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희(歡喜) 님의 서재입니다.

MLB 악동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판타지

환희(歡喜)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5.16 1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5,460
추천수 :
368
글자수 :
31,693

작성
20.05.13 10:00
조회
1,264
추천
33
글자
7쪽

제2장.

DUMMY

- 4 -


강용범은 불펜 투구를 하는 정유진을 지켜보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야 타이거스 투수 코치를 맡은 지 10여 년 만에 불펜 투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온몸이 전율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쐐에엑~! 빠앙!


정유진의 공이 포수의 미트를 파고드는 소리에 강용범이 ‘크으~!’ 하고 추임새를 넣었다. 마누라 바가지, 철없는 아들, 구단 프론트 등등으로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단번에 확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정유진의 투구가 강용범이 꿈꿔온 이상적인 투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구속, 구위, 제구까지 모든 게 다 완벽한데, 그런데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오프 스피드 볼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패스트 볼과 슬라이더, 커브볼을 섞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겠지만,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 던지는 건가?’


강용범은 정유진이 포수 조성구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투구를 준비하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 시합이 없는 날엔 철저하게 연습 투구를 30구로 제한하는 정유진이다.


쉬이이익~! 터엉!


‘체인지업?’


강용범은 정유진이 던진 공에 놀란 얼굴을 했다. 그가 아는 정유진의 체인지업이 아니었다. 원래 정유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떨어지는 각이 밋밋해서 약간 느린 패스트 볼에 가까웠다. 쉽게 말하면 던지지 않는 것만 못한 구위가 죽은 패스트볼이다.


“코치님, 점마 췐지업도 던질 줄 압니까? 와따! 브레이킹도 죽이고 멈칫거리는 게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준비하던 한근우가 강용범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장비 착용을 마친 포수 박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근우의 말을 받았다.


“스프링 캠프 때 제가 유진이 공을 받아 줬는데요. 그땐 체인지업이 별로였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완전히 다른 공인데요?”


강용범은 박용수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스프링 캠프 기간에 정유진이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을 보고 완성도를 높여보자는 말을 했던 사람이 바로 강용범 자신이었다.


“따로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데 갑자기 확 좋아졌어요. 저 정도면 당장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패스트 볼이 좋으니까 체인지업은 더 위력적일 거야. 가끔 던지는 커터도 만만치 않은 놈이 이제 체인지업까지 섞어 던지면······.”


“아우~! 생각만 해도 짜증!”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저렇게 쉽게 익히는 거 보면 타고 나긴 난 놈이네요. 누군 체인지업 배우는데 반년이 넘게 걸렸는데······.”


“반년만 걸렸으면 빠른 거죠. 실전 투입까지 거진 1년 조금 넘게 걸렸잖아요.”


“야! 누가 새로 익힌 구종을 시합에서 바로 던지냐?”


“유진이는 다음 등판 때 던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던질수록 구위도 좋아지고, 제구도 제법 잘 잡히고 있으니 이 추세로 며칠만 더 연습하면 실전에서 던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강용범과 선수들이 불펜 구석에서 정유진의 연습 투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당사자인 정유진은 신세계에 눈을 뜨고 있었다.


- 5 -


완급 조절 스킬 카드를 장착하고 특별히 무언가가 달라진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체인지업을 던지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공을 쥐는 그립의 위치와 악력이 기존의 내가 하던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게 체인지업을 던져 보니 확실히 공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밋밋했던 구위가 약간 개선된 정도다. 간신히 똥볼 수준을 탈출한 정도랄까? 아무튼, 이대로 계속 연습하다 보면 더 익숙해지고, 컨트롤도 좋아질 거란 기대는 들었다.


그래서 공 하나, 하나를 집중해서 던졌다. 공을 던지는 일련의 동작과 느낌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반복해서 공을 던지다 보니 확실히 구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는 야구 센스가 대단히 좋은 놈이다. 어려서부터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보고 듣고 따라 하면서 센스가 이끄는 대로 야구를 해왔다. 어떻게 하면 공을 더 빠르게 던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공의 변화가 커질 수 있는지를 순전히 내 센스를 믿고 발전 시켜 왔으니까.


‘이건 아니야······.’


그렇게 마음이 굳어지자 더는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지 않아졌다. 어설픈 공을 던져서 두들겨 맞을 것 같으면, 하나라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이 훨씬 더 믿음직스러운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마운드 위에 오르면 믿을 건 내 공이 전부다. 믿고 던질 수 없다면 차라리 던지지 않는 편이 낫다.


“유진아. 표정이 왜 그래? 어디 불편한 데 있어?”


인호 선배가 마스크를 벗고 한걸음에 달려와 물었다. 나도 모르게 못마땅한 속내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나 보다.


“아니요. 몸은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다. 난 또 갑자기 후유증이 오는 줄 알고 긴장했었지. 그럼 뭐가 문제야?”


“그냥 구위가 생각보다 구려서요.”


“야! 뭐가 구리다는 거야? 그 정도면 중간 이상은 가는 구위야. 너 원래 안 던지던 구종이잖아.”


“던질 줄 아는데 똥볼이라 안 던진 거죠.”


“이 정도면 똥볼은 아니지. 뭐 그럭저럭 쓸 만할 것 같은데 왜?”


“좋아진 것 같긴 한데요. 막상 써먹긴 좀 어중간한 것 같아요. 괜히 타이밍 뺏는다고 던졌다가 얻어맞기 딱 좋을 것 같아서요.”


“흠.... 뭐 노리고 치면 얼마든지 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니까요. 솔직히 제 공이 치기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중에 치기 쉬운 구종이 있으면 그것만 노리고 달려들겠죠.”


“오~ 정유진~! 너 부심 쩐다.”


“좀 재수 없죠?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잘 던지는 게 팩트인걸요.”


“좀이 아니라 열라 재수 없다. 인마!”


인호 선배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을 뻔했다. 솔직히 인호 선배가 주전 포수치고 미트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가끔 원바운드 볼을 던져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을 졸일 정도로 불안하다. 하지만, 이런 인호 선배랑 손발을 맞추는 건 이 선배가 사람을 편하게 해줄 줄 알기 때문이다. 나처럼 싹수없는 놈도 잘 받아주니까 말이다.


“재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말이나 못 하면~”


“그래서 말인데요. 공 좀만 더 받아주세요. 체인지업 말고 다른 것도 좀 던지어보려고요.”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10구 정도만요.”


“딱 10구만 던지고 밥 먹으러 가자.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허기지네~”

배고픈 양반이 싫다는 말은 안 하는 거 보니 싫지는 않은가보다. 하긴, 내 공 받아보고 싶어서 안달인 포수가 하나둘인가?


역시! 잘난 놈은 잘난 맛에 사는 거다. 까짓거 체인지업 없으면 어때? 다른 거 잘 던지면 그만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LB 악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제3장. +8 20.05.16 1,103 27 8쪽
9 제3장. +1 20.05.15 991 34 7쪽
8 제3장. +1 20.05.14 1,108 30 7쪽
7 제3장. +4 20.05.13 1,278 27 7쪽
» 제2장. 20.05.13 1,265 33 7쪽
5 제2장. +1 20.05.12 1,525 39 8쪽
4 제2장. 20.05.12 1,611 31 7쪽
3 제1장 20.05.11 1,858 43 7쪽
2 제1장 20.05.11 2,019 42 7쪽
1 제1장 20.05.11 2,703 6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