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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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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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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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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8.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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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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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

DUMMY

영은 가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세상 사람들은 종교를 욕하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종종 이해할 수 없었다. 다 떠나 그녀는 믿음 때문에 그나마 외로움을 이기며 살아왔었다. 물론 그런 그녀 또한 믿음으로도 주체할 수 없이 흔들렸을 때가 있었다. 자살을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영은 아무도 없는 도시에 홀로 서 있었다. 낯선 도시였다. 그녀는 가끔 그 꿈속에서 생각하곤 했다.


'여긴 내가 믹스 에디터 되기 전에 경험했던 도시일까?'


그녀는 다른 인간과 합체된 존재다. 유저들이 다 그러하듯 말이다. 아버지는 그녀를 보며 징그럽다는 시선을 던지곤 했다. 그 시선 안에는 공포도 가끔 섞여 있곤 했다.


믹스 에디터 된 사람들은 에디팅 되기 전의 기억이 없다. 그러므로 그녀도 과거를 기억하진 못했다. 그랬으나 가끔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아버지도 내가 이렇게 변하기 전에는 따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을까?'


하지만 그 답을 알기도 전에 아버지는 자살해 버렸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이해한다.


회색빛 도시를 걷고 있는 그녀는 한 카페에 앉아 쉬었다. 블루 노바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카페였다. 물론 카페 앞은 하얀 원형 탁자와 의자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꿈속에 들어오면 기억나서 기다리게 되는 사람.


하늘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대한 새의 그림자가 빌딩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새는 날아오더니 영의 앞에서 남자로 변했다.


남자는 굉장한 미남이었고 금발이었다. 그는 서양인이다.


검은 두건을 뒤로 젖히자 조각 같은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 서양인은 영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영은 그래서 앉을 때 그에게서 나는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도망가더니, 이제는 기다리는 사이가 되었군."


그는 기분 좋은 저음을 가지고 있었다. 영은 눈을 감고 그것을 음미하며 대꾸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오늘은 또 무슨 개소리를 할 거지?"


세 번째로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스포일러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소개를 주고 받을 시간이 없었다. 왜냐면 영이 도망가기 바빴으니까.


세 번째 이후로도 잦은 만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왜냐면 그는 사이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종교 말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었나?"

"······."


스포일러는 탐색하듯이 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영은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잘생겼지만 독사 같은 그에게 빈틈을 보인다면, 날카로운 독침을 쑤셔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사실 하나를 말해 준다면 너도 최근 생활을 이야기 해줄래?"


"........"


"네가 흥미 있어 할만한 사실이야. "


하지만 영은 대꾸하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스포일러는 탁자 위에 묵직한 책 한 권을 올려놓았다.


"좋아. 넘어가지. 오늘도 성서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서 하는 스포일러의 말을, 영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종교를 받아들이면, 그것은 다가간 만큼 빛을 준다. 그녀는 그것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의지하고 있었다. 악과 선이 있다면 인간은 선을 향해 걸어가야만 하고, 선은 곧 빛이다.


시간이 지난 후 영은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갔고, 그것은 스포일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꿈속에서의 얼굴과 비슷하긴 하지만 느낌이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깨어났다.


노란 눈 안에 있는 흰자위. 그리고 중심의 검은 점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한숨을 쉬며 깨어나는 그는 노란 갈고리 손톱을 가진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분명 그녀는 어딘가에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구슬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간절히 영을 찾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말이다.


스포일러는 피에 잠긴 욕조 안에서 일어났다.



****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몸이 작아지는 것처럼.

나는 움츠리고 집중하고 있어요

나는 정지했어요.


오늘도 어제도, 그 전에도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내 부모님은 음악을 들었죠

아무것도 공유할 수 없는 시간 속에 부모님과 나는 떨어져 있지만

나는 음악을 듣고 있어요

부모님도 그랬어요.


우린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같은 행위를 하고 있어요

우리는 나나나나...나나..


나...


지직..지지직..



영은 주황색 텐트 안에서 깨어났다. 알람을 맞춘 라디오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국은 다 문을 닫아서,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은 녹음테이프였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나디아라는 여자였다. 귀화한 한국인이라는 정보밖에 모른다. 노래의 중반 이후에는 나나나 라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아름답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노래를 쥐고 흔들듯이, 잡음과 함께 이어졌다. 그래서 좀 섬뜩하기도 했지만, 영은 오히려 이런 느낌을 즐겼다.


그녀는 속옷 한 장 밖에 걸치지 않았으므로 이불에서 나와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슈트는 금속 재질로 되어 있었고 하복부부터 턱밑까지 노란색 금속 지퍼를 여닫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옷에서 꺼내 뒤로 늘어뜨리고 라디오를 정지시켰다. 테이프가 늘어날까 봐 아껴서 듣는 편이었다.


텐트 밖을 나오니 주위에 불규칙적으로 세워진 트럭들이 보였다. 그리고 세진의 무너진 텐트도 목격했다.


그녀가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세진에게 눈짓을 하자 세진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무너졌어."

"우리는 학교를 세워두고 왜 밖에서 이러고 자는 거야?"

"여기가 경치는 좋잖아."


옆으로 누워있는 건물들 위로 펼쳐진 일몰을 보니, 그 말을 부정하긴 어려울듯싶었다. 소년과 소녀의 얼굴이 만개하듯이 빨갛게 물들었다.


"내가 변하고 나서 말이야.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태양을 이렇게 정면에서 오래 바라볼 수 있다는 거야."


"그렇군. 라디오 말고 더 필요한 건 없나? 얼마든지 구해다 줄 수 있는데."


영이 세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세진이 중얼거렸다.


"보상을 주고 부려먹는다고 말했잖아."


영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중얼거렸다.

"펜저 파우스트."


"만년필도 아니고,샤프를 사달라는 것과 똑같잖아. 창도 검도 아니고, 왜 그런 장난감을 원하는지 모르겠군."


바람이 불어와서 그림자를 담고 있는 세진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빛을 받느라 영이 바라보는 쪽이 검게 되어버린 세진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영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이 도시를 앞으로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둘은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토마토 케첩과 마요네즈를 같이 바른 식빵을 먹고 삶은 계란으로 배를 채웠다. 마요네즈와 케첩이 결합한 맛은 상당히 취향을 타는 맛이었지만 자극적인 맛을 의외로 영은 잘 받아들였다.


"스토어는 정말 편해. 헬만 지급한다면 마법의 주머니 같아. 그런데 말이야. 그런 스토어로 사 먹는 게 고작 이거야?"


소시지를 든 영이 중얼거리자 세진이 답했다.


"비엔나가 싫으면 그만둬."


거기 사람들은 이제 소시지도 못 먹는다고.


****


아침 식사 후에 세진은 학교 근처를 정비했다. 금이 가고 박살 난 도로를 다시 깔았다. 푹신한 아스팔트로 말이다. 그리고 가로등을 새로 새웠다. 일자 형식이 아니라 아치형의 판을 가진 것들이었다. 인도를 가두기라도 하듯이 검고 우아한 장식을 펼친 것들은 아름다운 색색의 램프를 위에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 밤나무. 사과나무. "


독 기운이 가시지 않은 거리에서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세진은 일단 학교 근처에 가로수를 마구 심었다. 그리고 관심을 돌린 것은 이형적인 식물들을 파는 코너였다.


지구에 원래 있던 식물군과 외형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식물들.


영은 검은색의 소총을 등 뒤로 엑스자 형태로 메었다. 그리고 폭탄과 대구경 탄환이 달린 띠를 허리에 찼다. 거리를 청소하고 오려는 것이다. 휴대폰을 들자 리모트플레이로 조작되는 소형 트럭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랐다. 그 안에는 탄약이 잔뜩 실려 있었다.


명월동은 청소 중이었고, 세진은 아직 더 깊은 지옥을 만들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홀로 돌아다닐 만한 난이도였다.


영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욱 강해져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들을 매단 채 계속 뛰었다. 절그럭절그럭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접힌 개머리판들이 그녀의 몸을 쉴 새 없이 때렸다.


고양이.


길거리를 헤매는 고양이는 쓰레기 차를 뒤지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흔한 방편이다.

영은 쓰레기차 뒤로 튀어 나와 있는 거대한 줄무늬 꼬리를 바라보았다.


다 자란 아나콘다 몸체보다도 굵은 꼬리가 좌우로 흔들거릴 때마다 돌 조각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러다가 끝이 굴러다니는 맨홀 뚜껑에 맞아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흠칫 놀란 것은 오히려 고양이였다.


퍼뜩 머리를 든 고양이는 천천히 뒤로 돌렸다. 그리고 영을 발견한다.


영은 가만히 서서 쓰레기차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타이어는 진작에 찢겨 있었다. 고양이가 요동치며 몸을 빼내자 견디다 못한 타이어 하나가 차에서 빠져나와 도로 위를 가로질렀다.


그것이 옆으로 납작하게 쓰러졌을 때, 고양이는 영의 앞에서 대치했다.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입을 가진 고양이는 노란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는 고양이가 말이라도 걸듯이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보았다. 고양이가 입으로 뿜은 것은 언어가 아니라 하얀 연기였다.


소화기로 분사하듯이 쏟아지는 하얀 가루가 순식간에 사거리를 휘감았다. 그 속에서 영은 연기 바깥쪽에 아른거리는 거대한 그림자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총 하나를 들고 그림자를 향해 쏘았다.


조각상 가게는 졸지에 총알 세례를 받았다. 토르소들이 박살 나고 아그리파 장군이 바닥에 굴렀다. 그리고 육중한 고양이의 발이 아그리파 장군의 얼굴을 밟았다. 깨지는 하얀 석고 조각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영은 사격을 계속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움직이는 그림자를 따라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가 휙 하고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돌려진 상반신을 맞이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부웅 소리를 내며 날아온 꼬리를, 영이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쾅!


나무의 허리가 대신 찢겨 나가며 우지끈 넘어갔다. 그때 고양이가 성이 난 듯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그 소리를 표적 삼아 영은 계속 총을 갈겼다. 그녀의 어깨가 덜덜 떨릴 만큼 격한 사격이었다. 세 개의 섬광이 안개 속을 찢었다. 영은 총을 던졌고 총은 여러 토막이 돼서 바닥에 쏟아졌다.


고양이는 안개 속에서 날뛰었다. 그래서 그 전차 같은 몸집에 부딪힌 물건들이 박살 나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영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무작위로 쏟아지는 공격을 피해냈다. 다행히 고양이는 입으로 불을 뿜거나 눈으로 빔을 쏟아내진 않았다. 육탄 공격이 전부였다.


다만 총알이 잘 통하지 않는다. 얇은 잽처럼 느껴지나 보다.



어떻게 스트레이트를 먹이지?


결국, 그녀는 후퇴해서 지그재그로 달렸다. 고양이는 신이 나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쥐를 잡듯이 날아올라 양발로 쿵 하고 바닥을 찍자 보도블록들이 분수처럼 튀어 오른다. 그리고 비처럼 쏟아지며 영의 머리를 때렸다.


조각은 물론이고 흙들이 엉겨 붙고 잡초까지 매달려, 졸지에 꽃을 단 미친년이 되었다. 그런 상태로 영은 슬라이딩했다.


쿵! 쾅!


소형 트럭 아래로 빠져나간 그녀가 몇 바퀴 더 굴러 뒤로 물러나자 고양이는 장난감처럼 소형 트럭을 헤집었다.


쿵! 쾅!


그때 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휴대폰 안에서 원격 자폭 버튼이 반짝거린다.


쿵! 쾅!


"쿵 쾅."


중얼거린 그녀가 버튼에 엄지를 가져다 대자, 탄약을 실어 놓았던 트럭이 폭발했다. 그 위를 건너던 고양이와 함께 말이다. 탄약들이 고양이의 몸을 찢어 놓고 불타는 트럭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추락하며 나무 위에 떨어진다.


나무는 불타는 트럭을 받아 활활 타올랐다.


영은 휴대폰을 통해 고양이를 죽여 얻은 헬과 재료를 보았다. 그리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떨어져 나간 고양이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길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하수도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뚝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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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영 +2 17.08.24 5,130 6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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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4 17.08.24 8,347 7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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