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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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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59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6 12:00
조회
1,102
추천
27
글자
8쪽

제3장.

DUMMY

- 7 -


구인호는 자신의 리드에 고개를 젓는 정유진을 보고 의아해했다.


‘첫 타자에 볼카운트가 몰린 것도 아닌데······.’


구인호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정유진이 굳이 리드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다른 선수면 모를까 정유진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서 구인호는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몸쪽 패스트 볼?’


정유진은 좌타, 우타를 떠나 몸쪽으로 바짝 붙는 공을 주문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구인호는 마운드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아?”


“아니, 전혀요.”


“왜 그런 건데?”


“몸쪽 공이....”


“그래, 계속 몸쪽 공 사인만 보내면 고개를 젓더라.”


“몸쪽 공 빼고 그냥....”


“연습할 땐 잘만 던지더니 왜 그래?”


구인호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연습 투구에서는 몸쪽 바깥쪽 가리지 않고 구인호가 주문하는 대로 공을 꽂아 넣었던 정유진이다.


“모르겠어요. 몸쪽으로 붙이려고 하면 이상하게······.”


정유진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닫아야 했다. 몸쪽 공만 던지려고 하면 가슴에 쿡쿡 쑤시는 통증이 온다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어서였다.


“알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몸쪽 리드는 하지 않을게.”


정유진은 구인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새가슴도 아니고······.’


인코스 공략을 못 해서 가장 답답한 건 역시 정유진이었다. 구위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데 그 좋은 공을 몸쪽에 붙여서 던지지 못하는 당사자의 마음이 타들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포수 구인호 선수가 마운드를 방문하고 오는군요. 위원님 오늘 정유진 선수가 여러 번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구인호 선수와 호흡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


< 좋은 지적이십니다.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오늘 두 선수 간에 의견이 다소 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 그렇습니다만, 정유진 선수의 오늘 투구 내용을 보면 크게 문제가 될만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


< 구위도 좋고, 제구도 좋아요. 실투로 보이는 공도 없었고요.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유독 공이 바깥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 아~! 그러고 보니 그동안 정유진 선수가 보여줬던 몸쪽 승부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


< 그렇긴 합니다만 정유진 선수의 공 자체가 지닌 그 구위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사실 로케이션이 인 코스냐 아웃 코스냐를 따지는 게 별로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


중계방송 캐스터와 해설자가 예리하게 의혹을 제기했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 저걸 왜 못 쳐?

⤷ 6회.... 노 히트.... 개쪽이다.

⤷ 타자가 못 치는 거냐? 정유진이 잘 던지는 거지!

⤷ 크보 타자 수준 봐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우리 양학당하는 중..... ㅠㅠ

⤷ 가자~ 가야 타이거스~!

⤷ 정유진 노히트.... 가는 거냐?

⤷ 노히트노러언~ 가즈아~!


팬들의 관심사는 지난번 경기에서 놓친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었다.


- 8 -



7회까지 이어졌던 일방적인 흐름이 깨진 건 8회 말 NS 히어로스의 공격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8회 말 1사에 주자 1, 2루.


첫 타자 송우진을 삼진으로 잘 돌려세우고, 두 번째 타자 최재성을 상대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첫 출루를 허용했다. 병살을 유도하는 공을 던졌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최재성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승현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헛스윙을 유도하는 바깥쪽에 걸쳐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살짝 빠지면서 포볼이 되었다.


숨을 고르며 1루의 이승현을 보고 있자니 주심의 볼 판정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해할 수 없는 볼 판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심의 판정은 이미 내려졌고, 결과를 놓고 보자면 인 코스에 공 하나 찔러 넣지 못하고 풀카운트에서 질질 끌려간 내 탓이 컸다.


고교 시절부터 바깥쪽 코스만으로 승부하는 투구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래서 다양한 코스 공략을 연습했다.


남들은 나를 타고난 야구 천재라고 하는데, 솔직히 타고난 재능만으로 오늘의 내가 있었던 건 아니다.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공을 뿌리기까지 얼마나 혹독한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몸쪽, 바깥쪽, 높고 낮은 곳 어디든 10구 중 8구는 정확히 꽂아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망할!’


뭐 하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힘들게 만든 로케이션의 절반이자 메인 스터프를 잃어버렸다.


연습 투구 때는 잘만 던져지는 인 코스가 이상하게 시합에만 나가면 힘들어진다. 이를 악물고 억지로 던지려고 들면 못 던질 것도 없지만, 그렇게 던진 던져서 공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거니와 또다시 마운드에서 기절하는 개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날 그 일만 아니었으면 지금 같은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거다. 커다란 상실감에 억울하고 분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마주하고 싸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슈우우웅~ 뻐엉~!


스트라이크!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갔다. 2구도 아웃 코스로 높낮이만 다르게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3구 밖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틱~!


안용대가 공에 방망이를 툭 가져다 대 커트를 해냈다. 아마도 1루에 나가 있는 이승현이랑 똑같은 작전 지시를 받은 모양이다. 끈질긴 커트에 총 9구를 던지고 10구째에 바깥쪽 낮게 꽉 찬 공을 던졌는데, 볼이 되고 말았다.


풀 스윙은 하지 않고 툭툭 커트만 하고 있으니 정말 돌기 일보 직전이다. 성질 같아서는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겁이라도 확 주고 싶은데······.


‘그놈의 트라우마가 뭔지······.’


그날 일만 생각하면 겁이 나서 던질 엄두를 못 낸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비굴하게 도망치는 투구를 해야 하는 건지. 공 네다섯 개에 끝낼 승부를 대여섯 개를 더 던지고도 끝내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다.


- 기억해! 사이영상 10회 수상.... -


미친! 뜬금없이 여기서 그 말이 왜 들리는 건데? 처음 들었을 땐 그저 헛소리를 들은 줄 알았는데, 심심치 않게 듣다 보니 듣고도 그러려니 하고 만다. 심리 상담 때 이 문제를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이 되긴 했지만, 말했다가 괜히 미친놈 소리를 들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끝내려면······.’


역시 그것뿐이야. 인호 선배가 내는 사인에 고개를 젓고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공식 시합에서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는 놈을 던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허를 찔러 헛스윙이 되면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올리고, 그게 아니면 내야 땅볼을 목표로.


인호 선배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트를 팡팡 두들기고 자세를 잡았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그립을 쥐고 연습할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패스트 볼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던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 배트를 내던 안용대의 얼굴에 와락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83 jo****
    작성일
    20.05.16 12:24
    No. 1

    뜬금없이 기절한이유는 나중에 나오려나요 신까지 만나서했던말이 머리속에 울리는데 왜 못믿고 헛소리로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네요.. ㅡ,ㅡ?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대설
    작성일
    20.05.16 14:28
    No. 2

    사이영상이랑 몸쪽공 던질때 심장이 요동치는것이 무슨 상관인지? 계속 심장이 안좋은게 신이 준 목표와 관련이 있다고 암시를 주는데 뭔가 추측할 근거라도 줘야지 몇회째 오리무중이니 답답합니다. MLB 진출을 프로 2년차가 갈수 있는것도 아니니 한가지 남은 건 심장병으로 한국에서 퇴출된뒤 미국으로 건너간다 정도인데 너무 황당한 전개라 의구심이 듭니다.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92 토프로
    작성일
    20.05.21 14:43
    No. 3

    전개 개똥일세 뜬금없이 몸 쪽 못 던지게해서 억지로 주인공 개븅만드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라크안
    작성일
    20.05.31 10:06
    No. 4

    재미 있는 것 같네요. 등록하고 천천히 부탁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희망작
    작성일
    20.06.18 10:07
    No. 5

    딱봐도 페널티죠
    신이 준 미션인데 거부하니 몸쪽으로 던질려고 하면 거부반응 오게하는
    주인공 좀 생각이라는것좀 하면서 살지 일반인도 아니고 죽어서 신까지 만나고온 사람이 헛소리 정신과? 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테크로 간다는게 비정상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델리만쥬
    작성일
    20.08.08 17:18
    No. 6

    그놈의 트라우마 ㅋㅋ 몸쪽못던지면 반쪽짜리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야아
    작성일
    20.08.26 15:42
    No. 7

    as를 어디 동네 돌팔이한테 받았나? 무리수 개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ki******
    작성일
    21.05.24 10:56
    No. 8

    이래서 언제 미국가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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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2장. 20.05.12 1,611 3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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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1장 20.05.11 2,019 42 7쪽
1 제1장 20.05.11 2,703 6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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