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Ulyss 님의 서재입니다.

꼭두가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아침이끼
작품등록일 :
2018.04.09 11:10
최근연재일 :
2018.05.17 17:4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24,174
추천수 :
27
글자수 :
218,172

작성
18.05.16 12:25
조회
347
추천
0
글자
10쪽

29. 마지막 희망을 품고 (1)

DUMMY

거대한 구덩이 속에서 풍선 꽃이 터지며 거대한 폭발음을 일으켰다. 야프는 등에 걸친 하프 망토로 얼굴을 가린 채로 황급히 절뚝이며 구덩이에서 멀리 벗어난다. 풍선 꽃에 가득 차 있던 생물의 신체를 녹이는 강력한 독이 온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구덩이 속의 사람들의 살을 녹여 내린다.


치이이이이이-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살려줘!!!!”


쿠르르르릉.. 쿠구궁! 콰가가강!!


사방이 막혀있는 구덩이 속에서 터진 풍선 꽃의 독을 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듀몽, 오타비오, 그리고 모든 홀잎파를 배신한 용병들까지. 독이 그들의 피부에 닿자마자 빠르게 녹여 그 속까지 침투해 버렸기 때문. 게다가 듀몽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남은 헬릭으로 그 구덩이를 매워버렸다. 혹시 모를 생존자로부터 끝까지 야프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 어느새 구덩이는 얼추 매워졌고, 더 이상 죽음의 비명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히히히힝!”


야프는 서둘러 용병이 타고 있던 말 한 마리를 붙잡아 불편한 다리로 힘겹게 올라탔다. 다리가 불편해진 후론 줄곧 마차만 타왔던 그가 얼마 만에 타본 말인지 기억도 잘 나진 않는다. 야프는 듀몽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말을 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겨우 억누르고선 그대로 말을 달린다. 베샨야이 시로 도망가는 그의 눈에는 끊임없이 눈물이 새어나온다.


‘듀몽아... 우리 듀몽이... 고맙고, 또 미안혀... 우덜이 평생 꿈꿔온 빅 보스의 자리는 인자 나 혼자선 무리이겄다잉. 하지만 니가 선물로다가 준 이 목숨. 나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질기게 살다 가불 것이여.. 알것제? 이 모지란 형이 겁내 미안해분다잉... 듀몽아..’



***



이틀 동안의 번개쟁이 탈환전의 양상은 세력들끼리 얽히고설켜 혼돈으로 치달았다. 안보국 한 팀이 번개쟁이를 찾았으나 놓쳤고, 그 장면을 목격했던 두 명의 나방파 간부가 도망가는 번개쟁이 일행을 쫓다가 그들에게 발각되어 크게 당했고, 나방파의 카포인 티거모테는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또한 치안국 과장 대리이자 밤비노 패밀리의 살인회사 요원인 스피나의 꼬드김으로, 체사레는 배신행위를 저지른 야프와 지울리아를 처단하여 패밀리를 접수하기 위해 그의 오른팔과 왼팔인 오타비오와 비아지오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수족들이 떠난 직후, 스피나의 예상치 못한 급습으로 인해 2인자 체사레는 허망하게도 이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본인이 모시는 카포의 어이없는 죽음을 모르는 오타비오는 명을 받은 대로 다음날 아침, 야프의 홀잎파 식구들을 매수하여 야프를 공격 했으나, 야프의 오른팔 듀몽의 자폭으로 인해 실패하고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오타비오의 급습에 부상을 입은 채로 힘겹게 말을 달려 베샨야이로 향하는 야프. 그는 말을 달리면서 계속 고심해온 ‘올바른’, 혹은 ‘그나마 안전한’ 목적지라고 판단한 세력의 거점에 오후 1시 즈음이 되어서야 거의 다다른다. 바로 나방파의 베샨야이 거점인 뇌신교의 본거지. 나방파의 카포 티거모테는 이곳에서 하제모테가 비트겐에서 보내온 백여 명의 부하들과 함께 가족을 건드린 번개쟁이 팀에게 피의 복수를 하러갈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행님. 산불 준비는 끝났지 말입니다. 그리고 뇌신교 치유사들이 베아하고 포겔을 겨우 살려서 빡세게 치유하고 있지 말입니다. 그리고 불박쥐 못타는 막내를 여기 남겨서 베아하고 포겔이 간호를 맡겨두었지 말입니다.”


“그러냐? 다행이군. 베아하고 포겔이가 죽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번개쟁이 새끼들을 살려두진 않을 거야. 크크크. 겁 대가리 없이 나방파를 건드린 새끼들은 화형이다.”


“당연하지 말입니다. 행님! 어서 가서 그 놈들을 불살라 버리지 말입니다! 근데 어디로 가서 그놈들을 찾지 말입니까?”


“몰라! 씨발!! 어차피 동쪽엔 마을이 별로 없잖아. 다 뒤져! 백 명이면 금방 다 뒤지잖아! 아! 저번처럼 주민들이 졸라게 건방지게 굴면 이번엔 다 불질러버려. 말로해선 시간만 지체돼.”


“헤헷. 오랜만에 시원하게 불 지르지 말입니다. 행님.”


티거모테는 한 가운데로 걸어가 백여 명의 나방파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자!! 가자! 얘들아! 우리 베아와 포겔이 복수를 하러! 나방파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자! 그 새끼들을 불태워 버리자!!!!”


“끼아아아에에에호!! 이아야야야야!! 호오오오오오오오우!!”


나방파 전원은 흥분에 휩싸여 미친 듯이 고함을 쳐댄다. 분위기가 정돈되자 나방파 전원이 불박쥐에 올라탄다. 마지막으로 티거모테가 그리핀에 오르려고 하는 바로 그때. 누군가가 멀리서 애처롭게 소리를 지른다.


“티~~거~~ 티거야~~~~ 잠까아아아~~안만~~!!!”


나방파 전원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일시에 고개를 돌린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로 범벅이 되어, 어설프게 말의 목에 바싹 붙은 채로 말을 달려오는 야프. 야프의 승마 기술을 보아하니 말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훅- 훅- 훅- 훅-


티거모테가 그리핀에 재빨리 타고 날아올라 말을 멈출 줄 모르는 것같이 보이는 야프에게로 날아간다.


쉐-엑. 푸욱!! 훅- 훅- 훅- 훅-


“히히히히힝!!!!”


티거모테의 그리핀은 강력한 앞발의 아귀힘으로 그대로 야프의 말을 통째로 낚아채서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리핀에 낚인 말이 공포에 질려 마구 난동을 피워대지만, 그리핀이 말목을 잡고 있던 앞발에 힘을 주어 손쉽게 꺾어버린다.


쿵-


공중에서 내려온 티거모테는 목이 꺾여 죽은 말 위에 겁에 잔뜩 질려있는 야프를 끌어내린다. 티거모테는 팔짱을 낀 채로 거만하게 눈을 내리깔고 야프를 쳐다본다.


“이게 누구신가? 우리의 패션 리더이신 야프 형님께서 어쩐 일로 그딴 몰골로 나타났쇼? 그것도 말도 못타는 양반이 븅신같이 말목에 찰싹 붙어서 오줌이나 질질 흘려대면서. 크크크.”


“키키킥.”


주변의 나방파 식구들도 야프의 초라한 몰골을 비웃었다. 하지만 야프는 아직도 말을 달렸다는 공포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리핀에 붙잡혀 공중을 날았던 것 때문인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바쁘다.


“휴- 후-.. 자. 잠깐만 기다려보드라고! 후- 후-.. 히-익--!!”


북- 북! 어그적! 어그적! 딱 딱 딱!! 쭈-욱!!


“푸하하하하하!!!”


야프는 바로 옆에서 그가 방금 타고 온 말을 통째로 찢어 먹고 있는 그리핀을 보고선 놀라 자빠졌다. 그 모습에 나방파 전원은 큰 소리로 비웃었다. 야프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선 티거모테에게 말한다.


“후-... 티거야. 우덜 좆돼불써야.. 일단 치유사 좀 후딱 불러주드라고... 겁내 아파붕께.”


“내가 왜 당신을 치유해 줘야 하지? 그리고 꼴을 보아하니 그쪽이 좆 된 거지, 왜 나까지 좆 됐다는 망언을 씨부리쇼?”


“아야~ 티거야~ 우덜 형제 아이냐~ 글고 나가 이딴 일까지 당해분 마당에... 여까지 오면서 나가 솔찬한 정보 하나 안 들고 왔겄냐? 나 겁내 아픙께 후딱 치유사 불러주드라고~”


티거모테는 부하에게 고개를 까딱여 뇌신교의 치유사를 불러오라고 시킨다. 곧바로 그는 야프를 똑바로 쳐다보며 위협적으로 말한다.


“우리가 번개쟁이 잡으러 떠나는 시간을 지체시켜도 될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정보여야 할 거요. 지금 우린 졸라게 열이 받아있는 상태거든.”


“아~따. 고건 걱정 말어야. 너가 밤비노를 접수해불 수 있는 어마무시한 정보니께 걱정 붙들어 매드라고~ 나도 시방 겁내 꼴 받아서 계승전이고 뭐고 다 때려쳐불고 이짝으로 찾아 왔응께.”


야프가 치유사에게 치유를 받는 동안 티거모테는 야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혼자 추측해본다. 듀몽과 한 시도 떨어져있지 않는 야프가 홀로 부상을 입은 채로 본인을 찾아왔다는 사실로 보아, 분명 누군가 그를 공격했고, 듀몽을 잃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아마도 홀잎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계승전에서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티거모테는 속으로 크게 웃으며 본인의 승리가 가까워졌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마침내 야프의 치유가 끝이 났다. 야프는 창에 뚫렸던 어깻죽지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나방파 식구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입을 열기 시작한다.


“하따. 여짝도 계승전 때려 쳐불라고 아주 작심을 해부렀구마이. 조올라게 빠글빠글 해분거 보니께. 아주 산불이라도 내불 기세여~ 그러면 일이 겁내 꼬여불 거인디... 일단 겁내 고맙다잉. 티거야. 나 때매 니덜 일정이 늦어졌어도 나가 그에 걸맞은 조올라게 좋은 정보를 주고잡을 것이여~”


“뭐. 그건 들어보고 내가 판단하지. 그 전에, 우리가 뇌신교 본거지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잉? 아따~ 티거는 아직도 나의 정보력을 무시해 부는 기냐잉? 니덜이랑 뇌신교 그리핀 탄 놈덜이랑 겁나게 규칙적으로다가 하늘에서 순찰을 돌아부는디... 둘의 협력관계를 모르는 모질이들이 어디 있을랑가? 히힛.”


“쳇.. 그 정도로 티가 많이 났었나?”


“이이. 겁내 티나부렀제~ 티거야. 너무 뇌신교 놈덜 믿어불지 말드라고~ 고 놈들이 닻하고 작살 들고 다니는 제법 하는 놈을 따로 고용해서 번개쟁이를 독자적으로 붙잡아 불라고 하고 있응께. 고 덩치가 일전에 비트겐에서 번개쟁이를 거진 붙잡을 뻔 했드랬지.”


“엥? 닻하고 작살? 덩치? 키키킥. 아페야! 가서 막내 불러와라.”


티거모테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페모테가 나방파 막내 바스쿠를 데려온다. 그를 본 야프의 눈이 엄청 커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꼭두가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30. 완전히 져버린 하나의 태양 (2) +1 18.05.17 387 0 11쪽
60 30. 완전히 져버린 하나의 태양 (1) 18.05.17 360 0 9쪽
59 29. 마지막 희망을 품고 (2) 18.05.16 348 0 10쪽
» 29. 마지막 희망을 품고 (1) 18.05.16 348 0 10쪽
57 28. 자폭 (2) 18.05.15 366 0 8쪽
56 28. 자폭 (1) 18.05.15 354 0 7쪽
55 27. 급습 (2) 18.05.14 342 0 8쪽
54 27. 급습 (1) 18.05.14 332 0 8쪽
53 26. 선택의 기로 (2) 18.05.11 388 0 8쪽
52 26. 선택의 기로 (1) 18.05.11 374 0 8쪽
51 25. 배화진 (背火陣) (2) 18.05.10 374 0 7쪽
50 25. 배화진 (背火陣) (1) 18.05.10 370 0 7쪽
49 24. 위험한 거래 (2) 18.05.09 385 0 8쪽
48 24. 위험한 거래 (1) 18.05.09 375 0 9쪽
47 23. 숨바꼭질 2차전 (2) 18.05.08 381 0 8쪽
46 23. 숨바꼭질 2차전 (1) 18.05.08 394 0 8쪽
45 22. 마약, 유희, 돈, 배신 (2) 18.05.07 374 0 9쪽
44 22. 마약, 유희, 돈, 배신 (1) 18.05.07 385 0 8쪽
43 21. 거사를 앞두고 (2) 18.05.04 371 0 7쪽
42 21. 거사를 앞두고 (1) 18.05.04 369 0 7쪽
41 20. 달콤한 술잔 (2) 18.05.03 369 0 9쪽
40 20. 달콤한 술잔 (1) 18.05.03 351 0 9쪽
39 19. 무너지는 기둥 하나 (2) 18.05.02 370 0 9쪽
38 19. 무너지는 기둥 하나 (1) 18.05.02 432 0 8쪽
37 18. 풍뎅이의 반격 (2) 18.05.01 362 0 8쪽
36 18. 풍뎅이의 반격 (1) 18.05.01 374 0 8쪽
35 17. 단서 (2) 18.04.30 373 0 8쪽
34 17. 단서 (1) 18.04.30 396 0 8쪽
33 16. 우르르 쾅쾅! (2) 18.04.27 397 0 10쪽
32 16. 우르르 쾅쾅! (1) 18.04.27 393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