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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8,353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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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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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0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8)

DUMMY

“그만 일어나시게”


애드문드는 등대지기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술집 2층에 있던 침대에서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몽롱한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다 왼손에 묵직함을 느꼈다. 그곳에는 아합이 누워 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왼팔을 뺐다. 침대에서 나온 애드문드는 자신의 옷을 입고 무기를 허리에 찼다. 온몸에 뻐근함을 느꼈다.


“하암”


자신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아직 졸리는가?”


방 밖에서 기다리던 등대지기가 물었다.


“아니, 괜찮다. 몸이 조금 뻐근한 것 말고는 말이야.”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하네”


등대지기의 말에 애드문드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이제 곧 해적왕과 대면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의 몸은 즉각 반응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등에는 식은땀이 났다.


“알겠다.”


“긴장을 안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네.”


등대지기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애드문드는 일 층으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자신의 무기를 꺼내 손질하기 시작했다. 행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보고 또 봤다.


사실 그에게 있어 가장 준비가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마음의 준비가 아직 완벽하게 않았다.


해적왕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보다 그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컸다. 가늠할 수 없는 적이자 이 섬의 절대자였다.


“아이는 어떻게 할 건가?”


“아이? 아 아합말이군. 뭘 어쩌겠어. 당연히 놓고 가야지 데려가면 짐만 될 뿐이야. 행여나 일이 잘못돼서 내가 죽는다면 당신이 좀 맡아 줘”


“그건 저 아이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애드문드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아합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와 씨! 깜짝이야! 넌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같이 갈 거예요.”


아합이 말했다.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같이 갈래요.”


“그냥 여기에 있어.”


“싫어요.”


아합은 고집을 부렸다.


“내 말 들어라”


“같이 갈래요...”


애드문드가 위협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아합은 끝까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하하! 정말 특이한 해적이군. 당신 정말 해적 맞소?”


등대지기가 웃었다.


“당연하지!”


“어떤 해적이 자신의 노예한테 그런다는 말이오? 특이한 사람이군!”


“그러든 말든!”


“재미있는 사람이군. 행운을 빌겠소.”


“흥, 행운을 빌든 말든! 그리고 너는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발목을 붙잡는다면 그대로 버릴 거다! 알겠냐?”


“네!”


“이제 슬슬 나갑시다.”


셋은 밖으로 나왔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개가 다 사라졌잖아?”


애드문드의 말대로 섬에는 안개가 완전히 사라져 시야가 확 트여있었다.


“해적왕이 왔다는 증거일 거요.”


등대지기가 말했다. 애드문드는 사방을 둘러봤다.


“잠시만! 그럼 해적들은? 그들이 나를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 텐대?”


“그들은 이미 동굴에 가 있을 거요. 해적왕이 오니까.”


“그 동굴로 오는가?”


“동굴을 가본 적 있소? 의외군, 해적 중에 동굴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을 텐대?”


“노인이 그곳으로 오리를 초대했었다.”


“음...”


그들은 텅 비어 버린 해적들의 마을을 지나 미로 같이 얽혀있는 주거지역의 옆길로 빠져 길의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빙 돌아 반대편에 있는 동굴 입구로 들어갔다. 통로를 지나 거대한 공간이 있는 곳이 가까워지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부터 그들은 천천히 걸어 안이 살짝 보이는 곳에서 멈춰 몸을 숨기고 안을 살폈다. 거대한 공간에는 이 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모여있었다.


해적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총과 칼을 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마!”


해적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사실 그들에게 다가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이 섬의 전부라는 착각에서 깨어나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자신들보다 곱절로 많은 사람이 자신들도 모르게 이 섬에서 같이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 보였다.


해적들을 보살피던 섬의 진짜 주민들은 당황하지 않고 그저 멀찍이 떨어져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무기를 거둬라! 이제 조금 있으면 해적왕께서 올 것이다! 그때까지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은 죽는다!”


군중들 속에서 큰소리를 치며 한 노인이 앞으로 나왔다.


“모두 무기를 거둬라! 내가 아까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말을 못 들은 것이냐?”


경비병이 말했다.


“경비병은 알고 있었군”


애드문드가 속삭이며 말했다.


“경비병은 감시자이면서 관리자나 마찬가지오.”


등대지기가 대답했다. 동굴 안은 경비병과 노인의 등장으로 잠잠해졌고 해적들은 무기를 거두었다.


“배가 들어온다!”


그때 누군가가 애드문드가 있는 곳 반대편에서 소리쳤다.


“드디어 오는 건가?”


애드문드가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을 타고 안개도 함께 들어왔다.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등대지기가 말했다.


“소문?”


“안개를 몰고 다닌다는 소문 말이야.”


안개는 빠르게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갑자기 안개가 들이치자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그들은 두려운 경외감을 느꼈다. 그로 인해 동요는 안개보다도 더 빠르게 사람들 사이에 퍼져갔다.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고 더러는 반사적으로 무기를 집어 든 자도 있었다.


둥 둥 둥 쾅


동굴을 흔드는 북소리와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에 날카로운 칼끝을 가져다 댄듯한 위협을 느꼈다.


이는 포식자를 만난 피식자들이 느끼는 위협이었다. 식은땀이 나고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본능은 그들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이 섬 안에서 자신들이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북소리가 점점 커지고 빨라지며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몸을 떠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둥둥둥둥둥 쾅


북소리는 절정을 찍고 잠시 멈추었다. 동굴 안에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때 안개가 순식간에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을 가득 채운 욕조 밑바닥에 구멍을 낸 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안개는 한 사내의 몸 뒤로 모두 사라졌다.


그는 키가 족히 이미터는 넘어 보였고 떡 벌어진 어깨와 큼직한 손과 발을 가진 거인이었다. 얼굴은 검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어 입을 가렸고 움푹 들어간 눈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려주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나찰같이 생긴 두 명의 거대한 사내들이 서 있었다.


“므겐진!”


애드문드가 말했다.


“그럼 반대편에 있는 자는 르겐진이겠군”


등대지기가 말했다.


“헌데 당신은 왜 숨어있는 거요? 저들과 같은 편이 아니었나?”


“같은 편? 저들에게 그런 게 어디 있소? 아마 당신이 나와 같이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소. 이 섬에는 비밀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애드문드는 의심이 많은 자였다. 살아온 환경 탓일 수도 있었고 어쩌면 원래 그런 성격일 수도 있었다.


그는 등대지기의 말이 완벽하게 납득가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그걸 왜 나한테 묻소? 분명히 나는 해적왕에게 인도만 해준다고 했잖소?”


“크아아아”


등대지기와 애드문드가 잠시 다투고 있을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너무 커서 동굴 전체를 흔드는 것 같았다. 소리는 해적왕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기분이 좋다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내는 고함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죽을 때 내는 소리 같았다.


해적왕의 몸이 두 동강 났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 안에서 해적왕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자신들의 눈앞에서 일어나 일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해적왕은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는 고통을 밖으로 분출하려 입을 한 번 더 벌렸지만, 소리는 지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몸이 아닌 그의 목이 몸과 분리되었다. 그의 커다란 머리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람이 한 명 보였다. 부러진 검으로 해적왕의 목을 벤 그는 검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내가 해적왕을 죽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해적왕이다!”


검사는 소리쳤다. 동굴은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아직 서 있는 해적왕의 몸을 발로 밀어 넘어트리며 그의 시체 위에 올라섰다.


“뭐지? 검사?”


“해적왕이 죽은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잠깐이 정적이 지나가자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해적왕의 죽음은 혼란을 가져왔다.


검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저 녀석을 죽이면 해적왕이 되는 건가?”


그때 해적 중 누군가가 외쳤다.


“그런가?”


“저 녀석을 죽여라!”


해적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기를 빼 들고 검사에게 돌진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해적왕의 거대한 몸집과 악귀같이 생긴 얼굴에 겁을 먹고 벌벌 떨었지만, 검사에게는 자신감 있게 돌격했다.


그들을 보던 검사는 손에 쥐고 있던 부러진 검을 땅에 떨궜다.


“아...역시 재미없어”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해적왕의 시체 위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해적들은 이제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의 검은 검사에게 닿지 못했다. 므겐진과 르겐진이 검사 앞을 막고 섰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해적들을 자신들의 철퇴로 뭉개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달려오던 해적들의 발이 멈추고 다시 뒷걸음질을 쳤다.


“뭐야...왜 갑자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므겐진과 르겐진은 조용히 돌아 검사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해적왕이시여!”


노인의 목소리였다. 노인은 양옆으로 갈라져 해적들을 지켜보던 군중들 사이에서 나오며 말했다.


“해적왕? 저 검사새끼가?”


해적 중 한 명이 말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검사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다른 군중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기 시작하여 결국 해적들만 서 있는 모습이 되었다.


“흥이 떨어졌다. 놀이는 여기까지다. 지금 당장 가서 등대지기라고 사칭하는 녀석을 잡아 와라! 그 한 놈 때문에 모든 게 다 망가졌어!”


검사는 화가 잔뜩 난 듯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므겐진과 르겐진 그리고 해적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일제히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 누구도 섬 안에서 안개 속으로 숨을 수 없었다. 그들은 더는 길 밑으로 숨어다니지 않고 흩어져 등대지기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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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9) 21.01.29 30 0 13쪽
» 50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8) 21.01.25 41 0 12쪽
49 49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7) 21.01.22 33 0 15쪽
48 48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6) 21.01.17 33 0 15쪽
47 47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5) 21.01.17 33 0 14쪽
46 46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4) 21.01.11 36 0 16쪽
45 45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3) 21.01.08 30 0 16쪽
44 44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2) 21.01.03 38 0 16쪽
43 43화. The Colosseum in 아덴 21.01.01 32 0 16쪽
42 42화. 바다 위에서 펼쳐진 인형극(1) 20.12.28 36 1 14쪽
41 41화. 밝게 빛나는 북극성이 보이는 길 20.12.25 40 0 16쪽
40 40화. 꿈의 시작점 20.12.21 36 0 14쪽
39 39화.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 신 20.12.18 35 0 13쪽
38 38화. Happening in 다마스쿠스(3) 20.12.14 35 0 15쪽
37 37화. Happening in 다마스쿠스(2) 20.12.11 33 0 13쪽
36 36화. Happening in 다마스쿠스(1) 20.12.07 34 0 15쪽
35 35화. Arrival to 다마스쿠스(2) 20.12.04 35 0 14쪽
34 34화. Arrival to 다마스쿠스(1) 20.11.30 35 0 12쪽
33 33화. 목적지 : 다마스쿠스 in Chaft & Arrival to 다마스쿠스 20.11.26 41 0 14쪽
32 32화. 목적지 : 다마스쿠스 in Chaft & History 20.11.23 39 0 19쪽
31 31화. City 폴그란(6) feat. Roaders(2) 20.11.20 48 0 17쪽
30 30화. 목적지 : 다마스쿠스 in Chaft(8) 20.11.15 41 0 16쪽
29 29화. City 폴그란(6) feat. Roaders 20.11.13 41 0 14쪽
28 28화. City 폴그란(5) 20.11.09 76 0 12쪽
27 27화. 목적지 : 다마스쿠스 in Chaft(7) 20.11.06 41 0 16쪽
26 26화. City 폴그란(4) 20.11.02 39 0 14쪽
25 25화. 목적지 : 다마스쿠스 in Chaft(6) 20.10.30 43 0 16쪽
24 24화. City 폴그란(3) 20.10.26 44 0 18쪽
23 23화. City 로크엔(2) 20.10.23 43 0 13쪽
22 22화. City 폴그란(2) 20.10.18 50 0 14쪽
21 21화. City 로크엔(1) 20.10.16 46 0 15쪽
20 20화. City 폴그란(1) 20.10.12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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