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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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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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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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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0,683

작성
17.08.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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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0쪽

청영 3

DUMMY

제이의 몸이 아래쪽으로 확 끌려갔다. 억지로 내려 앉혀진 그의 목에 세진의 팔이 휘감겼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제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유저인데도 불과하고 그가 정신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들은 도심으로 파티를 꾸려 나갈 정도의 유저저들이었다. 제이가 농담처럼 제압당하는 것을 본 승희는 획하고 바람 소리를 냈다. 그녀가 한 행동은 바로 몸을 돌려 달아나는 것이다.


좀 예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남자 친구가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는 깡패들 서너명에게 둘러싸였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여자친구가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은 뭘까?


바로 달아나는 것이다. 깡패들 목표가 자신일 수도 있다면 그 목표를 지우는 게 득이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리에서 소리 지르면 놈들을 오히려 흥분시킬 우려가 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거나 덤벼들어 봐야 우매한 짓이다.


남자가 유단자도 아니고 서너 명을 해치우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그러니 반전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이때는 무조건 등을 돌려 달아나 구원을 요청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다. 그러므로 승희도 그렇게 했다. 제이는 파티에서 가장 강력한 자였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 제압당했다. 이런 거짓말 같은 현실에 얼이 빠져 가만히 있는, 멍청한 짓을 승희는 저지르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현명했다.


세진은 차의 문짝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종이쪽처럼 그것을 뜯어냈다. 그는 정말로 힘겨워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이로써 그가 도심을 활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드러났다.


그는 그것을 너무나도 수월하게 집어 던졌다. 그 문짝에 승희가 등을 맞아 쓰러지는 것을 본 중년인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렸다.


'괴물이구나!'


유저든 크리처든 당해낼 수 없는 상대였다. 총을 끄집어내면서도 그는 그것을 직감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세진은 총부리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무리 유저라고 해도 무슨 중장비가 동원된 것 같은 힘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꼴사납게 바닥에 내팽개치는 그는 사방을 살폈다. 그러나 여긴 빈민가였다. 도움을 청해봐야 누가 미쳤다고 구해주러 오겠는가?


"제발! 나는 아내와 아이가 있어! 아이가 둘이나 된다고!"


무표정한 세진이 아저씨 앞에 섰을 때, 엄청난 위기를 감지한 아저씨는 고함을 질렀다.왜 진작에 이런 본능이 작동하지 않은 걸까? 그동안 전투를 하면서 구른 시간이 얼만데 말이다.


소리를 지르는 그의 앞에서 세진이 중얼거렸다.


"재혼하라고 해."


그리고 발로 아저씨의 얼굴을 걷어찼다. 포크레인으로 갈긴듯이 머리가 터져 나갔다. 뇌수가 듬뿍 차에 묻을 때 승희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그녀는 차의 문짝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총질할 생각도 못 하고 있는 그녀 대신 세진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총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쏘았다.


승희의 다리에 피가 튀었다. 나뒹구는 그녀를 향해 걸어간 세진은 총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그녀의 팔다리를 쏘았다. 비명과 함께 피가 사방에 튀었다. 세진은 발로 그녀의 등을 밟았다가 다시 떼었다.


"도망가봐."


그리고서 미친 듯이 기어가려고 하는 승희의 몸짓을 뒤에서 구경했다.


그 필사적인 행위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새삼 인간에 대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이제 인간들은 최소한의 장치인 법의 수호마저 받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눈앞의 여자는 이제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없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호받을 권리도 소멸했다. 인간 사회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부정하든 안 하든 엄연한 현실이었다. 나라도. 정부도. 인간의 존엄성도 이미 없었다.


결국,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열렸다.


강자의 논리는 가장 합리성이 없다. 단지 강하다는 이유로 모든 가치를 짓뭉개고 밟아 버린다. 약육강식은 가장 야만적이었다. 지성을 가진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폭거였다.


인간들은 한순간의 과오로 인해 그들 스스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이룩했던 곳에서 끌어내려져, 결국 진창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법의 저울대가 추락한 마당에, 고삐 풀린 무법지대 안에서 이제 강자들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세진처럼.


그는 그녀를 걷어차 몸을 뒤집어 버렸다. 피와 눈물로 범벅인 승희는 세진에게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그 앞에서 세진은 아까 누군가가 했던 말을 똑같이 들려주었다.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리고서 승희의 입에 총구를 밀어 넣었다. 그녀의 치아가 박살이 나며 사방에 튀었다. 몇 번 아래로 을러대자 뒤통수가 쿵쿵 바닥에 부딪혔다.


****


제이가 정신을 차린 것은 몇십분이 흐른 뒤였다. 신음을 내며 힘겹게 눈을 뜨는 그의 옆으로 뭔가가 떨어져서 굴렀다.


"헉? 아윽?"


제이는 심장이 멎는 기분으로 자신의 볼 옆에 떨어진 것을 바라보았다. 그 물체는 바로 몸에서 뜯어낸 승희의 머리였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때 세진의 발이 승희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콰직!


박살 난 머리 파편이 제이의 얼굴에 따갑게 튀었다.


"아아악! 아아악! 안돼! 아아악!"


세진은 울부짖는 제이의 몸에 장난처럼 총질했다. 그의 저항은 소년의 손짓 앞에서 간단하게 무시되어 버렸다. 과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때의 느낌. 손에 느껴지는 진동을 음미하며, 실컷 제이의 몸에 총질한 세진은 마지막으로 제이의 목을 밟아서 죽였다.




*******



"진영."


진영은 신문을 보고 있었다. 테러로드인 그가 자주 하는 일은 자신의 던전 안에 처박혀서 이렇게 신문을 보는 것이었다. 활자를 보고 느끼고. 다 본 후에, 같은 신문이라도 하나는 비닐에 씌워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가위로 오려 스크랩 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면 반나절은 후딱 지나 가버렸다.


그는 대구쪽의 테러로드였다.


"진영."


"듣고 있다."


가위를 조심스럽게 신문지에 가져다 대는 진영은 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연락해온 것은 대전 지역의 테러로드였다. 그는 동족에게 참견하기를 좋아했다. 상대가 귀찮아하든 말든 말이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했다."


"듣고 있다. 말해."


직사각형으로 자르는 게 중요하다. 직사각형. 직사각형의 직선은 집중에서 나온다. 진영은 가위를 들고 직선을 만들려 집중했다. 그러면서 가위가 내는 사각사각하는 소리를 귀로 음미하며 즐겼다.



"청영에서 테러로드가 태어난 것 같다."


말없이 기사 하나를 자른 진영은 가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커피잔을 들었다. 뜨거운 커피는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뭐? 화환이라도 보내자고?"


"청영을 최근에 위성관측으로 봤는데 말이야."


"그런 것 좀 그만해라.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 누가 위성으로 네 집을 훔쳐보면 넌 기분이 좋겠어? 그놈의 오지랖 좀 집어쳐. 이 스토커 같은 놈아."


"소환체가 1000이 안 되는 것 같다."


"......."


여기에서 진영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가위를 집어 들려던 손을 다시 내려놓았다.

천 개체가 안된다고?


"프로토콜로 확인해 보면 2000이 안 되는 건 확실하다. 게다가 노이즈를 보면 어쩌면 1000이 안될 수도 있어."


"2000이 안돼도 대단한 건데."


1000이 안된다는 말을 흘려들으면서 진영은 턱을 계속 쓰다듬었다. 도시가 생존을 위해 소환하는 개체 수는 소환대상의 강력함에 의해 좌우된다. 소환대상이 강하다면 같이 소환되는 친위대의 수가 그만큼 줄어든다. 강한 만큼 초반에 보호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2천 명이 안된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이천이 안 되는 친위대를 거느린 테러로드라면 국내. 아니 아시아에서도 많지 않다. 진영은 천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흘려들어 버렸다. 천명이란 숫자는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물론 여기 있는 진영도, 연락해온 대전쪽도 설마 청영에서 세진이 단신으로 출현했을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단 한 명이 지금 태어나 돌아다니고 있다.


테러로드가 태어나면 일정 기간 도시는 결계에 갇힌다.


"청영에 군인들이 몰려들고 있잖아. 뭐 좀 해보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도시가 일부러 힘을 숨긴 게 아닐까? 이천 개체 정도면 어마어마한 힘이야. 청영이 그 정도의 힘이 있는 도시였나? 아니면 개체를 잘 잡은 건가?"


"이번 테러로드는 강력한 존재가 확실하다. 나는 네가 멋모르고 청영에 난입할까 봐 걱정이 돼서 연락한 거다."


"······."


저기 남의 도시에 멋대로 망원경을 들이미는 게 실례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지···. 라는 말을 입안에서 집어삼키며 진영은 대화를 계속했다.


"그래서 그놈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데? 마구 학살하고 다니나?"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서 물어 본 것이었다. 진영은 초기에 으레 테러 로드들이 하는 것처럼 마구 날뛸 것으로 생각했다.


상대는 그것까지는 알 수 없는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대답했다. 아무리 오지랖이 넓어도 스캐빈저를 남의 도시에 보낼 정도로 개념 없는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갓 태어나 힘이 넘치는 마당에 혈기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 눈에 보이는 대로 죽이고 다니고 있겠지."



"거기 변두리에 몰려든 인간이 밀집되어 있을 텐데. 그 앞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겠군. 피로 목욕을 하면서 말이야."




그 시간 세진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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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1 17.08.25 1,820 53 9쪽
9 1.... +3 17.08.25 1,888 54 12쪽
8 개에게 물어보면 될 일 +4 17.08.25 2,027 54 10쪽
7 청영 5 +2 17.08.25 2,163 47 11쪽
6 청영 4 +3 17.08.24 2,530 52 11쪽
» 청영 3 +5 17.08.24 2,739 57 10쪽
4 청영 2 +3 17.08.24 3,277 55 12쪽
3 청영 +2 17.08.24 5,127 69 12쪽
2 서문 2 그가 태어나게 된 이유 +5 17.08.24 7,012 80 7쪽
1 서문 +4 17.08.24 8,343 7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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