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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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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80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5 09:00
조회
993
추천
34
글자
7쪽

제3장.

DUMMY

- 5 -


퀘스트 보상이라는 걸 두 번 받아 봤는데, 딱히 도움이 되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인다. 액세서리도 아니고 대체 어디다 쓰라고 이딴 걸 주는 건지. 생색이라도 내려면 좀 제대로 된 걸 주든가.


슈우우웅~! 파앙~!


“나이스 볼~!”


인호 선배가 우렁차게 외치며 공을 던져줬다.


“체인지업 5구만 부탁해요.”


인호 선배가 미트를 팡팡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인지업의 구위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연습해둘 필요는 있었다.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체인지업을 던져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본의 아니게 꼴이 우습게 되었다. 역대급 신인 데뷔해 놓고, 세 경기 만에 교통사고로 15일간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복귀하자마자 경기 중에 실신해서 다시 15일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본의 아니게 30일이나 되는 적지 않은 시간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바로 선발 등판해도 괜찮다고 해도 구단에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이 의심된다면서 보름 정도만 몸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내일 검진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무슨 병원복이 터져서 하루가 멀다고 입원하고 검진도 받네요.”


“그래도 넌 운이 좋은 거야. 병원에서 몸에 아무 이상 없다잖아.”


몸 상태가 괜찮다는 건 다행일지 몰라도 기억도 나지 않는 교통사고에 갑작스러운 졸도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간이 무려 30일이다. 그러는 동안 원래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4경기가 증발해버렸다.


남은 등판 일수로 루키 해에 달성 가능한 기록 전부를 갈아치우겠다는 목표가 간당간당해졌다. 그것도 예정대로 남은 경기에 모두 등판한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다. 한 경기라도 망치거나 등판이 취소되면 안 된다는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 오늘 공 받아보니까 구위도 좋고, 구속도 잘 나오고, 제구도 좋았어. 넌 투수고, 투수가 공 잘 던지면 문제 될 게 없는 거야.”


연습 투구를 지켜보던 강 코치님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사람 속도 모르고 뭐가 괜찮다는 건지. 강 코치님 말을 듣다 보면 딱히 악의가 있는 건 아닌데, 묘하게 듣기 거북한 구석이 있다.


“그런데 유진아······.”


“네?”


“며칠 지켜봤는데 너 체인지업 연습하는 거 말이다.”


“네. 뭔가 감이 와서 좀 더 연습하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막상 던져 보면 생각했던 구위가 나오지는 않네요.”


“내가 보기에 넌 체인지업하고 잘 안 맞는 타입 같은데.... 그래서 스플리터를 던져 보는 건 어떨까?”


“스플리터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 6 -


공이 미트를 파고드는 소리가 경쾌했다. 묵직한 포구 음이 나는 패스트 볼과는 전혀 다른 소리다.


정유진은 강용범 투수 코치의 권유에 따라 스플리터를 연마하는 중이다. 열흘 남짓 연습한 정유진의 스플리터는 제법 쓸 만한 구종이 되어가고 있었다.


‘역시 스플리터 과였어.....’


정유진의 연습 투구를 지켜보는 강용범은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유진은 체인지업보다 스플리터를 훨씬 빠른 속도로 익혀가고 있었다.


정유진의 스플리터는 시속 143km를 넘나드며 패스트볼과 적당한 구속 차이를 내고 있어 오프 스피드의 본분에 충실했고, 종으로 떨어지는 낙차가 큰 편이어서 타자들 쉽사리 타점과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이대로 정유진이 스플리터를 장착하는 데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마운드 운영과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스태미너 관리까지 가능해진다. 강용범은 그렇게 정유진을 롱런하는 선수로 키울 작정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정유진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용범의 얼굴이 이내 어두워졌다.


‘흐음······.’


강용범이 보기에 정유진은 선수로서 흠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최근 정유진이 당한 교통사고나 경기 중에 원인 모를 졸도 사건은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그런 정유진을 지켜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쟨 뭐 천재네요. 천재. 겨우 열흘 만에 처음 배운 스플리터를 저렇게 던져대니 기가 막혀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강용범 옆에서 정유진의 연습 투구를 지켜보던 한근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천재는 맞는데 천재도 못 던지는 공이 있더라.”


“네에? 정말이에요?”


“그래. 쟤 저번에 체인지업 던져 보게 했는데 그건 연습해도 딱히 좋다고 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더라.”


“그게 정상인 거죠. 그래도 뭐 어디 한구석 정상인 곳도 있긴 있나 보네요. 다 잘 던지면 그게 비정상인 거죠. 아무튼, 저 녀석이 잘 해줘야 할 텐데요.”


한근우의 말에 강용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유진이 한 달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동안 선발 로테이션이 여의치 않았던 가야 타이거스다.


- 7 -


보름 만에 복귀, CK 와이번스와 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외치는 팬들의 함성에 모자를 벗어 흔들며 답례하고 연습 투구를 했다.


슈우우웅~! 파앙~!


공을 던져 보니 구위가 확실히 더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다. 확실히 충분한 휴식이 도움이 되었다. 프로 데뷔 이후 연속으로 완투를 하느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연습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의 흙을 고르고 나니 어느새 CK 와이번스의 1번 타자 이동석이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는 게 보였다.


이동석은 1번 타자 치고 빠른 볼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타입이다. 140km 중후반 속구에는 능하지만, 150km를 넘기는 속구에는 배트를 짧게 쥐고도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그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해 손이 근질거렸었는데, 오늘부터 얄짤없이 양학 모드 가동이다.


- 고작 여기서 양학 놀이나 하려고 야구 했어? 기억해! 사이영상 10회 수상······.-


가랑이 사이에서 분주하게 사인을 보내는 인호 선배의 손을 바라보고 있는데 불현듯 머릿속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이영상이 뉘 집 개 이름이냐? 웃기고 자빠졌네. 이제 하다 하다 헛소리까지 들리는 거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투구에 들어갔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라인에 걸치는 투심 패스트볼. 좌타자 상대로 초구에 가장 편안하게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는 코스다.


슈우욱~! 뻐엉~!


스트라이크!


역시 이동석은 패스트 볼에 배트를 내지 않았다. 그럼 2구도 패스트 볼이지.


‘몸쪽?’


인호 선배가 낸 사인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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