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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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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75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1 10:04
조회
2,708
추천
62
글자
7쪽

제1장

DUMMY

- 프롤로그 -


뭉글뭉글한 도넛 모양의 구름 띠를 통해 어느 야구 선수의 일상을 지켜보는 신들의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지어졌다.


“쯧쯧쯧.... 저거, 저거 커서 뭐가 되려고 저래?”


“그치? 재능이 아깝다. 아깝다고~!”


“그래서?”


조금 전까지 같이 시시덕거리던 신 하나가 정색하며 묻는다.


“뭘?”


“그래서 뭘 어쩌려고?”


“어쩌긴 뭘 어째······.”


“행여 인간 세상에 관여할 생각은 아니지? 아서라······. 저놈도 제 나름대로 재능 값 한다고 저러는 거니까.”


“어이구~! 네 눈에 저게 재능 값 하는 거로 보여? 아니지. 아니지. 저 녀석이 제 재능 값을 제대로 하면 MLB를 씹어 먹고도 남았어야지! 야알못이 뭘 안다고 떠들어?”


“그래, 나 야알못이다. 그깟 야군지 뭔지 내가 알 게 뭐야? 그따위 인간들 놀이까지 내가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됐어. 이 야알못아. 하아~! 그건 그렇고 아무튼 저 녀석 타고난 재능이 아까워 죽겠네······.”


“딱 보니까 조만간 명줄도 끊어질 놈인데 아까워도 할 수 없지.”


“그렇긴 해도 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인데 이렇게 썩히는 건 커다란 죄악이라고~!”


“흐음······. 기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야. 저놈 기를 조금만 누르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 혹시 뭐 좋은 수가 없을까?”


타고난 재능을 아깝게 썩히는 인간을 지켜보는 이름 모를 신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제1장. 신 봤다!


- 1 -


<투앤투! 정유진 선수 제5구~ 헛스윙~ 삼진!>


<한복판! 한복판에 속구를 꽂아 넣습니다. 정유진 선수 배짱이 정말 대단합니다.>


<오늘 한와 이글스 타선을 2안타로 틀어막으며 완봉승을 거두는 정유진!>


<프로 첫 등판부터 완봉승이라니요.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투구를 보여줍니다.>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캐스터와 해설자는 입이 마르도록 정유진에 감탄하고 칭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거참. 더러워서~ 야구만 잘하면 뭐 해? 인성이 글러 먹었는데······.”


“그러게 말이다. 저것도 선배라고 저 인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인간 잘되는 꼴은 눈꼴시어서 못 보겠다. 야.”


승리 투수 정유진의 인터뷰를 지켜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떨떠름하기만 했다. 건장한 체격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학생들은 모두 ‘명진’ 이라는 학교명이 프린트된 점퍼를 입고 있었다.


명진고등학교는 정유진의 모교다. 지난해 정유진을 앞세운 명진 고교는 고교 리그 최강팀으로 모든 대회를 싹쓸이하듯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평균 시속 155킬로미터대의 포심패스트볼과 시속 153킬로미터대의 투심패스트볼, 140킬로미터 후반의 고속 슬라이더와 낙차가 큰 너클커브볼. 이렇게 4가지 구종을 고교 시절에 완벽하게 구사하기 시작한 정유진의 별명은 특급 싸가지였다.


“궁금한 게 있는데? 정유진, 그 새끼, 인성은 존나 쓰레긴데 야구는 겁나 잘해. 인성 더러워야 야구 잘하는 걸까?”


“원래 세상 잘 사는 놈들 치고 인성 좋은 놈 없다더라. 재벌이나 정치인 중에 인성 좋은 놈 봤어?”


“그 말은 운동 잘하는 놈들도 다 인성 쓰레기라고? 에이~ 그건 아니지. 이 세상에 엄연히 스포츠맨십이라는 게 있는데!”


“됐고. 인성 쓰레기라도 좋으니까 정유진만큼 야구 좀 잘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건 아니지. 야구 아무리 잘하면 뭐 하냐? 뻘짓 한 번 잘못하면 쫑나는 거라고~! 전에 한국 메이저리거 중에 음주운전 걸려서 선수 생활 종친 리쿼킹(Liquor King) 있잖아.”


“그건 재수가 없어서 그런 거지. 솔까 현역 뛰는 선수 중에 술 좀 마시는 선배들은 말술이잖아?”


“그래도 시즌 중에 누가 그렇게 퍼마시냐?”


“하긴 그래. 나라도 시즌 중엔 그렇게 안 퍼마신다.”


“음주운전 사건 났던 거 비시즌이었거든?”


팩폭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근데 저 새낀 언제쯤 사고치고 자멸할까?”


“그걸 내가 우째 아냐?”


“저 새끼 술 좋아하고 여자 밝히는 건 확실하니까 조만간에 정신 놓고 헬렐레하다가 큰 사고 하나 칠 거다.”


“맞아. 저 새끼 저거, 제 좋다고 들이대는 여학생들 겁나 따먹고 다녔잖아. 아마 그렇게 따먹은 여자애들만 수십 명일걸?”


“소설 쓰고 자빠졌네~. 어디서 카더라 통신이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퍼트리는 건 범죄야. 범죄. 아우~ 이러다 늦겠다. 후딱 먹고 들어가자.”


게눈 감추듯이 테이블 위의 음식을 흡입한 학생들이 사라지고 뒷정리를 하는 민규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했던 정유진과는 제법 친한 사이였다.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로 사이가 소원해지긴 했지만, 정유진은 몇 안 되는 친구 중의 한 명이다.


“어이구 이것아! 후배들한테 좀 잘하지 그랬냐······. 꼭 이렇게 욕을 처먹어야겠냐? 야구는 그렇게 잘하면서 대인관계는 왜 이 모양일까······.”


“어이구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어? 유진이 걱정할 시간 있으면 본인 진로 문제부터 걱정하는 게 어떨까?”


“엄마! 그래서 식당 일 돕고 있잖아요. 저도 밥값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닌가?”


“누가 너더러 이런 일 하라고 공부시켰어?”


“그래서 남들 가는 대학도 갔잖아요~!”


“이리 와! 주걱으로 맞으면 안 아플 것 같지? 이 녀석이 엄마한테 한마디도 지질 않아~! 이루와~!”


“아~ 됐어~! 상황상 오늘은 조기 퇴근~! 혹시 이따 손님 많으면 전화해~ 나 먼저 간다아~!”


민규형이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임성숙은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임성숙은 아들 민규형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고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원래 민규형은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 정유진을 만나고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천재와 범인의 재능의 차이. 그 극명한 차이 앞에서 민규형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정유진의 재능을 질투했다. 그러다 경쟁심을 가지게 된 건 주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민규형은 얼마 가지 않아서 재능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민규형은 그때 알았다. 야구를 좋아한다고 다 야구를 잘할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깔끔하게 야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은 것이었다.


‘일찌감치 포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임성숙은 그렇게 생각했다.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뒷바라지했지만, 자신을 닮아서인지 민규형의 운동신경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스스로 깨닫고 제 갈 길을 가줬으면 하면 바람으로 지켜보고 있던 차에 정유진 덕분에 민규형이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에 고마워했다.


“그나저나 쟤는 잘 지내나 몰라?”


임성숙은 스포츠 뉴스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정유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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