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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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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79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1 10:05
조회
2,019
추천
42
글자
7쪽

제1장

DUMMY

- 2 -


선발 등판 다음 날 정유진은 클럽을 찾았다. 쿵쾅거리는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드는 청춘. 현란한 조명이 가득한 공간은 청춘의 열기로 가득했다.


‘역시 이거지······.’


정유진은 춤으로 그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팀 내의 일들로 정신적인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렇게 꾹꾹 눌러 참기만 했다가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른다. 정유진은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자각이 없었다면 프로 무대를 밟는 일은 없었을 거다.


“크하하하하~!”


분위기에 취한 정유진은 에너지 드링크 칵테일의 기운을 빌어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춤을 잘 추는 건 아니지만, 균형 잡힌 몸에 잘생긴 얼굴이 액세서리가 되어 못 추는 춤도 그럴듯하게 보였다.


잘생긴 얼굴에 늘씬한 기럭지, 그리고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정유진의 몸은 클럽 내의 수많은 남자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쉬지 않고 부비부비를 걸거나 대놓고 대시를 하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지만, 정유진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푸는 데만 몰입했다.


“호우~! 호우~! 호우~!”


여자를 끌어안고 클럽을 나오는 정유진은 흥에 겨워 소리를 질러댔다. 광란의 댄스 끝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랐다. 비율 좋고 과하지 않은 성형미를 지닌 타입. 딱히 정유진의 취향을 저격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원나잇 상대로 부족함은 없었다.


“어이~ 거기!”


정유진이 콧노래를 부르며 모텔 골목으로 접어 들어갈 때였다. 누군가 정유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림 좋다~!”


맨 앞에 있는 사내의 말에 정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 딱 봐도 동네 양아치다. 모텔 골목이 조금 으슥하긴 해도 유동 인구가 아예 없는 편도 아닌데,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는 양아치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정유진은 싸움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싸우려고 들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정유진은 야구선수의 길을 택한 몸. 그것도 공을 던지는 투수다.


몸싸움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만, 주먹질이야말로 가장 피해야 할 짓이다.


‘이 손은 소중하니까······.’


정유진은 치밀어오는 화를 삭이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림만 좋은 게 아니죠. 마침 제가 오늘 현금도 좀 들고 있는데요. 자~!”


정유진은 지갑을 열어 현금을 모두 꺼내 건넸다. 그런 정유진의 모습에 당황한 건 양아치들이나 모텔로 동행하던 여자나 매한가지다.


기분은 더러웠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참고 또 참았다. 정유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손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데······.’


지갑에 들어 있던 돈이라고 해봐야 5만 원권 대여섯 장에 만 원짜리 두어 장 정도가 전부다.


“아이고~ 이 형씨가 보기보다 센스쟁이시네?”


양아치가 껄렁거리며 정유진의 손에 들린 지갑을 건네받았다. 그러고 지갑을 열어 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근데 이건 또 뭐지?”


양아치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흔들어 보인다.


“그러네~? 생긴 건 멀쩡한 분이 지갑은 왜 또 이렇게 가벼울까나?”


양아치들의 비아냥거림에도 정유진은 입을 꼭 다물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클럽에서 픽업한 여자가 덜덜 떠는 손으로 정유진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감지한 여자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아치들의 첫 번째 목표는 정유진의 지갑 속 현금이었고, 두 번째 목표는 누가 봐도 반반한 여자였다. 그래서인지 이미 양아치들의 시선이 여자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대고 있었다.


‘쯧.’


정유진은 귀찮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정유진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마음을 정했다.


“오빠~!”


정유진은 여자의 손을 슬그머니 뿌리치고는 양아치들을 보며 히죽 웃으면서 말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빈 지갑을 주워들었다.


“아······. 내 정신 좀 봐······. 저 급한 일이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오빠아~!”


여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정유진을 부르지만, 정유진은 여자의 시선을 외면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정유진이 이내 골목을 돌아 사라지자 이게 무슨 일인지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양아치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 뭐야?”


“하아~! 저 새끼 지금 도망친 거야?”


“남자 새끼가 비겁하게······.”


“잡아 올까?”


“됐어. 괜히 땀내지 말고!”


양아치들의 시선이 담벼락을 등지고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자를 향했다.


- 3 -


골목길을 돌기 무섭게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스프린트라면 몰라도 오래 달리는 건 자신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 투수 훈련의 절반 이상이 달리기다. 아침부터 온종일 뜀박질만 시키니 잘 뛰는 건 당연 빠따!


‘응?’


가속을 붙이기 전에 뒤를 힐끗 돌아보니 따라오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놈들이 떡밥으로 던진 여자를 치근덕거리고 있다는 말이다.


‘씁······.’


모처럼 에로틱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양아치들 때문에 흥이 깨져버렸다. 떡밥으로 던진 여자애한테는 좀 미안하긴 한데······.


“여기요! 여기!”


마침 경찰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불러 세웠다. 자초지종을 일러주고 경찰차가 출발하는 걸 보고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쪽팔리게 도망치기나 하고, 사내자식이 비겁하다고 욕해도 좋다. 나란 놈이 원래 착한 놈도 아닌데 뭐. 또 세상 사람이 다 착한 것도 아니니까.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밤 아무도 내가 누군지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아직 유명세를 덜 탔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귀찮은 일을 피해갔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밤이다.


하긴 이제 겨우 프로 데뷔 이후 3경기를 뛴 신인 선수의 얼굴을 보고 알아볼 만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어! 맞죠? 정유진 선수 맞죠?”


택시를 타려고 서 있는데 누군가 날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유명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 몸이 아주 듣보잡은 아닌가 보다.


“안녕하세요~!”


친절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는 기본.


“저 팬입니다. 어제 경기 정말 끝내줬어요!”


잔뜩 흥분한 아저씨의 목소리와 얼굴을 보고 마주 웃어주며 물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 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럼요.”


아저씨가 꺼낸 종이를 서류 가방 위에 올려놓고 아직은 어설픈 사인을 해드렸다.


언제 어딜 가든 팬 관리는 잘하고 볼 일이다. 사인 거부 기사로 누구처럼 두고두고 씹히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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