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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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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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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683

작성
17.08.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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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청영 4

DUMMY

- 톡톡 튀기는 극강의 레모네이드. 얍삽한 사이다.


천연 그대로의 탄산수의 맛과 혀를 지지는 고압전선이 만나 스크류를 돌리는 바로 그 맛

한 컵에 4천500원.


-울트라 믹스 콜라.


코카인 원액 바로 그대로의 맛. 뼈가 녹고 살이 흐물흐물 녹아 썩어 문드러지는 바로 그 맛! 3천 200원.



"........"


세진은 어두운 지하 피시방에 와있었다. 천장 인테리어를 하다 말았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게 컨셉인지 전선들이 철봉 아래로 잔뜩 늘어져 있었다. 간혹 선들 사이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위층에서 물이 새는지 물방울이 뚝뚝 아래로 흘러내렸다. 곰팡내는 덤이었다.


현재 세진은 빛을 발하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고민 중이었다. 원격주문으로 시키는 메뉴 때문이다. 방금 그는 간식으로 만두와 라면을 동시에 결정했다. 먹는 것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쪽저쪽 다 끌린다 해도 둘 다 시키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음료수는 달랐다. 두 잔은 너무 많고 섞어서 마실 수도 없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데 둘 다 맛을 모르리 섣불리 고르기가 힘들었다.


몸을 사장님 의자에 푹 파묻은 채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 있던 사장님이 걸어왔다.


막길수. 43세의 아저씨로 장발과 잘 어울리는 후줄근한 운동복과 삼선 슬리퍼가 언제나 함께했다.


유저 삼인조를 죽이고 돈을 턴 세진이 향한 곳은 홍명상가의 지하 피시방이었다. 손님이라곤 언제나 그뿐이었는데, 사흘째 머무는 세진은 막길수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막길수는 언제나 심심했기 때문이다.


"학생 왜그래? 뭐 고민되는 거라도 있어?"


지금 청영에 문을 연 학교가 없을 텐데 막길수는 세진보고 언제나 학생이라고 불렀다.


"음료수가 고민이야."


세진의 반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며 막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쪽 머리를 뒤로 젖히더니 자연스럽게 세진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마른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툭툭 건드렸다.


막길수의 말상의 대충 생긴 남자였다. 몸도 그냥 마르고 길쭉길쭉했다.


"둘 다 탄산음료라 큰 차이는 없어. 하지만 한쪽은 백인이고 한쪽은 흑인이야."


"........"


"둘다 광고비를 받고 소설도 써줬었는데.."


"광고비?"


"예를 들어 영화에 참치통조림 이름이 나오면 광고 효과가 있잖아. 사이다랑 콜라도 그래. 내가 한때 소설가로 잘 나갈 때 그 회사들이 광고비 줄 테니 음료수 이름을 내달라고 했다니까. 그래서 냈는데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도용으로 나를 몰아갔어. 단어를 쓴 게 죄라는 거야. 그래서 주홍글씨 낙인찍고 망해 버렸지 뭐.


입소문이 무섭더라고. 나는 몇억 빚을 졌어. 왜냐면 계약서에 일정 횟수. 조회수 내내 상품명이 명시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기로 했거든? 그래서 중국 흑사회에게 내가 사채빚을..."


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흘째 생각하는 거지만 막길수의 허풍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중 가장 압권이었을 때는 판검사 되기 직전에 세상이 뒤집어져서 사법고시 다 패스한 게 공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낮잠 자다가 예비군 훈련을 연속으로 못가서 결국 벌금형을 받고 전과 1범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의 말을 끊고 세진이 물었다.


"소설 이름이 뭐였는데?"


"즐거운 사라라고 말이야. 사라가 나와서 막 즐거워 하는 게 있어. "

"왜 즐거워 하는 건데?"


"그냥 이유 없이 막 즐거워 하는 거야. 이유는 딱히 없어."

"......."


"즐거워 하면서 막 운동장을 뛰어다녀. 갈지자로 말이야. 그게 끝이야."


세진은 그냥 사이다를 시켰다. 그리고 막길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우자, 보던 화면을 계속 보았다. 도시는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진은 청영을 계속 살게 해야만 했다. 도시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결론은 그건데,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그의 자유였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고 해도 된다.


변두리에 와서 그가 한 행동은 인간들을 죽이는 것도 아니었고 혹시 자신을 알아보는 인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아니었다. 무기를 사는 것도 아니었고 쾌락을 탐하지도 않았다.


그냥 지하 피시방에 틀어박혀서 계속 뉴스 등을 보았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해적 방송들과 가끔 제대로 활동하는 정규방송들을 보았다. 동영상 강의. 리포터 뉴스. 다큐멘터리. 그 안에 전쟁. 사랑. 인간들. 폭동. 방화. 역사. 쏟아지는 의문들. 테러와 공항상태 등등 모든 게 있었다.


좀비들에 대해 많은 과학자가 이야기했다.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학자가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들의 의견은 서로 상충하기도 했고 결렬한 대립을 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야한 동영상까지 봤다. 그냥 볼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보되 소식 위주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산불이 난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았다. 어떤 인간들은 악마처럼 낄낄대며 댓글로 농담을 하고 있었다. 영상 안에서는 사람들이 불타 죽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내려오는데 밑은 조롱과 웃음 대잔치였다.


타국에 지진이 나면 많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야한 동영상 안에서는 인간들이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심지어 동물들과 그 짓을 하기도 했다.


막길수는 사흘 내내 세진이 보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학생의 취향이 뭔지 정확한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문한 거 가져왔다. 그런데 뭘 보는 거야?"

"나치 학살 동영상."

"그..그런것도 있었냐?"

"일본인들이 난징에서 중국인 목 베기 경기한 동영상도 있어."

"야. 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총 난사하고 막 그러지 마라."


먹는 김에 막길수도 세진의 옆자리로 와서 음식을 먹었다. 비록 곰팡이 냄새가 나는 피시방이었지만 은박지로 만든 그릇에 담긴 라면은 일품이었다. 노랗고 구불구불한 면은 뜨겁고 탄력이 있었다.


국물은 맵고 얼큰했다. 세진은 만두를 라면에 찍어 먹었다. 라면 맛이 만두를 이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만두의 고기 맛이 라면을 이겨 버렸다. 그래서 그는 라면을 먼저 먹고 만두의 풍미를 마지막에 즐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막길수는 소주를 가져와서 세진의 옆에서 마셨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외롭다며 훌쩍거렸다.


"그때 선을 봤을 때 장가를 갔어야 하는 건데. 역시 어른들 말 들어서 나쁠 게 없어. 지금처럼 세상이 엉망이 될 줄 누가 알았냐고. 이럴 때 마누라 하나 있었으면 그 얼굴 보며 살기라도 하지. 혼자니까 막막하다 야."


술타령하는 막길수 옆에서 세진은 계속 뉴스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정보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다 간혹 모니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곤 했다.


어쨌든 이렇게 보면 그냥 평범한 소년의 얼굴이었다. 눈매가 좀 매섭다는 것만 빼면 그냥 한국인 소년이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던 세진은 막길수가 옆에서 하는 트림 소리를 듣고 나서야 스크롤 바를 움직였다.


"인스턴트 너무 먹지 마라. 그거 평범한 인스턴트가 아니야."

"......."


"도시 밖에 농사지을 땅이 없어. 괴물들이 득실거리거든. 그런데 어디에서 음식이 조달되는 걸까? 대체 쌀들이 어디에서 쏟아져 나오지? 전기는? 수도는? 이상한 프로그램들이 공급하고 있다고. 어느 누가 거기에 독을 타는지 바이러스를 타는지 우리게 알게 뭐야. 그러니까 음식도 많이 먹는 게 좋은 게 아니라고."


한참 주정을 하던 막길수는 결국 키보드 위에 엎어져서 잠이 들었다. 세진은 다 식은 국물에 만두를 적셔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거리자 만두피가 터지면서 안에 든 고기들이 육즙을 뱉어냈다. 그리고 라면 국물과 함께 혀 위에서 춤을 추었다.


코를 고는 막길수를 뒤로한 그는 낡은 프린터 기계 앞으로 가서 종이들을 왕창 뽑아냈다. 거기에 적인 글자들의 크기는 개미 머리나 깨알과도 비슷했다.


물에 젖은 피시방 계단을 오르며 세진은 상의 주머니에 종이 뭉치를 접어서 쑤셔 넣었다. 글자 칠이 벗겨진 문을 열자 어둑어둑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낮은 기온 탓에 외투를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홍명상가는 먹자골목과 이어진 곳으로 전자상가가 밀집된 곳이었다. 재개발 중에 벼락을 맞은 탓에 부서지거나 짓다 만 건물들이 가득했다. 검게 그을린 벽을 드러낸 시멘트 상자들이 철골을 삐죽빼죽 드러낸 채 이리저리 쌓여 있는 모양새였고, 그 사이사이를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메꾸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철제 계단들이 가파르게 설치되어 손님들을 받는 중이다.


군부에서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 지역을 떠나길 권고했지만, 주민들은 말을 듣지 않는 듯하다. 하긴 괴물들을 생각하면 천 조각이 나부끼는 텐트보다 단단한 시멘트벽이 안정감을 주는 거겠지.


하얀 형광등들이 빛을 밝히는 가게들을 빠져나오자 먹자골목이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솥 안에는 순대 같은 것 대신 이상한 형체들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식칼을 손에 든 아주머니들은 한결같이 외쳤다.


"사람을 먹은 고기가 아니에요. 깨끗합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이게 오히려 안전해요! 식약청 말을 믿지 마세요!"


펑!


그때 요란한 뻥튀기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런 소음에 이골이 난 듯 장사꾼들은 움찔하지도 않았다. 눈깔사탕을 든 아이만 놀라서 사탕을 떨어뜨렸을 뿐이다.


아이가 엉엉 우는데 세진은 다가가 사탕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으로 흙을 털어주었다. 다행히 흙이 묻은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준 그는 먹자골목을 빠져나갔다. 음식 냄새뿐만이 아니라 지분 냄새나 싸구려 로션 냄새가 가득한 그곳을 말이다.


그는 여인숙에 자리를 잡았다. 장미여관은 폭이 좁은 2층짜리 여인숙이었다. 이 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좁은 곳에 요란한 무늬가 가득한 방이 드러났다. 거기에는 달랑 침대 한 개와 세숫대야밖에 없었다.


세진은 종이 뭉치를 상의에서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


폭이 좁은 침대 위에는 신문지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어떤 기계를 분해한 듯이 작은 부품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종이 뭉치는 그것들을 조립하는 순서들을 적어놓고 있다.


세진은 침대 위에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작은 나사들과 기판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종이 뭉치에 적힌 순서를 보며 다시 조립을 시도하는 그였다.


가끔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는데, 어쨌든 기계 부품들은 점점 서로에게 모여들면서 전보다 더욱 큰 형체를 이루어 나갔다.


진행 속도를 보니 머지 않아 기계가 완성될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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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영 4 +3 17.08.24 2,532 52 11쪽
5 청영 3 +5 17.08.24 2,743 57 10쪽
4 청영 2 +3 17.08.24 3,279 55 12쪽
3 청영 +2 17.08.24 5,130 6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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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4 17.08.24 8,347 7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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