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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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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62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1 10:05
조회
1,858
추천
43
글자
7쪽

제1장

DUMMY

- 3 -


중학교 때부터 온갖 찌질이들과 부대끼며 야구선수의 길을 걸어서 결국, 1라운드 지명 프로 입단에 성공하긴 했다. 프로에 오면 뭐가 좀 달라질 줄 알았다.


프로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니 뭔가 달라져야 하는데, 너무 시시하다는 걸 시즌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건방지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프로 데뷔 1개월 차 소감은 시시하다. 시시해도 너무 시시해서 보고 있으면 하품이 터져 나온다는 거다.


오죽하면 데뷔 이후 4경기 선발 등판해서 완봉 1번, 완투가 3번이다. 이 정도면 고딩 에이스가 중딩 리그에서 공 던지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언론은 역대급 신인이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투수네 어쩌고저쩌고 난리가 났다. 이런 반응이 싫은 건 아니다. 현역 선수 중에 내가 작정하고 던지는 공을 제대로 받아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쩝······.’


수준급 타자라면 한 팀의 한 명이 될까 말까다. 생각만 해도 김 새는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진지하게 공을 던질 의욕이 나질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메이저리그로 가는 건데, 한국 프로 진출을 선택했던 게 후회스럽다.


‘젠장······.’


이놈의 동네는 뭐 하나 보태준 것도 없는 것들이 툭하면 선배질이고, 그것도 모자라 나이 처먹었다고 꼰대질하는 진상들도 사방에 깔렸다.


더러워서 때려치우고 싶지만, 야구가 좋다. 야구가 좋고 싫고를 떠나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야구가 아니면 안 되는 거다.


어려서부터 공부 머리가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공부하는 게 싫었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게 좋았다. 어려서부터 뛰고 던지는 놀이부터 싸움질까지 몸으로 하는 건 남들보다 잘했다.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중에 못 하는 운동이 없었지만, 가장 재미있는 건 야구였다. 그래서 야구선수가 되기로 한 거다.


내가 야구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특별히 더 노력한 것도 아니다. 그냥 감독님이 시킨 훈련 그대로 남들과 똑같이 했을 뿐인데, 남들보다 야구를 잘했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월등하게 잘했다.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두각을 나타낼수록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점점 심해지고, 그럴수록 사람들과 더 벽을 쌓게 되었다.


가끔 혼자라는 게 외롭긴 하지만, 혼자라서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프로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야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뭘 이루겠다는 건 아니지만, 미국 진출을 이루자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져놔야만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핸들의 그립이 오늘따라 손에 착착 감긴다. 5리터 8기통 엔진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힘으로 쭉 뻗은 고속 도로를 질주하는 이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어젯밤 못다 푼 스트레스는 간만의 드라이브로 이렇게 날려버리는 거다.


“이후~! 기분 째진다~!”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1라운드 픽으로 누구보다 눈부시게 프로 진출을 이루어 냈고, 시즌 초반부터 뻑이 갈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아마 지금 이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역대 최대 연봉 인상 신인이 될 수 있을 거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핑크빛 미래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응?”


저 멀리 앞서 달리던 화물차가 좌우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화물차와 거리는 대략 200미터 정도. 그 정도 거리면 살짝만 가속해도 순식간에 추월이 가능한 거리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저렇게 휘청거리는 화물차를 앞에 두고 불안하게 운전하는 건 사양이다.


부우웅~!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우렁찬 배기음이 터져 나오면서 차가 가볍게 치고 나가는 게 느껴졌다.


‘여윽시 이 맛이지······. 어~?’


화물차가 왼쪽으로 기울더니 차선을 넘어 1차선의 절반을 막아섰다. 바로 우측으로 핸들을 틀어 공간이 넓어진 3차선으로 추월을 하려고 할 때였다.


“헛!”


2차선을 건너 3차선으로 진입하는 순간 화물차의 적재함에 실려 있던 무언가가 도로 위로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도로 위에 떨어져 퉁겨진 무언가가 순식간에 커다래지더니 내 시야를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컥!”


- 4 -


“쯧쯧쯧.... 이를 우짤까? 우짜쓰까~?”


낯선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누군가 내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뭐. 뭐지?’


생각해보니 잠시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이 뒤집혀 보이는 걸 보니 차가 뒤집히기라도 한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사고가 난 걸까?’


화물차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나를 덮치는 순간 얼떨결에 핸들을 확 틀었던 것 같기도 했다.


“이놈아! 정신이 좀 드냐?”


근데 이 인간은 뭐야? 구조대 복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찰복도 아니면 그냥 민간인이라는 건데······.


“눈깔 굴리는 거 보니 정신이 돌아오긴 온 모양이구나. 잘 들어라. 넌 지금 딱 죽기 직전 상태다. 보다시피 생과 사의 갈림길에 들어선 순간이 멈춰진 거지.”


사고가 난 게 사실이라면 정신이 없어서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도 했는데, 신기하게 이 인간이 하는 말이 토시 하나도 안 틀리고 뇌리에 쏙쏙 들어박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일시 정지 상태라면······. 나는 과연 누굴까? 누구긴~ 이렇게 전지전능한 권능을 부리는 분을 뭐라고 한다? 그래, 신이지. 너희 인간들이 나를 부를 때 신이라고 하더라. 크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신이라고?


하늘에 계신 그 신?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당최 이해가 되질 않네. 가뜩이나 사고당해서 정신이 없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이유가 있지. 있고말고. 잘 들어. 넌 지금 올모스트 데드. 언더스투드? 너 정말 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일시 정지 풀리는 순간 켁~! 알아?”


사내가 손날로 자기 목을 그어 보이며 하는 말을 곱씹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설명하기엔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죽기 전에 신을 봤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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