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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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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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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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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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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683

작성
17.08.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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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1쪽

테러나이트

DUMMY

서구 명월동은 청영의 서쪽 극단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외곽 끝쪽으로 병풍처럼 둘려 있는 산들이 보였다. 안에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었고 말이다. 강과 벌판들이 보였고 짓다 만 아파트가 많았다. 입주해서 당장 살아도 될 것 같은 건물들 속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물론 어제까지의 이야기다.


**


명월동 도로 위를 초록색 스쿠터가 달리고 있었다. 스쿠터에 탄 남자는 헬멧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없었다. 그는 아주 튼튼했다. 여성용 작은 권총이 가진 무기의 전부였지만 강함의 증거로 청영을 이렇게 홀로 누비고 다녔다.


왜 헬멧 안 썼냐고 손가락질할 교통 경관도, 법규도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올백 머리를 유지하며. 양복 차림으로 꿋꿋이 스쿠터를 탔다.


초록색 기운이 감도는 양복을 걸친 남자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잘생기고 깔끔한 인상이었고 손에는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는 고블린이었다.


고블린 스토어 에서도 꽤 높은 위치를 가지고 있는 그는 좀처럼 자신의 사무실을 떠나지 않는 거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은 지크프리트 발뭉이었고 주변인들은 풀네임을 줄여서 그냥 지크라고 불렀다.


물론 생김새는 잘생긴 토종 한국인이었다.


아파트 단지 뒤쪽에서 스쿠터를 멈춘 지크는 거기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뒷짐을 진 채 뒷산을 바라고 있는 세진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크는 붙임성 있는 세일즈맨처럼 세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날씨도 좋은데 뭘 보고 계세요?"

"산을 보고 있어."

"산이라···. 산 좋죠. 산 좋아하십니까?"


"보는 건 안 좋아해. 하지만 올라가는 건 좋을 것 같군. "


둘은 잠시 나란히 서서 산을 바라보았다. 세진이 계속 말이 없자 지크가 먼저 용건을 꺼냈다.


"방문한 용건을 말씀드리자면 말이죠."


"아직 집이 없어서 문이 없어."


"아 예. 다름 아니라 테러로드님께서 도시의 물건들을 일괄 판매하신다는 것 말입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


세진은 지크를 무슨 잡상인처럼 대하듯이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지크는 발끈할 수가 없었다. 테러로드에게 감히 어찌할 엄두를 못 내는 건 둘째 치고. 첫째로 상대는 어마어마한 물건을 고블린 스토어에 팔기로 한 소년이었다.


도시에 나자빠져 있는 시체와 그들이 가진 물건. 거기에는 물론 무기도 포함된다. 게다가 도시 곳곳에 처박혀 있는 금속들과 무기. 식량 의복.. 기계. 자원 등등을 무려 30%나 싸게 스토어에 넘긴다는 것이다. 수거 비용까지 계산하고 제해도 이건 완전히 남는 장사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지크는 대박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어느 터레로드건 간에 이렇게 도시 내의 물건들을 싸게 대량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판매 비용을 가지고 스토어에서 사려고 하는 물건이다.


"테러나이트를 구매하신다고요?"


"......"


"저희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입니다. 테러로드님들은 다 그렇지만 세진님에 있어서는, 앞으로 정말 최고 등급 고객으로 대우해드릴 생각입니다. 이렇게 사게 도시의 물건들을 몽땅 팔아 주시는 거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테러 나이트는 정말 민감한 물건이라.."


세진은 말끝을 흐리는 고블린 앞에서 단호히 말했다.


"도시의 물건들을 싸게 팔아주고. 그 비싼 테러나이트들을 사주겠다는데 그게 불만이야? 내가 무슨 사놓고 쓰다 만 물건을 반품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비를 거는 것도 아닌데, 물건을 싸게 팔고 비싼 물건을 구매해주겠다는데 그게 불만이라서 여기까지 와서 날 귀찮게 하는 거야? 이렇게 바쁜 시간에?"


"........"


'아니 멍하니 산을 바라보고 있었으면서 무슨..'


테러나이트가 무지하게 민감한 물건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하니 지크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 테러나이트를 어떻게 어디에다가 쓸 거냐고 묻는 것도 실례였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세진이 고블린들에게 장부 좀 보자고 하는 것과 똑같으니까.


"대단히 민감한 물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예를 들어 총알도 대단히 민감한 물건이야. 하지만 총알 팔면서 어디에다가 쓸 거냐고 묻는다면 대단한 오지랖이야."


결국 고블린은 한숨을 쉬며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진은 스토어에 주문한 물건들을 받아 볼 수 있었다. 거기에는 트럭 몇 대분의 테러나이트도 끼어 있었다. 검은 상자에 담긴 것은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는 사각형의 금속들이었다.


그것을 본 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트럭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명월동을 돌아다니며 구상한 일을 시작했다. 도시 내의 자원들을 깡그리 팔아 치웠다. 물론 던전 같은 건물들은 그로서도 건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제외한 거의 모든 물건을 팔아치우자, 비싼 물건들을 잔뜩 사고 나서도 헬이 엄청나게 입금되었다.


- 작은 폭포 한 개에 백만 헬입니다.


구매와 결제 버튼을 누른 그는 답답하게 지켜보던 산에다가 폭포를 설치해 버렸다. 아무리 풍수지리상 산을 병풍처럼 두르는 게 좋다고 해도 매미만 울고 괴물들이 뛰어 다니던 산이 불만이었던 탓이다.


덕분이 산이 깎여 나가며 폭포 자리가 만들어졌다. 바위들이 터져나가 아래로 쏟아지자 곡소리가 났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작은 강 하나에 3백만 헬입니다.


스토어에 물건들을 엄청나게 싸게 팔아치워서 그런지 그의 등급은 플래티넘이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세트 할인가가 적용되었다.


폭포 뒤쪽의 뒷산 지역은 분지를 에워싸듯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물을 가둘 수는 있다. 보기에는 그런데 세진은 측량 기사가 아니었다. 강을 주문해도 그게 정확히 얼마만 한 크기인지도 모르겠고 분지 내에 다 들어갈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그냥 질러 버렸다. 물이 넘쳐서 홍수가 나면 그때 가서 보자는 식으로 말이다.


산 뒤쪽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새떼가 날아올랐다. 산속에 있던 몬스터들은 때아닌 횡액을 맞이했다. 시퍼런 물들이 용트림하면서 산을 잡고 흔들었다. 그 울림에 나무들이 뜯겨 나가고 산사태가 일어났다.


자연파괴의 주범이었지만 세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방금 만든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저 정도면 되었군. 여름에는 시원하겠어."


물품들을 기다리면서 세진은 영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학교 벽돌 색깔을 뭐로 하면 좋을까?"


그러자 영은 잠시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벽돌 색깔을 정해서 뭐하는데? 어차피 페인트칠할 거 아니야?“


음 그렇군···.


아파트 단지 앞의 커다란 공터에 학교가 세워졌다. 처음에는 대학교 수준으로 하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아무래도 한눈에 아이들을 관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교 크기는 중학교 정도로 결정했다.


"나중에 증축하면 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세진은 가게에서 파는 물품 중 가장 비싸다는 건축 자재들을 샀다. 원래는 지배계급의 별장을 지을 때나 쓰이는 물건들이 고작 학교 하나에 다 들어간 것이다. 벽돌은 불에 타지 않았고 물에 침식되지도 않았다.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에 강했고 저주도 반사했다.


학교에 붙이는 유리들은 앞에 서서 주문하면 선팅 모드도 되었고 방음벽 역할과 방탄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일자형의 건물은 4층짜리였다. 그런데 7㎞ 지름의 운동장 가운데에 건물 하나만 달랑 있는 것은 좀 쓸쓸해서 뒤에 한 동을 더 지었다. 기숙사 건물도 만들어서 붙였다. 담장은 넓은 운동장을 에워싸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두께 3미터. 높이 3층의 불그스름한 벽은 그렇게 세워졌는데, 공성전이 가능할 것 같은 이유는 위쪽에 돌아다닐 수 있는 통로와 초소. 그리고 총기를 거치하는 장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 쓰이는 트랙을 깔고. 학교 근처에 거인 나무를 심었다. 물론 씨앗을 말이다. 씨앗 한개 한개가 수박만 한 크기였다.


학교 담장 위에 철조망들을 두르고 내부에 감시 카메라들을 설치했다. 그다음은 무기들 적재였다. 무기는 검부터 시작해서 수류탄에 이르기까지 총망라 되었다. 그래서 교실 근처의 창고나 체육관에 꽉꽉 채워졌다.


딱히 화기엄금이란 팻말도 붙이지 않았고 자물쇠도 걸어두지 않았다. 정수기들을 설치하고 유류고를 만들고 매점 같은 것을 고려해서 넣다 보니 편두통이 밀려왔다.


하다못해 매점에서는 햄버거를 주로 팔게 해야 할까? 면을 팔게 해야할까도 엄청나게 고민이었다. 물론 매점용으로 따로 셋팅된게 있겠지만 그런걸 따라 하면 그냥저냥인 매점이 된다. 학교 매점에 들어가서 적어도 샥스핀과 캐비어 정도는 먹어줘야 배가 든든하지 않을까.


"나머지는 천천히 하는 게 좋겠지."


이렇게 중얼거린 세진은 운동장에서 휴대폰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영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최신식 소총을 집어 들고 안전장치를 움직였다. 그리고 멀리 있는 과녁에 총구를 겨누고 사격해 보았다.


아치형으로 탄피들이 튀고 과녁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수류탄은 어디에서 던지게 할 건데?"

"야외에서 던지게 해야지."


세진의 생각에 아파트 단지와 학교를 제외하면 다 쓸데없는 건물들이었다. 일단 불에 약하고 지진에 약하다. 게다가 밖에서 몬스터가 날뛰면 돌담 따위 와르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약간 답답하다는 시선으로 석양을 가리고 있는 주변 건물들을 보았다. 물론 그 안에 있는 놈들이나 거리에서 얼쩡거리는 놈들은 더 답답했을 것이다.


영과 세진은 닥치는 대로 괴물들을 죽이고 다녔다. 길 위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클레이모어를 터트렸다. 후폭풍에 유명한 미술가의 조형물이 박살 나고, 건물들이 벌집이 되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발에 채는 대로 총으로 쏘고 개머리판으로 후려치고. 검으로 찔러 죽이자 사방에 피가 가득했다. 그러다가 새벽이 되자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둘은 공원에 불을 질렀다.


나무들은 쩍쩍 소리를 내면서 잘도 탔다. 비둘기들은 날아오르다가 무너지는 불붙은 나뭇잎 세례를 받고 다시 추락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뛰어다녔다.


손으로 불을 쬐면서 세진과 영은 그런 광경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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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청영 4 +3 17.08.24 2,530 52 11쪽
5 청영 3 +5 17.08.24 2,738 57 10쪽
4 청영 2 +3 17.08.24 3,277 55 12쪽
3 청영 +2 17.08.24 5,126 6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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