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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도 막내손자는 못 참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Stay.
작품등록일 :
2023.11.03 16:19
최근연재일 :
2023.12.14 19:4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12,385
추천수 :
6,258
글자수 :
211,779

작성
23.11.24 21:09
조회
11,386
추천
242
글자
17쪽

무신의 가르침

DUMMY

단상의 결과를 바라보던 이든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

아늑한 병실에 들어가 붕대 두른 아들, 게빈을 바라보았다.


“엑스퍼트에 올랐구나.”


게빈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무혼식에서 견줄 자가 없었다. 아그네스의 일곱꽃이라는 그 아이들도 결국은 네 명성을 넘어보겠다고 고집부리며 참가했지. 모든 것이 널 위한 판이었다. 한데.”


이든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왜 베인의 입에서 다른 아이의 이름이 들리는 것이냐?”

“졌습니다.”

“멀쩡해보이는구나?”

“무공에선 제가 이겼지만 승부에서 졌습니다.”

“승부라......”

“제가 가장 자만할 때, 무혼식의 규칙을 영리하게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많이 배워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남 일처럼 얘기하는구나. 내가 분명 너에게 가주님의 선물을 받아오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선물을 대신 막내 동생이 주었으니....”

“누가 막내 동생이야!”


이든이 살기를 흘리자 게빈은 몸을 움찔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지으며 흥분하는 이든을 올려보았다.


“막내 동생입니다. 가주님께서 인정한 직계란 말이죠.”

“나는 집 떠난 망나니를 가족이라 여긴 적 없다.”

“저도 여섯째 아버지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루인의 재능이 직계에 걸맞다고 여겼을 뿐입니다.”

“계속 이 아비를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럼에도 루인이 제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든이 코웃음치며 살기를 거뒀다.


“관심도 주지 말라고?”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이번 무혼식으로 직계는 물론 방계와 다른 가문들까지 루인을 주의 깊게 보겠죠. 그런 자들의 관심까지 막아달라고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하면?”

“그 녀석 덕분에 제가 엑스퍼트에 올랐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제게 깨달음을 안겨주는 교보재가 있는데, 왜 굳이 그걸 부숴야 합니까?”


그러자 이든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네 형은 직계라 하여도 위험한 녀석은 사전에 제거하려 하거늘. 너는 형과 딴 판이야.”

“하하하하! 아버지! 그건 겁쟁이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교보재가 필요 없어지면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게빈이 씨익 웃었다.


“성장하여 증명하고 싶군요.”


이든이 소리 죽여 웃었다.


‘내 아들이지만 확실히 별종이야.’


이든은 다니엘과 비슷하다. 그 위치에 오르고자 수많은 정적들을 제거하고 협박하여 첫째의 위엄을 보였었다. 적어도 라이벌이라 부를만한 존재는 외부에서 견제해왔었다. 하지만 게빈은 다르다.


‘게빈의 재능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다. 벌써 엑스퍼트에 이르렀어. 20살이 되기 전에 마스터가 된다면 현 대륙 최연소란 타이틀까지 거머쥐겠지.’


자신이 가주가 된 이후 다니엘이나 게빈에게 후대를 맡겨, 부자가 아그네스를 거머쥐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 중심엔 언제나 게빈이 있다. 다니엘이 성과를 내도 게빈은 그를 웃도는 재능으로 항상 주목을 받아온다.


‘루인....가주님의 기세를 너무 수월하게 견디기에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무혼식으로 게빈이 강해졌다면 얘기가 살짝 달라진다.


‘....어차피 게빈보다 위에 서지 못한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싹을 제거할 필욘 없겠지.’


동시대에 태어난 또래들 중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게빈.

호탕한 성격에 아그네스의 긍지를 누구보다 착실히 수행하는 게빈이 혹시나 무혼식의 패배로 엇나가진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괜한 기우였다.

게빈은 무혼식에서 한층 성장했다.

지금 녀석을 타고 흐르는 승부욕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무혼식은 거쳐가는 관문에 불과하다.”


무혼식 전부터 누누이 얘기했었다.

이 시험의 진짜 목적을.


“이제 곧 12 무객들이 움직인다. 한 명이라도 포섭한다면 앞으로 후계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겠지.”


하여, 이든은 패배를 크게 질책하지 않고 성장한 게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그 한 명을 베인으로 만들고 싶구나.”

“선택은 제 몫이 아닙니다. 다만, 베인은 저를 유일한 담당 시험자로 지목했죠.”


게빈이 씨익 웃었다.


“베인에게 반드시 무언가를 배워오겠습니다. 지금의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약속입니다.”


이든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아그네스는 재능과 강함을 숭상한다.

12 무객의 수좌인 베인 또한 아그네스의 가치를 흠모하여 머물고 있다.

최고의 재능인 게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


눈을 뜨자마자 검귀가 보였다.


[뭘 멀뚱히 봐.]

“영감?”

[인사부터 해야지, 고얀 녀석!]

“돌아왔구나! 영감!”

[소리치지마, 이놈아! 간 떨어질 뻔했다.]

“귀신이 간이 어딨어, 히히.....윽....”


반가워 몸을 일으키려다 금세 쓰러졌다.


“끄으응. 여긴 어디야?”

[병실이다.]

“병실? 무혼식은?”

[쯧쯧,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냐.]


검귀는 무혼식이 끝난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고 얘기했다. 내가 얻은 깨달음을 갈무리하느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했는데, 성장한 것 치곤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당연하지. 가만히 있질 못하고 주먹을 날려대는 데 가뜩이나 지친 몸이 비명을 지르지 않고 버티겠어?]

“주먹을 날려? 누구한테?”

[가주.]

“아.....가주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누우려고 하는데.....어?


“누, 누구?”

[그 괴팍한 노인네. 아! 옆에는 총관도 있더구나.]

“헉!”


숨이 멎을 것 같은 내게 검귀가 실소를 흘렸다.


[끌끌, 예끼, 이놈아! 그러게 얌전히 깨달음이나 갈무리할 것이지, 뭘 더 얻겠다고 주먹질을 해.]

“크, 큰 실수를 저지른 거야?”

[그 노인네가 널 안고 여기에 데려왔으니, 우려할만한 일은 없을 게다.]

“가주님이 날 안아?”

[네가 퍽 마음에 든 것 같아 보이더구나.]

“괜....찮다는 거지?”

[총관도 좋아했다. 기대 이상으로 숙제를 해냈다면서. 나중에 가서 선물 챙겨와.]


문득, 일권을 펼치면 선물을 주겠다던 총관의 말이 떠올랐다.


“후우. 다행이다. 그런데 가주님과 총관님이 왜 그곳에 있었어?”

[마지막 시험을 지켜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무튼 지나간 일은 신경 끄고 운기 한 번 해보거라. 막히는 곳 있나 보게.]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운기했다.

예전에 막혔던 구간이 뻥 뚫려 있었다.


[일주천이 쉽게 되는 군.]

“나 얼마나 성장한거야?”

[익시드 1급.]

“.........!”

[연혼공 2성만으로 익시드 1급에 오를 수 있었는데, 거기에 흔적까지 되새기면서 엑스퍼트에 오를 발판까지 마련했다.]

“저, 정말?!”

[흔적이 무엇에서 비롯되었지?]

“무결아니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검귀가 웃었다.


[고놈, 제대로 깨달았으니. 좀 더 갈무리하면 엑스퍼트가 머지 않았구나.]

“헤헤.”

[징그럽게 웃지마. 하마터면 욕심부려서 이도저도 아니게 될 뻔했어! 너는 자각이라는 걸......!]


검귀가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 섞인 가르침을 전해온다.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얻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다양한 방식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

쉴 틈은 없었다.

검귀는 밤이 지나가도록 내 깨달음을 명확하게 다듬어줬다.


***


“루인 도련님이 깨어나셨습니다.”


총관이 정중하게 말하자, 제이드와 에이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찾아가도 잠든 루인만 보고 왔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어서 더욱 걱정되었다.

혹여라도 내상을 심하게 입어 혼수상태에 빠진건 아닌가 싶었지만, 총관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얘기했었다.


“몸은 건강하십니다. 당장 내일부터 성벽을 뛰어다녀도 괜찮을 정도까지 회복하셨죠.”

“감사합니다!”


제이드가 고개를 숙이려 하자 총관이 고개를 저었다.


“직계는 함부로 고개를 숙이면 안 됩니다.”


그에 제이드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직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루인이 무혼식의 최후 1인이 되고나서부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전 아버지의 자격도 없습니다.”

“도련님께선 여전히 자신을 낮춰보시는군요.”

“사실이니까요. 총관님의 안목에 저 자신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전 루인에게 그 정도의 재능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무관에 보냈을 때도, 자기 한 몸 지키는 정도만 기대했었다. 그런데 무혼식에 참가한 루인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만 같았다.


“루인을 가르친 다른 스승도 없습니다. 그 아이는 혼자서 그곳까지 올라선 거죠. 다른 누군가를 보고 스스로 깨달아 익시드에 오르다니. 그건 정말 아그네스 답지 않습니까.”


자신이 싫어했던 피가 자신보다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결국, 루인에게 양질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총관의 말이 옳았다.


“도련님은 가문이 미우십니까.”

“예. 밉습니다. 어머니를 버린 이 가문이 증오스러워요. 하지만 다시 돌아왔고, 이젠 루인을 위해서 과거를 내려놓으려 합니다.”


부끄럽고 민망해도 루인을 위한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할 각오였다.


“총관님. 지금 이곳에선 제게 아무 일도 주지 않습니다. 낮은 일조차 직계라고 하여 부담스럽다며 외면하지요. 부디, 루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소개시켜주십시오.”

“제가 말입니까?”

“달리 부탁드릴 분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를 설득하신 총관님이라면 이런 일을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직계라기엔 한없이 자신을 낮추지만, 아들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 집념이 엿보였다.


‘가주님이 도련님과 같았지.’


블레이크도 아버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을 함께 한 총관은 제이드의 마음에서 블레이크를 엿볼 수 있었다.

총관이 흐릿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도련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미 다른 직계들이 가문의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아래로도 직계가 할 수 없는 일투성이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곳, 제가 관리하는 재무부엔 직계와 방계가 없습니다.”


제이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아무리 강한 사람도 먹고 자야 합니다. 돈이 마르면 궁해지고 고고했던 긍지도 거칠어지는 법. 제 밑에서 돈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보시겠습니까?”

“허락해주신다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재무부에 출석하십시오. 도련님을 직계라 보지 않고 서툴다면 매를 들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루인 도련님은 잠시 드릴 것이 있어 내일 집까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오.”


총관이 목례하고 집을 나섰다.


‘뭐든지 할 수 있다라....’


루인의 일권을 떠올린 총관이 미소 지으며 치료실에 들어갔다.


***


다음날, 퇴원하자마자 총관이 찾아왔다.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총관님!”

“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잠깐 저와 갈 곳이 있습니다.”

“어디로요?”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

“본래 무혼식이 끝난 날 포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데, 그동안 도련님께서 치료실에 계시어 많은 일정이 밀렸습니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제이드 도련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상을 준다는 얘기인가?

나쁜 말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아서 난 총관의 뒤를 따랐다.

예의 원판을 밟자 꽃향기 그윽한 화원이 나타났다.

도화원과 달리 운치 좋은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왔느냐.”


무신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가주님!”

“몸이 굳었나? 왜 그리 떨고 있지?”

“제가...혹시 주먹질을.....”


검귀의 대화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얘기하자, 무신은 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때의 일들이 생각나느냐?”

“흐릿하지만 언뜻 기억납니다.”

“가벼운 일권을 뻗었는데, 그 안에 다른 무언가를 담았더냐?”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똑같은 권을 펼치라 하면 무엇을 담을 수 있지?”


깨달음은 이미 내 안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생각나는 모든 것을요.”


그 순간, 내 옆에 선 총관이 어깨를 들썩였다.

무신이 총관을 힐끗 보며 내게 말했다.


“누구에게 무공을 사사했는지 따지지 않겠다. 그것이 네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연원을 추적하는 것이 가르친 자에게 결례가 될 수 있다. 하니, 총관은 약속대로 루인에게 선물을 주도록 하거라.”

“예, 가주님.”


어라?

총관에게 선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무신에게 했었나?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총관은 무신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혼식의 우승자에겐 두 가지 혜택이 있다. 하나는, 보름 뒤에 있을 간별식의 선택권이다.”

“간별식이요?”

“12 무객들이 아그네스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무혼식의 출전자들이 12 무객의 선택을 받아 함께 실전을 치르게 되지.”


아, 그래서 담당관으로 나왔던 거구나.


“무혼식에서 오래 살아남을수록 12 무객의 평가가 높아진다. 그리고 간별식에서 12 무객은 원하는 만큼의 시험자를 선택한다. 반대로 무혼식 우승자는 원하는 12 무객을 고를 수 있다. 설령, 그들이 거절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우승자를 가르쳐야 하지.”

“...........!”

“누굴 선택할지는 간별식 때 네가 정하거라.”


12무객 중 원하는 자를 내가 강제로 선택할 수 있다?

개개인이 대륙에 위명을 떨치는 강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네 소원 중 한 가지를 들어주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며 공손히 물었다.


“소원이라 하시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너 자신을 위한 모든 것.”


남들이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할지도 모를 내용이었다.

무신께 소원을 빌 수 있다니!

세상 그 어느 왕국의 왕이 찾아와도 얻지 못할 기적이다.


[오호, 꽤 크게 나오는 군.]


어쩌면 내가 직계의 후손이라 저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뭐든 말해보거라.”


무기는 필요없다.

아직 밤하늘을 깎아내지도 못했다.

무공도 탐나지 않는다.

아직 검귀가 가르친것도 소화하지 못했다.


[영약이라도 달라고 해라.]


내력을 높이기 위한 최고의 영약......하지만 그게 최선일까?

검귀는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보다 많은 경험이라고 했다.

수많은 무리를 새겨넣어야 엑스퍼트를 단숨에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력이 아니다.

내 그릇을 확장시킬 수 있는 깨달음의 단서다.


“무신지로에서 개울가에 새겨진 가주님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혹, 그것이 끝입니까?”

“개울가......오랜만에 듣는군. 갈증이 심해서 개울가를 거점 삼아 뛰어다녔었지. 하나, 그곳은 거쳐 가는 수련장이었다. 무신지로엔 더 많은 흔적이 남아 있다. 내 젊은 날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럼 무신지로에 다시 들어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무신지로를?”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무신과 총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가주님의 흔적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른 흔적을 볼 수 있다면 이 다음을 나아가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신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빛이 매서워 나는 괜히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흔적이 어디 새겨졌는지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살짝 시선을 피하자, 평소보다 톤이 높아진 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의 네가 볼 수 없는 곳에 새겨진 흔적도 많다.”

“그렇다면.....”

“안내자가 필요하겠군.”


응?


“총관, 간별식 전까지 누구와 약속이 잡혀있나.”

“우선, 내일 미르 왕국의 사절단이 찾아옵니다. 긴히 논의 할 일이 있어.....”

“총관이 각별히 대접하도록.”

“......예?”

“내일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이 생겼다.”

“하오나, 왕이 보낸.....”

“무혼식의 우승자다. 내 입으로 들어주겠다고 약조했는데, 지금 두 번 말하게 만들 참이냐?”


그러자 총관은 수첩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수첩 아래로 보이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송구합니다. 사절단에겐 특별히 양해를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무신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직접 무신지로를 알려주겠다.”


무신이 직접 안내해주면서 흔적까지 설명해주는 깨달음의 장소?

결론이 빠르게 치달은 내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무신은 여느 때처럼 무심히 말했다.


“내 하루를 너에게 주마.”


작가의말

원래 오늘 5연참을 하려고 저번주에 기대해달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제가 지금 손목이 조금 안좋아서.

구상은 다 해놨지만 막상 적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앞으로 연참 약속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최대한 하루하루 연재편 올릴 때, 분량을 조금 더 늘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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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격돌 +14 23.12.11 6,394 166 14쪽
27 격돌 +12 23.12.08 7,175 167 16쪽
26 격돌 +14 23.12.07 7,024 157 15쪽
25 격돌 +7 23.12.06 7,172 146 13쪽
24 격돌 +11 23.12.05 7,860 140 14쪽
23 쟁탈전 +9 23.12.04 8,620 148 16쪽
22 쟁탈전 +7 23.12.02 9,126 161 15쪽
21 쟁탈전 +17 23.12.01 9,729 182 17쪽
20 무신의 가르침 +10 23.11.30 9,745 185 16쪽
19 무신의 가르침 +12 23.11.29 9,791 192 15쪽
18 무신의 가르침 +8 23.11.28 10,293 197 17쪽
17 무신의 가르침 +16 23.11.27 10,755 216 15쪽
» 무신의 가르침 +23 23.11.24 11,387 242 17쪽
15 깨달음 +14 23.11.23 11,038 240 13쪽
14 깨달음 +11 23.11.22 11,022 246 14쪽
13 백인쟁투 +9 23.11.21 11,014 232 15쪽
12 백인쟁투 +5 23.11.20 11,124 201 16쪽
11 무신지로 +13 23.11.17 11,180 223 17쪽
10 무신지로 +10 23.11.16 11,326 231 15쪽
9 무신지로 +6 23.11.15 11,657 212 14쪽
8 밤하늘 +7 23.11.14 11,706 225 15쪽
7 밤하늘 +6 23.11.13 11,680 238 13쪽
6 자격 +11 23.11.10 11,841 247 18쪽
5 자격 +6 23.11.09 12,162 236 17쪽
4 아그네스 +9 23.11.08 12,716 250 18쪽
3 아그네스 +9 23.11.07 13,225 2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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