 질문에 더 이상 답을 해주기 귀찮은 듯 웃음기가 사라진 채 대답을 했고 곧이어 례가 말한다.


“가자, 멸”


줄곧 대답을 해주는 남자와는 다르게 아주 낮은 저음과 묵직한 목소리에 중년은 잠깐이지만 오금이 저렸다.

그런 표정을 즐기는 듯 멸이 팔짱을 끼고 히죽거리며 중년의 표정을 지켜본다.


“멸, 이번에는 좀 특이 케이스네, 대체자가 바로 앞에 있고..”


“히히힣.. 그나저나 저 여자 죽을 맛이겠다, 남자에 노땅이네.. 히”


“그것보다 축복받은 저주에 몸부림치겠지”


례는 중년을 사이에 두고 멸과 간단한 사담을 나누며 더욱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옮기고 있던 찰나, 닫혀가는 문 뒤로 문 안쪽을 보고 있는 지한을 보고 걸음은 멈춘다.


‘..? 분명 문 안쪽을 보고 있었어..’


례는 안쪽으로 경쾌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던 멸에게 물었다.


“멸 잠깐만, 너도 봤어?”


멸은 고개를 돌려 문 뒤를 봤고 이미 지한과 중년은 사라지고 없는 텅 빈 거리를 보며 멸은 눈웃음 지으며 대답한다.


“도대체..? 뭘?”


“생과 사의 경계를 보는 인간이다”


“..? 확실한거야?”


“어, 봤어 분명히”


“오호.. 요즘 별 일 없이 무난해서 엄청 지루했는데 신선한 이벤트가 하나 생겼네?”


멸은 입 꼬리가 귀 까지 걸린 듯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년의 혼을 데리고 다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단순한 우연인건가?’


례는 그렇게 잠깐 동안 닫힌 문을 보며 지한의 표정을 복기한다.


‘오랜만에 바람 좀 쐬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례는 지한이 계속 신경이 쓰이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멸과 중년의 뒤를 따라 걷는다.



[생의 세계]


꼬르륵..


중년을 안고 뛰려는 지한의 배에서 우렁차게 소리가 난다.


‘근데.. 병원은 어디 쪽이었지..?’


몇 초간 고민을 하다 생각이 난 듯 남은 손으로 신발 뒤꿈치를 제대로 신는다.

먹지 않고 운동하지 않아도 아픈 적이 없을 정도로 지한에게 병원은 상당히 어색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한의 몸은 항상 최상의 피지컬을 유지해왔다.

아니 항상 유지되어 있었다.

달리기 직전 지한의 눈에는 하얀 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바지 안쪽의 다리는 희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까 조절해서 달리자..’


뚜둑..!


달리기 시작한 지한의 아킬레스건 쪽에서 얼마나 오래 달려 본 적이 없는 걸 증명하듯 근육이 풀리는 소리가 난다.

다행히 자리에서 병원 건물은 버스 3정거장 위치에 있었고 지한은 성인 남자를 안고 달리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편의점 메뉴를 구상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지한이 몇 초전 돌파한 도로위에 멀끔한 슈트차림으로 고급세단을 운전 중인 남자는 맞은편 인도에서 중년을 안고 달리는 지한을 쳐다보며 안경을 스윽 올린다.


‘선수 출신인가..? 뭐가 저렇게 빨라, 그나저나 어디 계신거지..’


지한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커피를 마시려던 남자는 지한이 안고 있는 남자를 자세히 본 순간 놀란 듯 커피를 손에서 놓친다.


끼이이익!!


“회.. 회장님..!”


짧은 외마디를 뱉자마자 남자는 빠르게 핸들을 돌려 유턴을 하고 벌써 저만치 뛰고 있는 지한을 따라 엑셀을 밟는다.


[성유병원 로비]


병원 로비에 도착한 지한은 호흡을 돌리고 손에 든 파일을 확인하며 앞을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말을 건다.


“저.. 저기..”


간호사는 파일에 집중 한 건지 지한의 목소리가 작았던 건지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한은 급한 나머지 간호사 어깨를 조심스럽게 툭툭 쳐 간호사를 돌아보게 했다.


“어어.. 무슨 일 이시죠?”


“길에서 쓰러진 아저씨를 데려왔는데..”


“..아!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지한과 말을 할 때 파르르 떠는 중년을 본 간호사가 급하게 응급실 쪽으로 안내했다.

응급실로 들어가면서 의사 한명과 간호사 한명이 순식간에 따라 붙어서 걸었다.

8개 정도 있는 침대 중에 응급실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쪽으로 의사가 안내했고 중년을 눕히라는 암묵적인 눈치에 자연스럽게 침대에 중년을 눕혔다.


“어디서 어떻게 되신 거죠?”


의사는 눈에 플래시를 비춰 가며 여기저기 간단한 터치를 하면서 물었다.


“길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시더니 쓰러지셨습니다”


지한은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듯 눈의 시선을 위쪽을 향하며 얘기를 했다.


“최간, 소지품 꺼내서 보호자한테 우선 연락 취해보세요”


의사가 간호사에게 얘기를 꺼내자마자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남자의 주머니마다 손을 넣기 시작해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꺼낸 핸드폰은 마침 울리고 있었고 간호사는 빠르게 수신아이콘을 오른쪽으로 옮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기 성유병원 응급실인데 지금 화ㄴ..”


“네! 여기 있습니다!”


간호사가 핸드폰 속 남자에게 얘기를 끝마치기도 전에 그 남자는 핸드폰을 들고 소리를 치며 이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멀끔한 슈트차림에 큰 키에 적당히 잘생기고 깔끔한 이미지의 남자는 급하게 뛰어 왔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보호자도 온 것 같은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 남자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많은 질문을 뱉어냈고 의사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간단한 검사정도만 하자고 그 남성에게 얘기를 건넸다.

많은 대화들 사이에서 지한은 적당히 눈치를 보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벗어나 병원 로비로 나왔다.

큰 규모의 병원은 아니지만 13층 2동에 장례식장도 있는 동네에서는 적당히 큰 병원이라 로비에 카페 편의점 식당 등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지한은 편의점에 들어가 오랜만에 고생한 듯 허리 스트레칭을 한번 하고 라면코너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지한은 라면 하나와 삼각 김밥을 들고 카운터 앞에서 계산을 하러 카드를 꺼내들었다.


“라면하나 김밥하나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지한은 카드를 리더기에 꽂으려는데 처음 들어본 아주 낮은 저음의 직원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쳐다보게 만들었다.

190정도 되 보이는 장신에 위, 아래를 전부 검정색으로 통일한 룩에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직원이 서 있었다.


‘온통 검정이네, 신발 속옷은 안 봐도 검정이겠는데.’


직원을 쳐다만 봤는데도 뭔가 이상하게 불쾌해지는 기분에 배가 고파서겠지 하고 라면에 넣을 물을 받으러 걸어가는데 직원이 지한이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한다.


“나 새로 산 운동화 신고 나왔지! 흰 운동화로!”

“그래! 이따 보자 멸”


지한은 자신의 생각이 들린 듯 머쓱해하며 라면과 김밥을 들고 편의점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대망의 첫 끼니를 시작하려고 젓가락으로 라면을 들어 올리는 순간 편의점 문에 달린 벨이 울린다.


띠링!


“후우..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하하.. 네, 아저씨는 괜찮으시고요..?


지한은 입까지 들어갔던 라면을 다시 뱉고 썩은 웃음 지으며 남자에게 물어봤다.


“네 감사하게도 폐렴을 오래 앓고 계셔서 급히 병원으로 모셔다 주시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지반그룹 반 득 회장님을 모시고 있는 서오준입니다”

“편하게 서 비서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저는 지 한 입니다”

‘내가 안고 온 아저씨가 회장이었어?’


안고 온 중년이 회장님이었다는 얘기에 지한은 조금 멍해져 있다가 배고픔에 다시 배를 움켜쥐었다.

간단하게 통성명을 끝내고 지한이 불어가는 라면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을 때 오준이 들고 있는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다.


지이이이잉..


“아 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이 병원 주치의인데 지금 회장님 깨어나셨다고 올라와보라고 합니다, 드릴말씀도 있고 지한님도 같이 가시죠!”


“..아 네”


사례라도 받으면 라면 따위 말고 오늘은 초밥을 먹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준을 따라 편의점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특별한 게 전혀 느껴지지 않네.. 내가 잘 못 본건가..?’


편의점 직원이 나와 배웅 인사를 하며 모자를 살짝 올려 지한을 한 동안 응시한다.

오준은 맨 꼭대기 층을 누르고는 지한과 머쓱한지 서로 층수가 표기되는 led만 쳐다본다.


“아까 편의점 여자 직원 분 참 친절하시던데요, 나와서까지 배웅을 다 해주시고”


“편의점에 여자 직원이 있었나요?..”


둘은 서로 소통이 잘못 됐나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이 울린다.


띵! 13층입니다.


오준은 얕은 한숨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넥타이를 질끈 묶고서는 딱 봐도 복도에서 제일 큰 문 앞에서 손으로 지한을 안내했다.

오준의 안내를 받고 지한은 VIP실로 보이는 아주 크고 쾌적한 병실에 들어섰다.

창가 쪽 침대에 누워있는 중년 아저씨와 아까 응급실에서 봤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 병원에서 꽤 내공이 느껴지는 의사 두 명과 간호사 두 명이 침대를 둘러서 있고 들어오는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회장님이 깨어나셨는데.. 상황이 좀 좋지가 않습니다”


주치의가 미간을 찌푸리며 오준에게 말을 했다.


“오빠! 아까 기억나죠? 그쵸?”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지한을 보며 오빠라고 하는 순간 병실엔 정적이 흘렀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지한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중년을 쳐다보고 있을 때 오준과 주치의, 간호사들은 지한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러 한쪽 구석으로 가서 섰다.


“오빠 이거 지금 꿈이야? 나 왠 아저씨가 되있어..”


“너 아까 삼능 건물옥상에서 뛰어내린..”


“응! 맞네.. 그러고보니 나 분명 옥상에서 뛰ㅇ...”


중년의 소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기억해내려다 쇼크가 왔는지 기절해 버렸다.


‘저 아저씨 몸에 그 여자의 혼이 들어 간 건가..’


지한은 최대한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 애를 쓰고 있었고 오준이 기침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주치의와 얘기를 나눠본 결과, 머리 쪽을 심하게 다치신 것 같다는 소견입니다”

“오늘 저녁에 저희 회장님 주치의가 있는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오늘 너무 감사드리고 계좌번호 주시면 사례 하겠습니다”


오준은 마지막말에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가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아 그럼 여기로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지한은 배고픔에 지쳐 오준에게 간단한 고개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가려 문 앞에 서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드르륵..


‘..자동문?’


문이 열리자 지한 앞에 딱 봐도 형사같이 입은 사람이 뱃지가 달린 신분증을 손에 들고 오준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계양서에서 나온 한기혁 형사입니다”

“오늘 삼능 건물옥상에서 투신한 소영 양 사건 때문에 여쭤볼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일 관련해서 지한 씨도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려는 지한에게도 기혁은 말을 건넸다.

지한은 기혁과 대충 목 인사를 하고 배를 부여잡은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너무 배고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원을 나서려는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지이이잉..


‘거금은행 [입금안내] 07/07 16:53 입금 5,000,000원 ㈜지반’


‘뭐야, 이렇게나 많이 준거야?’


핸드폰위에 알림을 본 지한은 침착하게 다시 핸드폰을 열어 확인해봤다.


‘거금은행 잔액 : 5,047,500원’


‘아닌가, 회장이면 적게 받은 건가?’


지한은 은행 앱을 2번 3번 종료 실행을 반복해 봐도 같은 금액에 걸음을 멈추고 초밥 먹을 생각에 얕은 실소를 뿜었다.

그렇게 병원을 나서는데 장례식동의 로비에 고인표기 led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 여자..!’


옥상에 앉아 있던 소영의 사진이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한 걸까?’

‘..? 근데 내가 형사한테 이름을 먼저 말했었나?’


지한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형사가 맘에 걸렸지만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택시를 탔다.



[병원 13층 복도]


기혁은 특이한 패턴의 팔찌를 만지면서 창가에 서서 병원을 나서는 지한을 응시하고 있다.

팔찌를 만지느느 기혁의 손이 서서히 금속의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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