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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93,355
추천수 :
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8.25 18:46
조회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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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2쪽

1....

DUMMY

군부대에서 출발한 헬기들이 가득 하늘을 메웠다. 사실 전투기 폭격도 이미 고려한 바가 있었다.


어차피 사전 탐사로 인해 인간들은 던전이라고 부르는 건물들이 폭격으로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완전 소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던전 안에 있는 괴물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도시 탈환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인간이 안심하고 살 영역 확보는 성공하는 것이니까.


"이번에 영상을 찍으면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좀비 박멸의 효시니까 제대로 폭격하는 것이 군 장병 전체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공군 관계자의 브리핑 내용이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리 지금 때가 이래도 시가지에 미사일 폭격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었다.


"자국의 비행기가 사람이 없다고 해도 시가지에 폭탄을 들이붓는 모습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헬기들이 뜨고 독가스가 시내에 자욱하게 퍼졌다. 미리 해독 캡슐을 먹은 군인들이 출발하기 전에 기갑 부대가 앞섰다. 첫 포성이 울렸을 때, 변두리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도심을 바라보고 있던 시민들은 벼락이 치는 듯한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공영방송사들은 전력을 다해 청영을 찍었다. 방독면을 쓴 많은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동원되었다. 전차들이 도로 위를 달렸다. 지프와 군인들이 이동하며 총알을 아끼지 않고 난사했다. 기관총에서 악마의 혓바닥처럼 불이 뿜어졌고 길 위를 배회하던 좀비들은 순식간에 어육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강력하고 두꺼운 장갑을 가진 괴물들은 여러 개의 입으로 독가스를 여과하여 공기를 빨아댔지만, 박격포와 기관총 소사로 인해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전진. 13구역을 향해 전진."

"22구역 정리 완료."

"34번 구역 지금 진입합니다. "

"44번은 깨끗이 청소되었습니다."


병력이 작정하고 달려들자 괴물들도 별수 없었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적들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것이 마치 바보 같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군화와 자동차 바퀴들이 도로 위를 달린다. 그리고 뜨거운 탄피가 아스팔트 위로 쏟아진다.


중무장한 군인들을 태운 탱크가 열차가 멈춰져 있는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 안은 군인 말고도 경찰이나 용병 인력들을 끝없이 집어삼켰다.


내부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불꽃과 사격 소리가 요란했다.


거기에서도 인간들의 승리였다. 하면으로 전체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장성들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



세진은 난지도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원래 거대 백화점들이 모여있던 구역이었는데 수십층의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폭삭 무너져 내린 자리다. 균열을 일으키며 내려앉은 지반에는 그래서 온갖 파편과 쓰레기들이 다 모여 있는 상태였다. 백화점 건물이 무너진 후 쓰레기 차량이나 공장에서 몰래 버린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이곳은 어떤 식물도 구경할 수가 없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스티로폼과 금속 가루가 흩날렸기 때문에 그는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상태였다. 현재 경사를 오르고 있었는데, 지면 위에는 그와 이상한 벌레들뿐이다.


벌레들은 사슴만 한 크기로 금속으로 번들거리는 갑옷을 둘렀다. 마치 새우처럼 더듬이를 양옆으로 길게 뽑아낸 그들은 붉은 눈 안의 불빛을 깜박이면서 바닥을 기어 다녔다. 다행인 것은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녹슨 금속이라는 점이다.


세진은 휴대폰을 들고 뭔가를 찾는 듯 잠시 멈춰서는 행동을 반복했다. 멀리 교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번개가 치는 듯한 도시가 눈에 들어왔지만 정작 그의 관심사는 청영의 중심부가 아니라 지금 찾고 있는 뭔가였다.


무슨 전파라도 수신 받는 듯 휴대폰을 든 손을 멀리 뻗어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는 방향을 잡고 다시 걸었다. 높지 않은 경사의 위쪽 끝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급격히 기울어지는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세진은 눈을 깜박였다.


찾던 것이 예상외로 빠르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거대한 쓰레기 구덩이 위에 있는 상태였다. 반쯤 그림자에 잠긴 구덩이 중심에는 길쭉한 차체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세진은 귓가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대각선으로 누워있는 트레일러를 눈에 담았다.


"찾았다."


***


차는 약간 아래로 기울어져 있었다. 실내는 낡은 커튼이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녔다. 그리고 먼지와 악취가 가득했다. 인간은커녕 동물도 살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영은 이곳에서 수년 넘게 살았다.


그녀는 지금 식탁에 앉아 옛날 신문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신문은 한 귀퉁이가 삭아서 너덜거렸지만 거기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기사가 유독 많았다.


그녀는 카우보이모자를 썼고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스카프로 코 밑을 가렸다. 손목 위까지 올라오는 갈색 장갑을 끼고 있었고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하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부츠에는 두꺼운 금속 징이 박혀 있었다.


얼마 전에 버려진 시체에서 벗겨낸 옷이 바로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었다. 시체는 아마 스트리퍼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신문을 보고 있었지만 소리 내서 읽지는 않았다. 카우보이모자 밑으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가 푸석푸석한 것이,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녀는 신문을 넘기고 있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너무 깡말라서 그런지 십 대치고는 키가 커 보였다.


그녀가 문가로 다가가 문을 열자, 찌그러져 있는 문은 경첩을 뜯어낼 듯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고 언제나 보던 풍경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거기에 추가된 게 하나 더 있었다.


그녀가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리자 크고 아름다운 눈이 드러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 아래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구덩이를 내려오고 있는 것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다. 그는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형광 야구 배트를 들고 있었다. 여기에 야구를 하러 왔다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다.


영은 말없이 문가에 세워놓은 샷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약간 비틀거리며 그것을 앞으로 겨누고 발을 떼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이동함에 따라 둘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영은 총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세진은 가까워지는 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노골적으로 머리 위부터 아래까지 훑었다. 그녀는 키도 크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것 같았다. 그리고 병약해 보였다.


스카프를 목까지 내려서 갸름한 턱선과 오뚝한 코. 그리고 분홍색의 아름다운 입술이 다 드러났다. 세진은 그녀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벙긋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입술 사이로 드러나는 노란 치아를 볼 수 있었다.


"저건 누구지?"

"뭐?"


세진이 손가락으로 트레일러의 뒤쪽을 가리키자 영은 그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짧게 대답했다.


"아버지."

"그렇군."

트레일러 뒤쪽의 창가에는 사람의 머리로 보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세진은 영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면서 그녀를 관찰했다. 그리고 주문한다.

"선글라스랑 모자 벗어봐."


이상하게도 영은 순순히 그가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완전히 드러난 영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병적인 모습이 결합한 아름다움이었다. 세진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이유는 그녀의 표정이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으로 인해 학대받아서 굴절되고 망가진 얼굴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영은 영대로 왜 낯선 이방인의 말에 자신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행동을 하는데도 불쾌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모호한 기분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공포감이랄까. 중압감에 눌리고 있는 그녀에게 세진은 솔직히 말해주었다.


"너는 나를 따라 와야해."

"......"

그리고 그녀를 지나쳤다. 영은 세진이 트레일러로 다가가 뒷문을 여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도 아래로 늘어뜨린 샷건을 다시 들어 올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진이 뒷문을 열자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싹 마른 미라였다. 그녀는 얼마나 그를 여기에 방치한 것일까? 트레일러 내부에 악취가 가득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미라를 본 세진은 말없이 그를 안았다. 그리고 의자에서 떼어내려고 했다.


"뭘 하려는 거지?"

"묻어줘야지."


영은 그가 시체를 트레일러 앞에 묻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시체를 안은 세진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점점 차에서 멀어지는 세진의 뒷모습을 보며 영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에게는 당연히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낯설었고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그를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이곳에 묻으면 묻는 게 아니라 쓰레기장에 버리는 거야. 버리면 안 되지. 땅에 묻어 줘야지."

"······."


그들은 세진이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갔다. 영은 나란히 세진과 걸으면서 그를 힘끔힐끔 훔쳐보았다.


그러다가 질문을 던졌다.


"넌 누구지?"

세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살인마. 쓰레기. 범죄자. 저질.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 최저가 바로 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상황이 난 이해가 되질 않아. 너는 내가 너를 따라나선 이유를 알고 있어?"


그런 질문을 하면서도 영은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우습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세진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잠시 멈춰선 채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이 여자를 가까이에 두고 요긴하게 쓸 작정이었다. 좀 굴리다가 기분이 언짢다고 죽이거나 버릴 대상으로 쓸 것이었으면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귀찮아서 대충 대답해줄 생각은 없었다.


"어떤 범죄자 집단보다 악랄하고 잔인하게 움직이는 곳의 우두머리로 내가 될 예정이다. 그런데 그 집단은 이 도시를 지배해 야해. 그런 입장에서의 나는 밑에서 오른팔이 되어줄 하수인. 살인자가 필요해. 죽이라면 여자든 아이든 망설임 없이 죽이고. 괴물들 사이를 돌아다니라면 돌아다닐 살인자.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악의 앞잡이 말이야. 주택가에 불을 지르라면 군말 없이 지르고. 개처럼 짖으라고 하면 짖는 시늉을 하는 존재가 필요해. 그리고 그게 바로 너다."


그러자 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을 내뱉었다. 멍한 얼굴로 내뱉는 신음처럼 말이다.


"이런 씨발..."


"......"


시간이 지나 세진은 영의 아버지를 땅에 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지금 나 엿된 건가? 라는 표정에 빠져 있는 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는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거야.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너는 그렇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보상을 받는 거다. 뭣하면 계약 관계라고 생각해도 좋아."


"······."


이게 현대사회 속에서 할법한 말인가? 비록 무너지긴 했지만 말이다. 영이 짓고 있는 표정은 세진의 말도 말이지만 현재의 이상한 상황에 순응하고 있는 자신을 향해 있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진은 휴대폰을 들어 금속 표면을 들여다보았다.


- 몬스터들의 레벨이 오르고 있습니다.

- 도시의 경험치가 꽉 찼습니다.

- 도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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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1 17.08.25 1,820 53 9쪽
» 1.... +3 17.08.25 1,888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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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청영 5 +2 17.08.25 2,163 47 11쪽
6 청영 4 +3 17.08.24 2,530 52 11쪽
5 청영 3 +5 17.08.24 2,738 57 10쪽
4 청영 2 +3 17.08.24 3,277 55 12쪽
3 청영 +2 17.08.24 5,126 69 12쪽
2 서문 2 그가 태어나게 된 이유 +5 17.08.24 7,011 80 7쪽
1 서문 +4 17.08.24 8,341 7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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